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나 리조트의 조식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아침을 늘 배불리 먹는 편이다
그래서 패키지 투어 중에도
현지식으로 먹는 점심이나 저녁 음식이 다소 입에 안 맞아도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다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이 나오면 곁들인 샐러드나 빵만 먹어도 충분하다
오전에 수영을 아주 열심히 한 지라 점심이 아주 맛날 것 같다
짠딸이 비건음식점이 있는데 분위기도 좋다며 가 보자고 한다
안내표지판부터 핑크핑크하네
카인드(KYND). 들어서는 입구부터 기분 좋은 데
야외테이블은 아무리 예뻐도 사절합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야외테이블이 거의 꽉 차 있었다
나처럼 번들번들 땀도 안 나고 뽀송하게 앉아있는 젊은이들이 부럽다
비건음식점이라 그런지 실내인테리어가 모두 초록초록하니 이쁘다
아무리 예뻐도 얼른 외면하고 에어컨 있는 실내로 들어가기
다행히 자리가 있다
짠딸이 아사이볼을 주문할 때 종업원이랑 쏼라쏼라 하더니
이렇게 예쁜 볼을 가져다준다
무슨 글자를 써주면 좋겠니 하고 물어봐서 '발리'라고 했다고 한다
라이팅 어쩌구 했던 것 같던데 그게 이거였구나
힝, 이렇게 이쁜 걸 어떻게 먹어하면서도
푹푹 잘도 퍼다 먹는 나
발리를 씹어먹었답니다
새콤 달콤 아작아작 너무 맛있어요
숟가락은 또 얼마나 발리스럽게요
숟가락은 이 음식점에서 자체주문했나 보다 했는데
스미냑빌리지나 플리마켓 등지에서 발견하곤 쬐꼼 실망
이곳 발리에서 흔한 상품이었어
컬리플라워 튀김도 맛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 음식 중에 내가 제일 곤혹스러워하는 건
바로
무지막지하게 뿌려대는 소스다
햄버거도 샌드위치도 그냥 속재료의 맛을 즐기고 싶은데
너무 소스를 멋 내서 뿌려놓으니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비건 브리또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소스를 얌전히 분리해서 담아주니 고맙쥬
비건음식점이라 하니
건강한 한 끼를 먹은 것 같다
음식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 보랏빛 벽에 기대어있는 관엽식물들이 내내 우리 이야길 엿듣던데
뭐 알아듣겠니?
하긴 다국적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이니 이미 다 익혔을 법하다
우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기도 하고
참 예쁘기도 하지
딸이랑 이렇게 쉬엄쉬엄 먹고 놀고 하니 모든 게 다 아름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