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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주로 형법상 다뤄지는 개념으로
고의에 해당하는 의도입니다.
미필적 고의에 따라 범죄 행위를 했을 시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의는 형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합니다.
축구와 현실은 좀 다르지만 비교해보겠습니다.
월드컵 독일전에서 크로스 선수는 공으로
이용 선수의 급소를 맞춰 쓰러지게 했습니다.
이 경우 크로스 선수는 이용 선수에 대한
폭행죄가 성립할까요?
아닙니다. 크로스 선수는 그저 공을 차려고 했지
이용 선수에 대한 폭행의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한 사고일 뿐이므로 형사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이 해프닝의 경우 크로스 선수에게 범의 자체가 없습니다.
이 경우는 어떨까요.
결과적으로 보자면 마네 선수가 에데르송 선수의 얼굴을
발로 차버려 에데르송 선수에게 큰 상해를 입혔지만
흐름상 마네 선수가 에데르송 선수에게 발을 뻗은 행위가
상해를 입히려고 했다기보다 골을 넣으려고 했다고 보는 게
타탕하기 때문에 마네 선수의 고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에데르송 선수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볼 경합에서 더 주의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과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행위 태양 자체가 범죄에는 해당하나
고의가 없는 때를 두고
형법에서는 범의가 없다거나 과실이라고 합니다.
형법 제13조와 제14조에는 범의가 없는 행동이나
과실인 행위의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과실임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너무 중대하거나 당연히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실수를 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수로 사람을 죽인 과실치사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형법에서는 고의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의가 없었다면 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가령 과실범도 처벌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고의가 있느냐 없느냐는 재판에서
형량을 좌우하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의 의의는 매우 큽니다.
미필적 고의를 쉽게 설명하자면
자신의 행동으로 범죄 피해가
100%로 발생하지는 않는 때를 의미합니다.
무슨 뜻인지 의아해 하실 분들이 많으실 것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 애니메이션이 미필적 고의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 입니다.
1. 피해 행위(칠판 지우개에 맞는 것)가 가해자가
직접 가격한 게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문을 여는 행위)로
발생했다는 점.
2. 피해자가 칠판 지우개를 안 맞을 수도 있었다는 점.
우리가 일반적 범죄 행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훔치든 때리든 죽이든 직접적, 확정적으로 가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잘못했는지 따질 필요가 없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경우와 같은 방법을 쓰면
가해자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지 않고,
피해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범죄 성립에 대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의 범죄를 부정할 겁니다.
'내가 칠판 지우개를 던졌느냐, 스스로 맞은 거다',
'나는 다른 곳에 있었고 저 사람이 맞을 줄 몰랐다',
'자기가 부주의해서 맞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발뺌이 가능합니다.
뻔히 피해를 발생시키려고 한 게 보이지만
아무튼 가해자의 주장대로 가해자가 직접 때린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는 피해자의 행위로 피해가 발생한 것이며,
피해자가 안 맞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해자의 주장처럼 처벌하지 말아야 할까요?
이런 핑계를 파훼하는 게 미필적 고의입니다.
즉, 미필적 고의는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행한 경우를 뜻합니다.
칠판 지우개를 문에 끼워놓으면
지나가는 사람이 문을 열다가 칠판 지우개가 떨어져
사람이 맞을 확률이 높다는 건 누구나 아는 겁니다.
뻔히 칠판 지우개를 맞추려는 목적으로 그랬으면서
이를 직접 칠판 지우개로 때리지 않았다는 핑계로
잘못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뻔뻔한 짓이죠.
이밖에도 실제 판례상의 미필적 고의 범죄의 예를 들자면
삼촌이 조카를 죽이고 싶으나 직접 죽일 수는 없으니
테트라포드(흔히 방파제라고 부르는 것)에 데려가
어린 조카를 방치하여 스스로 테트라포드 사이에
실족하게 해 빠져 숨지게 한 사건,
앙심을 품고 고시원 공용 냉장고의 음식에
독극물을 넣은 사건 등이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특정한 대상을 노렸거나 반드시 위해를
입히겠다고 결심해야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행위로 누가 될지 몰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피해를 입든지 말든지
그냥 해버리면 미필적 고의입니다.
이 사건은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옥상에서
벽돌을 던져 1명 사망, 1명 중태를 만든 사건입니다.
여기서 가해 어린이들이 옥상 위에서 벽돌을 던져
사람을 죽이겠다는 의도까지는 보기 어렵습니다만,
벽돌을 던지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의
인식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쟁점이 되었습니다.
(해당 어린이들은 촉법소년도 안 되는 나이였으므로 형사 처벌은 불가능했습니다.)
이보다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사건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세월호 사건의 주범인 이준석 선장의 살인입니다.
허술한 항해로 배가 침몰하게 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이준석 선장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들에게
탈출하라는 지시도 없이 지인과 승무원 몇 명을 데리고
속옷 바람으로 최우선적으로 탈출했으며,
탈출 후에도 자신이 선장이라는 사실을 감췄습니다.
천인공노할 이 행위를 두고 사람들은 이준석 선장을
300명 이상의 사람을 죽인 살인마라고 했지만
이준석 선장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자신이 승객들을 직접 죽인 것도 아니고,
승객들이 죽기를 의도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살인 혐의가 없다고 부인한 겁니다.
따라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주장했고
실제로 1심에서는 살인죄는 무죄로 선고했고
36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을
인정함으로써 무기징역의 선고가 났고,
3심에서 이를 확정했습니다.
즉, 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이준석 선장이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인 건 아니지만
선장으로서 위급 상황시 승객을 대피시킬 의무가 있는데
누구보다 진두지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으며,
자신과 승무원들이 그냥 탈출하면 승객들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외면하고(승객들의 죽음을 용인하고)
구조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만약 이준석 선장이 구조를 돕지는 않더라도
승객들에게 탈출 명령만 지시했어도
살인까지는 인정하지는 않았을 텐데
최소한의 의무마저도 하지 않았던 겁니다.
세월호 참사가 형사 재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건
대형참사 사고의 최초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이전의 대형참사 사고에서는 살인죄로 인정한 사례가
없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는
부실공사로 500명이 넘게 사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과
마찬가지로 부실공사로 다리가 뚝 끊어져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건 등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대중들에게는 책임자들을 살인마처럼 봤지만
재판에서는 살인죄까지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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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밌고 흥미롭다 고마워!
앙심을 품고 공용 고시원 냉장고에 독극물을 넣은건 무차별테러라고 생각되는데 저거도 미필적 고의일 수 있구나 무조건 먹을거라는 확신이 없어서 그런가...독이라 그렇지 칠판지우개랑 상황이 비슷하긴하네..
공용냉장고에서 계속 훔쳐먹는 사람 있어서 내가 먹을 음료수에 설사약 타놓고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도 미필적고의인가?
많이 듣기만 했는데 정확히 알게됐어! 설명이 쉽고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