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공개 비판 하루 만에 대변인 명의 공식 입장 "美 플랫폼 기업 부정적 영향, 검열에 반대한다"
트럼프 정부, 빅테크 규제 민감, 통상 쟁점되나? 유엔 '표현의 자유' 보고관실도 탄원 진정 접수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9일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 30일 “한미 기술 협력을 위협한다”며 공개 비판한 가운데, 국무부가 31일 개정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undermine)하는 것으로 한국 이재명 정부가 개정안을 승인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significant concerns)를 표시한다”고 했다.
이 법은 ‘허위·불법 정보’에 대한 규정이 자의적이고 애매해 친민주당 단체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미 정부 고위 당국자에 이어 국무부까지 대변인 명의로 된 공식 성명을 밝혀 한미 간 통상 쟁점화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무부는 이날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대변인 명의로 된 공식 답변을 보내 “미국은 한국 이 정부가 네트워크법(Network Act·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승인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이 개정안은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했다.
개정안은 이용자 수,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정하고 고의나 중과실로 허위 정보를 유통해 손해를 입힌 경우 언론 등에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투명성 보고서’ 등도 공개하도록 했는데, 미 조야(朝野)는 이를 한국 내 사업을 영위하는 구글·메타(페이스북)·X(옛 트위터)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부는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에 불필요한 장벽(unnecessary barrier)을 두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검열(censorship)에 반대하고, 모든 이에게 자유롭고 개방된 디지털 환경(free and open digital environment)을 조성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는 데 계속해서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1월 한미가 발표한 팩트시트(fact sheet)를 보면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을 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고 돼 있다.
로저스를 비롯해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 고위급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자국 빅테크를 조사하고, 규제 입법을 추진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미국 정부 리더십을 상대로 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 활동도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어, 새해 한미 간에 새로운 통상 분야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허위·불법 정보 삭제 등의 의무를 부과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벤치마킹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이를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검열’로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무부가 DSA 제정을 주도한 EU 인사 5명을 비자 발급 제한 대상으로 지정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큰 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가 EU와 유사하게 문제를 제기할지가 관건이다.
개정안이 우리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실 등에도 ‘긴급 탄원(urgent appeal)’을 요청하는 진정서가 접수돼 현재 이번 논란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