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야음淸夜吟, 고요한 밤에 읊다 소옹邵雍 지음
달은 천심에 이른 곳이고,
바람은 수면에서 불어온 때로다.
한 가지 청정淸靜한 의미를
짐작컨대 아는 사람이 드물지니라.
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一般清意味 料得少人知
글이 어려우면 해설을 한다. 그런데 이 해설이 오히려 작가作家의 원의를 손상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작가의 본의를 모르기 때문이다.
“둥그런 보름달이 밤하늘 한 복판에 떠오르고, 연못 푸른 물위에 미풍이 스쳐 지나간다. 두 가지 서로 같은 청한하고 아담한 의경意境을 짐작컨대 음미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一輪明月升上夜空正中 一池碧水上有微風拂過 兩種相同的清幽淡雅意境 料想很少有人能夠領略) 이는 인터넷에 회자되는 어떤 중국인의 해석이다. 여기에는 어떤 허물이 있는가? 그저 정경만 드러냈을 뿐이고, 천심이나 수면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다. 달과 천심 그리고 바람과 수면의 인과를 알아야 한다.
“계수는 음陰에 속하니, 바로 강이나 산골짜기 냇가나 못의 물은 묘목卯木에서 생기며, 대체로 목생수木生水의 설을 취한 것이다. 수풀의 나무가 무성함을 기뻐하고, 도랑을 쳐내서 원류源流를 이끌어내니, 이 때문에 을목이 수기秀氣를 토하며 현저한 미감美感을 일으킴을 기뻐한다. 이른바 ‘바람은 수면水面에서 불어온 때로다.’라는 것이다.”(癸水屬陰 乃河澗川澤之水 生於卯上 蓋取木生水之說 喜林木茂盛 得以濬導源流 故喜乙木吐氣 以生斐然之美 所謂風來水面時也)
“달은 천심에 이른 곳이고, 바람은 수면에서 불어온 때로다.” 천심과 수면이 다른 곳이 아니다. 달이 천심에 이르니 격물格物이고, 바람이 수면에서 불어오니 물격物格이다. 격格에는 이르다, 다다르다 등의 뜻이 있다.
선문염송의 제일칙第一則이 미리도솔未離兜率이다. “세존께서 도솔천을 떠나지 않고 이미 왕궁에 탄강誕降하셨으며, 아직 모태에서 출현하지 않고 일체중생을 이미 제도해 마치셨느니라.”(世尊未離兜率 已降王宮 未出母胎 度人已畢) 세존을 여법하게 오신다고 하여 여래如來라 일컫고, 옳게 가신다고 하여 선서善逝라 호칭하기도 한다. 도솔천을 기준하면 왕궁으로 가신 것이고, 왕궁을 의거하면 도솔천에서 오신 것이다. 가시는 바가 없이 가시고, 오시는 바가 없이 오신다. 가는 것이 오는 것이고, 오는 것이 가는 것이다.
격물과 물격도 또한 그러하다. 천심과 수면은 일체 품물品物의 본제本際이고, 구경처究竟處이다. 품물의 구경에 이르기도 하고, 본제에서 나오기도 한다. 만물이 가을과 겨울에는 수장收藏하니 격물이고, 봄과 여름에는 생장生長하니 물격이다. 그리고 달이 이른 장소와 바람이 불어온 때가 둘이 아니고, 한 가지이다. 바로 불이법문不二法門이다.
“한 가지 청정淸靜한 의미를 짐작컨대 아는 사람이 드물지니라.” 천심의 일과 수면의 일이 다른 것이 아니고, 한 가지이다. 동일하다. 이는 모두 야반삼경夜半三更의 일이라 청한淸閑하고 적정寂靜하다. 이 불이법문을 아는 이가 진실로 드물다. 천시와 지리 인사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월도천심처月到天心處와 풍래수면시風來水面時는 천시의 그 시간과 지리의 그 공간을 서로 뒤바꿔버렸다.
이 도리를 또한 누가 알랴.
“누가 알랴.
백천 번이나 꿰맨 누더기 속에
삼족금오三足金烏가 하늘을 꿰뚫고 날아갈 줄이랴.”(誰知百衲千瘡裡 三足金烏徹天飛)
2023년 9월 2일 길상묘덕 씀
첫댓글 _()()()_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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