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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아암..밤이 깊었네요. (아직 10시밖에 안됨_)
ㅎㅏ지만 내일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저한테는 야심한 밤이랍니다.!!
이거 올리구 얼릉 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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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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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신여명.!!!!!!!"
"아이씨, 글쎄!! 얘가 나 불렀다니깐.....어? 한충기?!?!!"
/ 경찰서 안.
........
그래, 그랬다.
신여명이가 대형사고(..라고 말한 적은 결코 없음_)를 쳤다는 말을 듣고
황혼이의 뒤를 밟아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경찰서.
.....
"너 이새끼..아까 야자 땡까고 어디론가 향하드만...겨우 광화문이였냐.?"
"어허?! 쉬잇...아빠있는데 그걸 말하면 어떡해.."
꾸짖는 듯한 어투로 자기에게 핀잔을 주는 충기의 행동에,
저어만치에서 경찰관 하나와 사뭇 진지한 태도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저씨를 슬쩍 보며
황급히 꽃무늬 남방 차림을 한 제 친구의 입을 막아버리는 여명이.
그리고.
"......"
굉장히 화가 난 얼굴을 한 채로, 그런 여명이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아저씨 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그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버리는 황혼이.
........
잔뜩 오버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렇지 않게 친구와 장난을 치는
자기 동생의 행동에 화가 난 건지..아니면 원래 이런 일이 터지면 저렇게 진지한건지.
뚜벅뚜벅.
황혼이 그 아이는, 감히 말을 걸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를 내뿜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번쩍번쩍 빛이 나게끔 잘 닦아진 자신의 까만색 구두를
거칠게 휘두르며 아저씨와 씨름을 하고 있는 경찰관 아저씨 쪽으로 걸어갔다.
.....
아, 그런데..
황혼이가 걸어가면서 앞뒤로 세게 흔들리는 저 팔..정확히는 저 손이....
....까맣다.
목탄자국이 진하게 묻어서 까맣다.
그렇다면 필히..
도서관을 가서 공부를 한 게 맞긴 맞는거구나.
..........
우와, 신황혼.
방금 전까지 나 내팽개치고 경찰서까지 걸어온 거 빼면,
아까 전에 너의 양 팔을 붙잡았던 내 손을 뿌리쳤던거 빼면..
정말 너 멋있다. 매너 짱이다.
정말 너...댄디보이가 따로 없....
.......
"이번엔 누구랑 사고친거냐.? 너 세종로에도 아는 애들 있었냐?"
"어우, 야. 당연하지.! 내가 누구냐!! 동례고 설레발 신여명 아니냐~~...어?"
....-_-.....
속으로, 황혼이가 도서관 간다는 핑계로 집을 나가서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는 생각에 은근하게 밀려오는 안도감에 젖어있을 무렵.
전.혀. 사고를 친 아이같지 않은 당당한 면모를 보이며 충기녀석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는
신여명이와 눈이 마주친 나.
"얘 뭐냐..야, 한충기. 얘 왜 데려왔어.?"
"내 알 바 아냐, 신황혼이 데려왔어."
"아아~ 우리 형이?"
"엉."
사람 차별하는 건 내 천성이 아닌 듯 싶지만은.
그렇지만은.
"왜 데려왔데?..아, 눈 버렸어. 눈 버렸어 눈 버렸어~!"
"후우....-0-...."
..지금 이 순간, 내 얼굴을 보고 눈을 버렸다며 머리통을 좌우로 흔들어대는 저..
신여명이를 보니깐..왠지.
방금 전까지의 흐뭇함 플러스 안도감이 확 사라져버린 것 같달까.
"야아, 그건 오버다. 내가 여태 본 여자애들 중엔 젤 이쁜데."
...
신여명 요 개자식아, 너는 말이야..
지금 바로 충기녀석이 저 말 안 해줘서 잔뜩 흥분한 내 기분을 쪼끔이라도..
아주 쪼끔이라도 안 삭여줬다면 말이야...
이 자리에서 나한테 후들겨 맞고 같이 3박 4일 동안 구치소에 들어가있을지도 몰랐을거야..
그리고 너 말야....
"아 눈 버렸~!...뭐어?!?!!? 저 변태가 이쁘다구.!??!!"
"야..솔직히 그렇잖아. 여자애들 다 얼굴에 화떡을 칠하구 댕기는데..
얘처럼 쌩얼로 이쁜애들 얼마나 있냐. 그리고 뚱뚱하거나 군살 있지도 않고."
너 발 넓다고 자랑하려는 것 같던데...
그럴 때 쓰는 단어는 '설레발' 이 아니라 '마당발' 이거든..?
국어 공부 좀 해라....엉? ㅡ_ㅡ...
