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현대, 프로토, 720가지 차종 그리고 1억 5천만명.
2월 22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동차 매니아들과 PS2 를 위시한 컴퓨터/게임 매니아들을 뒤 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니사의 게임전용 전자기기로서 첫 모델 발표한 94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 1억5천만대 이상이 팔린 플레이 스테이션의 최신 모델인 플레이 스테이션2 (일명 Ps2) 용으로 POLYPHONY DIGITAL 사가 개발한 그란투리스모 게임의 4 번째 버전(Gran Turismo 4; 이하 GT4 )이 출시 되었기 때문이다.
2월 22일 당일 아침 이 타이틀을 제일 먼저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은 판매소 앞에서 줄을 서서 모여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나 혹은 애플의 아이팟(iPod) 같은 매니아 층이 기대하고 있는 새로운 문화 아이콘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가장 먼저 구입하기 위한 줄서기(?)의 행진은 계속 되는데, GT4 의 출시 때에도 이러한 상황이 벌어 졌다는 것은 이 게임과 플랫폼에 대한 매니아들의 충성도와 관심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아닐까 한다. 물론 여기에 응답하기 위해 보통 아침 10시부터 문을 여는 이러한 판매점들이 아침 8시부터 문을 여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국내에 150만대 이상의 유저층을 보유하고 있는 PS2 게임기는 마이크로 스포트사의 X-box와 닌텐도의 게임 큐브(Game Cube) 와 함께 전 세계 TV 게임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모델인데, 소니라는 네임 밸류가 더해지면서 거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수준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니사가 시리즈에 대한 독점적인 판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TV 게임 플랫폼으로 이식을 불허하고 있는 PS2 전용 게임인 그란투리시모는 1998년 발매된 1편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총 판매량 4천만장 이상을, 불법 복제를 감안한다면 7천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시리즈다.
사실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그란투리시모 게임을 하기 위해 PS2 게임기를 산다고 한다. 단지 어린아이이거나 20대 초반까지의 실제 차량 구매결정력이 없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게임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반 정도는 이미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20대 중반 이후의 사람들이다. 이것은 실제 자동차 오너들이 모여 있는 국내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등에서 이 GT4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2월 초부터 대단한 관심거리로 떠올랐다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런 트렌드에 부흥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Sam's club 이나 Costco 같은 창고형 매장이나 인터넷 판매 혹은 Bestbuy 나 Circuit city 같은 전자제품 판매 체인에서도 PS2 에 그란투리시모 게임을 패키지로 묶어 팔고 있다는 사실이 이 같은 트렌드를 보여주는 한가지 예이다. 이러한 소매점들은 Gt4의 발매에 맞추어 Gt4 특수를 누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 했다. Gt4 게임을 구입하면 진동이 전달되는 Force Feedback 스티어링 휠이나 혹은 자동차용 시트와 비슷한 Gt4 전용 시트 등을 할인해서 팔기도 하고, Gt4 에 등장하는 720 여가지 차종중 하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 구입 순위를 주기도 한 것이다.
사람들이 이 GT4 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실감 있는 그래픽과 실제 존재하는 레이싱 트랙 그리고 마음대로 꿈꿔보던 차를 튜닝해서 타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 일 듯 하다. GT4 는 지금까지의 시리즈중 가장 많은 양인 730 여 가지의 신차 혹은 중고 차종을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에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현대 자동차의 클릭과 티뷰론(투스카니) 그리고 몇 가지의 컨셉카 (Clix, HCD6) 등과 프로토 디자인의 스피라가 포함되었고, 심지어 가상의 트랙인 남산을 출발, 광화문과 시청앞을 거쳐 남대문을 통해 다시 남산으로 돌아오는 트랙이 개설되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높아 졌다는 것이 주목 받고 있는 점이다.
