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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列國志 제22회
한편, 노환공이 정여공과 진영에서 송나라를 공격할 계책을 상의하고 있는데, 홀연 보고가 들어왔다.
“기나라에서 위급을 고하는 사신을 보내 왔습니다.”
노환공이 기나라 사신이 바치는 국서를 읽어 보니, 내용이 다음과 같았다.
제나라 군대가 기나라를 급하게 공격하고 있어, 기나라의 존망이 조석(朝夕)에 달려 있습니다. 대대로 혼인을 맺어 온 우호를 생각하시어, 군대를 보내 위기에서 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노환공은 크게 놀라, 정여공에게 말했다.
“기군(紀君)이 이렇게 위급을 고하니, 과인이 구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송나라 성도 어차피 금방 무너뜨릴 수 없으니, 차라리 철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마 송공도 감히 다시는 뇌물을 요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여공이 말했다.
“군후께서 기나라를 구원하러 가신다면, 과인도 본국 군대를 거느리고 따라가겠습니다.”
노환공은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명을 내려 영채를 뽑고 기나라를 향해 출발하게 하였다. 노환공이 먼저 30리 앞서 가고, 정여공이 군대를 이끌고 뒤를 끊으며 나아갔다.
송나라에서는 공자 유가 돌아와 제희공의 제안을 전하였다. 그리고 노군과 정군이 이동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따로 유인하는 계책이 있을까 봐 두려워 추격하지 않았다. 다만 첩자를 보내 정탐하게 하였더니, 한참 후 첩자가 돌아와 보고하였다.
“적병은 이미 모두 국경을 넘어 기나라로 갔습니다.”
송나라 군신은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태재 화독이 아뢰었다.
“우리가 정나라를 공격할 때 제나라가 돕겠다고 하였으니, 우리도 마땅히 제나라가 기나라를 공격하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남궁장만이 말했다.
“신이 가겠습니다.”
송장공은 남궁장만에게 병거 2백승을 내주고, 맹획을 선봉으로 삼아 제나라를 도우러 가게 하였다.
한편, 제희공은 위후(衛侯)와 회견하고, 또 연나라 군대도 불렀다.
위나라에서 막 출병하려고 했는데, 위선공이 마침 병으로 훙거하였다. 세자 삭(朔)이 즉위하였는데, 그가 위혜공(衛惠公)이다. 혜공은 비록 상중이었지만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병거 2백승을 보냈다.
[위선공이 죽고 혜공(삭)이 즉위한 일은, 제23회에서 자세히 다루게 된다.]
연백(燕伯)은 제나라에 병탄 당할 것이 두려웠는데, 이 기회에 우호를 맺고자 친히 병력을 거느리고 갔다.
기후(紀侯)는 제·위·연 3국의 병력이 많은 것을 보고, 감히 출전하지 못하고 해자를 깊이 파고 성루를 높이 쌓아 굳게 지키고만 있었다. 어느 날, 홀연 보고가 들어왔다.
“노·정 두 군후가 우리 기나라를 구원하러 오고 있습니다.”
기후는 성에 올라가 바라보고, 심중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접응할 준비를 하였다.
한편, 노환공이 먼저 당도하여, 제희공과 군영 앞에서 만났다. 노환공이 말했다.
“기나라는 폐읍과 대대로 혼인을 맺어 온 사이입니다. 기나라가 상국에 죄를 지었다고 들었는데, 과인이 대신 용서해 주실 것을 청합니다.”
제희공이 말했다.
“우리 선조 애공(哀公)께서는 기나라의 참소로 인해 주왕실에서 팽형(烹刑)을 당했습니다. 그때부터 8대가 내려오기까지 아직도 그 원수를 갚지 못했습니다. 군후께서는 인척을 도우러 오셨지만, 과인은 원수를 갚아야 합니다. 오늘의 일은 오직 전쟁이 있을 뿐입니다.”