"으얼...미쳤어..한충기 미쳤어.!!! 너 돌았지!! 그렇게 이쁘면 네가 뺏어라?! 엉?!"
"됐어, 난 얘가 나 때문에 유명인사 되는거 원하지 않어."
"얘가 왜 유명인사가 되는데?"
"내가 피팅모델인데, 피팅모델 여친으로 소문나면 당연히 웹사이트 직행이지 뭐."
.....후오...후오. -0-..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한 나는.
잠시, 저 헤드빙빙 브라더스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아저씨와 황혼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뭐랄까.
멀리 있어서 대화 내용이 잘 들리진 않는데..
사고를 친 당사자가 있는 이쪽보다도 더 심각한 분위기였다면 더 심각했지,
결코 덜 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여명이놈에게선 '심각' 이란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_)
"병신..지랄하네!=0=_저 얼굴에 무슨 자신감으로 인터넷에 사진을 유포하냐.?! 네가 훨 아깝다!"
"하긴...그렇지? 그리고, 나 같은 완벽주의자에게 사랑이란 없어.~~"
..제기라랄라.
눈으로는 황혼이와 아저씨 쪽을 바라보고 있고.
귀로는 헤드빙빙 브라더스의 대화같지도 대화를 듣고 있자니..참..기분이..
..뭐랄까.
"낄낄낄..미친쉐끼. 꺼져. 뭐가 완벽해."
"완벽하거든?!!?!!"
"어히구.~~완벽한 놈이 수학을 빵점맞냐~? 크크큭..."
"야아!!! 너 이새끼, 뒈져볼래?!?!!"
꽝이다..완전 꽝.
복권 꽝 맞은 기분처럼 꽝. 병음료수 뚜껑을 땄는데 꽝 나왔을 때처럼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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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시간 뒤, 집.
광화문 촛불집회에 훼방을 놓고.
소규모 불법 시위에다가, 고등학생이 오토바이를 몰기까지 했다는..
그 항목도 세 개나 되어 참으로 거창하디 거창한 여명이의 죄목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예능프로 밑에 떴던 뉴스속보 안의 '소규모 폭주족 시위대' 도 여명이였다_)
.......
따악.!!!
"아아악!!! 아!!! 아퍼요.!!!! 거기 어제 맞았던 데 잖아!!!_-0-!!!"
"시끄럽다, 요놈의 새끼!!_어디 아빠한테 반말이야.!"
...
굳게 닫혀져있는 안방 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여명이놈의 비명소리와
아저씨의 고함소리에, 안절부절 못하고 계속 뽈뽈뽈 돌아다니고 있는 나와는 달리.
"......"
뭘 그렇게 생각할 게 많은지.
빠알간색 입술을 굳게 다물고는, 자신의 쌍꺼풀 없는 차가운 눈을 착 내리깐 채로.
쇼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황혼이.
.................
.....
"..저어기..."
"......"
"황혼아..."
결국, 황혼이의 눈치를 봐가며 먼저 말을 건넨 나.
끝없는 생각의 나락에 빠져있다가, 내 목소리를 듣긴 들은건지.
"...어.."
약간의 공백을 두면서도, 대답을 해주긴 해주는 황혼이였다.
...
그래, 바로 이거야!
이 틈을 타서, 이 우중충한 분위기를 없애버리자!..라는 거창한 생각을 한 나는.
처억-
가만히 쇼파에 앉아있는 황혼이에게 은근슬쩍 한 걸음 접근하여,
황혼이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서는.
"...걱정..많이 되니..?"
지긋이 위의 질문을 던지고서는.
"..응.."
내 말의 뒤를 잇는 황혼이의 '응' 이라는 망설임 없는 대답에,
'그래도 요 녀석, 동생이라고..여명이를 걱정하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씩 밀려들어오는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는.
'뭐..일 잘 해결 됐잖아..이제 그만 마음 놓자..' 라는 말을 하려고 입을 떼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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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명이 반정부 시위에 참가해서, 우리아빠 회사 경영에 지장 생겼잖아.."
"아 뭐..무슨...어?...뭐라고..? 뭐라고 황혼아?..."
..이어지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저 말을 내뱉는 황혼이의 말에.
"신여명 때문에, 우리아빠 회사. 경고먹으면 어떡해."
"......"
"......"
이제는 너무너무 확실해진, 두 형제를 가로막고 있는 크고 뚜렷한 벽의 존재를..
두 형제를 갈라놓는 넓고 튼튼한 벽의 존재를..
....
느껴버리고야 만다.
깨달아버리고야 만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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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_.
"어우씨..아오.!!..아퍼 죽겄네 진짜!!!!..흐압, 흐압!"
아저씨께 혼나는 게 끝이 난 듯, 쓰라린 엉덩이를 마구 문자르며
투덜투덜대면서 안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는 여명이와.
