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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列國志 제23회
[앞서 제나라가 기나라를 공격할 때, 위나라에서 선공이 훙거하고 혜공이 즉위했다고 하였는데, 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주왕실이 동천할 당시 위나라의 군주는 무공이었다. 무공 다음이 장공이고, 장공에게는 완과 진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고, 주우라는 서자가 있었다. 장공이 죽고 첫째 아들 완이 즉위하여 환공이 되었다. 그런데 주우가 환공을 죽이고 군위를 찬탈하였다. 그 얘기는 제10회에 있었다. 후에 석작이 계책을 써서 주우를 죽이고 장공의 둘째 아들 진을 즉위시켰는데, 그가 선공이다. 그 얘기는 제11회에 있었다.
위선공(衛宣公)은 사람됨이 음란하고 방종했으며 바르지 못했다. 공자 시절부터 부친 장공의 첩 이강(夷姜)과 사통하여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몰래 민간에 맡겨 기르게 하였다. 이름은 급자(急子)라 하였다.
선공은 즉위하고서 원비인 형비(邢妃)는 총애하지 않고 이강만 총애하여 마치 부부처럼 지냈다. 그리고 급자를 후계자로 삼기로 약속하고, 우공자(右公子) 직(職)에게 맡겼다. 선공이 즉위했을 때 급자는 장성하여 나이가 16세가 되었으므로, 제희공의 큰 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제17회에, 제희공에게는 절세미녀인 두 딸이 있다고 했었다. 큰 딸이 위나라로 출가한 위선강(衛宣姜)인데, 그 얘기는 나중에 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둘째 딸 문강이 오빠인 제아와 정을 통한 일을 얘기했었다. 이제 선강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제나라에 갔던 사신이 돌아와 제후의 큰 딸이 절세미녀라고 칭송하자, 선공은 탐욕이 생겼는데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였다. 선공은 이름난 장인들을 모아 기수(淇水) 가에 화려한 궁실을 짓고 이름을 신대(新臺)라 하였다. 며느리가 될 여인을 중간에 가로채려고 하니, 궁으로는 데려오지 못하고 따로 별궁을 지은 것이다.
선공은 친선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먼저 급자를 송나라로 보낸 다음, 좌공자(左公子) 설(洩)을 제나라로 보내 제후의 딸 강씨(姜氏)를 맞이하여 신대로 데려오게 하였다. 그리고 강씨를 선공 자신이 취하였으니, 그녀가 선강이다.
당시 사람들이 ‘신대(新臺)’라는 시를 지어 선공의 음란함을 풍자하였다.
新臺有泚 신대는 화려하고
河水瀰瀰 강물은 도도히 흐르는데
燕婉之求 좋은 배필 구하여 왔건만
籧篨不鮮 못난 뚱보에게 가로채였도다!
魚網之設 고기 그물 쳤는데
鴻則離之 기러기가 걸려들고
燕婉之求 좋은 배필 구하여 왔건만
得此戚施 곱사등이 만났도다!
강씨는 본래 좋은 짝을 만나려 했는데, 뜻하지 않게 추악한 자를 배우자로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후세에 어떤 사람이 사서를 읽다가 이 대목에 이르러 말했다.
“제희공에게는 딸이 둘 있었는데, 장녀는 선강이고 차녀는 문강이다. 선강은 시아버지와 음행을 저질렀고 문강은 오빠와 음행을 저질렀으니, 인륜과 천리가 여기서 멸절되고 말았다!”
그리고 시를 지어 탄식하였다.
妖豔春秋首二姜 요염하기로는 춘추시대 이강(二姜)이 으뜸인데
致令齊衛紊綱常 제나라와 위나라의 기강을 문란케 하였도다.
天生尤物殃人國 하늘이 미녀를 낳아 나라에 재앙을 일으켰으니
不及無鹽佐伯王 패자를 보좌한 무염(無鹽)에 미치지 못하네!
[제나라의 종리춘(鍾離春)이라는 여인은 무염 지방 출신의 추녀였는데, 제선왕(齊宣王)에게 올바른 정사를 펼칠 것을 간하여 무염군에 봉해졌다. 그 얘기는 나중에 자세히 나온다.]
한편, 급자는 송나라에 갔다가 돌아와 신대로 가서 선공에게 복명하였다. 선공은 급자에게 서모(庶母)에 대한 예로 강씨를 알현하게 하였다. 그래도 급자는 전혀 원한을 품지 않았다.
선공은 선강을 얻은 후로 언제나 신대로만 가서 밤낮으로 환락을 즐겼으며, 이강은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나면서, 선강은 아들을 둘 낳았다. 첫째는 수(壽), 둘째는 삭(朔)이라 하였다.
