김보성 칼럼 [울산광역매일]퇴계 이황의 ‘옛사람을 벗으로 삼는다’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319623&section=sc30&section2= 

[울산광역매일] <김보성 칼럼> 퇴계 이황의 ‘옛사람을 벗으로 삼는다’

 천원짜리 지폐의 주인공.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그 답을 알고 있다. 퇴계 이황이다. 간혹 율곡 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헷갈리기 마련이니 그러려니 한다. 그렇다면 지폐의 뒷면의 그림은 무엇일까? 바로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이다. 그림을 그린 이는 겸재 정선이다. 그림의 제목처럼 계곡에서 조용하게 지내는 선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겸재의 외할머니가 바로 퇴계의 외손녀였다. 겸재는 퇴계에 대한 존중이 매우컸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중 한명이자 위대한 현인 퇴계 이황. 이황이 유명한 것 만큼 우리는 이황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이황이 왜? 이토록 존경을 받는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지금 우리의 삶에서 퇴계의 정신 중 한 가지를 바라보고자 한다.  


 퇴계는 조선시대를 주름잡았던 사상인 성리학의 대가이다. 조선을 성리학의 나라라고 부르는데 있어 퇴계 이황의 권위는 태산과도 같다. 그가 말하는 성리학이란 인간의 타고난 선한마음을 잘지키고 외부의 욕심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항상 마음을 고요히하고, 내안의 선함을 잘 지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배움이자 공부이다. 그것을 위기지학(爲己之學), 즉 나를 위한 공부라고 한다. 공부가 올바르게 되면 남이 나의 잘못을 말하여도 화를 내지 않는다.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행동하게 된다. 과연 이러한 공부는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누가 나의 잘못을 말하면 화가 난다.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도 힘겨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 따라 할 수 있는 롤모델을 옛 성인으로 삼고, 그들의 말씀을 철저하게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해진다. 그것을 맹자에서는 `옛사람을 숭상하여 벗으로 사귄다`고 말한다. 퇴계 이황은 철저하게 옛 성현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노력했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옛사람과 벗으로 사귐. 내 주변의 사람들을 보고 배우는 것도 좋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길을 가본 사람들이 있다. 지금 시대에 네비게이션이 가장 빠르고 좋은 길을 찾아주는 것과 같다.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만나면 헤메게 된다. 가보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항상 실수가 생기고, 때론 실패가 생겨서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모르기에 두렵게 된다. 하지만 이미 그 길을 가본 경험이 있는 멘토의 조언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우리가 인생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그 중심을 잡아주는 길잡이는 무엇인가? 내가 가고자 하는 인생의 길에서 가장 좋은 길은 무엇인가? 퇴계는 그 인생의 길에서 가장 좋은 길을 갔던 사람을 성현으로 보았다. 그렇기에 성현들에게 물어보고 그 길을 갔던 것이다. 옛 사람을 나의 벗으로 여기고 그 길을 찾아간다. 


 옛 사람을 벗으로 여기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그들이 남긴 삶의 족적과 그들이 남긴 말속에 남아있다. 유교의 성현들의 말씀이 바로 퇴계 삶의 롤모델이자 벗이 된 것이다. 


 옛 사람이 들려주는 말에 존경을 담았고, 귀를 기울였다. 바로 경전을 매우 신중하게 읽었고, 한마디 한마디의 말귀를 곱씹으며 정독했다. 그리고 그 말들이 지금의 내 삶의 행동에 적용하기 위해 실천하였다.   


 "나이가 많음을 내세우지 않고, 지위가 높음을 내세우지 않고, 부귀한 사람이 있음을 내세우지 않는다" 퇴계는 어린 율곡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도 진심으로 대했다. 자신이 나이가 많고, 지식이 많음으로 율곡을 하대하지 않았다. 고봉과의 사단칠정 논변에 있어서도 상대의 지식을 깔아뭉게려 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을 살아가며 답답한 순간이 온다면, 한가지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옛 사람을 벗으로 삼아 인생의 길을 물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