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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에는 경합범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단일 범죄가 아닌 여러 개의 죄를
범한 경우를 뜻하는데요,
단일 범죄를 저지른 사람과 여러 개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처벌이 달라야 하는 게 당연함으로 자세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경합범의 정확한 정의는 형법 제37조에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전에 범한 죄라고
정의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기 어려우실 겁니다.
경합범에는 실체적 경합범과 상상적 경합범이 있습니다.
실체적 경합범은 여러 개의 행위로 여러 죄를 범한 경우고
상상적 경합범은 하나의 행위로 여러 죄를 범한 경우입니다.
빠른 이해를 위해 축구에 비교해보겠습니다.
여기 조니 에반스 선수도 핸드볼 반칙을 합니다. 하지만
에반스 선수가 단순한 핸드볼 반칙만을 범했다는 것과 달리
수아레스 선수의 반칙도 '골대에서 핸드볼' 하나지만
그 결과는 '핸드볼' + '정당한 골 방해'라는 두 가지 잘못이
나타나게 됩니다.
에반스 선수의 반칙은 일반적 단일 범죄라고 할 수 있고,
수아레스 선수의 반칙은 상상적 경합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의 경우 실체적 경합범은 어떤 게 있을까요?
(라 장군님 같은 경우)
2017년 당시 만 16세 김지연과 만 18세 박지현이
만 8세 초등학생 여아를 목졸라 죽인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소위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입니다.
이 중 정범(주범)인 김지연은 평소 친했던 피해자를
직접 유인, 살해, 시신훼손을 했고 이 범죄들은
각각의 실체적 경합에 속합니다.
(살인죄와 약취 및 유인죄도 당연히 형법에서도 처벌하지만 특별법인 특가법으로 처벌받았습니다.)
실제에서 상상적 경합은 어떤 게 있을까요?
(수아레스 선수 같은 경우)
석달 전쯤 일어난 사건으로 무면허 고등학생이 만취상태로
아버지의 차를 운전하다가 주차된 포르쉐와 추돌하고
차가 전복되버린 사건입니다.
이 경우 사고는 둘째치더라도 해당 고등학생이
무면허 상태와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는 하나의 행위로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이 동시에 성립하는
상상적 경합범입니다.
위에서는 실체적 경합과 상상적 경합의 빠른 비교를 위해
설명하지 않았지만 실체적 경합범은
동시적 경합범과 사후적 경합범으로 다시 나뉩니다.
[경합범 = 실체적 경합범(동시적 경합범 + 사후적 경합범) + 상상적 경합범]
앞에서 설명한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처럼 여러 범죄를
한 번에 판결을 내리면 이를 동시적 경합범이라고 하며,
일부 죄는 먼저 판결이 나고 나머지 죄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이를 사후적 경합범이라고 합니다.
레스터 시티가 프리미어 리그 우승의 기적을 써내린
15 - 16시즌 34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제이미 바디 선수는 넘어졌을 때 시뮬레이션이라는
주심의 판단에 의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합니다.
문제는 바디 선수가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며 욕설을 해
이틀 후 협회로부터 벌금과 1경기 추가 출장 정지의
추가 징계를 받게 됩니다.
이 때 바디 선수는 시뮬레이션 반칙(범죄)으로
이미 경고 누적으로 퇴장과 퇴장으로 인한
1경기 출장 정지는 확정(일부 죄 판결)됐고,
별도의 행위인 주심에게 한 욕설은(나머지 범죄)
협회로부터 추가 징계를 받기 전이므로(나머지 죄 판결 전)
사후적 경합범과 유사합니다.
법이 이런 범죄를 분류별로 나눈 건 당연히
일반 범죄와 다른 방법으로 처벌하기 위함입니다.
단일 범죄는 각각 적혀있는 죄목 별로 판단하면 되지만
범죄가 섞여있다면 어떤 죄를 어떻게 반영하고
형량을 어떻게 내릴 것인지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형벌은 형법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경합범을 처벌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병과주의입니다.
