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진짜 딱딱한, 매트리스없는 침대
침대에서 오래 생활하다보면 허리가 아프다. 그러면 침대 밑으로 내려와 얇은 요를 깔고 잔다. 이틀 정도는 여기저기 베겨서 뒤척뒤척해야 한다. 그 다음부터는 딱딱한 방바닥이 편해진다. 허리 아픈 것도 그 과정에서 사라진다. 허리 아플 땐 몰라도 통증이 사라지면 이제 이부자리 폈다갰다 하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불편하다. 엄마한테 혼날 일 있는 아이가 집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침대로 기어올라가곤 했다. 벌써 20여 년째 매년 두세 차례씩 반복되는 일이다.
얼마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침대메이트 초록손이가 허리아프다는 거다. 20년 넘게 그런 적이 없던 사람이다. '침대체질'이 따로 있는 거라고 자가진단을 내려도 반박할 수 없었다. 며칠 이부자리 폈다갰다 하더니 근본적인 조치를 하라는 거다. 아싸~! 주여~!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더 일찍부터 아팠으면 좀 좋아?(응?)
구입한 지 3년 밖에 안된, '침대는 과학'이라고 외치는 회사 제품이 이럴진대 매트리스 바꿔서 될 일은 아니라고 진단했고 '매트리스-리스(mattress-less) 침대', 즉 딱딱한 매트리스를 찾을 게 아니라 매트리스가 없는 침대가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침대프레임은 그대로 쓰고 매트리스 없앤 자리에 '다리없는 평상'을 짜넣는 것이다.
막상 거친 설계를 끝내고 자재를 선택하려니 '쌩초보'로서는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원목을 찾아보니 삼나무, 레드파인, 스프러스, 히노끼(어디서는 편백), 메이플.... 두께는 어느 정도로 해야 적정한지.... 결국 5년 전에 소식두절된 지인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결론은 19mm 두께의 스프러스 집성목. 레드파인도 좋지만 침대프레임이 밝은 색이라 밝은 스프러스로 선택했다. 스프러스가 밝다는 것도 이 때 들어서 알았다. 집성목은 춘천 '소양강처녀'상이 보이는 '삼성홈센터'에서 구할 수 있단다. 삼성홈센터에 전화하니 스프러스는 4x8짜리(1224mmx2448mm) 단위로 장당 75,000원에 팔고있고 한 번 자를 때마다 공임 700원이란다.
위 사진대로 설계를 하고나서 보니 아쉽다. 퀸사이즈 침대는 1500mmx2000mm인데 4x8사이즈는 1224x2448mm. 긴 쪽은 30센치 모자라고 짧은 쪽은 40센치 남는다. 결국 두 장을 사야한다. 원하는대로 잘라 파는 인터넷몰에서 구입할까 몇 초 망설이다 지웠다. 골치아픈 건 더 싫다. 그래 두 장 15만원 더하기 11,200원(톱질 8회x700원x두장). 남는 2000mmx330mm 두 장과 470x470mm 두 장은 나중에 선반짜는데 쓰면 된다.
거의 마무리 과정이다. 공정 단계별로 사진을 찍어뒀는데.... 한 아이가 꽃잔디 찍는다고 디카를 가져가서는.... 찍은 사진 맘에 안든다고 지운다는 것이.... '1일치' 옵션을 선택하는 바람에.... 모든 사진이.... 증발! (크억!) 그래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옛날 저만한 나이 때 필름 되감지도 않은 채 사진기 열어서 사진기 주인 멘붕시킨 일도 있었으니까.
잘한 짓은 (별로 없지만) 쓸 필요는 없겠고, 혹시 뒤따를 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실패사례는 남긴다.
실수1) 집성목은 세로로 좁고 길게 잘라도 튼튼하지만 가로로 좁게 자르면 물컵은 고사하고 제 무게도 이기지 못해 출렁댄다. 위 사진의 여덟 조각은 가로로 잘린 순간 쓰레기가 된거다. 따로 남는 재료로 갈빗살(침대판 이음목)을 잘라달라고 해야 해서 남는 재료의 태반이 사라졌고 추가 공임마저 들여야 했다. 그 순간 선반의 꿈은 사라졌다.
실수2) 원래 메트리스 하중을 받치던 침대프레임 바닥 갈빗살 방향과 새로 제작한 원목침대 갈빗살이 같은 방향으로 평행이다! 우연히 두 개 정도만 서로 겹친다. 순간 난감! 결국 인장강도가 전혀없어 못쓰는 위 사진의 8조각중 두 개를 토막토막 잘라 침대프레임 갈빗살과 만나게 했다.
완성된 딱딱한 매트리스-리스 침대. 기존 침대프레임에 다리없는 원목평상이 매트리스 자리에 얹혀졌다. 생각보다 잘 나왔다(고 자평을 내렸다^^) 코디도 무난하다^^ 헤드가 비례적으로 높다는 느낌은 뭐 어쩔 수 없고, 침대가10센치 정도 낮아졌다는 아쉬움은 하루 자고나서 사라졌다. 침대에 오르내리기가 더 편하다. 추가로 높이는 공사를 생각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다.
매트리스는 편해서 좋지만 사람의 허리엔 좋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인은 오랜 세월 구들방 딱딱한 바닥에서 베기면 몸을 뒤척이면서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마치 메주를 빚듯 스스로 자가치료해야 하는 인체구조가 형성된 건 아닐까? 돌침대가 그 증거일지도 모른다. 돌침대가 이동식 구들장으로 각광받을 수 있겠다. 다만 너무 비싸고 무거워 내맘대로가 안되니 보급은 쉽지 않겠다. 그렇다면 평상형침대가 제격이겠다. 이제 허리가 뭉근해질 일도, 이부자리를 폈다갰다 할 일도 없으니 좋다.
첫댓글 딱딱한 곳..저는 못 잘 것 같아요 ㅋ
허리가 아프면 정신이 바짝 들겠지요? ㅋ
저도..나무를 깔고 자야하는걸까요?ㅋㅋㅋ
이제 이부자리때문에 골치아픈일이 안생기셔서 좋으시겠어요.ㅎㅎ
딱딱한 매트리스 침대를 만든 걸 보니 정말 섬세하고 꼼꼼하게 잘 만든 것 같습니다.ㅎㅎ
이야 정말 아저씨 못하시는 게 없는 것 같아요..저도 커서 직접 저런 걸 할 줄 아는 어른이 됬으면 좋겠어요..
대단하시네요..ㅎ
사람들이 편하려고 메트리스를 만들었지만 그게 결국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예전 학교 기숙사에서 7개월 정도 이렇게 바닥에 이불 깔고 잔 적이 있어요. 정말 아저씨 말대로 며칠 정도 불편한데 이후에는 괜찮더라고요. // 훗날 이런 일을 하게 된다면 가로 세로 꼭 기억해둘께요 ㅋ (글 보지 않았으면 꼭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
대단하십니다. 풀꽃처럼에 맥가이버가 살고 계시는군요. ^^
예전에 편백나무침대를 사고싶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저희도 한번 도전해봐야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