필자가 이 GT4 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벌오토뉴스에 소개하게 된 이유는 이 게임이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첫째는 이 게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 특히 곧 차량을 구입하게 되는 청소년층과 자동차 매니아로서 이 게임만을 하기 위해 게임기를 구입한 20대 중반에서 40대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게임의 현실성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보이는 이미지를 그대로 실제 존재하는 한 차종의 이미지로 연결 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단히 많다. 얼추잡아도 약 40~50% 정도의 게임 플레이어들은 게임에서의 이미지가 실제 판매되고 있는 차량의 이미지와 동일 지어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연관되는 직접적인 메이커와 모델에 대한 이미지 재고에 대한 효과는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새로 추가된 게임 내에서 현대의 엑센트 WRC 모델은 포드 포커스 WRC 모델과 동일한 가격을 가지고 있고 티뷰론 모델을 구입하는 가격은 게임내의 화폐단위로 3만 3천에 해당하는데 이는 유럽에서 발매된 BMW 120 모델이나 닛산 350Z 와 같은 수준의 가격이며 미쓰비시 란서 이볼루션8 GSR 보다 높은 가격이다. 이 게임을 즐기게 된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그동안 자신들이 관심을 잘 가지지 않았던 현대의 차가 상당히 비싼 가격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 레벨의 차인지 처음 어렴풋한 아이디어를 가지게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게임은 현대의 이미지 재고에 엄청난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필자의 미국인 선배 중 하나는 이번 GT4 에 자신이 타고 다니는 차가 포함된 것을 알고, '아 이제 내차 중고차 값이 좀 오르겠구나!' 라는 소리를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선배가 가진 차량은 스포츠 카도 아니고 평범한 쿠페형 차량이지만, 자신의 차가 GT4 에 수록되어, 실제로 게임상에서도 자신의 차를 몰아 볼 수 있다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다. 이것은 게임사이트가 아닌 자동차에 관한 토픽을 주로 다루는 사이트들에서 많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메이커의 차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이트가 있다. 미국 현지 오너들만 모이는 그 사이트에서 이 사이트의 대부분 30~50대의 가장들인 이 차종의 오너들이 왜 우리 메이커가 이번 GT4 에서 빠졌는지 아쉬워 하는 글에 평소보다 더 많은 덧글이 달리는 현상도 목격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뉴스를 다루는 각종 블로깅 사이트에서는 심지어, 페라리나 일부 메이커를 제외한 차종 중 만약 자신이 타고 있는 차를 이 GT4 에서 찾아 볼 수 없다면 그 사람이 가진 차는 아주 심심한(Boring)차이거나 안좋은(Terrible) 차 일것이라며, 당장 GT4 에 나오는 차로 바꾸라는 소리를 농담으로 건네기 까지 하니 말이다.
둘째로, 게임이 하나의 자그마한 사회적 잔향으로 떠오름에 따라 이 게임과 연계한 마케팅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미 문화적 상품으로 떠오른 애플의 아이팟이 폭스바겐 비틀과 BMW 등 다양한 메이커들과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아직까지 GT4 는 자동차 메이커에 의한 대단한 마케팅 파트너로는 취급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미 이 게임은 이미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에 의해 홍보 소재의 하나로서 사용되고 있다. 2003년과 200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이 그란투리스모의 구 버전 (GT3) 등을 이용해 폭스바겐은 자사의 비틀과 골프를 홍보했으며, 얼마 전에 있었던 BMW 사의 미니의 한국 발표회에서도 이 GT4 가 전시되어 참가자들에게 게임을 통해 미니를 느껴볼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이미 언급했던 전자제품 판매 체인 중 하나의 에피소드에서도 들어난다. 이 GT4 첫 발매일에 충분한 양의 게임이 준비되지 못하자, 이 판매상은 GT4 에 수록된 차량을 가진 가족이 GT4 를 먼저 구매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GT4 를 단순히 게임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이 게임이 대단해서 혹은 세상을 바꿀만한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일명 Y 세대와 그 이전 세대를 포함해 새로운 문화적 아이콘을 만들어 내는 이 시대에, 새로 부상하는 아이콘이자 자동차를 이용하고 구매하는 층의 대화 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차 만을 가지고 이미지를 만들어 가던 시대는 지났다. 도요타의 사이언 브랜드를 비롯해 일본의 NISMO 같은 튜닝 브랜드 등도 이 GT4의 개발진에게 시승차를 제공하여 자사의 차량에 대한 디테일을 높이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소니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3월 10일 발표될 GT4 의 한글판 발매를 계기로 전 세계의 GT4 버전에 한국의 자동차와 한국의 트랙을 싣게 하기 위해서 개발진을 3번 한국으로 초청했다고 한다. 이미 현대/기아등 국내 메이커는 국내 게임인 CT 레이서등에 이러한 게임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CT 레이서의 개발회사도 모 자동차 회사와 관계가 있는 회사가 일본의 게임메이커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라는 점이 이러한 마케팅의 장점을 흐리고 있다. GT4 에서 GM 대우와 쌍용을 비롯해 기아등 국내 메이커들의 다른 차종이 빠진 것도 아쉬운 점 중에 하나이다. 이미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한 1억 5천만명의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GT4 라는 게임을 통해 느끼게 되는 한 브랜드/차종의 이미지는 그대로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화자 될 것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이용하는가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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