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하늘을 봤다
헉~~~오늘도 융프라우요흐는 안개가득이다
아니 이게 벌써 몇일째인지...?
안개없음.날시맑음만 기다리다가
이대로 스위스에서 눌러살기세이다
스위스 산간마을에 머문지도 벌써4일째
내일쯤 다시 다른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무리수를 두고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융'을 보러 갈것인지
깔끔하게 포기할것인지 결단을 내릴때가 드디어 왔다
안개가 가득하면 한치 앞도 안보인다고 하던데
비싼 돈주고 올라갔다가 괜히 삽질만 하는건 아닌지
그렇다고 이대로 바이바이 하면
두고두고 후회하는건 아닌지
.....
아~~~~~~어쩌란 말인가...?
고민고민 끝에 안개가 가득한걸 알면서도
가보고 해보고 후회하는편이 낮겠다 싶어
결국 '융'으로 난 향했다
올라가는 내내 기도를 드렸다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단 1분 1초라도 좋으니 꼭 파아란 하늘을 보여주세요
~~~~~~~~~~~네
1%의 희망을 가지고 출발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안개가 가득이다~~~~~~~~~~~
이러면 아니되올시다
어쩌자구...저에게~이런 시련을...
급 실망하기전에 서서히 마음을 비우자
다녀온다는데 의의를 두자
이러면서도 속을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몇일동안 내내 스위스 찬양을 부르짖던 내가
오늘은 하늘을 바라보며 원망이 알프스를 뚫고 나아갈 기세이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해서야~원
그래도 산악기차를 타고 가면서 바라본
스위스의 산간 마을을 정말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나 조증 환자...?
왜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번도 넘게 바뀌는 것이야?
응? 버럭버럭~ㅋㅋ
푸르른 초원위에
장난감처럼 놓여있던 목조가옥들
초록들판만 보면 미친듯이 달리고픈
충둥이 팍팍 들게 하던 곳
지상낙원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없던 나라
아~~~~스위스
눈덮인 설산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아기자기한 목조가옥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푸르른 초원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러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기차는 하염없이 위로 위로 향한다
중간중간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경유지에 정차할때면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을 담느라 아주아주 분주해진다
'완전 촌시런~ 나 스위스에서 기차 탔어요'
요런 주제쯤 되겠어요~~~~ㅋㅋ
촌시런 여행자 기운을 팍팍 받은김에
좀더 과감한 진도 나가시는 피오나
촌스러움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짐합니다
창문에 머리 들이밀고 셀카정도는 찍어줘야 합니다
왜냐~~~~~~? 한평생 탈까말까한 스위스 기차를 탔으니깐요
객실 내부도 같이 찍어주는 센쑤는 당연한거겠죠?
근데..저 브이는 어찌 쫌 해결안될까요..?
그것도 쌍브이질이라니~ ㅡㅡ
진정, 촌스런 여행자임이 분명합니다
눈치 채신분들도 있겠지만
기차안에서 정말 죽어라고 셀카 몇백장은 찍은것 같아요
다만, 쓸데가 없다는거죠~ㅋ
동그란 제얼굴만 떠억 하니 나왔으니
이건 뭐, 배경도 모르겠고 완전 답답할 노릇이에요
수많은 노력끝에 탄생한 결정판!!
짜잔~~~~~~~~~
요거 요거 완전 대박입니다
인물빼고 구도 배경은 완전 대박인데~ㅋㅋ
역시,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구나
ㅋㅋㅋ
그렇다고 셀카삼매경에만 빠져있으면 안된다
혼자라서 움츠리지 말고 여기저기 비굴모드로 부탁하여
가문에 길이길이 남을 사진들을 대량 생산 해야 한다
아휴~아주아주 완전 신나셨구나~~~~~~~ㅋㅋ
저땐 진짜 낙엽 구르는것만 봐도 깔깔거렸던것 같다
출발전의 원망과 원성은 삶아 먹은거니...?
ㅋㅋㅋ
다시 봐도 신기한 스위스 기찻길 한번 쓰윽 보면서
요런 집중력과 관찰력이 내게 있었나 자하자찬도 해보고
(알고보면 남들도 그정도 센쓰는 다 있는데 말이쥐)
다만,
열차시간표를 잘 확인해가며 놀아야 한다
언제 열차가 훅~지나갈지 모르니깐
늘 긴장상태 유지!!
마지막 역을 지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해발 3571m를 향하여
무한 질주가 시작된다
안개가 점차 짙어질수록
걱정거리가 다시 한웅큼식 쏟아난다
게다가 튼튼하다고 자신만만했던 피오나
슬며시 머리가 띵해지면서~
다크써클이 점차 아래로 내려옴을 느낀다
이거~이거 혹시 고산병????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순간이다
어느순간부터 창밖에는 푸르름이 사라지고
하얀 눈과 안개만이 가득하다
안개와 구름을 진공청소기로
쏘옥 빨아들이고 싶었던 그날 내심정~~
ㅠㅠ
융프라우요흐 전역인
Eigerwand 아이거반트 전망대에 잠시 정차를 하는데
오호~하늘이 파랗다~
제발 조금만 더 있어다오!!
아이거반트역의 높이도 무려 해발 2865m
이 높은곳에 역을 만든것도 산을 뚫고 열차가 지나가는 것도
암튼 죄다 신기신기~~~~~!!
마지막 동굴을 지나오니
드디어 융프라우요흐역이란다
여기가 그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융~~~~~~거기구나
반갑다!! 융아~!
너의 그 파란간판을 보니 왜이리 반갑니...?