예로부터 말하기를, ‘어미가 총애를 받으면 자식이 귀해진다.’고 하였다. 선공이 오로지 선강만을 총애하였으므로, 예전에 급자를 사랑하던 정이 모두 수와 삭에게로 옮겨갔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후 군위를 수와 삭 형제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단지 급자가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공자 수는 천성이 효성스럽고 우애가 있어, 급자를 동복형제처럼 서로 사랑하였으며, 부모의 면전에서도 항상 급자를 칭찬하였다. 급자 또한 성격이 따뜻하고 부드러웠으며 매사에 조심하는 사람이어서, 그 덕망을 잃은 적이 없었다. 따라서 선공은 아직 자신의 뜻을 드러낼 수가 없었고, 은밀히 좌공자 설에게 훗날 공자 수를 군위에 옹립하라고 부탁해 두었다.
공자 삭은 비록 수와 같은 어미 소생이었지만, 그 성품이 수와는 확연히 달랐다. 어릴 때부터 천성이 교활하였으며, 모친이 부군의 총애를 받고 있음을 믿고 몰래 무사들을 기르면서 바라서는 안 될 소망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급자만 미워한 것이 아니라, 동복형인 공자 수까지도 거추장스런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으니, 먼저 급자를 제거하는 것이 급한 일이었다.
공자 삭은 모친과 얘기할 때면 언제나 모친을 도발하는 말을 했다.
“지금은 부친께서 살아계시니 우리 모자가 좋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자가 저희보다 나이가 많으니, 그는 형이고 저희는 아우입니다. 훗날 군위를 전할 때가 되면 장유유서(長幼之序)를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강은 어머니에게 총애를 빼앗겨 마음속에 원한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급자가 군위에 오르면 이강은 국모가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 모자는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선강은 원래 급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왔었는데, 이제는 선공을 섬기면서 아들까지 낳았으니 급자는 자신에게 장애물임을 깨닫게 되었다. 마침내 선강은 공자 삭과 모의하여, 매번 선공 앞에서 급자를 참소하였다.
급자의 생일날이었다. 공자 수는 술자리를 마련하여 급자의 생일을 축하하였다. 삭도 그 자리에 함께 했다. 급자와 공자 수는 아주 친밀하게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공자 삭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몸이 불편하다고 핑계대고 먼저 자리를 떴다.
공자 삭은 곧장 모친 선강을 찾아가, 면전에서 두 눈에 눈물을 흘리면서 황당한 거짓말을 지어내어 호소하였다.
“저는 형과 함께 호의로 술자리로 마련하여 급자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는데, 급자는 술이 취하자 저희를 희롱하면서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화가 나서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라고 했더니, 급자가 말하기를 ‘너희들 어미는 원래 내 마누라니까, 너희는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느냐?’라고 했습니다.
제가 다시 항의하려고 했더니, 급자는 주먹을 들어 저를 치려고 했습니다. 마침 형이 말리는 틈에 저는 자리를 빠져나온 것입니다. 이런 모욕을 받고서 어떻게 참을 수 있습니까?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 이 일을 말씀드려, 저희들을 보호해 주십시오!”
선강은 삭의 말을 곧이들었다.
저녁 때 선공이 들어오자, 선강은 흐느끼면서 삭에게서 들은 얘기를 그대로 하소연하였다. 그러면서 또 몇 마디 없는 말을 지어내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급자는 첩까지도 모욕하였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나의 모친 이강은 원래 부친의 서모였는데, 부친이 아내로 삼았다. 너희 어미도 원래는 내 아내였는데, 부친이 잠시 빌려간 것뿐이다. 그러니 얼마 후에는 위나라의 강산과 함께 너희 어미도 내게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답니다.”
선공은 공자 수를 불러 물어 보았는데, 수는 급자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였다. 선공은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면서, 내시를 이강에게 보내 아들을 잘 가르치라고 책망하였다.
이강은 너무나 억울했지만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 마침내 목을 매어 자결하고 말았다.
염옹이 시를 지어 탄식하였다.
父妾如何與子通 아비의 첩으로서 어찌하여 아들과 사통했던가?
聚麀傳笑衛淫風 세인들은 짐승 같은 위나라의 음풍을 비웃도다.
夷姜此日投繯晚 이강이 오늘 목을 맸으나 이미 늦었도다.
何似當初守節終 어찌하여 당초에 절개를 지켜 일생을 마치지 않았던가!
급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였으나, 부친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통곡하였다.
공자 삭은 또 선강과 모의하여 선공에게 급자를 비방하였다.
