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천 습지로 나가
포근한 대한을 보낸 이튿날 일월 하순 화요일이다. 추위가 덜하기에 자연 학교는 당연히 야외 현장으로 나가게 된다. 화포천으로 나가 겨울 습지를 살펴보려고 길을 나섰다. 집에서부터 걸어 퇴촌삼거리에서 창원천 상류에서 창원대학 캠퍼스로 향했다. 천변에 어지럽던 텃밭 경작지는 말끔히 정비되어 산책로를 조성해 두었다. 사림관으로 향하니 학생회관은 리모델링을 하는 중이었다.
공학관은 볕이 바른 남향으로 높이 자란 목련나무를 쳐다보니 솜털로 감싼 꽃눈은 아직 부푸는 낌새를 느낄 수 없었다. 뜰에는 산수유나무와 매실나무도 여러 그루 자라는데 꽃 소식을 전하기는 때가 일렀다. 내가 사는 생활권에서 수목으로 피우는 꽃을 먼저 볼 수 있는 데가 창원대학 공학관 앞뜰이다. 거기는 도청 광장 연못가 조경수가 피우는 매화나 목련보다 일찍 피는 곳이다.
창원중앙역으로 올라 순천을 출발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진영역을 지난 한림정역에서 내려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은 무인 역사를 빠져나갔다. 화포천으로 가는 길목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받아 손에 들고 철길 굴다리를 지난 국궁장 옆을 지나 습지로 가는 산책로로 들었다. 물웅덩이는 얇은 얼음이 얼어 빙판에는 고니들이 고개를 가슴팍 묻은 채 잠을 자고 있었다.
색이 바랜 갈대 덤불에서 아침 햇살이 주황 윤슬로 비치는 빙판 위 고니들을 피사체로 삼고는 탐방로를 따라가니 노부부가 지팡이를 짚고 산책을 나와 인사를 나누었다. 물억새와 갈대는 간밤 서리를 맞아 보얗게 분칠이 된 듯했는데 아침 해가 뜨기는 해도 옅은 구름으로 서리가 녹지 않아 이색적으로 보였다. 군데군데 자리를 차지한 갯버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 조화를 이뤘다.
머리 위에는 어디선가 날아오는 한 무리 기러기들이 편대를 이루다가 다시 흩어져 날기도 했다. 밤이면 수면을 찾아 잠을 자는 녀석들의 특성으로 미루어 베이스캠프를 차린 주남저수지에서 날아오는 듯했다. 화포천 주변 농지로 내려앉아 먹이를 찾아 먹지 싶었다. 그들 가운데는 유난히 목이 긴 녀석도 섞였는데 아마도 재두루미인 듯했다. 몸집이 기러기보다 미끈하고 날씬했다.
산책로가 막다른 습지에서는 화포천 생태박물관으로 가는 데크가 있었으나 그곳으로 가지 않고 철길이 지나는 교각을 따라 걸었다. 탐방로나 농로가 아니어도 갈대숲과 검불을 헤쳐가며 지났다. 진영역이 바라보인 곳에서 역사로 가질 않고 효동마을에서 새로운 찻길이 뚫린 천변을 따라 걸었다. 신설 국도 봉하마을에서 부산 외곽 기장으로 향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나들목이었다.
진영 읍내에서 흘러온 소하천 천변에서 설창리로 나가 김해 시내에서 마산으로 가는 140번 버스를 탔다. 진영 시외버스터미널과 시가지를 지난 좌곤에서 자여 입구를 거쳐 용잠삼거리에서 내렸다. 창원역을 출발 신전으로 가는 1번 마을버스를 타고 주남저수지를 비켜 가술에서 제1 수산교를 지난 신성마을에 닿았다. 국숫집에서 간단한 점심 요기를 끝낸 오후는 들녘을 산책했다.
신성에서 수성으로 이어진 들녘 사계절 비닐하우스에서는 풋고추와 가지를 수확해 포장했다. 벼농사 추수 후 뒷그루로 서둘러 비닐하우스를 세워 파종한 당근 이랑에는 부녀들이 싹을 솎느라 손길이 분주했다. 씨앗이 자잘해 촘촘히 난 싹을 속아 주면 다가올 봄에 폭풍 성장을 해 토실한 뿌리까지 내릴 테다. 들녘을 더 걸어 알고 지내는 농장주가 다다기오이를 키우는 현장으로 갔다.
지난 연말부터 베트남 청년과 부녀들의 손을 빌러 농사지은 오이를 한 달 넘게 따내는 농장이다. 한겨울에도 싱싱한 오이가 생산됨이 신기한데 하품으로 처진 오이를 몇 차례 챙겨 맛나게 먹는다. 우리 집에서는 지난번 마련된 오이가 있어 이번에는 이웃에 사는 안씨 할머니 댁과 꽃대감 친구에 보낼 생각이다. 비닐하우스 밖에 둔 하품 가운데 쓸 만한 오이를 양손에 가득 챙겨왔다. 2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