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인간의 허와 실
:
:
: 자주 들리는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했었다.
:
: 설문의 내용은 '다음 도술중 당신이 가장 가지고 싶은 것
:
: 은?' 이라는 설문으로 유머 사이트 다운 발상이었다.
:
: 그리고 친절하게도 투명인간, 축지법, 둔갑술의 세가지 도
:
: 술이 보기로 나열되어 있었다.
:
: 당연히 축지법에 한 표를 던지고 결과를 보니 예상과는 전
:
: 혀 다르게 투명인간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
: 사람의 생각이 저마다 다르다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
: 것은 실로 있을 수가 없는 엽기적 발상이며 또한 단순 효과
:
: 만을 고려한 대중들의 섣부른 선택임이 분명했다.
:
: 물론 내가 선택한 것이 반드시 일등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절
:
: 대 아니고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 일등이 아니어서 흥분할
:
: 것도 없으며, 비실명 설문조사에서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
:
: 지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 물론 추첨을 통해 DVD 플레이
:
: 어를 상품으로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갖은 수
:
: 식어를 동원하며 흥분하는 이유는 바로 그 투명인간이라
:
: 는, 얼핏 생각에 멋드러진 단어가 만드는 대중들의 착각 때
:
: 문이다. 투명인간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머릿
:
: 속에 떠오르는 일이 여자 목욕탕, 또는 남자 목욕탕에 가
:
: 서 마음 편하게 구경하겠다는 발상인데 이는 참으로 딱하
:
: 기 그지 없는 생각이다. 고작 투명인간이 되어서 할게 그
:
: 리 없나? 그리고 목욕탕이 아무리 좋아도 3일만 반복하면
:
: 지겨워 진다. 물론 특정한 일에 집요하게 빠져 즐거움을 오
:
: 래도록 누리는 일부 끈기 있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도 기껏
:
: 해야 몇일이며 또한 소득도 없다. 목욕탕에서 알몸 한번 봤
:
: 다고 그 사람에게 결혼하자고 할건가? 또한 다른 형태나 다
:
: 른 상황이 다양하게 펼져진다면 그나마 오래가겠지만 아쉽
:
: 게도 목욕탕은 그런 다양함을 만족시켜줄 만한 화려한 액션
:
: 은 나올 수 없는 곳이다. 아마도 이런 단순한 상상 때문에
:
: 많은 사람들이 투명인간을 선호하는지는 모르지만 앞서 그
:
: 이유를 설명했듯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
: 또한 많은 사람들이 투명인간에 대해 어떤 착각을 하고
:
: 또한 그것이 왜 착각인지 속속들이, 낱낱이, 심도있게 알려
:
: 주려 한다. 이 해설 이후로 이와 흡사한 설문 및 기타 퀴즈
:
: 가 나왔을 때 정확한 설명이 가능한 대답을 할 수 있기를
:
: 간절히 기원한다.
:
:
:
: 1. 부피는 존재한다
:
: 투명인간의 가장 골치 아픈 단점은 형태가 눈에 보이지 않
:
: 으나 부피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
: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귀신들은 형태는 있으
:
: 나 부피가 없어 문고리를 잡고 힘들게 문을 열지 않아도 문
:
: 을 관통하여 실내로 들어갈 수 있지만 투명인간은 반드시
:
: 문을 열어야 실내로 들어갈 수 있다.
:
: '사랑과 영혼' 흉내 내다가 대가리에 혹만 생긴다.
:
: 재수 없으면 피도 나오는데 투명인간이 피를 흘리면 스타
:
: 일 다 구긴다. 그러니 지가 아무리 남의 눈에 안보여도 어
:
: 딘가에 가고 싶으면 문을 열어야 한다.
:
: 뿐만 아니라 남들하고 몸도 부딪히게 된다.
:
: 따라서 지하철도 못타고 버스도 못탄다.
:
: 택시는 지붕 위에 엎드려 타고 가야 하는데 그렇게 가다간
:
: 목욕탕 가기도 전에 하늘나라부터 관광할지 모른다.
:
: 이건 도술이 아니라 바보다.
