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2일 밤
공장이 멈추고
병원이 바뀌니
너도 쉬고
나도 쉬는
휴가 아닌 연말휴가
곧 죽는데도 외롭다고 앓는 소리는 내지않는
자존심 고독한 영혼 둘
어두운 방 불 밝히고 찻물을 보글보글 끓여내거니
창밖에는 어느새 별이 우수수 떨어지는 듯
하얀 눈발이 송송 송송 바람에 나부끼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간 허공을 떠도는 하얀 눈동자는 간데 없이
차분히 시선을 내리덮고 하얀 영혼만으로 온통 빛내며
고요한 내면의 잔잔함 그대로 응시하고 있었다
사진 앵글 속 복색 행색은 볼것 없지만서도
차한잔 내리면서
서로를 권하며
지나고 다가오는 시간의 문턱에 앉아
살아온 반평생을 넌지시 읽으며 들려보았다
우리 우려내며 마시고 있는
차한잔
더 채워야할까?
더 비워야할까?
찰랑 찰랑
반 잔의 차 수면
후~웁
빈 잔의 차 바닥
무엇이 담겼기에
그리 들여다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지...
TV에서는 와인 드라마 떼루아가 한창인데...
와인과 차
그 사이에 사람과 TV
"야, 우리 떠나자!"
"좋지"
그런데, 어디로?
22일 그 밤부터 23일 점심녘까지
대관령 흐름 쫓아 횡계에 갈 건지... 그러자니 흐름과 연락이 안되고.
지리산 청학동 무아정에 갈 건지... 헌데 가고오는 길여정의 시간이 너무 길고.
갈팡질팡 그러다 결국은
친구를 찾아가자!
인천터미널에서 동서울터미널에
다시 횡계에 가는 버스에 올라타고는
차창 밖으로 한강을 옆에 끼고 달리며 눈을 감고 있다
원주에 가까와지고 태백산맥에 가까와질수록
산야에 설경이 펼쳐지고 있다
문득 우리의 이 쉬는 시간이 인생의 터널 같기도 한데
어두은 터널 속을 달리는 버스 창가로
그 달리는 속도감과 붉은 조명의 조화를 '찰칵'
뉴스에 듣기로 강릉은 적설량이 많아 차 지붕까지 쌓였다는데
하물며 산맥 고원 지대인 횡계는 얼마나 많이 왔을까...
연락이 되지않는 상황을 어림짐작 하건데
아마 제설작업으로 거의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고 있지는 않을지...
우리 이리 불쑥 찾아가지만
제설 작업을 도우며 일당 노동력을 제공하면 환영받지 않겠는가?
이리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갔건만
횡계는 그리 많이 쌓이지는 않았고
스노우타이어의 택시들은 그저 평도로처럼 슁슁 달리고 있었지.
우리의 지레짐작과는 한참이나 다른 횡계의 적설량.
불쑥 예고도 없이 찾아간 두 머슴아를
자다가 깬 부시시한 눈꺼풀 어떨떨한 얼굴을 깨우며
멀뚱이 반겨주던 흐름
핸드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그냥 어데 나타날 때까지 굳이 찾지않았다며
연락이 안됐던 이유를 듣다.
그리곤 이내
군불을 지피며 찾아온 두 머슴아의 가슴과 몸을 데펴준다.
더불어 어머니께 큰 절 인사 올리고
이슬 찰랑 입담을 사르며
주객은 점점 하나가 되어갔지.
그리곤 자리를 옮겨
아우님과 제수씨의 가게로
삼겹살과 소주
흐름이 직접 캐어 담갔다는 당귀에끼스 희석
형님의 친구들을 제 친구인 양
환한 웃음과 가슴으로 맞아주는
아우님과 제수씨
늦은 밤 나타나 밥 한끼 먹고가시는
동네 아낙네와 그 아들
이리 2008년 12월 23일 밤은 붉게 달아오르며 꿈을 달렸다네
눈을 감고 뜨니 24일 아침
느즈막히 깨어 일어나선
푸짐한 황태국으로 해장을 하고
마을 눈꽃축제 눈놀이 마당으로 나서는 길
눈 위를 달리는 개썰매도
이리 다져져야 잘 달린다며
차 바퀴와 통나무 재재를 이용하여
닦아놓은 눈길을 걷다
길 옆 개울가의 눈과 얼음
그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잎진 겨울 나무
삯풍에 나부끼며 눈발을 털어내는데
검은 까마귀만 앉았다 날아다니누나
너무나도 맛나는 평창 막걸리와 맷돼지고기
야생 맷돼진 너무 질기고
집돼지와 교배해서 이리 우리에 방목하는 맛난 맷돼지를 꿀꿀 기른다하네.
