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geopolitics-two-jrh5.vercel.app/blogs/section-0/24-9-11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특강을 했다. 강의내용은 주로 전쟁의 원인과 책임, 그리고 진행경과 및 향후 전망 순으로 진행했다.
강의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전체라고 생각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을 전부라고 믿지 말라는 것이었다. 우리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있는 그대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보고 듣는다. 언론은 여러가지 이유로 사실을 필터링한다.
세뇌는 아무리 틀린 사실도 여러번 반복해서 들으면 진실로 생각하는 인간의 인식체계의 헛점을 이용한 것이다. 언론이 발전한 사회일수록 세뇌는 훨씬 더 용이하다. 공부를 많이하고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세뇌를 용이하게 당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대중을 세뇌하기 위한 아주 좋은 조건이 갖춰져 있다. 언론환경이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친여 친야 언론이 있는것 같지만 주요한 국제정치적 사안이나 경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친여, 친여 언론할 것없이 모두 동일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권력을 차지하느냐의 문제를 제외한 외교, 남북관계, 교역,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친여 및 친야 언론은 거의 유사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당연히 이들은 대부분 미국의 주요 언론이 취하는 관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세뇌를 당하지 않으려면 각자 비판정신을 가져야 한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이유도 남의 주의주장에 흔들려서 스스로의 판단능력을 상실하기 않기 위함이다. 강의를 마치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대학도 매우 강고한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아성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학생들은 언론의 보도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의말미에 지금과 같은 역사의 전환점에서 한국이 살아갈 유일한 방법은 남북간 협력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을 위해서 북한과 전폭적인 경제협력을 하여 생산성을 향상시켜 중국의 도전을 뿌리치고, 그 시간에 과학기술발전에 집중투자하여 일본을 넘어가는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북한과의 협력의 필요성은 인식하는 것 같았지만 북한 권력이 인민을 돌보지 않고 마구죽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협력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남한의 드라마와 음악을 듣고 자유주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북한이 남한 드라마를 보았다는 이유로 10대 청소년 수십명을 처형했하는 상황에서 남북한 협력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들었다. 질문을 듣고 그런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마침 어제 뉴스에서 남한 드라마를 보았다는 이유로 북한 중학생 30명을 처형했다는 윤석열 정권 문체부의 웹툰이 사실이 아니라는 뉴스가 올라왔다. 문제는 한국의 대학생도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을 사실그대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은 누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지말고 그것이 아닐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이 비판과 저항의 근거지가 되지 못하면, 대학은 그 사회에서 아무런 효용도 없다. 이상하게도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비판과 저항의 기지가 되었을 때 한국의 경제는 발전을 했다. 반대로 대학이 순응할때 한국사회는 역동성을 상실했다.
비판정신은 한 사회와 국가가 발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당연하다. 비판정신은 그 국가와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향하기 때문이다. 비판이 없으면 그 국가와 사회의 비효율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비효율성의 증가는 체제를 약화시키고 생산성도 떨어 뜨린다. 합리적인 비판을 치열하게 전개하지 못하면 그 사회는 점점 더 열화된다. 개선의 소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가장 심각한 이유중의 하나도 이런 비판정신의 상실이라고 생각한다.
비판정신이라고 하면 상대방에 대한 비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비판은 진영여부와 상관없이 잘못된 것 전부에 저항하는 것이다. 선택적 저항과 선택적 비판은 차라리 무조건적 순종보다 더 나쁘다. 악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을 제거한다. 상대의 악을 공격하면서 자신의 내부에 있는 악은 더 키우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사회가 점점 더 가능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합리적인 비판정신의 상실 때문이다. 그런 증거를 대학에서 보아서 씁쓸했다. 그 책임은 대학과 교수들이 져야 할 것이다.