:
: 2. 목숨건 행보
:
: 투명인간은 옷을 입지 않는다, 아니 옷을 입지 못한다.
:
: 그러니 열대야에 시달리는 한여름이나 활동이 자유롭지 못
:
: 한 평소에는 엄두도 못낸다. 여름밤에도 모기가 얼마나 괴
:
: 롭힐 것이며 또한 불안해서 팔다리 뻗고 누워 낮잠이나 잘
:
: 수 있나? 뿐만 아니라 평소에 모르고 지나다녀서 그렇지 투
:
: 명인간이 되어 옷을 홀라당 벗고 다니면 분명 어딘가에 부
:
: 딪히거나 스쳐서 남자인 경우 3일내에 고자가 될 것이다.
:
: 여기서 잠깐 한국 사람들의 사망원인을 조사한 어느 조사기
:
: 관의 발표를 보자. 0세~9세 사망원인 1위 교통사고.
:
: 10~19세 사망원인 1위 교통사고.
:
: 20~29세 사망원인 1위 교통사고.
:
: 30~39세 사망원인 2위 교통사고.
:
: 이렇듯 교통사고 사망률이 엄청나게 높은 게 현대 사회의
:
: 특징이다. 따라서 시뻘건 옷을 입고 다니거나 야광으로 번
:
: 쩍거리는 옷을 입고 다녀도 운전자의 잠깐 실수가 커다란
:
: 사고를 일으키는데 하물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놈이 어떻
:
: 게 길을 걸어다니나? 커다란 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골목길
:
: 을 걸어가도 지나가는 차에 낑기거나 어린이들 킥보트에 부
:
: 딪혀 다리가 부러지던가 심한 찰과상을 입게 된다.
:
: 커다란 차에 치어 죽기라도 한다면 아주 비참하고 더럽게
:
: 죽는다. 어디 그뿐인가?
: 공사장 밑으로 지나가다 위에서 떨어지는 망치나 벽돌에 맞
:
: 을 확률도 일반의 경우보다 1000배는 넘고 지나가던 차로부
:
: 터 흙탕물 세례를 받을 확률도 무지막지하다.
:
: 도대체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 겨우 여자, 또는 남자 목욕탕
:
: 에 가겠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
: 목욕탕 가는 일 말고 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좋아하는
:
: 이성친구 집에 몰래 들어가 똥 싸는 거 쳐다보거나 인터넷
:
: 유료 사이트 비밀번호 알아내는게 고작인데 도술의 활용치
:
: 고는 너무도 치졸하다. 돈을 벌어서 돈을 펑펑 쓰며 살다
:
: 가 중요한 순간에만 투명인간 하겠다고? 좋다.
:
: 그렇다면 그 중요한 순간이 무엇인가?
:
: 투명인간 상태로 맞이할 좋은 순간이 없잖은가?
:
: 많을 것 같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별로 없다. 그럼 투명인간
:
: 의 특성을 이용해서 돈을 번 다음 편하게 살겠다고? 그런
:
: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 알고 다음 글을 준비했다.
:
: 3. 소득없는 헛고생
:
: 투명인간의 특성을 이용하여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
: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
: 우선 간단히 생각해서 은행에서 돈다발을 집어 들고 나오
:
: 는 방법인데 그 상황은 아무도 없는 곳에 돈만 공중에 둥
:
: 둥 떠다니는 일이 생기게 된다.
:
: 돈다발이 공중에서 둥둥 떠다니는데 못본 척할 사람은 대한
:
: 민국에 아무도 없다. 다행히도 투명 가방이라던가 투명 보
:
: 자기가 있다면 좋겠지만 인체생리학적이며 화학적이며 또
:
: 한 물리학적이며 생물학적인 투명인간의 기술적 특성상 불
:
: 행히도 투명 보자기나 투명 가방의 생산은 불가능하다
:
: (그게 가능하다면 굳이 사람을 투명인간으로 만들 필요가
:
: 없다).
:
: 그러니 기껏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란 돈 있는 곳에 가서
:
: 만원짜리 한장 정도 돌돌말아 똥꼬에 끼워 도망오는 건데
:
: 도둑 치고 아주 비참한 도둑이다.
:
: 열번만 반복하면 치료비가 더 든다.
