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제방 무단 철거 부실 임시 제방이 선행 원인"
시공사 부실제방, 행복청·충북도 관리감독·교통통제 손놔
청주시·경찰·소방도 현장출동·상황전파·신고접수 뭉개
공직자 63명 징계 요구도…"재난대응체계 전면개선"
고개숙여 인사하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연합뉴스
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관련 기관들의 총체적인 부실 대응으로 인한 관재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국무조정실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5개 기관 등 모두 36명을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충청북도 9명,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8명, 충북경찰청과 청주시 각 6명, 충북소방본부 5명, 공사 현장 관계자 2명이다.
국조실은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 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을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또 홍수경보와 신고 등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하차도와 미호강 관련 유관기관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벌어진 참사로 결론 내렸다.
◇ 참사의 재구성
사고 당일인 15일 새벽 4시 10분 사고 발생지점인 미호천교 지점에는 이미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이후 6시 40분에는 미호천교 지점의 계획 홍수위인 해발수위가 29.02m에 도달해 지하차도 통제 요건을 충족했다.
이어 오전 7시 50분경에는 미호천교 부근에 쌓여있던 임시제방 쪽에서 월류가 시작됐고 불과 19분 만에 제방이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
약 18분 후인 8시 27분 경부터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해 23분 뒤에는 완전히 잠겼다.
박종민 기자◇ 기관별 부실 대응 적발 사항
국조실 감찰 조사 결과 행복청은 시공사와 감리사가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한 뒤 규격에 미달하는 임시 제방을 쌓았는데도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다.
특히 제방 붕괴 상황을 확인한 이후에도 재난 관련 유관 기관에 신속하게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차도의 관리 주체이자 교통 통제 권한을 가진 충북도는 사고 발생 전에 통제 기준이 충족됐지만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은 데다 미호천 범람 위험 신고를 접수 받고도 교통 통제를 실시하지 않았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당일 두 차례(오전 7시 4분과 오전 7시 58분)의 미호천교 범람과 궁평지하차도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를 접수하고도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출동한 것처럼 시스템에 입력한 뒤 종결 처리했다.
또 청주시는 유관기관으로부터 미호강 범람 관련 위기 상황 통보를 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9신고(오전 7시 51분)에 따라 범람 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기관인 충북소방본부는 현장요원의 상황 보고에도 불구하고 119종합상황실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사고 전날(14일 오후 5시 21분)에도 미호천교 공사현장 임시제방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도 유관기관에 전파하지 않은 사실까지 밝혀졌다.
◇ 대검 수사의뢰 36명, 징계 요구 63명 등 후속 조치
국조실은 이번 감찰을 통해 5개 기관 공직자 34명과 공사현장 관계자 2명 등 모두 36명을 대검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번 수사의뢰 대상자에는 민간이 2명과 책임자인 실.국.과장급 공무원 12명이 포함됐다.
추가로 5개 기관 63명에 대해서도 공직자의 비위 행위를 소속 기관에 통보해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수사의뢰.징계요구와 별도로 사고의 심각성을 감안해 관련 기관별로 직접적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자에 대한 직위해제 등 인사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범처 TF를 구성해 지하차도 통제기준 개선 등 재난대응체계의 전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