[‘팽형’은 가마솥에 넣어 삶아 죽이는 형벌이다. 중국에서는 실제로 펄펄 끓는 물에 사람을 집어넣어 삶아 죽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따뜻한 물에 사람이 옷을 입은 채 들어갔다 나오거나, 끓는 물에 사람의 이름을 쓴 나무패를 삶았다고 한다. 실제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고, 그 사람을 법적으로 사망자로 처리하여 모든 권리를 박탈했다.]
노환공이 크게 노하여, 공자 익을 출전시키자, 제희공은 공자 팽생(彭生)을 내보내 맞붙게 하였다. 팽생은 만부부당(萬夫不當)의 용맹을 지닌 사람이라, 공자 익이 어찌 대적할 수 있겠는가?
[‘만부부당’은 만 사람도 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자 노나라 장수 진자와 양자까지 나와 합세하였으나, 공자 팽생을 이기지 못하고 겨우 막아내기에만 급급하였다.
위후와 연백은 제군과 노군이 교전한다는 것을 듣고, 달려와 노군을 협공하였다. 그때 마침 정여공의 대군이 당도하여, 원번이 단백을 비롯한 장수들을 거느리고 곧장 제희공의 군영으로 쳐들어갔다. 기후 역시 아우 영계(嬴季)로 하여금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가 정군과 노군을 돕게 하였다.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였다. 공자 팽생은 싸울 마음이 없어져 급히 병거를 돌렸다. 여섯 나라의 병거가 한 곳에서 어지럽게 싸움을 벌였다.
한참 싸우다가 연백을 만난 노환공이 말했다.
“곡구에서의 동맹은 송·노·연 3국이 일을 당했을 때 함께 하기로 했던 것이오. 그런데 입에 바른 피가 마르기도 전에 송나라가 동맹을 배신하였기 때문에, 과인이 송나라를 토벌했던 것이오. 그런데 군후 역시 송나라를 본받아 제나라의 눈앞에서나 아첨할 줄 알고 국가를 위한 장기적인 계책을 세울 줄은 모르는 것이오?”
연백은 그 말을 듣고 스스로 신의를 잃었음을 부끄럽게 여겨 고개를 숙이고 몸을 피했다. 그리고는 패전했다고 핑계대고서 달아나 버렸다. 위군은 대장이 없어서 먼저 무너졌고, 제희공의 군대 역시 패전하였다. 시체가 온 들판에 널렸고 흐르는 피가 강을 이루었다.
팽생은 화살을 맞고 죽을 뻔했는데, 위급한 순간에 송군이 당도하여 노나라와 정나라는 군대를 철수하였다.
호증선생이 시를 읊었다.
明欺弱小恣貪謀 약소국이라 공공연히 업신여기고 함부로 탐하여
只道孤城頃刻收 외로운 성이라 순식간에 빼앗을 줄 알았네.
他國未亡我已敗 타국이 망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패했으니
令人千載笑齊侯 사람들이 천년 동안 齊侯를 비웃게 하였도다.
한편, 송군이 막 도착하여 미처 숨을 돌리기도 전에, 노나라와 정나라가 각각 일군을 내보내 돌격해 왔다. 송군은 미처 영채를 세우지 못하고 대패하여 달아났다. 제·위·연도 패잔병을 수습하여 각기 본국으로 돌아갔다.
제희공은 회군하면서 기성(紀城)을 돌아보며 맹세하였다.
“내가 살아있는 한 기나라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고, 기나라가 있는 한 나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결코 두 나라가 함께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한편, 기후는 노환공과 정여공을 성중으로 맞이하여 연회를 열어 환대하고, 양국 군사들에게도 많은 상을 내리고 위로하였다.
기후의 아우 영계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제군이 패전했기 때문에 우리 기나라에 대한 원한은 더욱 깊어졌을 것입니다. 지금 두 나라 군후께서 이곳에 계시니, 우리 기나라를 보전할 계책을 알려 주십시오.”
노환공이 말했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서서히 도모하도록 합시다.”
다음 날, 기후는 성 밖 30리까지 노환공과 정여공을 전송하러 나와, 눈물을 흘리며 작별하였다.
