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달리 한자의 A爲B는 A를 B로 '간주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서술어이고,
A是B는 A는 B인 것이 '옳다'는 뜻으로 쓰이는 서술어입니다.
즉 한자의 주서술사는 '확인'보다는 '인식'과 '판단'의 작용인 셈입니다.
비슷해보일 수도 있는 이 차이는 사람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상당히 다르게 끌고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확인절차는 공통의 확인 도구와 그 방식의 확장 및 발전으로 이어지는 생활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을까 합니다.
또 인식과 판단은 그것을 중심으로 무리를 짓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런 작용의 차이와 과정에 대해서 길게 늘어놓을 생각은 없고 그럴 능력도 딸립니다.
그 차이를 세세하게 살피고 그 도구성과 장애성을 가늠하며 나아가 그 상징성을 이해하는 것이 이 분야의 공부영역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논문 하나 제대로 제출하지 못 한 얼치기 연구자이기 때문이고,
또 더 공부할 생각과 열정도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 밤중에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확인하는 것에 비해 판단하는 것이 많거나 적으면 둘 다 위험을 부른다는 것을 느껴서입니다.
판단의 비중이 지나치면 무모한 줄 모르게 되고,
그 비중이 모자라면 옹졸한 줄 모르게 될까 싶기도 합니다.
무모하면 자존이 지나치게 되고 관용과 이해가 줄어들며,
옹졸하면 자존이 흩어지고 주저함과 의존의 비중이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적절함도 또 한 편의 평화가 아닐지...
그 적절함은 또 한 편의 차 마시기가 아닐지...
그 적절함은 다른 한 편의 詩가 아닐지..
韓漢淸文鑑의 인간행위편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 게으르게 살피다가 바람 좀 맞으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中天을 넘어간 달이 보여서 잠시 잡상을 올려봤습니다.
사실 원래 올리려고 했던 것은 우리말의 '하다'와 '이다'에 담긴 이야기였는데,
제가 痴初라서 먹지도 못 하는 걸 그만 까먹었다가 이제 생각났네요.
궁금해서 500원 주셔도 이제는 못 올려요.
歇夜茶(표기된 시간과 달리 실제 이 글을 올리는 지금은 새벽 2시 15분입니다) 우릴 물이 이미 다 끓었습니다.
함께 붙인 사진은 윈난 라히족의 문자입니다.
그분들 나름대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