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을 가 본 적이 없던 2년 전 친구의 아내들이 곗돈을 붓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2년만에 싸이판, 안락한 그 곳으로 갔다.
9.31(토)
전 날 전남대 친구들을 밤 늦게 만나고 늦잠을 잔 후 아침을 챙겨 먹고 공항버스를 탄다. 식구들이 가는 4번째, 5살배기도 마찬가지다. 그 아이도 공항버스가 익숙하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편안함이 좋다. 긴 연휴의 시작이라 더욱 그렇다. 그래도 3시간은 아이에게는 길다.
늦은 공항점심을 먹고 또 다시 3시간을 기다려 싸이판 비행기가 뜬다. 한국의 연휴라 가족이 많이 탄 비행기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아기들의 소리로 가득하다. 사정은 똑 같은 것이다.
싸이판, 비행기로 4시간, 북위 적도로부터 조금 위에 있고, 거제도의 3분의 1 크기, 큰 3개의 유인도, 인구 7만, 괌과 비행기 30분 거리의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로 어느 정도 자치정부를 가진 곳, 원주민인 차모르족이 오래 전 거주했고, 마젤린이 발견 후 스페인 식민지를 거쳐, 독일로 다시 일본(1914-1944)을 거쳐 2차 대전 중 미국령이 되었다.
인구 구성은 7만 중 차모르,캐롤라이나 원주민이 다수를 차지하고 중국인이 2만 1천명, 한국교포가 2,700여명이다. 그 밖에 해군기지가 있는 미국인일 것이다. 잘 생긴 호텔을 다수 가진 휴양지. 내가 알고 있는 사전지식이다.
밤 늦게 아주 작은 싸이판 공항에 도착하여 가이드의 미국식 밴을 타고 10분 거리의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퍼시픽 아일랜드로 간다. 방을 배정받고 우선 피곤한 몸을 누인다. 벌써 오전 2시이다. 다음날 9시 일정까지 6시간을 잘 수 있다.
10.1(일)
아침 8시에 서둘러 일어나 부페식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이 식당은 싸이판의 국제적 성격을 보여주듯 음식이 국제적이다. 이름을 알 수 없으나 우선 한식부터 일본,타이,베트남에 싸이판, 그리고 미국령이라 고기가 많은 기름진 음식이다. 호텔은 이미 국제적인 것이라, 세계의 모든 곳이 고기와 야채, 밥과 과일이 있고, 그 곳의 특산물이 가미될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외국호텔에 가면 아침은 야채 샐러드로 떼우는 버릇이 생겼다. 최소한 간편한 위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6층의 편안한 호텔은 온통 고갱류의 원주민 여성이 과일이나 생선과 같이 있는 대량으로 찍어낸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원시적 생명력은 싸이판 원주민과 식물에서 확인된다.
싸이판 차모르 남녀는 원시적 건강을 보여주고, 잎이 큰 활엽수는 대지의 생명을 품어낸다.
가이드의 차를 타고 오전투어로 간다. 여기는 유양이 주고 관광은 종이다. 차로 30분이면 싸이판의 북극을 갈 수 있다. 호텔에서 나온 차는 싸이판 남북도로를 달린다. 싸이판의 지도가 남북으로 긴 형태라 도로도 남북종단도로가 주도로이고 가운데 긴 능선을 사이에 두고 양쪽의 해안선을 따라 마을들이 있고 간혹 산간에 드문드문 집들이 있다.
호텔을 나오자마자 마감이 덜 된 2-3층 상점가들이 연도를 따라 늘어서 있고, 요란한 간판이 영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 다양하게 새겨진 것에서 싸이판의 국제적 성격이 확인된다. 거리의 사람들도 싸이판 폴리네시안(체격 좋고 까만 피부의 자세히 보면 잘 생긴 얼굴이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중국인다. 어디로 일하러 가는 중국인 같이 보이고, 습기가 많은 싸이판의 밤을 보내고 도로로 나온 베란다에서 아침을 맞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수페와 가라판의 중심가를 제외하면 약간 덜 완성된 느낌의 콘크리트 건물이 주를 이루고, 곳곳에 원주민의 흔적인 돌비석과 스페인식 건물과 도로명, 그리고 물웅덩이가 있는 아직은 덜 정비된 위의 건물들이 있어 손이 덜 간 느낌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고층의 큰 호텔들은 싸이판을 호령하고 있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