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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양국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
폴란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국외 순방 일정을 연장해 지난 15일
(이하 현지시각)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
대통령 관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국의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는
흐름에 올라탄 데 이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반러시아 태도를 한층 분명히 했다.
‘가치 외교’를 강조하며 미국 등 서방과 밀착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는 행보는 러시아와의
관계 등 국익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6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프레스센터에서 우크라이나
방문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안보 분야 세 가지, 인도 분야 세 가지,
재건 분야 세 가지 등 9개 패키지를 마련했다”
고 말했다.
안보 분야에서 한국은 방탄복·헬멧 등
군수물자 지원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양국 방위산업 협력을 계획하기로 했다.
인도 분야와 관련해 김 차장은
“지뢰 탐지기·제거기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수요가 절박하리만큼 커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재건 분야에서는 ‘1억달러의 사업기금을
활용한 인프라 건설 사업 추진’ 등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민간인 학살이 발생한 키이우 인근의
부차시와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국립아동병원 등을
돌아봤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를
최우선시하는 ‘가치 외교’의 연장선이란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은 70여년 전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 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같은 적을 상대로 싸우는 동맹국끼리
할 법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 자유·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차장은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가치 외교와 책임 외교의 실천 기조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입체적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긴밀하게 연대한다고 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또한 윤 대통령이
‘국군 파병지 아닌 전장에 간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부각했다.
대통령실은
“과거 우리 군 파병지(베트남·이라크)에
군 통수권자로서 방문한 사례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는 있으며,
파병지가 아닌 전장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연대 차원에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
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 뒤
한국 기업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을 돕기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관계가 탄탄해지면 한국
기업이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태효 1차장은
“몸소 눈으로 현장을 확인할 때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상황을 평가할 수 있고 피부로
느껴보면서 무엇이 필요하고 우리와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식별할 수 있었다”
고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러시아의 적대국을 자처해 한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외국
정상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이다.
대부분 우크라이나와 거리가 가깝거나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요 7개국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정상들이다.
아시아 정상으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이 세번째다.
외교관으로 30년 넘게 활동한 한 인사는
“외교 무대에서 ‘가치 외교’는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
내세우는 근사한 수식어”
라며
“윤 대통령이 외교에서 도덕적 관점을
강조하며 ‘자유의 투사’로 자처하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과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했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노골적으로 편든다고 여길 것”
이라며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하면서 현재 러시아에 있는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겪는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
현지 기업 등에서는
‘우리 정부가 뭐 하느냐’는 원성이 자자하다”
고 말했다.
정부가 ‘군수물자 지원 확대’의
연장선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할지도 주목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미 우리가 직접적 살상무기 (지원은) 없다는
것을 알고 (우크라이나가) 초청한 것”
이라며 선을 그었다.
권혁철 기자
바르샤바/김미나 기자
[출처 :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