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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는 2018년 싱가폴 미북정상회담 그리고 2019년 하노이 노딜 회담에 대한 뒷이야기가 기록 되여 세인의 관심을 모우고 있다.
회고록의 저자인 전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 존볼턴을 두고 “한반도 평화 훼방꾼” 또는 “재수없는 사람”이라고 문재인 정부나 여당에서는 혹평하고 있지만 필자는 존 볼턴을 좀 달리 평가 하고 싶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지도자들이 직접 협상하는 top down 방식으로 추진 될 때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북한의 불완전한 비핵화와 미국본토의 안전을 맞교환 하는 방식의 거래였다. 다시 말하면 미국과 북한이 적당히 타협하여 실리를 챙길 경우 한국과 일본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인질이 되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상을 북한에 부담하게 되는 최악의 미북 비핵화 시나리오를 걱정 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미국우선주의 그리고 동맹보다 돈에 더 비중을 두는 트럼프의 통치스타일 그리고 남북이 평화공존과 협력시대로 들어가면 북한 핵은 남북의 공동 자신이 될 것이라는 감상적인 주장을 펼치는 대한민국내부의 극성 민족지상주의자들이 멍석을 깔면 미북간의 불완전한 비핵화합의도 점쳐 볼 수 있는 여러 가능성 중에 하나였다.
회고록에 의하면 미북 회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둘째날 전야에 트럼프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증언하는 옛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코언의 의회증언을 보느라 밤을 새웠다. 트럼프는 짜증이 난 상태였고 스몰딜을 타결하는 것과 노딜 중 어떤 것이 청문회를 덮을 만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인지 고민했다. 트럼프는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 더 드라마틱하다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제 와서 볼턴 탓에 북미관계가 악화 되었다고 핑계를 댄다.
트럼프는 처음부터 북한문제를 자신의 재선과 언론스폿라이트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여 북한과 비핵화 타협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때그때 김정은위원장과 관계를 내세우며 상황을 더 악화 하지 않게 관리했을 뿐 2018년 미북정상회담 후 비핵화 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진 것이 없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한국이 트럼프를 끌어 들였다고 주장하며 “이 모든 외교는 한국의 창조물 이었다”고 썼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수미테리씨는 지난 23일 “볼턴의 책은 한미동맹 생존을 묻는다”라는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에서 트럼프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볼턴의 회고록은 세가지를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트럼프의 북한 비핵화 시도는 그가 장기적 결실보다 단기적 홍보효과에 집중해 실패했다. 둘째는 문재인 정부는 미북 화담에 큰 역할을 했으며 그것이 한미 모두에 비현실적 기대를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다. 셋째는 트럼프가 한국의 안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은 오싹 할 만큼 분명하기 때문에 한미동맹은 큰 위기에 처해 있으며 오는 11월에 트럼프 가 재선되면 한미동맹이 유지 되지 못 할 수 도 있다. 수미테리씨는 칼럼말미에 “이제 유일하게 남은 의문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인가가 아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한미 동맹이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 가다.”라는 의문을 던지며 기고문을 마쳤다.
볼턴이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으로 복잡다단한 비핵화를 다룰 식견과 능력이 결여된 트럼프라는 약한 고리를 지켜주어 그나마 top down 방식으로 인한 치명적인 외교적인 실수를 회피할 수 있었음을 무척 다행스럽게 여긴다.
만의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top down 방식에 의한 비핵화 협상이 더 이상은 유효한 tool 이 되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왕성한 구변과 자신감에 넘치는 겉모습과 달리 그의 머리는 텅텅 비어 있었고 협상 의제인 비핵화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top down 협상에서 아무런 결단을 내릴 준비가 되여 있지 않았음이 탄로 났기 때문이다. 비핵화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는 트럼프가 손해 볼일 없다고 김정은과 top down 방식의 비핵화 협상을 덥석 수용했다가 결과적으로 자신의 무지와 오판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망신을 자초 했으니 누굴 원망하고 무슨 변명을 늘어 놓을 수 있겠는가?