"......"
벌떡-
그런 여명이를 차가운 눈길로 스윽- 한 번 쳐다보고는.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듯 쇼파에서 일어나 윗층으로 팩 올라가버리는 황혼이 사이에서.
.......
피붙이끼리의 따뜻한 정이라던지, 눈길이라던지..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단지, 이상기류 없이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나, 뭐 이런 것들이라던지..
그런 걸 기대하는 건, 정말이지..
..1 더하기 1을 모르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을 자신의 옆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나..
뭐 아무튼..
......
이런 바보천치 같은 사람들보다도 더 바보같은 짓이란 사실이.
뼈 저리게, 심장 깊숙한 곳까지..절실하게 와닿기 시작했다.
정말정말. 정말정말 뼈 저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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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으음..음..."
후아암..오늘따라 왜...
내게 '학상, 일어나..' 라고, 'ㅐ' 발음을 못하시는 가정부 아줌니의 정겨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더냐.
째깍째깍 째깍째깍.._
"흐음...아.."
째깍째깍..
시계소리 밖에 안 들리네..이게 웬일이지...
나 이러다 늦잠자면 어떡하라구.
아줌니, 저 늦게 깨워주시면 어떡해요. 혹시 지금이..아직 새벽인건가요.
아닐텐데, 새벽 치고는 너무 밝은건데.
아닐텐데, 새벽 치고는 내 방에 달린 큰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저 햇빛이..너무 강렬한데.
......
강렬한데....
강렬한데.......강렬...어?
번쩍_
"아악..학, 학교 안 가나?!!"
일순, 등교시간에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생각이 든 나는..
황급히 상체를 일으키고 시계를 쳐다보았는데...
그랬는데...
'09:03'
"억...아..아홉시 삼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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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늦었다. 어떡하지?!
쿠당탕_!!!!!
"어어, 어이쿠우!!-0-_나 죽네!.."
결국, 헐레벌떡 발걸음을 빨리하다가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는
몸개그까지 선보이고 나서야, 그제서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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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앗차...오늘 토요일이었지..."
오늘이 토요일, 그것도 '노는' 토요일 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
제기라랄라. 이게 뭐야. ㅡ.,ㅡ...
아침부터 몸개그까지 했는데, 토요일이라니.
벌떡.
결국, 넘어진 충격에 살살 아파오는 왼쪽 무릎을 살살 문지르며.
화장실로 들어가 모닝 샤워(?)를 하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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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타박타박_.
샤워를 끝낸 개운한 몸을 이끌고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크큭..푸후후...흐히히..=0=..아 웃겨.."
"..야..신여명.."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으후후후..어?.=_=..뭐."
"아저씨랑 황혼이는..?"
"아빠는 일 있어서 안양갔고, 형은 아까 나갔다."
아랫층에 사람이라고는, 쇼파에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로 앉아
개그프로를 보며 좋아라 하고 있는 여명이놈이 전부였다.
(여명이가 TV를 보면서 깔깔대고 있었기 때문에, 요 녀석이 여명이란 것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_)
"황혼이 어디갔는데..?"
"아 몰라.!!-0-!!..아까 어떤 안경 쓴 찌질이랑 둘이 나갔어!...푸하하하하!!"
"...-_-...."
뭐, 요 싸가지에 밥을 말아먹은 녀석은.
실컷 웃다가도 내가 말을 시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색을 하고 투정을 부렸지만.
....
아니, 그런데.
안경 쓴 찌질이라니..?
혹시....
"..여자야..?"
"크하하하핫.!!!...아, 남자야. 별 걱정을 다 하네. 말 시키지 마, 나 이거 볼 거야!!0-.."
"아, 예예...ㅡ_ㅡ..."
...그래, 여명아.
네가 말하는 그 '안경 쓴 찌질이' 라는 애는, 남자구나.
그렇다면 안심이야.
타박타박_.
여명이놈과의 대화를 마치고, 부엌으로 향한 나.
.......
아아, 그러고보니..
오늘 놀토라서 가정부 아줌니가 출근을 안 하셨지..?
그래서 이렇게..식탁에...
"..아무것도 없구나..-_-.."
...제기라랄라.._-....대체 우리보고 뭘 먹으란 거야.
그럼 저어기 지금, 쇼파에 앉아서 TV나 보고 앉아있는 여명이도..
아직 아침을 안 먹었다는 건가?
"야, 신여명아!!!"
짜아식, 설마 그렇다고 안 먹었겠어..?
"..에씨, 왜.!!! 말 시키지 말라니깐!!"
"너 아침 안 먹었냐.!?!!"
"나도 방금 일어났어, 이 아줌마야!!!_-."
