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뀌(Persicaria hydropiper)는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주로 물기가 많은 습지 또는 냇가에서 자란다. 잎이 버들잎과 닮았다 하여 버들여뀌라고도 하고, 잎 등 전체에서 매운 맛이 나기 때문에 매운여뀌, 맵쟁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어식 이름도 ‘water pepper'라 하여 그 매운맛을 이름으로 삼고 있다. 여뀌를 한자로는 료(蓼)라 하는데, 그 자생지 특성에 빗대어 수료(水蓼), 택료(澤蓼), 천료(川蓼)라고도 한다.
높이 40∼80cm까지 자라고 털이 없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버들잎 모양으로 길이 3~12cm, 너비 1~3cm 정도이며 어긋나게 달린다. 턱잎은 잎집같이 생기고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하며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 꽃은 6∼9월에 밑으로 처지는 이삭모양의 꽃차례에 달린다. 이삭의 길이는 5∼10㎝ 정도이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은 4∼5조각이며 연한 녹색이지만, 끝부분에 붉은빛이 돌고 선점이 있다. 수술은 6개이고, 암술대는 2개이다. 열매는 검고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며 꽃받침으로 싸여 있다.
10여 종의 여뀌속 식물 가운데 여뀌와 닮았으면서 가장 흔한 것으로 개여뀌(Persicaria longisetum)가 있다. 들이나 길가에 자라며 높이는 20∼50cm 정도이다.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붉은 자줏빛이며 둥근 통 모양으로 곧게 선다. 여뀌가 매운맛이 나는데 비해 개여뀌에서는 매운맛이 나지 않는다. 여뀌는 꽃이 이삭에 드문드문 붙으나 개여뀌는 홍자색 꽃이 촘촘하게 달린다. 여뀌의 종자는 렌즈형이고, 개여뀌의 종자는 삼각형이다.
재배방법 습지 또는 냇가에서 흔히 자라는 잡초이기 때문에 따로 재배방법을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굳이 재배한다면 물을 좋아하므로 물이 충분히 공급되는 토질이면 좋을 것이다. 여뀌는 고마리나 다른 여뀌속 식물들처럼 수질을 정화시키는 유용한 수변식물이다. 대부분의 잡초가 그러하듯이 여뀌 종자도 휴면성이 있다. 종피로 잘 보호되어 있어서 토양 속에서 보통 3년은 지탱할 수 있으며, 피해를 입을 조건만 아니면 20년까지도 견딜 수 있다.
그러다가 자연적인 기후 변화에 의해 물에 휩쓸리거나 흙이 무너져 내리면서 또는 인위적인 경운, 쇄토, 제초 등의 교란에 의해 종자가 바깥으로 드러나게 되면 광발아성 성질에 의해 발아하게 된다. 이러한 광발아성은 종자가 일시에 발아하는 것을 막아 종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한 여뀌는 생육초기에 생장속도를 빨리하고 후반기에는 타감 물질을 분비하여 인접식물의 생육을 억제하기도 한다.
약성과 활용 ‘초봄에 여뀌씨를 받아 바가지에 담고 물을 뿌리면서 불 위에 높이 걸어 놓고 밤낮으로 덥히면 드디어 붉은 싹이 돋아난다. 이것으로 나물을 하여 양념을 쳐서 밥상에 차려 놓는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에서는 싹이 튼 여뀌를 생선요리에 쓰기도 하고, 생선회 등에 곁들이는 야채로 사용하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여뀌 전초를 짓찧어 물고기를 잡을 때에 이용하기도 한다. 흐르는 물을 돌리고 정체된 물에 짓이긴 여뀌즙을 풀면 물고기 아가미 신경이 마비되어 물고기들이 떠오른다.
약재로 이용하고 할 경우 전초는 꽃이 필 때 채취하고 열매는 가을에 따서 말린다. 여뀌는 지혈작용이 있어서 자궁출혈·치질출혈 및 그 밖의 내출혈에 사용된다. 잎과 줄기에는 탄닌이 많이 함유되어 항균작용이 뛰어나며, 휘발성의 정유 성분이 들어 있어 혈관을 넓혀 주어 혈압을 내려주고 소장과 자궁의 긴장도를 강화시킨다. 뱀에게 물렸을 때, 독충에 쏘였을 때도 생즙을 내 붙인다. 기생충 구제에도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여뀌에 대해서, ‘요실(蓼實, 여뀌씨) - 성질이 차고[冷] 맛이 매우며[辛] 독이 없다. 이 약 기운은 코로 들어간다. 신(腎)에 있는 사기를 없애고 눈을 밝게 하며 습기를 내린다. 옹종, 창양을 치료하며 5장에 몰린 기를 통하게 한다. 여뀌는 물에서 자라는 풀인데 대체로 못에서 자란다. 여뀌에는 자료(紫蓼), 적료(赤蓼), 청료(靑蓼), 향료(香蓼), 마료(馬蓼), 수료(水蓼), 목료(木蓼) 등 7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서 오직 자료, 향료, 청료만을 먹을 수 있는데 잎은 다 작고 좁다. 많이 먹으면 물을 토하게 되고 양기가 상하며 가슴이 아프다. 모든 여뀌의 꽃은 다 붉고 희며 씨는 다 검붉다. 요엽(蓼葉, 여뀌잎) - 약 기운이 혀로 들어간다. 대소장의 사기를 없애고 속을 편안하게 하며 의지를 강하게 한다’고 적고 있다.
여뀌의 독성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진 것이 없지만 함부로 쓰면 구토와 함께 심한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임산부가 먹으면 위험하고, 생리 중에 마늘과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물고기를 잡거나 기생충 구제에 효과가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어느 정도의 독성분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에서 힌트를 얻어 친환경농업에서는 여뀌를 천연살충제로 활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