:
: 물론 그런 방법 말고도 산업스파이라던가 사설탐정 등의 역
:
: 할로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신분이 드러나는 위험
:
: 요소를 안고 있으며 또한 앞서 제안한 내용과는 별개의 경
:
: 우다. 즉 그것은 불로소득이 아니라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
:
: 서 해야 하는 정식 경제행위로, 그렇게 돈 벌려면 부지런
:
: 히 일해야지 언제 놀 수 있겠냐는 말이다.
:
: 따라서 투명인간은 돈을 벌기도 힘들다.
:
: 조금 더 생각해봐야 유괴범이나 인질극 등 죄질 나쁜 반사
:
: 회적인 범죄 말고는 어렵다.
:
: 말이 쉽지 인질극이나 유괴범도 쉬운 건 아니다.
:
: 일단 복면을 쓰고 행동한 다음 결정적인 순간에 투명인간
:
: 이 되어야 하니 그전에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
: 투명인간은 돈을 벌지 못한다. 그러니 아무 쓸모가 없다.
:
:
: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투명인간은 얼핏 듣기에 이름만 화려
:
: 했지 실속이 없다. 도술 치고는 쓸모가 없고 또한 가만히
:
: 있으면 될 걸 괜한 투명인간 해보려다 생명의 기간만 단축
:
: 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이에 비해 축지법은 무척 단순하지
:
: 만 실속이 있다. 일례로 축지법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간단
:
: 히 설명한다. 지금까지 투명인간의 허실을 말하느라 몹시
:
: 힘드니 <넘버 3>의 배우 송강호씨에게 부탁한다.
:
: 국내 유머 사상 최초로 유명 배우를 등장시켜 색다른 웃음
:
: 과 비굴한 동정심의 발생을 유도한다.
:
: “어.... 그러니까.... 은행에 가, 그냥 가는 거야 이렇게
:
: 툴툴 거리며 그냥 가는 거야 어? 어? 그리고 돈을 쑥! 집
:
: 어. 어? 어? 이렇게 그냥 집어.
:
: 그럼 경비원이 오게 돼 있어. 어? 그럼 그러면 돼.
:
: '헤이! 유 경비? 나 축지법이야!’
:
: 그리고 돈을 들고 뛰어! 존나게 뛰는거야. 어? 어? 지들이
:
: 어디까지 따라오겠어? 어?
:
: 나? 충무로에서 시작했는데 잠깐 뛰었는데 대전이야 어?
:
: 지들이 어떻게 따라와? 대전 경찰이 또 쫓아 온다구?
:
: 그럼 오라 그래. 얼른 오라구. 그리고 또 뛰는 거야.
:
: 금방 부산이야 어? 뛰기만 하니까 심심해? 그럼 잡혀. 어?
:
: 그냥 잡히는거야. 지들이 잡으면 뭐해 어?
:
: 그냥 담배 한대 피고 또 뛰는 거야 어? 어? 바로 이거!
:
: 이 축지법 정신... 그게.... 필요한 거다”
:
: 이렇듯 축지법과 투명인간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
: 따라서 이런 어이없는 설문을 제시한 유머사이트 임직원들
:
: 은 즉각 공개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구속해야 한다.
:
: 또한 생각없이 투명인간에 표를 던진 사람들도 뼈를 깍는
:
: 반성을 해야 한다.
:
: 투명인간은 해봐야 쓸모 없는 것이니 목욕탕이나 몰래 훔쳐
:
: 보려는 쓸데없는 상상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우리 선조들
:
: 이 실제로 활용했다는 축지법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 미
:
: 래를 위해서나 역사 공부 측면에서 훨씬 더 바람직하다.
:
: 오늘 우리는 중요한 공부를 했다.
:
: 역사가 가지는 위대함과 현대문명과의 접목을 심각하게 고
:
: 려하는 것이 재산증식에도 유리하고 생명의 보전에도 훨씬
:
: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
: 좋은 사실을 알았으니 얼른 집에 가서 문헌을 뒤져보던가
:
: 아니면 축지법 동호회나 하나 만들어야겠다.
:
: 나도 돈 좀 벌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