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8월 29일.
오후에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방이동 재래시장'으로 구경 나갔다.
잠실 석촌호수 동호 끝자락에 올라선 뒤에 길 건너편에 있는 '방이동 먹자골목'으로 들어선 뒤에 남쪽으로 방향을 튼 뒤에 재래시장 쪽으로 나아갔다.
내 생전에 두 번째 방문이다. 내가 잠실에서 산 지는 44년째이나 올봄에서야 처음으로 '방이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석촌호수만을 숱하게 산책했어도 석촌호수 동호 뒷편의 거리에는 별로 가지 않았다. 뒷골목이 무척이나 허름하고 잡스러워서...
방이시장은 직선 통로, 비좁은 도로 양편에는 잡다한 가게가 줄지어 있고, 그렇고 그런 잡동사니 물건들이 도로변에 잔뜩 나와 있었다. 뒷골목길을 오가는 행인의 차림새도 허름한 것 같고.
내 눈에는 맛있는 빵, 떡 등이나 보였다. 값이 싸면서도 맛있는 먹을거리들이 즐비하건만 나는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쳐다보기만 했다. 먹을거리를 고른 뒤에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내밀었으면 좋으련만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나는 당뇨병환자이다. 20년째 내과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는다. 지금도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특히나 단맛이 나는 음식물(빵, 떡, 사탕, 엿, 고구마, 탄산음료수 등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류)는 덜 먹고, 덜 마셔야 하기에 식욕을 꾸욱 누르고는 가게 앞을 그냥 스쳐서 지나갔다. 무릎팍도 욱씬거리며 아프고, 연골이 많이 닳아서인지 최근에는 조금만 걸어도 다리를 절룩거린다.
내 눈과 마음으로도 보이지 않는 어떤 귀신이 살재로 존재한다면 나는 욕이나 쳐질러 댔으면 싶다. 각종 종교의 신, 잡신, 잡귀, 심지어는 조상의 혼, 영혼 등은 나한테 먹는 것조차도 제대로 먹지 못하게끔 당뇨병을 걸리게 했어?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내가 먹는 음식물의 양이 그렇게 많으냐? 그것들을 만나면 귀싸대기를 올려치면서 혼구녘을 냈으면 싶은데도 설마 그런 잡것들이 있겠느냐 싶다.
나는 먹고 마시고 싶다고! 장사꾼의 물건을 팔아줘야만 그들도 먹고 살 수 있다고! 주머니 지갑 속의 돈은 바깥으로 빙빙 돌아다녀야 한다고!
오늘은 8월 30일.
오후 네 시에 잠실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서 석촌호수 동호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동호 남측으로 내려선 뒤에 길 건너편에 있는 방이동 먹자골목으로 나아갔다. 세 번째 방문이다.
멀리서 '방이재래시장' 상징물이 보였다.
천천히 다가서니 많은 가게들이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내 눈은 어제처럼 여전히 먹을 것이나 눈독을 들이고, 또 꽃가게에서 발걸음을 멈추고는 화분 속의 화초들을 내려다보았다. 욕심같아서는 화분을 사서 두 손으로 껴안고서 귀가했으면 좋으련만 허리가 굽어져서 아픈 내가 그 무거운 화분을 안고는 걷는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아서 그냥 눈구경이나 했다.
천도복숭아, 포도, 참외 등의 과일도 잔뜩 진열되었고.. 나는 그냥 구경꾼이 되어서, 건달-장구경꾼이기에 눈요기나 했다. 당뇨병환자가 먹을 것에 욕심을 내면 안 되기에. 덕분에 손가방 속에 넣어둔 지갑은 꺼내지도 않았으니 돈은 굳었을 터. 돈 버는 거 뭐 별것이랴? 안 쓰면 그게 다 돈 버는 것이지 뭐.
귀가할 때다. 건너편에 보이는 송파나루역에서 지하전철을 탈까 말까 망설이다가는 그냥 더 걷기로 작정했다. 전철을 타면 잠시 뒤에는 잠실로 금방내 갈 수 있지만서도 그냥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게 훨씬 나을 게다.
걸으면서 우리나라 곳곳을 걸어서 다녔던 여행가를 떠올렸다. 서기 1750년 경에 '택리지'를 지은 이중환 여행가를 존경한다. 그 당시의 불편했던 교통상황, 가난했던 사회상 등을 고려하면 혼자서 여행한다는 게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석촌호수 동호에 도착한 뒤에 도로변을 따라서 서호 쪽으로 걸었다.
잠실아파트로 되돌아오니 왕복 2시간 15분이나 걸렸다.
가뜩이나 오른쪽 무릎연골이 닳아서 아픈데 또 장시간 걸었으니 오죽이나 아프랴. 이 글 쓰는데 무릎뼈가 자꾸만 욱신거린다.
20여 년 전에도 그랬다.
나는 도보여행을 좋아서 주말에 고향인 충남 보령시 웅천읍 화망마을에 내려가면 다음날에는 무창포해수욕장, 독산해수욕장, 용머리해수욕장, 서천군 마량포구 등 주변의 갯마을을 찾아서 무한정 걸었고, 또 서울에서는 수도권 인근의 산에 오르락 내리락 했다.
이게 탈이 되었을까? 무릎이 아팠다. 장시간 걸으면... 정형외과 병원에서 수시로 다니면서 진찰받고는 약을 먹었다.
