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세월을 품은 고매의 품격,
‘고불매(古佛梅)’
-천연기념물 제 486호-
백두대간이 남으로 흘러내리다 호남 땅에 들어서며 노령산맥으로 바뀌니 그 가운데 백암산의 백학봉 아래 자리하는 절집으로, 632년(백제 무왕33년)에 창건된 절집으로 호남불교의 요람인 천년고찰이다.
천년고찰 ‘백암산 백양사(白巖山 白羊寺)’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로 5대 총림 중 한곳이다. 창건 당시 ‘백암사(白巖寺)’로 불렸으며, 1034년(고려 덕종3년)애는 ‘정토사(淨土寺)’라 했다.
1574년(선조7년), ‘환양선사(喚羊禪師)’가 금강경을 설법을 하고 있는데 3일째 되는 날 횐 양이 내려와 설법을 들었고, 7일의 법회가 끝난 다음날 암자의 아래 그 횐 양이 죽어 있었다고 한다. 축생의 몸이 스님의 설법을 듣고 업장 소멸하여 환생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절집의 이름을 ‘백양사’로 다시 지어 부르게 되었다.
절집 뒤편의 백암산 ‘백학봉(白鶴峰)’은 명승 제38호로 대한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전라남도와 북도를 경계로 선 백암산은 내장산 국립공원에 포함 되어 있는 산으로, 백학봉을 배경으로 선 쌍계루의 가을 반영을 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봄이면 천연기념물 제 486호로 지정되어있는 홍매화 ‘고불매(古佛梅)’를 찾기 위해 몰린다.
‘백양사 고불매(白羊寺 古佛梅)’
1700년 옛 백양사의 앞마당에 심겨져 있던 매화들이 있었다.
그러던 1863년(철종14년) 홍수로 인하여 대부분의 나무들이 사라지고, 대웅전을 중수하면서 ‘취운도진(翠雲道珍)’선사가 살아남은 홍매, 백매 두 그루의 매화를 지금의 자리에 옮겨 심었다. 그러나 백매는 고사하고 지금의 홍매만 남았으며, 1947년 백양사가 고불총림이 되면서 ‘고불매’라 불리게 되었다.
1960년 후반, 향적전을 보수하면서 나무를 베거나 옮기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현 백양사 고불총림 방장 ‘학봉 지선(鶴峰 知詵, 1946~ )’대종사께서 “나이든 나무를 옮기는 것은 죽이는 것과 다름없으니 담장의 위치를 바꿔서라도 매화나무를 살리자.”고 주장하여 지금의 고불매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향적전의 담장 위
원래 백학봉의 한기로 인해 고불매의 개화는 다른 매화보다 늦는 편이다. 보통 4월 상순이나 돼야하는데, 올해는 추위가 일찍 사라져 일주일이상 빨리 개화되었다. 그것도 담양의 다른 매화 앞에서 답사 오신 어르신께 고불매의 개화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백양사 입구 허름한 모텔에서 스산한 하룻밤을 묵고,
이른 아침 백양사로 향한다. 그 시간에도 주차비와 관람료를 받는 부지런함을 보인다.
천연기념물 제153호 비자나무숲이 반긴다. 한기가 스미는 바람이 일지만 개운하다. 뒤척인 잠자리였던 찌뿌둥한 몸뚱이가 가벼워진다. 폐 속 깊이 시원함이 스며든다.
가벼운 걸음은 다시 절경에 눈에 떠진다. 조선시대 중종때까지도 천제를 지냈다는 백학봉의 장쾌함이 먼저이고, 쌍계루와 연못이 펼쳐지는 절경이 다음이다. 가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그 자리다. 아직은 덜 떨어진 한기인지라 아름다움까지는 모르겠으나 절경임은 틀림없다.
돌다리를 건너 절집의 경내에 들어서고 해운각의 뒤로 돌면, 이내 고불매다.
예전에는 없던 전각이 모서리를 기대고 들어섰고, 역시 없던 어린 매화들이 지척에 심겨졌다. 매화의 입장에서 본다면 답답한 공간이기도 하겠다. 또한 사진을 촬영하는 입장에서는 걸거칠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또한 혹시 모를 예방이라고 생각한다면 절집의 관심에 오히려 다행스럽다.
고불매(古佛梅), 연분홍의 청정한 꽃빛을 가진 고매다.
수령은 약 350년 이상, 수고 5.5m, 수폭 6.5m에 이르며 무릎높이에서 동서 두 갈래로 나뉘고 각 갈래는 남서로 자라나 고매의 품격을 이루고 있다. 동쪽 줄기가 병들어 고생했으나 절집의 관심과 배려로 치료되었고, 고사되어 잘린 부분에는 잔가지들이 새롭게 돋아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향적전의 담장 너머까지 뻗은 가지들이 멋스럽다.
연분홍의 매화로 색이 곱고 향이 은은하다.
이 즈음이면 절집의 경내는 고불매의 향기로 들어찬다. 진한 그런 향이 아니다. 고매만이 가지는 은은하지만 새콤한 향, 어린 딸기의 향이라 할까, 바람이라도 살랑거린다면 코끝이 찡하게 아리다.
2009년 미개화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던 시간,
고불매는 그렇게 건강하게 자라고,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매향을 뽐내고 있다.
“아~! 아름다운 향이여~!”
고불매를 다시 만나면서 오래된 기억속의 그 향이 되살아난다. 꽃잎색의 교태에 취하고, 매향으로 해장을 하고나니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다.
참, 아름다운 향,
백양사 고불매의 향에 한참을 취하고 내려선 길, 경내를 빠져나오는 그때까지도 매향은 계속이다.
지선 대종사님의 유지로 이렇게 고매를 만날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담양에서 고불매의 개화소식을 전해주신 어르신께 감사를 드린다.
글, 사진 자유여행가 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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