미북비핵화 협상이 실질적인 진전 없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비핵화의 의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에서 멀어지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노동당 제1부부장으로 하여금 4.27 판문점선언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미북정상회담에 중재자 역할을 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남북관계가 파국에 이르자 국내의 보수단체와 정당에서도 “그럴 줄 알았다” 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을 쏟아 내고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에서 지난 25일에 발표한 2020통일의식조사에 의하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23.8%에서 15.6%로 하락했다. 그리고 “북한 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비율이 89.5%로 조사 되었다. “우리 정부가 북한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2.6%였고 그 반대는 41.7%를 차지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7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터(SCMP)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 측면에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 했다. 아울러 “북한은 핵무기 능력을 계속 강화 하면서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 받으려는 야심을 포기 한적이 없다”고 주장 했다. 볼턴이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주장하는 빅딜에 의한 북한핵의 해법은 더 이상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지 못함이 입증된 지금 트럼프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리고 문재인대통령 간의 갈등과 불신이 한층 고조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중에 존 볼튼을 속죄양으로 삼아 각국의 지도자들이 어려운 처지에서 빠져 나오려고 볼턴을 계속 악마화 할 것이다. 설령 존 볼튼이 과거 실패에 대한 속죄양이 되여 트럼프대통령이 의회와 여론의 질타를 피해 간다 해도 북한 비핵화에 새로운 해법은 여전히 미행정부의 숙제로 남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협상당사자들이 비핵화 협상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우선 비핵화에 대한 정의부터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북한이 새롭게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미국이 비핵화라고 하면 북한의 비핵화를 지칭한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수십년간 “조선반도 비핵화는 핵무기를 가진 군대가 한반도에서 없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 주장이 2016년 7월6일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미국과 남조선당국의 북 비핵화 궤변은 조선반도 비핵화의 전도를 더욱 험난하게 만들뿐이다”라는 성명에 잘 나타나있다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다. 여기에서 남핵(南核)폐기와 남조선 주변(미군지칭)의 비핵화가 포함되어있다. … 미국과 남조선당국이 조선반도 비핵화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다음과 같은 우리의 원칙적 요구부터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첫째, 남조선에 끌어들여놓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미국의 핵무기들부터 모두 공개하여야 한다.
둘째,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들을 철폐하고 세계 앞에 검증 받아야 한다.
셋째, 미국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수시로 전개하는 핵 타격 수단들을 다시는 끌어 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하여야 한다.
넷째, 남조선에서 핵 사용 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하여야 한다.
2018년 12월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논평에서 “우리의 핵 억지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흔히 평화에 대한 염원과 이상을 강조 하기 위해 “나쁜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평화는 목적이고 전쟁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전쟁은 나쁜 평화와 비교 할 수 없다.
평화는 종종 선언의 형태를 취한다. 남북 제1차 회담의 결과인 6.15 선언, 2차 회담결과인 10.4 선언 그리고 3차 회담 결과인 4.27 선언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간 남북 정상 회담이 개최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4.27판문점선언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 사무소를 북한이 지난 6월16일 일방적으로 폭파하여 관계가 좋을 때 정상들이 합의하고 선언한 내용을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지켜내기가 어려운지를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은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70년전 새벽 북한괴뢰군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한국군과 경찰 63만명, 유엔군 15만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수많은 민간인이 전쟁 중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국민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내었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습니다. 우리는 70년전에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남북간의 화해무드와 대치국면이 반복되면서 혼미를 거듭하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체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결의와 정신무장을 새롭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Pericles, BC495-BC429)의 “공동의 안전을 고민하라”라는 제목의 연설을 공유합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행복 할 지 모르지만, 나라가 망하면 시민도 파멸을 피 할 수 없습니다. 반면 부강한 공화국은 언제나 불행한 개인들을 구해 줄 수 있습니다. 국가는 개별 시민의 불행을 막을 수 있으나 시민은 국가의 불행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국가를 지키는데 앞장서야 하고, 개인적 고통에 매몰된 나머지 공동의 안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며, 자기가 전쟁을 권한 점과 전쟁에 찬성한 점을 탓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통령의 조건(the Soul of A Leader) 중에서
6.25의 비극은 방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데는 시민들의 깨여 있는 정신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공동체를 유지 발전 시키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유익한 인용문을 함께 살펴 봅니다.
Always remember that a soldier’s pack is lighter than a slave’s chains. David O. Mckay (1873-1970) American religious leader and educator.
항상 기억하라 군인의 배낭이 노예의 사슬보다 가볍다는 사실을 – 데이비드 멕케이, 미국종교지도자 및 교육자.
True patriotism is not manifested in short, frenzied bursts of emotion. It is tranquil, steady dedication of lifetime. Adlai Stevenson (1900-1965) U.S. political leader and diplomat.
진정한 애국은 감정의 단발성 폭발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다. 애국심은 조용하고 지속적으로 생애 걸친 헌신을 통하여 구현된다.. 아들라이 스티븐슨(1900-1965)미국정치지도자 및 외교관.
The worth of a state, in the long run, is the worth of the individuals composing it. John Stuart Mill (1806-1873), British philosopher, political economist
한 국가의 가치는 결국 그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가치(총화)이다. 존스튜와트 밀(1806-1873), 영국 철학자 정치경제학자.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불어 민주당이 한국정치의 중앙무대를 점령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 중하나를 꼽으라면 문재인대통령이 평양을 오가며 펼친 남북 교류 촉진과 화해 무드 그리고 미완의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치가 일정부분 반영 되었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은 관대하여 일어나지도 않은 업적을 잘 해보라고 미리 인정해준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 민주당은 유권자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상황관리라는 이름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폭파도 이해 한다는 식으로 넘어가면 유권자들이 마음을 바꾸어 과기성고(過旣成高)부분을 토해 내라고 득달 할 것이 뻔하다. 문재인대통령은 흥행의 묘수에 매달리며 시종일관 꼭두각시 노름을 하다 빈손으로 임기를 마치게 된 미 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감성의 정치를 지양하고 이성의 정치로 돌아와 잔여 임기를 잘 마무리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