병과주의는 각 범죄마다 형량을 매기고
그 범죄를 모두 더하는 가장 단순한 방식입니다.
(ex. A죄 징역 5년 + B죄 징역 3년 = 징역 8년,
C죄 구금 2년 + D죄 벌금 1000만 원 = 구금 2년과 벌금 1000만 원)
외국에서 징역이 몇 백, 몇 천 년 나오는 형량은
대개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병과주의를 쓰지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징역' + '벌금'처럼 다른 형태의 형벌이나
'뇌물 몰수' + '마약 몰수' 형태 등은 가능합니다.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단서)
다른 하나는 가중주의입니다.
가중주의는 우리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법으로
저지른 범죄 중 가장 무거운 범죄를 기준으로
최대 형량을 1.5배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보자면 징역 5년 이하의 범죄와
징역 3년 이하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가장 무거운 범죄인 징역 5년의 1.5배인
징역 7년 6개월까지 처벌이 가능합니다.
단, 이 경우 병과주의를 했을 때보다
형량이 높아선 안 됩니다.
즉, 앞서본 징역 5년에 징역 3년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병과주의를 했을 때 징역 5년 + 징역 3년은 징역 8년이고
가중주의를 적용한 7년 6개월은 더 짧기 때문에 괜찮지만
징역 5년 이하의 범죄와 징역 2년 이하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병과주의를 했을 때
징역 5년 + 징역 2년 = 징역 7년인데
가중주의를 했을 때 가장 무거운 범죄인 징역 5년의
1.5배인 징역 7년 6개월로
병과주의보다 6개월 더 무겁게 처벌됨으로
가중주의를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 경우 병과주의를 넘지 못하는 수준인
최대 징역 7년까지만 가능합니다.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마지막으로 흡수주의가 있습니다.
가장 무거운 죄에 다른 죄가 흡수되어
가벼운 죄는 없어지고 무거운 죄만 처벌하는 경우입니다.
흡수주의는 두 가지의 경우에만 쓰입니다.
하나는 가장 무거운 범죄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의
형벌이라서 가벼운 형벌을 가중하는 게 의미가 없을 때,
(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
(ex. 사형 + 징역 2년 = 사형, 무기징역 + 징역 10년 = 무기징역)
다른 하나는 상상적 경합범일 때 쓰입니다.
(형법 제40조)
사형 및 무기의 형벌에 작은 죄들이 흡수되는 건
그 이상의 형벌을 내릴 수 없으니 이해가 되실 테지만
왜 상상적 경합범에는 적용하는지 모르실 수 있습니다.
살인을 목적으로 불을 지른 사건입니다.
해당 사건의 경우 살인의 고의로 사람을 죽이는데
건물에 불을 지르는 하나의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즉, 살인과 건물 방화의 상상적 경합범인 겁니다.
실체적 경합범과 다르게 하나의 행위를 했으므로
하나의 죄로 처벌하는 게 옳을 것입니다.
그럼 목적이 살인이므로 살인죄를 적용하는 게 맞을까요?
제250조 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인데
사람이 사는 건물에 불을 지른 행위는
제164조 현주건조물등에의 방화에 해당하며
사람이 사망한 경우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으로
살인죄로 처벌하면 오히려 최소 형량이 줄어들게 되는
부당한 일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형량이 더 약한 살인죄와
형량이 더 강한 현주건조물등에의 방화 중에서
형벌이 더 강한 현주건조물등에의 방화에 살인을 흡수해
처벌하는 게 더 강한 처벌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먼저 판결된 일부 죄가 있고, 아직 판결이 안 된 죄가 있는
사후적 경합범은 원래대로라면 여러 범죄를 가중주의로
판결받아야 하는데 따로따로 받아 자칫 병과주의가
될 수 있으므로 아직 판결 안 된 죄를 판결할 때는
가중주의로 한꺼번에 판결을 낼 때와 비슷하게 형평을
고려해서 내립니다.
즉, 먼저 내린 판결을 강하게 내렸다면 남은 죄의 판결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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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어렵지만 흥미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