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오는 29일 치러지는 울주군수 보궐선거에 끝내 후보를 공천하기로 8일 결정함으로써 이번 보궐선거는 초반부터 '정부여당 무원칙 공천'에 따른 책임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사전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평가한 후 이뤄지는 사실상 '무늬만 공천'이어서 일부 여권 후보들이 공천 참여를 포기하는가 하면,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는 등 만만찮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울주군수 보궐선거 후보 공천여부을 놓고 논의를 벌인 끝에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후보를 공천키로 하고 이를 추인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안경률)는 당 공고를 통해 이날부터 9일까지 이틀간 후보자 공천 신청 접수를 받기로 했다. 울산시당(위원장 안효대)도 당의 방침에 따라 그동안 여권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들에게 공천사실을 통지하는 등 후보자 공모 지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울주군수 공천 방침이 알려지자 지역 야당과 일부 여권 후보들 조차도 '공당의 신의를 저버린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은 울주군수 보궐선거 당선을 위해 민의도 저버리고, 스스로 만든 당규까지 어김으로써 자가당착에 빠진 꼴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민노당은 특히 "이번 보궐선거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 가며 치러야 하는 보궐선거인데, 원인제공을 했던 당이 또 다시 주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나오는 것은 그야말로 염치없는 행동이다"면서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스스로 만든 '부정부패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는 후보추천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여권후보로 거론되던 일부 인사들도 "공천 신청자 공모전에 이미 여론조사 등을 통해 여권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끝낸 상황에서 공고일을 포함해 이틀 만에 후보접수를 받는다는 것은 특정후보를 사실상 내정한 상태에서의 '모양갖추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천에 참가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공천 신청을 준비하던 한 인사는 "그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등 평가에서 좋지않은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공천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공천신청을 아예 포기했다.
한편 이번 울주군수 보궐선거에서 여권후보로 거론되던 후보들 중 신장열 전부군수, 윤광일 전 도의원, 김춘생 전 시의원, 천명수 현 시의원 등이 9일 공천신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서진기 전 시의원과 배임태 전 행안부국장은 '지지자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며, 노맹택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공천 신청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강정원기자 mi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