노환공이 귀국한 후, 정여공은 또 사신을 노나라로 보내 지난날 무부(武父)에서의 회맹을 말하면서 우호를 청하였다. 이로부터 魯와 鄭이 한편이 되고, 宋과 齊가 한편이 되었다.
그때 정나라에서는 역(櫟) 땅을 지키던 대부 공자 원(元)이 죽었는데, 제족이 여공에게 아뢰어 단백으로 하여금 그를 대신하게 하였다. 때는 주환왕 22년이었다.
제희공은 기나라에서 패전한 일에 대해 분을 품고 있다가 병이 났다. 그해 겨울 병이 위독해지자, 세자 제아를 병상으로 불러 부탁하였다.
“기나라는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원수이니, 기나라를 멸망시켜야 비로소 효자가 될 수 있다. 네가 이제 군위를 계승하면 그것을 첫 번째 임무로 삼도록 해라. 이 원수를 갚지 못하면, 내 사당에 들어오지 마라!”
제아는 머리를 조아리고 가르침을 받았다. 희공은 또 이중년의 아들 무지(無知)를 불러 제아에게 절하게 하고, 제아에게 부탁하였다.
“이 아이는 나의 친아우에게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니, 너는 잘 보살펴 주도록 해라. 의복이나 예의 절차 등을 내가 살아있을 때 해준 것과 똑같이 해주어라.”
말을 마치자, 희공은 마침내 눈을 감았다. 대부들은 세자 제아를 받들어 즉위하게 하였으니, 그가 제양공(齊襄公)이다.
한편, 송장공은 정나라에 대한 원한이 골수에 맺혀, 그동안 정나라에서 받은 황금과 백벽을 齊·蔡·衛·陳 4국에 뇌물로 바치고 복수를 위한 원병을 요청하였다. 제나라는 막 국상을 당했지만 대부 옹름(雍廩)으로 하여금 병거 150승을 거느리고 가서 돕게 하였다. 채나라와 위나라도 각각 장수를 파견하여 송나라가 정나라를 토벌하는 일을 돕게 하였다.
정여공이 출전하려 하자, 상경 제족이 말했다.
“안 됩니다! 송나라는 대국인데, 온 나라의 병력을 총동원하였으니 그 기세가 아주 대단합니다. 만약 맞붙어 싸웠다가 패하게 되면, 사직을 보존하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이긴다 하더라도 영원한 원한을 맺게 되어 우리나라는 평안한 날이 없게 될 것입니다. 싸우지 말고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공이 결단하지 못하여 주저하고 있는데, 제족이 명을 내려 백성들은 성을 굳게 지키기만 하라고 하였다. 만약 출전하려는 자가 있으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하였다.
송장공은 정나라 군대가 출전하지 않자, 동쪽 교외의 민가를 약탈하였다. 그리고 화공(火攻)을 하여 거문(渠門)을 깨뜨리고 성중으로 들어가 태묘까지 가서, 그 서까래를 모두 걷어 송나라 노문(盧門)의 서까래로 사용함으로써 정나라에 분풀이를 하였다.
정여공은 마음이 답답하고 불쾌하여 탄식하였다.
“내가 제족의 제약을 받고 있으니, 군주가 되어도 무슨 낙이 있겠는가?”
정여공은 이때부터 은밀히 제족을 죽이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다음 해 봄 3월, 주환왕은 병이 위독해지자 주공 흑견을 침상 옆으로 불러 말했다.
“적자(嫡子)를 후계자로 세우는 것이 예법이오. 하지만 차자 극(克)도 짐은 아주 사랑하니, 그를 경에게 부탁하겠소. 훗날 형인 타(佗)가 죽거든 아우인 극이 뒤를 잇도록 경이 주관해 주시오.”
말을 마치자 환왕은 붕어하였다. 주공은 왕명을 받들어 태자 타를 받들어 왕위에 즉위하게 하였다. 그가 주장왕(周莊王)이다.
[제12회에, 극이 타의 자리를 빼앗는 음모가 있을 것이라고 제족이 예견했었는데, 과연 어찌 될까?]
