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남편과 외출할 일이 생겼습니다.
삼성역 근처라,바로 인근에 잘하는 삼계탕집이 있는데, 점심을 거기서 먹자며 일찍 출발했습니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은 환승역이라 티켓팅 하는 곳이 분당선과 3호선,두군뎁니다.
삼성역에 가려면 분당선을 타고 선릉역에서 환승해야합니다.
남편이 3호선쪽으로 가길래, 분당선 티켓팅을 해야 하지 않으냐고 말했지만,
뒤도 안돌아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 갔습니다.
저는 분당선 티켓팅을 하고 내려가니,지하철 차문이 막 닫히고 있었고,남편은 이미
차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있는 뒷모습만 보였습니다.
함께 가는 일행이 있을 때는, 같이 타야 하는 것이 기본원칙인데...
핸드폰으로 차에 타지 못했다고 하자,뭘 꾸물거리느라고 차에 타지 못했냐고 궁시렁 댑니다.
다음 차로 선릉역에서 만나,환승해, 그 삼계탕집으로 가는데도,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삼성역 인파로 복잡한 곳에서 남편을 놓칠까 봐 열심히 따라가느라 송글송글 땀이 솟았습니다.
따라오는 사람이 제대로 따라오는지 가끔 뒤돌아 봄직도 하건만,남편은 혼자 가는 사람처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흡사 쫓기는 사람처럼 빠른 걸음으로 걷기에만 열중합니다.
점심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나고,그 사이를 이리저리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다가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내가 지금 뭐하러 이렇게 땀을 흘리며 쫓아가고 있는 거야?'
긴 골목을 끝까지 다 지나갔는데도 삼계탕집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음 골목인가?"
남편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다음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그래도 찾지 못했습니다.
다시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겨우 찾았습니다.
골목인데다 더 깊숙한 샛길 막다른 집이라 찾기가 더 힘이 들었습니다.
"삼계탕 한그릇 먹기 참 힘드네."
제 멘트에 남편은 웃기만 합니다.
가정집 현관문처럼 생긴 그 삼계탕집 문을 열고 들어가,남편은 구두를 벗고 마루에 올라갔고,
저는 현관에 서있었습니다.
여주인이 나와 오늘 주문은 끝이 났다며,1시가 지나야 닭이 도착한다고 미안해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삼계탕 먹을 운이 안되는 날인 모양입니다.
주위에 한방 삼계탕 집이 여러 군데였지만,선뜻 들어가기가 망서려졌습니다.
뭘 먹을까로 고민하면서 그 긴 골목을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이 집이 어떨까요?" 하면
"별로 같아."
이렇게 길에서 헤매다 겨우 찾아 들어간 집이 황태집입니다.
그리 규모가 크진 않지만, 손님들로 북적이는 걸로 봐서 맛집이 틀림없겠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상대로 황태탕은 뽀얀 국물맛이 진하고 좋았습니다.
배추김치,부추김치,장아찌가 밑반찬으로 식탁위에 덜어 먹을 수 있게 큰통에 담겨져 있어서 좋았습니다.
생두부 세 조각에 양념장을 얹어 나온 것도 맛이 괜찮았습니다.
성미급한 남편은 뜨거운 황태탕을 다 비우는 동안,저는 반도 먹지 못했습니다.
"천천히 먹어."
식사를 끝낸 남편이 배려해준다고 하는 말입니다.
며칠전, 후배님이 홈카페에 올린 국화 전시회가 생각나서,코엑스 앞 마당으로 가보자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국화꽃이 향내를 풍기며, 자태도 갖가지, 색상도 갖가지로 뽐내고 있었습니다.
사진 몇 장을 찍어왔습니다.
공룡 옆,하얀 천사날개가 있는 곳에 팔을 활짝 벌리고 찍으면 천사가 되는 포토존이 있습니다.
아우님이 찍은 사진이 하도 예뻐서 저도 따라 해보았습니다.
남편에게 디카를 맡기며 찍어달랬습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니,세상에! 세수만 한 민낯이라 누렇게 뜬 낙엽빛갈의 얼굴이 보기에 너무 민망해 도저히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첫댓글 이글을 읽으니 저도 생각이 나는일이 있어요.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데 영택님과 같이 부천에 갈일이
있어 전철을 탔는데 갈아타는 지점에서 뒤도 안돌아보고 전철에 먼저 타버려 나는 미쳐 타지도 못하고
사람을 잃어버려 나혼자 되돌아온 일이 생각이 나네요.그일이 있는 이후로는 조심을 하더라구요.
핸드폰이 없던 시절 이야기로군요.
요즘은 핸드폰이 있으니 못찾는 일은 없지요.
재미잇는 글 잘 읽었어요.코엑스에 구경가고 싶지만 뭣이 그리 바쁜지...ㅎㅎㅎ
지금은 상당수 국화이 시들었어요.
그래도 향기가 좋고 예쁘더군요.
아이구...정말 너무 하신다... 우째 그리 급하실까..ㅋㅋ
우리집은 급해서라기 보다 무신경하니...혼자 돌아다니므로
여행가면 요주의 대상이랍니다....ㅎㅎ
가이드가 저의 옆지기 있으면 출발~한답니다...
시부모님 성품이 불 같으셨으니, 남편과 시누이 성미도 비슷하답니다.
처음부터 다 맞춰가며 사니까 조용했지요.
옛날 대학시절 덕수궁에서 국화 전시회 두뎡한 생각이 납니다..
대던한 작품입니다.
요즘은 국화전시회가 많이 열리고, 규모도 대단하답니다.
아우님이 어쩌다 한마디식 남편 이야기 할 때마다 비슷한 성격이 또 한 사람 있구나 싶어서 속으로 웃었는데...
그래도 살아갈 수록 조금식 변해가며 편해지던데요.
언니 말씀에 공감합니다.
빳빳하던 남편 머리카락이 힘없이 부드러워졌다며,하는 말이,
"내 성질 많이 죽었데이..."
성질 급한 남자만 모두 만났나 우리집도 급한 성질로 첫째가는 줄 아는데 들어보니 모두가 웃으워 죽겠다.
나이드니까 성질도 늙어요 참고 기다리는수 밖에...
성미 급한 남자들이 많지요.라지지 않았어요.
늙으면 좀 누그러질 것도 같은데,크게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이젠 적응이 되었어요.
글도 재밋게 쓰서 잘 읽었어요.
옥덕아우님도 지금 이시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언니 말씀처럼 가장 행복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둘째 아들의 학업이 끝나지 않았고,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지만,
큰 기대를 안하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