...설마가 사람 잡네, 정말.
후우...후오아..- _ -....저 싸가지 없는 자식.
아무튼 신여명, 너랑은, 정말...
두마디 이상 대화를 못 잇는다니깐?!
...........
아, 아무튼, 저 녀석도 그럼 아침을 안 먹었다는 게 되버리고.
흐음..어디보자.
훽._
밑반찬을 꺼내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어제낀 나.
음...반찬은 그럭저럭 충분한 것 같은데.
그럼 이제, 밥이 있나 좀 볼까.
...............
덜컥-
"...어얼..=_=...."
텅. 말 그대로 텅.
텅 비어있는 전기밥솥 안.
제기라랄라..오늘 아침밥 일찍 먹긴 글렀군하.
.........
.......................
.................
......
.................
.........................................
북북북- 쏴아아_
결국, 부엌에 있는 찬장이란 찬장은 다 뒤져서 쌀을 찾아낸 나.
지금은....
"..아후.야. 배고파. 빨랑 해, 쫌.!!-0-!"
"하고 있잖아, 새꺄.!!!_-!!..넌 가서 티비나 보라니깐?!"
부엌 가운데에 놓여있는 넓디 넓은 6인용 식탁에 딸린 의자 하나에 앉아서는.
내 등을 쿡쿡 찌르는 여명이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어가며 쌀을 씻고있는 중이다.
"개그천국 끝났어. 볼 거 없어..._-.."
"넌..개그 프로 밖에 안 보니?-0-.."
"응, 왜. 불만있냐?"
"아니, 물도 있는데..."
...................
.....쏴아아.
일순, '불만 있냐?' .. '아니, 물도 있는데.' 라는 내 개그에.
조용해져버린 집 안.
"..어떠냐, 내 개그. 웃음이 막 샘솟지 않냐..=_=.."
"아니,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 막 샘솟는데.._-..."
"죽을래..."
"아니요.."
"..-_-...."
........으휴, 어휴, 에휴.
여명이 요 녀석이랑 있으면 항상 이 패턴이라니깐. 정말이지..
지겨워 죽겠어.
......
뭐, 근데.
아무 말 없이 무뚝뚝하니 입만 꾹 다물고 있다가 간간히 매너랍시고 웃어주는.
그런 무미건조한 황혼이보다는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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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이런 싸가지 없는 녀석이랑 황혼이랑 무슨 놈의 비교를!!!!
띵동..._♪
....그 때.
별안간, 지난 밤과는 다른 느낌으로. 지난 밤보다 훨씬 경쾌한 느낌으로.
나와 여명이놈의 귓전에 와닿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야, 누구....."
"어?! 단아 왔나보다!!!."
벌떡-
야, 누구 왔어..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게 티 나는 모습으로 '단아 왔나보다!' 를 외치며 의자에서 확 일어나..
현관으로 향하는 여명이.
..........
탈칵-
"우리 자기 왔어.!?!"
"어우, 얘~! 아침부터 자기가 뭐니!>_..증마알.."
"그럼 마누라~ 할까?"
"아 됐어어!!_헤헤_<..."
이어,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저번에 한 번 얼핏 들어봤던 것 같은 낯익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여명이의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여자의 애교섞인 목소리와,
아까부터 이유 모르게 부자연스레 느껴지는 여명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
난 그냥, 북북북.
애꿎은 쌀알만을 거칠게 비벼대면서.
애꿎은 쌀알만을 멍하니, 어떻게 보면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그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
왜냐면, 왜냐면..
나 지금, 기억을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잃어버린 판국에.
이렇게 무작정 황혼이 손에 이끌려와서 이 집에 얹혀사는 게..
이게 과연 잘 하는 짓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으니까.
뭔가 잘못 되가는 거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으니까.
........
그래서. 그래서 나는.
"호호..아침 아직 안 먹었어?"
"어엉, 우리집 밥순이가 밥 해줄거야.-0-_."
"밥순..이..?....어...?"
........
"얘..누구야.._?"
지금 막 부엌 입구에서 걸음을 멈춰서고 나서야, 이 집의 군식구인 날 발견한..
..토끼소녀..의 목소리에.
........
이런 내 의문이 모두, 내가 기억상실증을 걸렸던 때처럼 싹 날아가버리길 빌면서.
모두 잊허져버리길 빌면서.
이쯤해서 생각을 모두 접어버린 다음.
"..아..안녕.!?!?!!..."
부엌 문가에 서서 날 빤히 바라보고 있는 토끼소녀에게 시선을 돌려버린다.
당장에라도, 이 깨름칙한 의문점들을 모두 떨쳐버리고 싶어서.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크게.
토끼소녀에게 안녕 이라는 인사를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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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웃~점쟁이이십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