정여공은 주왕실의 국상 소식을 듣고, 사신을 보내 조문하고자 하였다. 제족이 극구 간했다.
“주왕은 선군의 원수이며, 또 축담이 왕의 어깨를 활로 쏜 적도 있습니다. 사신을 보내 조문하더라도 욕이나 먹을 것입니다.”
[제18회에 주환왕이 위군과 채군을 거느리고 정나라를 토벌하러 갔다가 패전했는데, 그때 축담이 활을 쏘아 주환왕의 어깨를 맞혔었다.]
여공은 비록 제족의 말에 따르기는 했지만, 심중으로는 더욱 분노하였다.
어느 날, 여공이 후원을 거닐고 있었는데, 그때 뒤를 따르는 자가 대부 옹규뿐이었다. 여공은 새들이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것을 보고 처량하게 한숨을 쉬었다. 옹규가 말했다.
“이렇게 봄 경치가 화사하여 온갖 새들도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있는데, 주공께서는 제후라는 귀한 신분이 되셨는데도 전혀 즐겁지 않으신 것 같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여공이 말했다.
“저 새들은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지저귀면서 전혀 사람들에게 제약을 받지 않고 있는데, 과인은 도리어 저 새들만도 못하니, 그 때문에 즐겁지 못한 것이오.”
“주공께서 염려하시는 것은 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 때문이 아닙니까?”
여공이 아무 말이 없자, 옹규가 또 말했다.
“제가 듣건대, ‘군주는 아버지와 같고, 신하는 자식과 같다.’고 했습니다. 자식이 아버지를 위하여 근심을 나누어갖지 못하면 불효이고, 신하가 군주를 위하여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면 불충입니다. 주공께서 제가 어리석다고 여기지 않고 일을 맡겨 주신다면, 죽을힘을 다하겠습니다.”
여공은 좌우를 물리치고 옹규에게 말했다.
“경은 제족의 사랑하는 사위가 아니오?”
옹규가 말했다.
“사위이긴 하나,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제씨(祭氏)와 혼인한 것은, 실은 송공이 압박했기 때문이지 제족의 본심이 아니었습니다. 제족은 옛 군주에 대해 말할 때마다 아직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는데, 다만 송나라가 두려워 감히 도모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경이 그를 죽일 수 있다면, 그 자리를 경에게 주겠소. 다만 어떤 계책을 써야 할지 모르겠소.”
“지금 동쪽 교외는 지난번 송군에 의해 파괴되어 아직 민가들이 복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공께서 사도(司徒)에게 명하여 가게와 집들을 수리하게 하시고, 제족으로 하여금 곡식과 비단 등을 가지고 가서 주민들을 위로하게 하십시오. 신은 동쪽 교외에서 향연을 열고 술에 독을 타서 그를 죽이겠습니다.”
“과인은 모든 일을 경에게 맡길 테니, 알아서 처리하시오.”
옹규는 집으로 돌아가 아내 제씨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제씨는 의심이 들어 물었다.
“조정에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옹규가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소.”
“첩이 그 말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안색을 보니 오늘 조정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부는 일심동체이니, 일이 크건 작건 간에 마땅히 첩에게도 알려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군께서 장인으로 하여금 동쪽 교외의 주민들을 위로하라고 하셨는데, 그때 내가 그곳에 가서 향연을 열어 장인의 장수를 빌려고 하오. 그 외에 다른 일은 없소.”
“당신이 우리 아버지를 위해 향연을 여는데, 하필이면 교외에서 합니까?”
“그건 주군의 명이니, 당신은 물을 필요 없소.”
제씨는 더욱 의심이 들었다.
그날 저녁 제씨는 남편에게 술을 자꾸 권해 취하게 만들었다. 옹규는 마침내 술에 취해 곯아 떨어졌다. 제씨는 목소리를 꾸며 물었다.
“주군께서 그대에게 제족을 죽이라고 명하셨는데, 그대는 그 일을 잊었는가?”
옹규는 비몽사몽간에 중얼거리며 응답했다.
“그 일을 어찌 감히 잊겠습니까?”
다음 날 아침, 제씨가 옹규에게 말했다.
