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진인 조은산의 블로그 글 전문</p><p><br></p><blockquote class="article-body__content article-body__content-blockquote | quote font--secondary-bold box--border-grey-40 box--border-md box--margin-none box--border box--border-vertical box--border-vertical-left box--pad-left-md font--size-sm-20 font--size-md-20 text--black box--margin-top-md box--margin-bottom-md"><div>쪽보다 더 푸른 얼굴로 총칼을 들어 자유를 지켜냈습니다</div><div class="mt-md">백마고지의 참호 안에서, 인천 해안의 상륙주정 안에서,</div><div class="mt-md">함락 직전의 부산, 낙동강 전선에서 그러했습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시대의 요구와 국가의 부름에 답했습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월남의 짙은 정글,</div><div class="mt-md">전우들의 시신 사이에서 숨 죽였던 파월장병은</div><div class="mt-md">소총탄을 쏘아 날려 표적의 심장을 관통했고</div><div class="mt-md">이는 국가발전의 신호탄이 되어 국토를 관통하는</div><div class="mt-md">경부고속도로가 되었습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꽃보다 더 꽃 같았던 그대들은 이역만리의 땅 독일,</div><div class="mt-md">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 또한 맞지 않는 곳에서</div><div class="mt-md">환자의 상처를 꿰매고 시신을 닦아 외화를 송출해</div><div class="mt-md">국가경제발전의 초석을 닦았습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가난과 맞서 싸우며 밖에서는 그릇을 닦고</div><div class="mt-md">안에서는 갓난쟁이의 샅을 닦아 가정을 지켜내었습니다</div><div class="mt-md">밖에서는 기어다니며 상사의 비위를 맞춰 생계를 이었고</div><div class="mt-md">안에서는 주저앉아 소주를 마시며 울분을 삭였습니다</div><div class="mt-md">그리하여 역사의 한 시점에 그대들은</div><div class="mt-md">당당한 주역이 되어 살아왔습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塵人 조은산이 나의 아버지에게, 나의 어머니에게,</div><div class="mt-md">나의 형제자매들에게 감히 여쭙고자 합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언제 가난이 좌와 우를, 진보와 보수를 가려 찾았으며</div><div class="mt-md">국가적 재난이 또는 전세계적 경제 위기가 찾아왔음에</div><div class="mt-md">어디에 좌와 우가 따로 있었고 그 어디에 진보와 보수가</div><div class="mt-md">따로 있었습니까</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적진을 내 집 같이 누비고 사지에서 삶을 이어냈으니</div><div class="mt-md">이미 그대들은 살아 숨쉬는 귀신과 같을진데,</div><div class="mt-md">육신은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하고</div><div class="mt-md">영혼은 광화문에서 동지들과 함께 하는 것이</div><div class="mt-md">뭐가 그리 어렵겠습니까</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모자란 제가 알기로는,</div><div class="mt-md">나라를 위하는 것이 충(忠)이고</div><div class="mt-md">국민을 위하는 것도 충(忠)이나</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인(仁)이오</div><div class="mt-md">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도</div><div class="mt-md">고난 앞에서는 손을 내밀어 도우니 이것은 의(義)이며</div><div class="mt-md">나의 숨결이 타인의 코 끝에 멈출 수 있는 것은 예(禮)이고</div><div class="mt-md">확산을 빌미로 정치적 공세를 당하지 않음은 지(智)</div><div class="mt-md">와 같을 것인데</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전염병 확산 방지라는 대의명분 앞에</div><div class="mt-md">충과 더불어 이들 또한 얻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또한 개구리가 뛰어 오르기 전 한껏 몸을 움츠리듯</div><div class="mt-md">후일, 분연히 일어날 그 날을 위해 지금 잠시</div><div class="mt-md">힘을 아껴두는 것이 어찌 현명치 못한 처사라 하겠습니까</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아내와 혼사를 치르기 전 어느 가을 날,</div><div class="mt-md">저는 오른손을 내어 아내의 왼손을 잡았고</div><div class="mt-md">노란 낙엽으로 덮힌 광화문 돌담길 위를 함께 걸었습니다</div><div class="mt-md">맞잡은 두 손은 따스했고 매우 정겨웠습니다</div><div class="mt-md">이것은 저의 아름다움입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대중을 이끌어 쇄신을 외침은 위대함이고</div><div class="mt-md">생명존중과 국민통합의 가치 아래 대중을 잠시 머물게 함은 위대함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입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저의 사사로운 아름다움을 어찌</div><div class="mt-md">그대들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만은</div><div class="mt-md">그 날 가을의 향기 아래 고즈넉했던 저의 광화문은</div><div class="mt-md">비어있기에 아름다웠고 적막했기에 소중했습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그렇기에 같은 가을 개천절의 광화문은,</div><div class="mt-md">잠시 내려놓아야 하기에 비로소 아름다울 것이며</div><div class="mt-md">가족과 함께 하기에 더욱 소중할 것입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사람의 생명만큼 귀한 것이 어디있겠습니까</div><div class="mt-md">살아야 말도 하는 법, 저 또한 지금 이 순간</div><div class="mt-md">눈을 뜨고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부디 그 뜻을 잠시 거두어 주소서</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오랫동안 전전긍긍하며 글을 아꼈으나</div><div class="mt-md">시국이 급박한 듯하여 글을 써 올리니</div><div class="mt-md">이러한 저의 바람이 가엾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div><div class="mt-md">​</div><div class="mt-md">이천이십년 구월</div><div class="mt-md">塵人 조은산이 용기내어 올립니다</div></blockquote><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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