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양호실 문 사이로 작은 얼굴이 쏙 나왔다.
"앉아."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도 누군지 알 만 하다는 듯 준후는 가진에게 자리를 건넸다.
"오랜만에 왔는데 일만 하실거예요?"
"아니. 오랜만에 왔으니 오랜만에 잔소리 좀 해줘야지."
몸을 일으킨 준후가 찌뿌드드한 듯 기지개를 쭉 폈다.
언제나처럼 커피 두 잔과 과자를 담아 가진이 앉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준후도 가진의 맞은편에 앉았다.
"어쩐일이야?"
"오늘은 좋은 소식을 물고 왔지요~"
"좋은 소식? 하늘에서 돈벼락이라도 내렸냐?"
"그것도 좋긴 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요."
"뜸들이지 말고 말해봐."
"저 설현이랑 사귀어요."
가진은 나름 준후가 놀라길 기대하고 말했지만 준후는 예상 했다는 듯 커피를 홀짝였다.
"이제? 젊은 것들이 질질끌긴."
"어? 안놀라세요?"
"난 전부터 사귀는 줄 알았는데?"
"에이~ 그건 오버다!"
"진짜야. 그래, 그거 자랑하려고 여기 온거야? 아님 무슨 고민이 생기셨어?"
"그게...... 좀 웃기긴 한데.........."
".................?"
"설현이한테 전 남자잖아요. 최니아가 아니라 구가진."
"그렇지."
"그럼 설현이가 남자를 좋아한단거고 그럼 설현이가...........그..............그러니까............"
"게이?"
"네에..........."
"피식......"
"왜 웃어요?"
"쪼그만 뇌에 걱정만 가득찼냐? 그걸 왜 걱정해."
"...............?"
"설현이가 게이라면 너 설현이 싫어할래?"
"아뇨, 그건 아니죠."
"그런데 뭘 고민해."
"나중에......진짜 나중에....... 제가 여자란게 밝혀지면..... 싫어할까봐........"
"쯧쯧... 그런 고민 하나하나 하다간 머리 하얘진다.
니아야, 잊었어? 넌 윤설현을 좋아하는거지 윤설현의 부속품을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
니가 좋으면 끝이야. 걱정할 거 없어. 누가 뭐래? 니가 좋다는데."
"그럴까요.........?"
"그래. 설현이도 같은 마음일거다. 앞 뒤 안재고 너만 보고 달리겠지, 그 녀석은.
그런데 명색의 여자친구란 녀석이 이깟일로 딴 남자한테 쪼르르 와서 징징대?"
"딴 남자? 누구요?"
"나 말이다, 나. 설현이만 보더니 이제 난 남자란 생물로도 보이지 않는거야?"
"아아~ 선생님은 예외죠!! 친오빠 같은 사람한테 질투하는 애인은 필요없어요."
"쯧쯧... 다른 사람은 그렇게 안볼걸?
인간이란 참 영악하거든. 그래서 자신이 재미를 위해서 없는 말도 지어내고 있는 말은 불리는거야."
"뭐, 우리가 아닌데 누가 뭐래요?"
"피식... 짜식, 그 새 그걸 써먹고 있어."
피식 웃은 준후의 큰 손이 가진의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가진은 장난스레 웃었다.
"아.... 담배 다 떨어졌다."
주머니를 뒤지던 혜진이 빈 담배곽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내거 줄까?"
"싫어. 니건 너무 순해서 맛이 없어."
"쯧쯧... 그러니까 말보로 그만 피랬잖아."
"젠장할... 아 나갔다 와야 하나?"
"매점에서 사, 그냥."
"선생한테 걸리면 니가 나 대신 정학 먹어주냐?"
"아니지, 그건."
그 때 가진이 친구들과 웃으며 지나갔다.
혜진은 담배가 없다고 짜증내던 게 누구냐는 얼굴로 친구를 버리고 가진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가진아! 오랜만이다."
"...........안녕하세요."
"어머, 그런 딱딱한 인사 싫어, 얘."
"부탁인데요, 아는 척 하지 말아주세요."
혜진의 옆을 차갑게 지나가버리는 가진을 친구들이 뛰어서 따라갔다.
"야, 왜그래?" 라며 말이다.
"야, 이 기지배야. 왜 먼저 뛰어가고 지랄이야?"
"..................으으............으............꺄아악!!!!!!"
'챙그랑!!'
혜진이 복도 중간중간에 있는 화분을 들어 바닥에 깨버렸다.
모두가 놀라 혜진을 돌아봤지만 혜진은 아직 삭지 않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입술을 피나게 깨물었다.
"니가 이런식으로 나와도 난 너 포기 못해. 니가 언제까지 날 거부하는지 두고보겠어."
'뾰로롱~ 꼬마마녀~ 열두살난~ 마법~ 마법의 천사~'
유치한 벨소리가 시험기간이라 급히 조성된 조용한 야자시간에 울리고 모두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자신의 벨소리인지 몰랐던 설현은 왼손으로 잠든 가진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론 공부를 하다 인상을 찡그렸다.
"어떤놈이야, 전화 안받아?"
설현의 물음에 모두가 자신의 벨소리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고 설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무지개 빛~ 미소를 당신에게~ 살짝 뿌려~ 드리겠어요~'
"난쟁이, 눈뜨면 죽인다.."
나지막히 욕을 하는 설현의 목소리를 들은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한늘고 얼음왕자님 설현이 벨소리가 꼬마마녀란건 한늘고 뿐만 아니라 한늘고 주위의 여고와 예고들에게도 빅뉴스였다.