“급자는 생모가 비명에 죽었다고 원한 맺힌 말을 하면서, 훗날 저희 모자의 목숨으로 되갚아주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선공은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질투심 많은 첩과 참소하는 아들이 밤낮으로 급자를 죽여 후환을 끊어야 한다고 졸라대자, 마침내 그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궁리해 봐도 죽일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길에서 죽게끔 해야만 비로소 남의 이목을 가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제희공이 기나라를 토벌하기 위한 원병을 요청해 왔다. 선공은 공자 삭과 상의하여, 군대를 보낼 날짜를 알린다는 명목으로 급자를 제나라로 보내기로 하였다.
[제22회에, 제희공이 기나라를 공격하면서 위나라에 원병을 요청했었다. 제희공이 원병을 요청했을 때는 위선공이 살아있었고, 원병을 보낼 때에는 이미 위선공은 죽고 삭이 즉위했을 때였다.]
선공이 공자 삭에게 말했다.
“급자가 갈 때 백모(白旄)를 줘서 보낼 것이다. 여기서 제나라로 가려면 반드시 신야(莘野)라는 곳을 거쳐야 하는데, 배를 타고 가다가 신야에서 육지로 올라갈 것이다. 급자는 아무런 방비도 없을 것이니, 그곳에서 처치하면 된다.”
[‘백모’는 털이 긴 흰색 쇠꼬리를 장대 끝에 달아 놓은 깃발이다.]
공자 삭은 그동안 몰래 길러 왔던 무사들을 드디어 써먹을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불러 명을 내렸다.
“너희들은 도적으로 가장하고서 신야에 매복해 있다가, 백모를 든 자가 지나가거든 일제히 뛰어나가 처치하도록 해라. 그리고 증거로 그 백모를 가지고 와서 복명하면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무사들을 보낸 다음 공자 삭이 선강에게 가서 계책을 일러주자, 선강은 아주 기뻐하였다.
한편, 공자 수는 부친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물리치고 아우 삭만 불러 뭔가를 의논하는 것을 보고 의심이 생겼다. 그래서 내궁으로 들어가 모친을 만나 그 기색을 살펴보았다. 선강은 수에게는 감추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지 못하고 사실대로 모두 털어놓고서, 부탁했다.
“이건 네 부친의 뜻이다. 우리 모자를 위해 후환을 제거하려는 것이니,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
공자 수는 계책이 이미 세워져 있기 때문에 간해 봐야 소용없을 것임을 알았다. 공자 수는 은밀히 급자를 찾아가 부친의 계책을 알려주었다.
“형님께서 이번에 제나라를 가실 때 반드시 신야를 거쳐야 하는데, 아무래도 흉한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차라리 다른 나라로 도망쳐서 달리 방도를 도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급자가 말했다.
“자식 된 도리로서 부모의 명을 따르는 것이 효이며, 부모의 명을 어긴다면 곧 역자(逆子)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 아버지 없는 나라는 없으니, 도망치려 해도 갈 데가 어디 있겠느냐?”
마침내 급자는 행장을 수습하여 배를 타고 의연히 길을 떠났다. 공자 수는 울면서 말렸지만, 급자는 끝내 듣지 않았다.
공자 수는 생각했다.
“우리 형님은 참으로 어진 사람이다! 이번 길에 형님이 도적들의 손에 죽는다면, 아버지는 나를 후계자로 삼으실 것이다. 그러면 나의 결백을 어떻게 밝힐 수 있겠는가? 아버지 없는 아들이 있을 수 없다면, 형 없는 아우 또한 있을 수 없다. 내가 형님보다 앞서가서 대신 죽으면, 형님은 필시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내 죽음을 듣게 되면, 깨닫는 바가 있겠지. 그러면 아버지의 자애와 아들의 효성을 모두 온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니, 만고에 이름이 길이 남을 것이다.”
공자 수는 따로 배를 한 척 마련하여 술을 싣고서 빨리 강을 내려가서 급자를 따라잡았다. 공자 수가 급자에게 청하였다.
“형님!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전별하고자 합니다.”
급자가 말했다.
“군명을 받은 몸으로서 감히 지체할 수가 없다.”
하지만 공자 수는 부득불 술통을 들고 급자의 배로 옮겨 갔다. 그리고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 권했는데, 말을 하기도 전에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눈물이 술잔에 떨어졌다. 급자가 급히 술잔을 받아 마시려 하자, 공자 수가 말했다.
“술이 더러워졌습니다!”
급자가 말했다.
“이는 아우의 정을 마시는 것이다.”
공자 수가 눈물을 닦고서 말했다.
“오늘 이 술은 우리 형제가 영결(永訣)하는 술입니다. 형님께서는 아우의 정을 생각하셔서 몇 잔 더 드십시오.”
급자가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맘껏 마셔보자!”
두 사람은 눈물을 머금고 마주보며 서로 술을 권하였다. 공자 수는 마음속에 생각해 둔 바가 있었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지만, 급자는 권하는 대로 받아 마시다가 결국 자신도 모르게 크게 취하여 바닥에 쓰러져 곯아떨어졌다.
