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중딩 말이나 고딩 초 쯤 되었을까?
왕성한 이성적 호기심이 알차게 몽글거리던 그때, 우리는 껀수만 생기면 지지바 머스마 끌어모일 궁리를 했었고 어떻게든 기회를 엮어서 한적한 원두막이나 야산 솔밭을 전전하며 집단 유흥을 즐기곤 했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대개 유치한 자리였지만 선배와 어른들의 눈을 피해 우리끼리 밤을 보낸다는 사실이 짜릿했었고 여자애들 앞에서 보란듯이 소주 한잔씩 완샷으로 돌려 마시면 갑자기 어른이라도 된 것같은 뿌듯한 해방감도 근사했었다...^^;;
이 야반도주같은 불륜(?)의 현장이 늘 성황리에 달아오를 수 있었던건 당시 매우 귀하고 중요한 매개체가 존재했었기 때문인데 촌넘들을 현란한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로 일사불란하게 이끌어주던 물건은 바로 검정색 독수리표 카셋트였던 것이다...^^;;
이거 한 대만 있으면 그날 밤은 둥근 건전지 다섯개가 직렬로 들어가는 홈통을 몇번이나 교체할 때까지 정신 사나운 찔러대기 막춤을 신나게 흔들어댈 수가 있었다... 재수가 좋아 출력 빵빵한 대형 스테레오 카셋트라도 빌리게 되면 온동네 청춘들은 초저녁부터 거의 혼수상태가 되었는데 이런 날은 무덤 옆 잔디밭마저도 버라이어티급 야외 무도장으로 가볍게 변신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저 한맺힌 카셋트를 구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남아도는 손바닥이나 주전자를 뚜드려가며 오동잎 한 잎 두 잎♪~~을 부르거나 -.-;;; 천둥사안 바악달재♬~~를 노래해야 했는데 ㅠㅠ 어찌 이런 노래들이 64비트 젊은 심장의 허기를 달래줄 수가 있었을까?
그런 날은 대개 분위기가 일찍 뭉개져 쌈박질이 일어나거나 후줄근한 막걸리 파티 토악질로 막을 내리곤 했었다... 빨리 돈 벌어서 좋은 카셋트 하나 장만하자...머 이런 결의도 곁들이면서...ㅎㅎㅎ
와신상담 끝에 나타난 조용필 오빠가 이 땅의 가요계를 평정하기 전, 우리 귀를 현란하게 끌어댕기던 음악은 대부분 팝송이었고 그것도 젊은 혈기에 쿵짝을 제대로 맞춰주던 디스코 일색이었다...
그런 노래들 중에서도 젊은 것들의 탱탱한 엉뎅이를 무자비한 율동으로 몰고갔던
당대 최고의 땐스 뮤직이 있었으니 불멸의 힛트곡...둘리스의 "원티드"가 그것이었다...^^;;
처음 듣자마자 가공할 위력으로 온몸을 흡수해버렸던 이 노래는 도입부의 그 긴장감 넘치는 뿡짝뿡짝~ 비트만 들어도 머리 속에서는 이미 강력한 스파크가 번쩍거렸었다...
신나는 리듬과 여성 보컬의 강인하고 시원한 창법이 일품이었던 촌동네 야외무도장의 절대신곡 "원티드" ^^;;;
비록 빠르고 어려운 영어노래 였지만 원두막 무대와 다리밑 나이트를 줄기차게 섭렵하며 테이프 늘어지도록 반복 청취를 한 결과 종내엔 그 힘든 가사마저 터득해내는 놀라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었다...^^;;
외국어는 역시 반복학습이 최고라는 진리를 온 몸 흔들어대며 깨우치게 했던 노래... 내 생애 최초의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 소화곡이었던 "원티드"... 발음이 쫌 요상하다 싶었지만 우리끼리는 어떤 의심도 하지않으며 다음 밤무대 진출을 위해 열심히 외워제꼈던 그 노래...
아니까니 까라니 까라 키퍼웨이♪~ 바리쏘 오오올라잇♬~ ^^;;;
이 노래가 30여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조혜련 아줌마의 느닷없는 분발로 인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요란하고 거나한 율동이 가미된 솔직한 가창력, 거기에 무엇보다 또렷하고 확실하게 전달되는 가사가 옛날을 떠올리게 해서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ㅎㅎㅎ 맞아...그 때 우리가 저랬었어..."
그녀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알게된 불멸의 "아나까나" 가사는 이렇단다...^^;;
아나까나 까나리 까니 키퍼웨이 바리쏘 올라잇 유노유 걔한테 나있어 프란쌍 까르페이 바리쏘 올라잇 구쏘유 입싸 스피어스 허네 요 허니스 베너 샤론스톤 원루콤 포유 카피러닝 아 배추속은 검은낙타 유할라~ 원택 보유레빈 씨나레버 원택 나워낙 같은 메모리안 원택 비밀인데 사람 왜불러~ 보유노유 카페커피 원택 보유레빈 씨나 에보니래 나의 꿈은 내빛아래 비칠래 비밀인데 사람 왜불러 어~~
지금 보니 좀 당황스럽긴 하다....^^;;;
워낙 원음에 충실했기 때문에 "배추속, 검은낙타, 사람 왜불러" 같은 자칫 우리말로 오해할만한 단어가 들리기도 하지만^^;; 또릿또릿 정확한 발음으로 이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덧.... 그해 가을 추수 끝난 친구네 과수원에 모여 밤새도록 발악을 하며 신나게 놀아대던 모습이 떠올라 흐뭇한 웃음이 절로 배어 나온다...^^;;;
아나까나..... 그땐 그 짓거리가 왜그리도 즐거웠던 것일까? ㅎㅎㅎ
..................... 소시적에 촌에서 춤 좀 췄던 ^^;;;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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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가 사람으로 변신을 못해서
요즈음은 우렁각시에게 마늘,쑥먹이는 식이요법을 쓴데지... |
첫댓글 감명 깊은 글 잘 읽었슴다. 나는 또 이 노래가 아바 것인 줄 알았네. 그 때는 아바도 쥐기줬응게.ㅎㅎ
아바를 좋아하셨으면 음악과 팝을 즐기신거고....둘리스를 좋아했으면 그저 춤바람만 난겁니다...ㅋㅋㅋ
그당시 창락동네 세련이네.. 아니까니 까라니 까라 키퍼웨이♪~ 바리쏘 오오올라잇♬~ ^^;;; 그당시에 촌에서 이정도가 어데로.. 창락사는 울동기들은 모두 순둥이들 이었는데.. 꺽다리 지즈바 고수진이 빼고....
그래도 시내라꼬...풍기 내려오면 순둥이가 되지만...동네서는 안그랬을껄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