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주일)
사무엘상 17:41-49

오늘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주일입니다. 1517년 10월의 마지막 날 밤, 독일의 비텐베르크성당 정문에 마르틴 루터가 중세교회를 향한 95개 조의 반박문을 붙입니다. 95개조 반박문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너희는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너희와 결별하여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섬기겠다!’입니다. 이 싸움은 ‘골리앗’을 향해 나아가는 ‘다윗’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오늘은 어린이부 담담 엄재현 전도사님이 목회실습을 간 관계로 오늘 어린이부도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든 세대가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은 어린이들도 어른들이 드리는 예배를 경험해 봐야 한다고 여기기에 한 달에 한 번씩 간세대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달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재미가 없으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제 설교가 끝나니까 아이들이 ‘와, 끝났다!’ 좋아하더랍니다. 아이들은 뭔 말인지도 모를 어려운 설교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래서 오늘은 종교개혁 주일이지만, 제 설교를 개혁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배려하면서 설교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도 설교가 끝나면, “재밌는데?”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어린이와 청소년 여러분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깁니다.
■ 다윗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구약 성경 중에서 가장 짜릿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소년 다윗이 거의 2미터 90센티나 되는 거대한 장군 골리앗을 물 맷돌 하나로 죽인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주일학교 강단에서 들려지고 있습니다. 간혹, 이야기의 맛을 살리려고 다윗을 어린아이로까지 묘사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은 좀 지나친 과장입니다. 골리앗과의 전투 후 얼마 되지 않아 사울의 딸 ‘미갈’과 결혼을 하는 것으로 보아(삼상 17:21) 청년이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천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인재였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는 많은 재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것만으로 그가 어떤 재주를 가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다윗은 뛰어난 음악가였습니다. 당시 현악기였던 수금의 대가였는데, 지금으로 치면 바이올린이나 기타가 되겠죠. 삼상 16장 23절에 보면 ‘다윗의 수금을 들고와서 손으로 탄즉 사울이 상쾌하여 앗고 악령이 그에게서 떠나가니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수금연주에 악령이 떠나갈 정도로 연주를 잘했다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바이올린을 가장 잘 연주한 사람은 1782년에 태어난 파가니니라고 하는데, 그가 연주하면 귀신도 나와서 춤을 췄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윗은 수금을 연주하면 악령이 떠나갈 정도였으니 대단한 음악가였던 것입니다.
또한, 다윗은 뛰어난 시인이었습니다. 구약 시편에 나오는 많은 시가 그의 작품이요, 아가서도 그의 작품입니다. 시편은 오늘날 온 세계 문학계에서도 인정하는 걸작입니다. 아마도 오늘날이었다면, 노벨문학상쯤은 어렵지 않게 받았을 것이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의 무예가 어떤 경지에 다다랐는지 그의 고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무엘상 17장 34-35절에 “양떼를 칠 때 사자나 곰이 와서 양 떼 새끼를 물어가면 내가 따라가서 그것을 치고 그 입에서 새끼를 건져내었고, 그것이 일어나 나를 해하고자 하면 내가 그 수염을 잡고 그것을 쳐죽였나이다.” 그의 고백대로라면, 그는 사자와 곰을 따라잡을 만큼 달리기에 능했을 뿐만 아니라, 주먹도 세서 갈기를 움켜잡고 주먹으로 치니 곰과 사자의 머리가 깨져버립니다. 다윗의 무쇠주먹은 요즘 유행하는 이종격투기나 권투시합에 다윗이 나간다면 세계 최강의 챔피언이 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사무엘상 18장 5절엔 “다윗은 사울이 보내는 곳마다 가서 지혜롭게 행하매 사울이 그를 군대의 장으로 삼았더니 온 백성이 합당히 여겼고 사울의 신하들도 함당히 여겼더라.”고 합니다. 젊은 나이에 장군이 되었는데도, 주변의 모든 사람이 시기하지 않을 정도로 인품과 지혜가 뛰어났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또 끝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윗이 엄청난 ‘꽃미남’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사무엘상 17장 42절에 “이는 그가 젊고 용모가 아름다움이라”고 전합니다. 특이한 것은 여기에서 ‘아름답다’는 말은 아가서에서 ‘어여쁜 자’로 표현된 ‘야페’와 같은 단어를 사용했는데, 야페는 ‘최고의 미인’에게 붙이는 표현입니다. 그러니 다윗은 꽃미남이니, 이런 스타의 출연에 여인들이 나와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이 죽인 자는 만만이니라”(삼상 18:607) 열광을 한 것입니다. 노아가 좋아하는 아이돌 워너원이 나오면 청소년들이 환호호는 것처럼 말이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사무엘상 16장 18절에 사울의 신하가 다윗을 천거하는 장면이 있는데 ‘구변이 있고 준수한 자라’고 합니다. 구변이란, 언변이요, 설득력 있게 말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팔방미인입니다.
■ 타고난 것일까, 끊임없는 훈련인가?

