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루 안보면 후회한다는 말이 맞는거 같아요.
우선
이창동이란 감독이 소설을 썼던 분이시라
시나리오가 알차고 탄탄하며
신인들의 연기가 매끄럽고
(설경구는 거의 몰입, 그 자쳅니다)
화면도 예쁩니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쭉 훑는 느낌.
끝나면 또 묻게 되더군요.
"정말 삶은 아름다운 거야?"하고...
예전에 "인생은 아름다워"를 볼 때,
이미 삶은 아름답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또 우리영화 "박하사탕"을 보니까
정말 삶이 아름다운지 묻고 싶더라구요.
인생...예전에 인생이란 중국영화를 본 기억이 납니다.
그 영화도 참 좋더라구요.
전 삶을 반추하게 하고
현실을 현실답게 그려
인간미가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 구조가 좋아요.
"박하사탕"에는
군데 군데 "아~"하는 탄성을 절로 나오게 하는
그런 리얼리티와 힘이 있어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예전에 문학을 가르치신 한 선생님은
독서방법 가운데는
뒤로부터 읽는 법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맨 뒤 쳅터부터 차례차례 앞으로 읽기.
그리고 또 한 국어 선생님은 이야기 구조 즉 '플롯'을
가르치시며 역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예를 들어 "수사반장"의 경우.
형사들이 범인을 잡는 장면부터 보여주고(맛배기)
선전이 끝나면
다시 그 범인의 범행 동기, 범행과정 등이
술술 그려진다하시며...
어제 박하사탕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디서 한 번 바꿔 볼까.
영화에서 설경구가 그러거든요.
"혼자 죽기 억울해서 저승길 갈때 딱 한명만 동행하게
딱 한 명만 죽이고 죽을 거야. 내 인생을 이렇게 망친
놈들 중에 딱 한 명만. 근데 그런 놈들이 너무 많아.
날 망하게 한 증권회사 직원을 죽일까. 동업하다 배신한
친구녀석을 죽일까, 이혼한 아내와 자식을 죽일까"
근데 영화를 쭉 보니까 설경구의 인생을 그렇게 만들어
온 것은 그런 낱낱의 개인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파행적
이고 구조적인 모순에서 기인하더라구요.
열악한 노동환경, 치떨리는 군사문화, 군사정치,
그리고 부패, 비리.....
언젠가 신경숙의 소설엔 이런 구절이 나왔어요.
"나 태어나지 말았을 것을..."
인간이 사는 인생이라는 거.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잖아요.
근데 살다보니
"남"들은 다 "잘"사는 거 같은데
"내" 인생은 왜이리 "후지고" "힘든"거냐는
물음이 생기게 되더라구요.
그럴 때 다시 살게 되는 힘은
"미래"라기보다 "과거"에서 발견되는 거 같아요.
어떤 아름다운 미래가 보장되어 있어서라기 보다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과 "박하사탕"같은 순간을
떠올리며 그 힘으로 사는 거.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태어난 거야 내 의지랑 상관이 없었으나
죽는 거 만큼은 내가 결정할 거야.
우연한 사고나 병은 어쩔 수 없겠지만
죽고 싶을 땐 죽는 거야...하는 생각.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진 말아야지...하는..
후, 근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생각을 할 수록
더욱 삶에의 의지가 생기는 거.
그래서 누군 삶에의 인간 의지를
"맹목적'이라고 했던가봐요.
한때(대학교 4학년 때)
기형도의 시구절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있으라"
라는 구절을 한동안 인문대실 책상앞에 붙여 두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이 구절이 무슨 성경말씀처럼 들렸나봐요.
우리에게 "박하사탕"은 어떤 순간, 어떤 사람, 어떤 것일까요.
우리 인생에서 박하사탕은 무엇일까요.
우리 인생을 맘대로 휘두르는 전체의 폭력에 우리 스스로가 가해자로 합류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왜 삶은 박하사탕처럼
상쾌하지 못하고,
그 상쾌함도
군화발에 짓이겨져야 하는지(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속에 한 운동권 학생이 나와요.
무지하게 고문당하고(제가 그렇게 맞고 고문당했다면 전 정신병자가 됐거나 그렇게 많이 맞기 전에 이미 불었을 거예요) 견딜 수 없어 동지의 거처를 말하게 됩니다. 그 학생을 고문하고 자백을 얻어낸 치떨리는 형사역을 맡은 자가 바로 바로 주인공 설경구죠. 영호(설경구의 영화속 이름입니다)는 운동권 학생의 일기를 읽다가 '삶은 아름답다'는 구절을 찾아냅니다. 그리곤 묻죠. 그 청년이 동지의 거처를 말하고 난 순간,
"그래 여전히 삶은 아름답냐?" 하고...
그리고 세월이 지나 한 음식점에서 둘은 우연히 만납니다. 그때 영호를 피하던 그 청년(이미 삼십대가 되버린)의 눈빛이 선명합니다. 그때 또 영호는 화장실에서 묻습니다.
"아니 아직도 삶은 아름다운겁니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