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 성과와 과제에 대해 국회토론회가 열렸어요.(2019. 11. 19) 이날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는데, 많은 회원들이 토론회장을 채워주셔서 중간중간 간이의자를 계속 놓아드렸죠. 발제와 토론 내용도 매우 충실해서 3시간 동안 자리를 뜨는 분이 없을 만큼 열띤 분위기였어요. 여러분께 그 내용을 간략히;;; 알려드릴게요.
블라인드 채용 결과, 궁금하시죠?
먼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신유형 교수의 발표를 살펴볼까요?
2015-2017년 상반기 블라인드 이전 채용과 2017 하반기에서 2018년을 비교해보니 지역인재 , 여성, 비수도권 출신, 출신대학 수 등이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했어요. 당연히 SKY대학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 출신은 감소했죠.
또 신입사원의 직무적합성, 조직적합성도 80점(100점 기준) 이상으로 나왔습니다. 재밌는 부분은 면접관 교육시간은 물론이고, 면접시간 자체가 증가했어요. 입사 경쟁률도 증가했답니다. 내 학벌을 서류에서 보지 않는다는 걸 알고 더 많은 지원자들이 입사시험에 도전한 거죠!
이제 딱 법제화 할 타이밍!
블라인드 채용을 민간기업으로 확대하고 법제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 단체 홍민정 변호사가 조목조목조목 밝혀줬어요.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응시자에게 출신학교 등급을 다시 매겨 당락을 뒤바꾼 사례는 수차례 지적해왔죠. 출신학교 차별로 인해서 우리나라 교육은 기형적일 대로 기형적으로 변질됐어요.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국가 경제의 비효율성은 이루 말할 수도 없죠. 선발에만 신경 쓰는 대학교육의 질은 OECD 국가들 중에서 하위권을 면할 기미가 안보여요.
앞서 국내에서 시행된지 이제 갓 2년을 넘긴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의 효과 말고도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에서 세계 1,000여 개 기업을 분석해보니 성과가 높은 상위 12%는 조직 내 여성과 비주류 학교 출신, 외국인 채용을 활발히 했다고 해요.
학벌이 12년간 성실성의 반영이라고?
출신학교는 학창시절의 노력을 반영하는 공정한 잣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가슴에 손을 얹으면 내 마음 한 켠에서도 그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요. 여러분은 안들린다고요? 정말요? 저만 그런 거예요? 그런 저도 이번에 확실히 바뀌었어요. 올해 국정감사 결과에서 국가 장학금 신청자를 대상으로 분석해보니 SKY대학생 부모의 고소득층 비율은 자그마치 40.5%나 돼요. 이는 다른 대학의 2배에 달하는 수치;;;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가정의 배경에 따라 권력과 소득이 대물림되는 신분사회로 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거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밤10시 이후 학원 영업 금지,
사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걸까요?
이 두 가지 안은 모두 헌법 재판소에서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해 합리적인 수단에 의해 정당한 목적으로 제한된다면 해당 경제주체는 이걸 받아들이라는 판결이 났어요. 김영란법도 처음엔 사회적 저항이 거셌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잖아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에요. 학력, 학벌주의로 인한 사회적 낭비, 과도한 경쟁 등을 생각한다면 공공복리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예요!
특히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는 위반했을 때 벌칙도 강력하게 마련해놓았어요. 국회가 일만 하면 되는데 말이죠.
정부에선 뭘 하고 있을까?
이날 토론회에는 고용노동부 배영일 과장(공정채용기반과)이 블라인드 채용의 추진 경과, 현황과 향후 계획도 소개했어요. 취업 준비생을 위해 국가가 설계한 국가직무(NCS) 기반 전용 웹 페이지 구축해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 내 취업지원기관을 통한 정보 제공 및 별도 연수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또 채용과정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기 어려운 소규모 기관을 위해 채용계획 수립할 때부터 공고, 심사, 평가, 운영의 전과정에 걸쳐 집중 컨설팅을 실시하겠다고 하네요. 면접관 풀도 확충하고요. (우리 단체도 올해 6개월이 넘도록 국가에서 제공하는 컨설팅을 받고 이에 준해서 인력을 채용하고 있어요.)
대기업에도 블라인드 채용이 20%로 확대되었다니!
우리가 잘 아는 기업 카카오에서도 2017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하고 있어요. SW개발자가 핵심 경쟁력인 카카오는 “개발자라면 코드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거죠. 최초 지원서에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코딩 테스트를 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대요. 직무 전문성 및 역량에 대한 정의, 적합한 검증 방식을 설계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수개월간 고심한다고 하네요.
취준생 입장에서는 어떨까?
현재 공기업에 재직중인 윤호정 씨가 나와서 2년 전 블라인드 채용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어요. 취업 준비 당시 만33세! 여성!! 지방국립대학 출신!!!이었기에 사기업은 서류전형에서부터 탈락, 공기업 중심으로 취업준비를 했다고 해요. 대부분의 공기업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평가 기준을 채택하기 때문에 필기시험과 자기소개서 작성에 집중했고, 서류 합격 후 AI면접을 치렀어요. 그 외에도 본인의 업무 능력이 지원직무에 적합하다는 것을 논증하는 프리젠테이션, 본인이 지원한 분야에 대한 서술형 시험을 치렀고요.
윤호정 씨는 블라인드 채용이 아니었다면 취업을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해요. 직무 역량 검증에 집중한 채용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입사에 성공하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입사 동기들은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 선발되었고, 본인보다 10살 많은 신입사원도 있었대요. 놀랍죠, 43세 여성이 공기업 신규채용에 선발되다니!
이날, 토론자들은 하나같이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어요. 이 제도가 사기업에 확대된다면 정말 많은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고, 초중고등학교의 살인적인 입시경쟁도 한결 완화될 거예요. 한 분 한 분의 얘기를 듣다보니,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거 같다는 희망이 보였어요. 좋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테니까요. 자, 그 날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해보면 좋겠죠!
그 중 하나, 아직도 안해보셨어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1인 시위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