길 가에 고즈넉한 팬션
오랜만에 보는 고드름
남들 다 하늘 향해 나래를 펼칠 때
아래로 아래로 지붕을 잇다
눈물을 뚝 뚝 떨구며
세상의 이면을 가리키는
하늘과 지붕
그 위 녹아내리는 시선
눈의 세상 바라보기
고드름
아직 공사중으로 미완의 마을 눈꽃축제의 장
눈썰매장에 다다르니
움집도 보이고
산야와 들을 배경으로 추위에도 꼿꼿한 정자도 보이고
사람들의 발자국에
유쾌한 환호와 동심도 보였다
불쑥 쳐들어와선
마냥 빈둥빈둥 놀기만 하기엔 민망해
뭐~어 우리가 도와줄 것 없는감?
막 시켜주고 부려먹어주게.
장작패기
그 도끼질
혼자 한다면 막노동에 한량없이 질려버리지만
함께하니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이대근 변강쇠 드라마가 따로 있을까?
거~어, 보기보다 쉽지않네~~~
그래도 한가닥 하지?
하하
공자의 군자삼락 중에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락호아... 하였듯이
멀리서 벗들이 찾아왔는데 뭔 일을 시킬까보냐며
마냥 여기저기 구경시켜만 주고픈 흐름은
우리를 이끌고
주문진항으로 달려간다.
달리는 차안에서
태백산맥에 펼쳐진 영동 고원지대의 설경을 찰칵
강릉쪽으로 고도가 내려갈수록 적설량은 많아지고
반대쪽 차선에선 아직도 제설작업이 한창인듯
사십여분 차를 달려오니
드디어 주문진
갈매기가 제일 먼저 반겨준다
내가 멈춰 서있다고
세상도 멈춰 서있는 것은 아님을 강변하듯
주문진항의 배들은 쉴 새없이 들고나고 있었고
그 사이 사이
어부들의 그물손질과 상인들의 손님맞이 외침은 끊임없이 울려퍼지고 있었으며
주문진을 더욱 생생하게 맥동치게 하는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잠시 생업의 굴레를 벗어나
방파제 그 등대길을 따라
멋과 포즈를 취하며
생의 쉼표 발자국을 남겨보도록 한다
그렇게 우리는 12월 24일 낮을 보내고
주문진에서 횟감을 떠오고 케익을 사서
돌아오니 저녁 7시
2008년 횡계에서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고 있었다.
제수씨가 초장을 만들고 있고
어머니가 맛을 보고 있으며
전등을 끄고
드디어 푸짐하게 차려진 상 가운데 케익과 촛불
컬러플한 녹색 샴패인을 터트리지않고
"펑" 뚜껑만 살짜기
넘치지않게 따서는
잔을 돌리니 딱 여섯잔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만찬을 함께 하고
결코 외롭지않은 자존의 고독한 늑대
우리 셋은
따로 나와
차 한 잔
이토록
우리의
이브
밤은
아담스레
다복하였네
이브를 보내고 아침 느즈막히 깨어난 25일
크리스마스
눈은 오지않았으나 쌓인 눈이 녹지않으니
대관령횡계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잎진 나무와 마른 풀들이 황량하지만 눈이 내려
그 눈 덮인 대로
양떼목장을 둘러볼 만 하니...
흐름따라 양떼목장으로
목장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주는 이가
가까운 동생의 여인이라
우린 흐름얼굴에 덤으로 끼어서 무료입장
아무리 털이 곱실곱실 두터워도 고원의 바람과 추위엔
양들도 어쩔 수 없는지 모두 다 축사 안에서
주는 꼴만 받아먹고 겨울을 날고있다.
비록 방목된 양떼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고지에 펼쳐진 초원의 눈밭이 이색적이다
우리는 그 눈쌓인 초원의 목장 산책로를 따라 오르며
대관령에서의 크리스마스에 발자국을 남겨간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거칠고 시립다
그래도 언제 다시 올쏘냐?
다시 오지않을 시절한가로니
갖은 포즈와 표정을
찰칵 찰칵
흐름,
덕택에
멋진
겨울 추억 여행이
되었구랴!
첫댓글 그대들의 겨울을 감상하다보니..문득...그대들이 2008년의 추억을 멋지게 남겼다는 생각이 드네..^^...훗날 사진으로 바라보게될 그 시간들의 추억이 벌써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듯 하오...그대들의 여정이 남긴 발자국들을 보니 훗날의 아름다움이 미리 보이는 구려...멋지게 마무리한 2008년아 잘가라...그대들 가슴에 희망에 눈꽃하나 피워두고....^^()
훌쩍 같이 떠날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불쑥 나타나도 반가이 맞아주는 친구가 있음에 또 감사하고..눈 덮인 대관령의 설경이 눈앞에 아련거리오....나도 이 겨울이 가기 전에 훌쩍 겨울 여행 떠나고 싶다...
.....산울림님에게 주인을 양도하려고 하는데 해외에 있어서 어렵운 점이 많습니다. 오늘 운영자로 등업시켰고 동시에 산울림님이 [운영진 게시판]의 소모임지기가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후박나무 합장...()
눈구경, 바다구경, 아 가고파라... 그리운 벗들도 잘 보고 어이 늑대 셋 ^^; 다들 안부를 전하오 ... 함께 차를 나눌 날이 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