정년퇴직 뒤로는 서해안 산골마을에 내려가서 아흔 살인 어머니와 둘이서 살기 시작했다. 치매기 진행 중인 어머니였기에 나는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집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처럼 한동안 걷지 않았더니만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고, 병원에도 다니지 않게 되었다.
2021년 여름인 지금 다시 장시간 걷기 시작하니 무릎통증이 재발한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늙었고, 무릎근육은 더욱 약해졌을 터.
아프더라도 살아 있는 그날까지 조금씩 걷고 싶다. 걸으면서 눈으로 이모저모를 살펴보면서 지리공부도 더 할 수 있고, 또 더 늙으면 이마저도 포기한 채 방안에서 기어다니거나 병원 병실에 갇혀서 한번뿐인 먼길 여행이나 기다릴 게다.
오늘이 내 남은 인생 가운데 가장 젊은날이다. 걸을 수 있을 때가 행복이다. 조금이라도 더 자주, 더 오래 걸어야겠다.
방이시장 안의 어떤 부동산 사장님은 재치가 있다.
부동산 가게 출입구 앞에 스티로폴 박스에 벼를 심어서 키우고는 쌀 주문받는다고?
나는 사각형 스티로풀 박스(12개?) 안에서 자란 벼를 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서해안 산골마을에 있는 텃밭 구석에도 나는 벼를 조금 심었다.
대천시내에 사는 농사꾼 형님이 모를 심으려고 시골에 내려왔기에 나는 모 한 줌을 얻었다.
물기가 전혀 없는 감나무밭에 호미모를 심었으니...
이번 주 9월 초에 시골로 내려가면 벼가 어떤 모양으로 자랐는지, 아니면 고스라져 죽었는지를 알 수 있을 터.
위 사진들은 인터넷에서 내 임의로 퍼왔다.
용서해 주실 게다.
독자한테 방이시장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에...
2021. 8. 30.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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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고맙습니다.
이제는 느릿느릿하게 걸어다녀야겠지요. 등허리를 앞으로 굽고, 어기적거리는 걸음새이지요.
그저 천천히 느긋하게 걸어야겠습니다.
님의 댓글에서 '무창포'가 나오는군요. 혹시 아시나요? 무창포해수욕장을요?
일제시대 때 서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수욕장을 개장했다더군요. 대천해수욕장보다도 먼저 개장했다지요.
지금은... 무창포 뒷편의 모래사장을 개발해서 주차장, 터를 만들었으니 그만틈 해변이 망가지고 좁아져서... 변질되었기에 이제는 쓸쓸히 잊혀지는 해수욕장으로 추락하고 있지요.
개발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더군요.
무창포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정말로 많이 걸어다녔지요.
'바람이 되어', '바람처럼' 걸어다녔지요.
내일 친구들과 웅천 주산 을 거처 대천 여행을 갑니다
저또한 족저 근막염으로 심하면
정형외과에서 주사를 맞습니다
매일 집근처 안양천을 5k정도 걷는데 아프면 아푼데로 좀 나으면 나은 돼로 걷습니다
몸조리 잘하시고 건강 하시길 소망드립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내일 지방여행이라면.. 비가 내리면 걱정이 되겠지요.
충남 보령시 웅천읍, 주산면, 대천해수욕장..
보령지방 여행 은좋지요. 보령 내륙에는 보령호가 있고, 내륙 성주산에는 우리나라 국보8호 낭혜화상보광탑비가 있고...
산행하기에 좋지요.
웅천과 대천해수욕장 사이에는 남포 월전리가 있고, 바로 곁에 있는 섬에는 상사원이 있어서 숙박하기에도 좋고..
그보다는 시원한 갯벌체험도 할 수 있지요.
님도... 다리에 문제가 있군요. 그래도 쉬엄쉬엄 자주 걸으세요.
지금이 남아 있는 생애 가운데 가장 젊은날이니까요.
그래도 걸을수 있으메 감사하지요 못것는 사람들 생각하면
웅천 무창포
고등학교때 짝궁이 웅천에서 서울로 유학와 함께 했던 친구가 생가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고등학교 친구가 웅천에서 서울로 전학왔어요?
지존님은 무창포를 아시는군요.
글을 읽으니 방이동 전통시장엘 꼭 한번 가고 싶어집니다~
저도 가끔 걸어서 동네 한바퀴를 하노라면 몇년을 살면서도 몰랐던 곳이 얼마나 많든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우리는 자동차, 전철 등이 있어서... 자기가 사는 지역 이외에는 구석구석을 잘 모르지요.
그냥 휘익 빠르게 지나칠 뿐.. 걸어서 다니면.. 많은 것을 구경할 수 있지요. 사람 사는 맛도 알고요.
방이동 올림픽 공원쪽 아니예요?
그곳에 갔다 온지 20년은 지난 것 같네요
많이 걷는 게 좋지만 않아요
저도 이젠 못 걸어요 다리가 쥐가 나고
쑤셔서 저는 원래 아프지만 윤환님께선 아프지 마세요
삶 방에 회원님들 모두 저 빼고 다들 건강하셔야 합니다
어?
운선님도 방이동 올림픽공원 지역을 잘 아시는군요.
운선 작가님의 댓글에 유나니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운선 작가님은 더욱 건강해지도록 밥 많이 잡수세요. 그리고는 더 힘차게 팔도 흔들고요.
숨 깊게 들이마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