전화를 받기도 그렇고 안받자니 벨소리에 민망해지려던 차에 한참 울리던 벨소리가 멈췄다.
"설현아, 너 피터팬 증후군 있냐?"
"니 별명은 이제 꼬마마녀다, 꼬마마녀. 큭큭........"
놀리는 아이들을 한번 노려봐주고는 설현은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
-우리집막내공주-, 어머니였다.
집에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전화를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귀여운 목소리가 설현의 귀를 관통했다.
[아들!! 전화 안받고 뭐했어!]
"못들었어요. 무슨 일 있어요?"
[일? 음... 일인가? 여보야, 이것도 일인가? 으응.... 아니래.]
"그럼 뭐예요?"
[설현이 손님 왔거든~!! 야자 째구 집에 와라, 응?]
"그게 어머니로써 할 말입니까?"
[체엣! 이번기회에 합법적으로 농땡이 치면 좋잖아!!]
"알았어요. 학교에 말씀드리고 바로 갈게요."
[학교엔 연락 다 해놨으니까 걱정마세요, 애늙은이~ 얼른 와~!! 휘리릭 가버릴지도 몰라!!]
"예"
뚝 끊어진 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설현은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우웅..... 어디가?"
그 기척에 잠이 깬 가진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본가에. 오늘은 기숙사에 먼저 들어가라."
"응."
저벅저벅 걸어 교실을 나가는 설현의 뒷모습을 한번 봐 주고는 가진은 다시 엎드려 잠을 청했다.
"아드을~!!!"
현관에서 대문까지 꽤 멀건만 설현이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선하가 설현에게 포옥 안겼다.
간만에 보는 아들이라 더 반가운지 선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갑자기 오라니...."
"손님이 왔거든~ 얼른 얼른 들어가자."
설현보다 훨씬 키가 작은 선하가 작은 손으로 설현의 넓은 등판을 밀었다.
그런 어머니에 못이기는 척 들어간 집엔 정말정말 보고싶지 않은 인물이 제 집인양 소파에 앉아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은시연, 얩니까? 손님이란게?"
저절로 차가워지는 목소리에 흠칫 놀란 선하는 설현의 아버지 뒤로 뛰어가 숨어버렸다.
"손님보고 얘냐니, 여전히 말이 험악하네. 현이는?"
설현의 그런 모습쯤은 익숙하다는 듯 시연이라 불린 그 인물이 일어나 설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 인물은 길고 굽슬거리는 머리를 가진 여자였다. 얼굴은 가진처럼 귀엽다기보단 여성스러웠다.
새하얀 피부에 큰 눈을 가졌지만 모든 게 날카로웠다.
높은 콧날도, 빨간 입술도, 날렵한 턱선도 모두가 깎아서 만든 듯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가진이 밝은 궁에서 귀여움 받으며 자라난 황녀라면
시연은 후궁의 딸로 그늘진 곳에서 몰래 키워진 옹주 같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남자를 유혹하는 공주님보단 기녀에 가까웠다.
예쁜 얼굴로 모자라 키도 꽤 커서 설현의 눈 정도에 정수리가 닿았다.
"누가....... 내 이름 부르래......"
"오랜만이다, 현아. 나 안잊었지?"
예쁘게 다듬은 긴 손톱이 설현의 얼굴을 스쳤다.
절대적으로 가진과는 정 반대인 시연의 행동에 설현은 소름이 끼친다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왜 돌아온거야. 영영 오지 말지 왜 왔어..........."
설현이 으르렁댔지만 시연은 한번 싱긋 웃고는 말했다.
"내 걸 찾으러 왔어...... 윤설현, 널 다시 가지러 왔다고."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연재 ]
〃17세 천재소녀의 방엔 성격 더러운 그놈이 산다〃-17-
곰이군
추천 0
조회 384
09.05.28 18:34
댓글 23
다음검색
첫댓글 #헐.....................우리 가진이 너보다 훨쎼!! 설현아 흔들리지마!>!<!>!<꺄!1
#다음편기대할께여
#담편기대요 쪽지주세요><><><
#담편기대요~~
잼있어 담편이 기대되
#재모야,..,,.
# 악녀 등장인건가;;
# 맘에 안드는 악녀의 등장이로군요...ㅠ,ㅠ 가진이 홧팅~!!
#저 살짝미친 것을 머대냐-.- ㅋㅋㅋㅋ
#짜증나!! 쟤 누구야!
#지랄을 떤다..ㅋㅋ
#
새로운 악녀등장
#...헐.. 미친년이다,,,,
#헐--.............................................담편기대할꼐요~
#제가수련회를갓다와서15하고16편에댓글을못남겻어요ㅠㅠㅠㅠㅠㅠㅈㅅㅈㅅ오오오오새로운인물등장이네욬ㅋㅋㅋ
# 은시연?? 뭐 이런 아이가!!!!!-- 야 이 못된것아! 설현이는 우리 가진이꺼란다~ㅋ 담편 기대하고 있을께요~>_<
# 재밋네요~ㅎㅎ 새로운 악녀등장으로 점점 흥미진진해지겠어요~ㅎ
#은시연..?그년은 또누구야~!!담편기대요!
#헐 쟤뭐니
#헐..재수없어!!!담편기대할께여~
#악!넌 누구야!!!!!!!ㅠ-ㅠ
#너 끼어들지마!ㅜㅜ혜진이란애하나로두 힘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