그동안 수많은 블로그에서 보아왔던
융프라우요흐의
지하 유리동굴을 직접보니 감회가 색다르다
지금부터 다시
촌스런 여행자로 완벽 변신을 시도합니다
일명,닥치는 대로 찍고 또 찍고~프로젝트
그냥 얼음동굴이 아닌거죠~
해발 3571m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동굴이랍니다
요런 간판 없었음 어쩔뻔 했니...?
태백산 눈꽃축제로 오인하기 딱 좋은 배경이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치면 왠지 섭섭해서 한장
이곳이 진정 명당이구나
3571m .융프라우요흐. Top of Europe
내가 원하는 '융'의 프로필이 한눈에~ㅋ
유럽의 최정상을 밟았다는 기쁨도 잠시
드디어 부풀고 설레이는 가슴을 끌어안고 밖으로 나갔더니
정말 한치 앞도 바라볼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헉~ 이건 눈앞의 사람조차 보이지 않으니
이일을 어쩐데요?????
삼대가 공을 들여야 볼수있는게 여기 또 하나 있었다
대한민국에선 지리산 설악산 일출을 보려면
삼대가 공을 쌓아야 한다고 했는데
지구반대편 유럽의 최정상 융프라우요흐 역시 마찬가지이다
삼대가 공을 쌓아야만 눈앞의 설경을 바라볼수 있다
급 좌절 모드에 빠져서 패닉상태에 도달중이다가
정신을 차렸다~
일단 , 후퇴다!!
내가 맑은 하늘을 보기 전에는 절대 내려가지 않으리다
남는게 시간이신 피오나 !! 일단 기다려 주겠어~!
오늘 하루를 '융'에게 투자 하기로 마음을 먹은거다
금강산도 식후경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코스로 자리잡은
유럽정상에서 맛보는 신라면
여기저기 테이블에서 매콤한 신라면 향기가 폴폴 나풀댄다
그 매콤한 향기만으로도 기운을 번쩍나게 하는
한국인을 위한 피로회복제
그 맛이 얼마나 기막히고 얼마나 맛나던지
먹어본 자만이 알수 있을테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이
융프라우요흐에 있다
자체발광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부하신 피오나는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엽서를 한통씩 썼다
피오나님 지인되시는 분들~~!!니네가 받은 엽서 말이야
유럽에서 젤 높은 봉우리 융프라우요흐에서 보낸거야~
영광인줄 알어~이것들아!!
ㅋㅋㅋ
밥도 먹고 엽서도 쓰고
제번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밖은 하얀 안개속이다
아까부터 지끈거리기 시작했던 두통이
점차 심해진다
같은 기차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은
벌써 내려가고 없다
아..어쩌지!! 이대로 포기하고 내려가야 하나...?
머리는 왜이렇게 아프고 속은 왜 이렇게 욱신욱신 거리지?
에라이~모르겠다
일단 한숨자고 일어나자
한숨자고 일어나면 하늘도 보일거구
머리랑 속도 괜찮아 질거야~~
그래서 정말 그러해서
피오나는 그곳, 융프라우요흐에서 잤다
그것도 짧은 단잠이 아닌 긴 잠을...
한 두어시간 잤을까...?
자고일어나니 몰골이 꽤재재 한것이
심상치 않은 노숙 분위기가 제대로다
이제는 정말 결단을 내려야 할때이다
마음을 비우고 밖으로 다시 나와보니
여전히 안개와 구름으로 가려져 밖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수는 없잖아~
그럴수는 없는 거라구~
그리하여, 아무도 어딘지 알수없지만
피오나 본인만이 알수있는 설원속의 추억을 쌓았다
설원속에 과감하게 누워보기
진짜 순도 100% 알프스의 눈인가 보다
누워보니 알겠던데
아,진짜 춥드라~~~~~~~추워!!
온세상이 하얗다 보니
정말 무배경속에서 생쑈가 될뻔 했는데
우정 출연해주신 관광객 여러분 감쏴~해요
뭐,파아란 하늘은 보지 못했지만
저러고 놀다보니 다시 생글생글 신이나기 시작했다
살짝쿵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더니
진짜 맞는 말이다
알프스 정상에서의 첫 만남은
아쉬움과 미련속에 끝나버렸지만
훗날을 다시 기약했다
3대가 쌓아야 하는 덕 내가 대신 곱절로 쌓아서
다시 올테니 그때는 절대 배신하지 말라고~!!
하산할때는 지난번 포스팅때 적은것처럼
신나고 즐겁게 트레킹을 했구요
하루종일 머리 지끈거렸던거 보상해준다고
큰맘먹고 백숙을 만들어 먹었답니다
흐릿한 융프라우요흐를 바라보며
닭다리를 지근지근 씹던 기억이 살포시 납니다
아니. 근데 무슨 쌀이 그래요...?
외국에서 갓 지은 밥
밥알이 폴폴 날리는거 그거 이해 합니다
근데,하루종일 끓이면 죽은 아니더라도
그 폴폴 날리는 기운은 좀 죽어야 되는거 아닌가요..?
다음날 남은닭살과 쌀로 닭죽 해먹는다고
무려 밤새도록 10시간 넘게 끓였는데
절대 절대 그 폴폴 날리는 기운은 죽지 않더라구요~
ㅋㅋㅋ
비록 융프라우요흐도 못보고
폴폴 날리는 밥알과 씨름을 했던 날이었지만
이제는 그 모든것들도 행복한 추억의 한장이 되었네요
이제 행복했던 산간생활을 접고
유람선 타고 루체른으로 이동합니다
휘리릭~~~~~
와~~ 저 융프라우 가는데~ 정말 잘 나온 사진들이 3대의 복??!! 몰랐어요~~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군요~~~ 제발 제발 기도를 해야겠어요... 사진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