도대체 어떻게 한 인간에게 이렇게 다양한 능력이 한번에 주어질 수 있을까요? 그런 능력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 우리도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이런 능력을 주실까요?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입니다. 다윗의 이 모든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일까요? 얼굴이 잘생긴 것이나 구변은 타고난 것이겠지만, 그 외의 것들, 수금을 타고, 시를 쓰고, 무술의 고수가 된 일이나, 지혜나 인품을 갖추는 일은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것들입니다.
엄청난 천재성을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수금을 타기 위해 손가락에 피가 터지고 굳은살이 배길 정도였을 것이며, 시를 쓰려면 수없이 많은 습작을 하고 독서도 많이 헸을 것입니다. 그 외의 다른 것도 그렇습니다. 다윗에게 주신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분명히 피땀 어린 과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 방면의 고수에게 너무 쉽게 ‘운 좋았다!’고 이야기하지만, 거저 태어난 재능만 가지고 고수가 된 사람은 없습니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과정이 있었기에 어느 한 분야의 고수가 된 것입니다.

어린이 청소년 여러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그 사람이 되려면, 생각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피땀 어린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귀한 선물을 주셨습니다. 아직도 찾지 못했다면, 그것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직업은 ‘학생’입니다. 학생은 ‘공부하는 게 일인 사람’입니다. 몇 등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자세로 공부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몇 등을 하든지, 어떤 자세로 하든지 중요한 것은 ‘온 정성을 들여서 하는 것’입니다. 한번 미친 것처럼 공부해 보십시오. 일등을 못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면, 반드시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신 선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윗의 천재성, 그것은 끊임없는 훈련의 시간과 하나님의 도우심이 작용해서 얻어진 것입니다. 아무리 하나님께서 다양한 재능을 주셨어도, 다윗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더라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은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광야의 시간에 그는 엄청난 노력을 했던 것입니다.
■ 다윗의 훈련의 시간

다윗은 언제 그런 훈련의 시간을 가졌을까 추적해 보니 이렇습니다. 사무엘상 17장 34절의 말씀을 보십시오. “주의 종이 아버지의 양을 지킬 때에”입니다. 그러니까 그는 이스라엘에 이름이 알려지기 전 양치기를 있을 때 이미 사자와 곰을 때려잡을 수 있는 훈련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골리앗을 물맷돌로 죽인 것은 운 좋게 맞춘 것도 아니고, 대충 던졌는데 하나님이 힘을 보탠 것도 아닙니다. 이새에게는 8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다윗이 막내였습니다. 형들은 나름 한 가닥씩 하는데, 별로 잘하는 것도 없는 다윗은 아마도 어려서부터 다윗은 양을 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사무엘상 17장 28절에 큰형 엘리압이 화를 내며 “네가 어찌하여 이리로 내려왔느냐? 전쟁을 구경하러 왔느냐?”고 꾸짖는 장면을 보면 다윗은 완전히 무시당하는 존재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니 어려서부터 양을 치고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양을 치는 시간이 다윗에게는 피나는 수련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상상해 봅시다.
새벽같이 양을 몰고 들판으로 나갑니다. 양이 풀을 뜯는 사이 그냥 멍하니 있었을까요? 아마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체력단련도 하고, 물맷돌 던지는 연습도 하고, 악보 보는 훈련도 하고, 틈나는 대로 수금 연습도 했을 것입니다. 자기가 쓴 시를 입으로 웅얼거리며 낭송하고 독서도 했겠지요. 아무도 없는 광야의 고독한 시간, 그 홀로 있는 시간을 다윗은 훈련의 시간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인생은 생각만큼 길지 않습니다. 다윗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십시오. 사도행전 13장 22절에는 다윗과 연관된 놀라운 말씀이 있는데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만나니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 내 뜻을 다 이루리라.”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을 만나십시오. 그리고 하나님 마음에 맞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십니다.
■ 준비 없는 성과는 없습니다

이 땅에 준비 없는 성과는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준비도 하지 않고, 너무 믿음이 좋아서인지 갑자기 불같은 능력을 얻고 갑자기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이런 생각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나, 로또 한 장에 허황한 꿈을 꾸는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경 인물 중에 그런 능력을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출애굽의 모세도 40년간 뼈아픈 광야 시절이 있었고, 세례 요한도 소년 시절을 광야에서 보냈습니다. 하물며 예수님도 서른 살까지 메시아의 삶을 준비하셨고,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전에, 나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준비되었는가 돌아보십시오. 절제하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회를 잡을 수 있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꽃 피울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으십니다. 이곳에 있는 우리 한남교회 어린이들과 청소년들과 청년들, 그리고 여러분이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 종교개혁 500주년에 부쳐

오늘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주일입니다. 개혁된다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본질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가 전해주신 생명의 말씀에 붙들려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의 말씀에 붙들려 살아가면 소풍온 이 땅에서도 다시 돌아갈 하나님 나라에서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바라며 살아가지만, 또한 이 땅에 주어진 삶이 비록 짧은 순간이라도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 마음에 합한 사람, 그 사람은 주어진 삶을 대충 살아가지 않습니다. 다윗이 또는 신앙의 위대한 선배들이 치열하게 살았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감으로 우리의 신앙은 개혁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삶을 개혁시켜 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여러분의 삶은 빛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설교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다윗에 관한 부분은 오경준 목사의 저서 중에서 다윗에 대한 글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주일을 맞이하면서 한국교회의 현실과 교단이 처한 상황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이 아픈 마음마져도 내려놓습니다. 내가 먼저 말씀에 바로 서서 개혁되는 일과, 한남교회를 하나님의 말씀 위에 바로 세우는 교회로 만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민의 과정때문에 먼저 준비했던 설교는 접고, 이번 설교문으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주일 말씀을 선포합니다. 준비했던 다른 말씀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