공자 수가 급자의 수행원들에게 말했다.
“군명을 지체할 수는 없으니, 내가 대신 갈 것이다.”
공자 수는 급자의 수중에 있던 백모를 빼내, 자신이 타고 온 배로 옮겨 갔다. 그리고 일부러 뱃머리에 백모를 세우고, 소매 속에서 서신을 꺼내 급자의 수행원들에게 주면서 부탁했다.
“세자께서 술이 깨거든 이것을 드려라.”
공자 수는 종자들에게 명하여 배를 저어 나아갔다. 신야에 당도하여 육지에 올라가 수레를 정비하였다.
그때 매복하고 있던 무사들은 뱃머리에 백모를 세운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급자가 온 도착한 줄 알았다. 한 명이 휘파람을 불자, 일제히 벌떼처럼 달려 나와 공자 수의 일행을 포위하였다.
공자가 수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나는 이 나라 위후의 장자로서 군명을 받들어 제나라로 가는 길이다. 너희들은 누군데 감히 길을 가로막느냐!”
도적들이 일제히 외쳤다.
“우리는 위후의 밀지를 받고 네 머리를 취하러 왔다!”
도적들이 칼을 뽑자 공자 수의 종자들은 그 흉맹한 기세를 보고 놀라서 모두 달아나 버렸다. 공자 수는 목을 내밀고 칼을 받았다. 도적들은 공자 수의 수급을 목갑에 담고, 공자 수의 배를 타고 돌아갔다.
한편, 급자는 원래 주량이 많지 않아 얼마 후에 깨어났는데, 공자 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수행원들이 봉해진 서신을 바쳤다. 급자가 급히 뜯어보니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아우가 대신 갔으니, 형님은 속히 피하십시오.
급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우가 나를 위해 환난을 당하러 갔으니, 내가 빨리 가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 아우가 자칫 죽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수행원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급자는 수행원들을 재촉하여 빠르게 배를 저어 나아갔다. 마치 번개가 치고 새가 무리를 초월해 날아가듯 하였다. 그날 밤은 달이 물처럼 밝았다. 급자는 아우를 생각하느라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앞만 주시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멀리 공자 수의 배가 보였다. 급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천행으로 내 아우가 아직 살아있구나!”
수행원이 아뢰었다.
“저 배는 이쪽으로 오는 배이지, 저쪽으로 가는 배가 아닙니다!”
급자는 의심이 들어 배를 가까이 대게 하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배 안에는 도적들만 보이고 공자 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급자는 더욱 의심이 들어 거짓으로 물었다.
“주공께서 명하신 일은 끝냈느냐?”
도적들은 자신들의 비밀을 아는 것을 보고, 공자 삭이 접응하러 보낸 사람인 줄 알고 목갑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일은 이미 끝냈습니다.”
급자가 목갑을 받아 열어 보니, 공자 수의 수급이 들어 있었다. 급자는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며 말했다.
“하늘이시여! 원통합니다!”
도적들은 깜짝 놀라 물었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것인데, 어째서 원통하다는 것이오?”
급자가 말했다.
“내가 진짜 급자다! 내가 부군께 죄를 지었기 때문에, 부군께서 나를 죽이라고 명하신 것이다. 이 사람은 나의 아우 수인데, 무슨 죄가 있어 죽였단 말이냐? 빨리 내 머리를 잘라서 부군께 갖다 바쳐라! 그러면 사람을 잘못 죽인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도적들 가운데 두 공자의 얼굴을 아는 자가 있어, 달빛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본 다음 말했다.
“진짜 우리가 실수했다!”
도적들은 급자를 참수하여 수급을 목갑에 담았다. 급자의 수행원들은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시경(詩經)』 「위풍(衛風)」 편에 ‘승주(乘舟)’라는 시가 있는데, 바로 이 형제가 서로 죽음을 다툰 일을 읊고 있다.
二子乘舟 두 공자 배를 타고 떠나는데
汎汎其景 그림자 강물 위에 출렁이네.
願言思子 그대들을 사모한다 말할래도
中心養養 마음속엔 허전함만 가득하네.
二子乘舟 두 공자 배를 타고 떠나는데
汎汎其逝 강물만 무심히 흘러가네.
願言思子 그대들을 사모한다 말할래도
不瑕有害 허물없이 죽음만 당했구나.
시인은 감히 명백히 말하지는 못하고, 다만 배를 탄 사람을 추억하며 슬픈 뜻을 읊었던 것이다.
첫댓글 주나라의 동천은 서주가 끝나고 동주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호경에서 낙양으로 천도했습지요.
이제 곧 춘추오패의 본격 쟁투가 시작되겠습니다.
날씨가 풀리긴 했지만 아직은
춥습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