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회 개 식용 조례안 내놓고 다시 보류 상태... 국회에서는 개 식용 금지 법안 나와
▲ 오는 11일 초복을 앞두고 개가 반려동물인지 축산동물인지를 두고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 동물해방물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는 11일 초복을 앞두고 개가 반려동물인지 축산동물인지를 두고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개 식용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개 식용 반대 측과 찬성 측이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고 나선 것인데 서울시의회가 그 발단이 됐다.
지난 5월 31일 김지향 서울시의회 의원이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 당시 서울시의회 재적 의원 112명 가운데 40명이 찬성했다. 조례안에는 ▲ 서울시장의 책무 ▲ 기본 계획 수립 ▲ 실태조사 ▲ 식용금지를 위한 지원사업 ▲ 위원회 설치 및 운영 ▲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찬성 분위기가 흔들리고 있다. 개 식용을 주장하는 대한육견협회가 지난 6월 8일 서울시의회를 항의 방문한 이후부터다.
대한육견협회 "식용견과 애완견 철저히 구분하면 개 식용 문제 없다"
대한육견협회는 축산법상 분명한 '가축'이고 식용 논란을 없애기 위해 축산물위생관리법에도 개를 '가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용견과 애완견 철저히 구분하면 개 식용 법제화 문제 없다는 주장이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으로 기르는 것은 합법이 맞다. 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식품위생법으로는 축산물에 해당하지 않아 유통·가공에 대한 규정이 없고 판매·조리는 위법이다. 또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금지됨으로써 개의 도살은 동물학대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조례안이 지지부진하자 동물해방물결,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를 비롯한 2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달 28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19일 공동성명을 낸 이후 두 번째 입장 표명이었다. 의회에는 '해당 조례를 조속히 심사하고 통과시키라'는 서한도 전달했다.
동물권단체 "행정력 발휘됐다면 서울에 보신탕집 존재하지 않을 것"
동물해방물결은 조례안이 발의됐을 때부터 업계의 반발은 예견한 일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 식용 산업은 예전부터 불법과 위법을 자행하며 존속해왔다. 이제는 불법 산업을 방치하기보다, 전향적인 전업을 유도하며 종식하는 입법과 행정 결단이 요구되는 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발의된 조례안에 명기되었다시피 개와 고양이의 식용 판매나 조리는 이미 식품위생법 위반이며, 도살의 전 과정은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행정력이 제대로 발휘되었다면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에 보신탕, 개소주 간판을 단 업소들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 동물해방물결, 동물권행동 카라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6월 28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조속히 심사하고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 동물권행동 카라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개 식용업계 종사자들의 생계에 대한 우려를 일말 이해한다 하지만 조례안에는 폐업 신고 및 업종 전환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2000명 중 94.2%, 1년 동안 개고기 먹은 적 없어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시의회의 조례안을 통과시키라고 요구한 날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아래 개식용종식법)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4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개·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사용·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에 나온 국회 법안이다.
개 식용 문제가 시의회 차원에서 국회 차원으로 논의가 확대되자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 동물권단체들도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지난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웨어가 지난해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4.2%가 지난 1년 동안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었다고 답했고 88.6%가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시민들의 동물복지 인식 수준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국민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4.2%가 지난 1년 동안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었다고 답했고 88.6%가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 동물해방물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대표는 "축산법에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의 축종을 가축으로 정해놨는데 거기에 개가 있다. 개를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을 지난 국회에서 발의를 했었는데 통과가 되지 않았다. 개 식용은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임에도 정부의 방임과 방치로 그간 치외법권적인 권한을 누려왔다'고 비판했다.
정부 위원회 있으나마나... 개 식용 논란 언제까지
그동안 개 식용 종식 관련 입법은 주로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개 식용 금지 조항을 넣는 방식 등을 다뤄왔다. 그런데 이번 특별법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해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게 특징이다. 주요 핵심 내용은 역시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 등 일체의 행위 금지조항이다. 여기에 개를 사용해 만든 음식물이나 가공품을 취득·운반·보관·판매 또는 섭취하거나 관련 행위를 알선하는 것까지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를 먹어 온 것은 오랜 전통이라는 주장과 이는 불법이라는 오랜 논쟁거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정부가 2021년 12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도 제대로 한 일이 없고, 그동안 개 식용 금지를 다룬 조례안과 법안들이 번번이 폐기된 상황을 미루어 볼 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언제까지 이 논란을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