==============================================================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904
문체부 '북한 중학생 30명 공개처형' 가짜뉴스 웹툰 논란
문체부, 통일부 '2024 북한인권보고서' 웹툰 제작
문체부 "인권보고서 인용한 것 아냐… 언론보도 참고"
TV조선 정부당국자발 [단독] 보도 "'K드라마' 본 죄"
경향 논설위원 "북한 인권 상황 나쁘다고 막 갖다붙여"
입력 2024.09.11 11:28 수정 2024.09.12 12:32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북한인권보고서 내용을 웹툰으로 만들면서 '가짜뉴스'로 북한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켰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 드라마를 본 북한 중학생이 공개처형을 당했다'는 내용이 북한인권보고서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체부는 보고서가 아닌 언론보도를 참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0일 한국일보는 문체부가 북한인권보고서를 웹툰 형식으로 소개하면서 "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본 중학생 30명을 공개처형했다"는 내용을 전했지만 정작 보고서 발간 주체인 통일부에서는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문체부가 '가짜뉴스'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문체부는 지난 7월 30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카툰공감] '2024북한인권보고서'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말한다>는 제목의 웹툰을 게재했다. 웹툰에는 "북한이 대북풍선 속 USB에 담긴 한국 드라마를 본 중학생 30명을 공개처형했대",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17세 안팎의 청소년 30명에게 무기징역과 사형을 선고했어" 등의 대사가 나온다. 이어 웹툰 캐릭터는 "북한이 남한 문화를 접했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린 사례는 통일부가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어"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실은 '2024 북한인권보고서' 작성 주체인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에 '중학생 30여 명이 총살됐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는지 물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답변을 제출했다.
한국일보는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도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하지만 문체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웹툰을 'K카툰 공감'이라는 책자로 만들어 국회도서관 등에 배포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웹툰의 내용을 통일부에 팩트체크했느냐는 윤 의원실 질의에 '요청을 했으나 별다른 지적이 없어서 공개를 했다'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북한 관련 정보는 북한이탈주민 교차검증과 여러 국가 정보기관의 상호 검증을 거쳐 공개하는데, 문체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카툰으로 제작해 온라인·오프라인으로 광범위하게 배포한 것은 문제"라며 "특히 검증 절차를 거쳐 제작된 북한인권보고서에 게재된 것처럼 표현한 것은 전형적인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문체부는 10일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2024 북한인권보고서'의 내용으로 인용한 바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문체부는 설명자료를 내어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은 아니나 다수 매체에 보도된 내용을 참고해 북한 인권상황을 설명하는 도입부로 활용되었고, 이후 네 번째 컷부터 북한인권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11일 경향신문 손제민 논설위원은 <[여적] 문체부의 ‘허위·왜곡’ 웹툰>에서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왠지 그럴 것만 같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체부가 근거로 삼은 북한인권보고서 내용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손 논설위원은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유포한 22세 청년을 처형했다는 탈북민 전언이 수록돼 있긴 하다"며 "그러나 '중학생 30명 공개처형' 사례는 없다. 출처가 불분명한 이 내용은 한 종편에서 보도됐을 뿐"이라고 했다.
TV조선은 지난 7월 10일 <北, 중학생 30여명 공개처형…"대북풍선 담긴 'K드라마' 본 죄">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정부당국 관계자는 TV조선에 "풍선에서 USB를 주워 드라마를 보다 적발된 중학생 30여명이 지난주 공개 총살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TV조선은 "지난달 비슷한 이유로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받은 청소년들은 17살 안팎이었는데, 이번엔 중학생 나이 30여 명이 처형당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손 논설위원은 "탈북민 전언과 정부 평가 등을 보면, 북한이 최근 외부에서 유입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주민의 자유로운 생활을 옥죄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하지만 아무리 웹툰이라도 국가기관이 상호 교차 검증해 발행하는 자료에 허위·왜곡 사실이 담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손 논설위원은 "북한 인권 상황이 나쁘다고 해서 허위·왜곡 사실을 막 갖다붙여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실제보다 더 나쁜 인식을 조장하고,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혐오가 더 커지게 된다"며 "'북한에 대한 혐오가 그 체제만 향할 것 같지만, 그곳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점에서 이 정부가 외치는 통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