“당신이 우리 아버지를 죽이려 한다는 걸, 저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옹규가 말했다.
“그런 일 없소.”
“어젯밤 당신이 취해서 다 말했으니까, 숨길 필요 없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당신은 어찌하겠소?”
“이미 출가하여 남편을 따르고 있는데, 또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옹규가 모략한 일을 모두 털어놓자, 제씨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가실지 안 가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하루 전에 먼저 친정에 가서, 아버지께서 가시도록 종용하겠습니다.”
“이 일이 성공하면,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며 당신에게도 영화가 있을 것이오.”
제씨는 하루 전에 친정으로 가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버지와 남편 중에 누가 더 가깝습니까?”
어머니가 말했다.
“둘 다 가깝지.”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정이 깊습니까?”
“남편보다는 아버지가 정이 더 깊지.”
“왜 그렇습니까?”
“여자가 출가하기 전에 남편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아버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출가한 다음에라도 재가할 수는 있지만, 다시 태어날 수는 없다. 남편은 인륜으로 합쳐졌지만, 아버지는 천륜으로 합쳐진 것이다. 남편을 어찌 아버지에 비할 수 있겠느냐?”
그 어머니는 무심결에 한 말이었지만, 제씨는 그 말을 듣고 깨닫는 바가 있어 마침내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는 오늘 아버지를 위해 다시는 남편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씨는 옹규의 모략을 은밀히 어머니에게 다 고했다. 그 어머니는 크게 놀라, 제족에게 그대로 전했다. 제족이 말했다.
“당신네들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때가 되면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
그날이 되자, 제족은 심복 강서(強鉏)로 하여금 용사 10여 명을 데리고 날카로운 칼을 감추고서 뒤를 따르게 하였다. 그리고 공자 알(閼)에게도 사병 백여 명을 거느리고 교외에 잠복하고 있다가 변란에 대비하라고 하였다.
[공자 알은 제14회에서 영고숙을 죽인 공손 알과는 별개의 인물이다. 공손 알은 영고숙의 혼령에게 죽음을 당했었다.]
제족이 동쪽 교외로 가자, 옹규가 도중에 영접하여 연회장으로 안내하였는데 풍성한 잔치가 준비되어 있었다. 제족이 말했다.
“국사가 분주한데, 예의만 갖추면 되지 어찌 수고스럽게 이렇게 많이 차렸는가?”
옹규가 말했다.
“교외의 춘색이 즐길 만하여, 다만 한 잔 술로 장수를 빌 뿐입니다.”
옹규는 큰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 제족 앞에 무릎을 꿇고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장인어른의 백세를 축원합니다!”
제족은 술잔을 받는 척하면서, 먼저 오른손으로 옹규의 팔을 잡고 왼손으로 술잔을 받아 땅에 쏟아 부었다. 그러자 땅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제족이 큰소리로 외쳤다.
“필부가 어찌 감히 나를 농락하려 하느냐! 여봐라! 이놈을 잡아라!”
강서와 용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옹규를 붙잡아 참수하고, 그 시신을 연못에 내버렸다.
그때 여공이 교외에 군사들을 매복시켜 놓고 옹규의 일을 돕게 했었는데, 공자 알이 미리 수색해서 거의 다 죽여 버렸다.
여공은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며 말했다.
“제족이 나를 가만두지 않겠구나!”
여공은 채나라로 달아나 버렸다.
훗날 어떤 사람이 여공에게 말하기를, 옹규가 아내 제씨에게 미리 다 말해 버렸기 때문에 제족이 알고서 미리 준비해 두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여공은 탄식하였다.
“국가 대사를 부인에게 다 알렸으니, 죽는 것이 마땅하다!”
한편, 제족은 여공이 이미 달아났다는 보고를 받고, 공보정숙(公父定叔)을 위나라로 보내 소공 홀을 맞이하게 하여 복위시켰다. 그러고 나서 제족은 말했다.
“나는 옛 주군에게 신의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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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네여 열독 해봅니다
중국의 일면을 많이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춘추초기제후국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