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도 품질도 하향평준화 된 먹는샘물
-먹는샘물 사업 50년을 돌아보며-
코로나 19로 닫혔던 빗장이 살짝 열리면서 2년 만에 비행을 했다.
자연으로부터의 강압으로 700여일 이상 여행을 하지 못해서인지 그 설렘이 국화향기로 번져간다.
환경분석학회 참석이라지만 그 하루를 제외한 3일을 온전하게 제주의 비밀스러운 곳, 잊혀져 가는 곳을 헤매는 것이 숨은 목적이다.
조천읍의 삼다수와 표선면의 한국공항 샘물공장,깔따구가 나왔던 강정마을의 강정정수장,물법신앙이 자생하고 있는 지역등도 돌아보고 싶었다.
코로나19로 숨죽여 가만가만 살던 서울의 풍경과는 달리 공항은 혼잡함이 타임머신을 타고 온 또 다른 세상이다.
탑승을 기다리며 서성이는데 낯익은 얼굴이 하얀 마스크 위로 반사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을 퇴임한 유홍일 약학박사이다. 퇴임 후에도 바이오회사의 부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박사 내외와 화학물질안전원에 근무하는 큰아들과의 동행이다.
아들이 휴가를 내고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길에 나섰다는 것이 사라져가는 가족의 애뜻함이 기억의 저편에서 환생한다.
유박사가 근무하는 곳은 의약품의 안전성을 분석하고 검증하는 기관으로 환경분야의 먹는물 분석기관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환경관련 분석기관은 분석료가 야박하고 관련기업도 영세하며 경쟁이 치열해 인력,자본,분석기술등이 취악한 반면 의약계의 분석기업들은 지역별로 일정하게 시장 확보를 유지하게 하고 분석료도 적정가격을 유지하게 하여 재투자가 가능하게 하므로서 경쟁력이 높아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든다.
지난 30여년의 환경정책의 골격은 시대적 상황에 맞춰 급조하다 보니 조각난 정책과 제도가 양산된 측면이 강하다. 중,장기적 분석과 연구를 통해 합일점을 돌출하기 보다는 위기 대응식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퍼즐처럼 맞춰지지 못하고 상호 연계성도 부족하여 다른 법과 제도와 상충되는 경향이 크다.
폐기물 제도는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도 누더기 법이라고 강하게 자아비판을 한 적도 있지만 먹는샘물 정책도 실패한 정책중에 하나이다.
먹는샘물은 광천수시대인 1980년대(보사부)와 보존음료 시대(1990년대,보사부-환경부),먹는물시대(2000년대, 환경부,지자체 관리)로 이어져 온다.
제도적 변화에서는 해외수출을 조건으로 한 15개 업체로 국한하여 제한적 유통허가에서 소비자 욕구가 확산되면서 먹는샘물 개방화에 따른 양성화 (70여개 업체)와 1사 1브랜드(제조사는 1개 브랜드만 허가)에서 1사 다브랜드(OEM허용)시대로 대별된다.
그렇게 먹는샘물 사업도 50여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세계적 브랜드로 육성시키지 못했으며 환경부가 앞장서서 정부가 보증하는 국가 브랜드전략 조차도 (제주 삼다수,진로석수) 실패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정보공개를 통해 밝혀진 최근 2년간 먹는샘물의 품질조사현황에서는 무기물질인 크롬과 비소,총대장균군,저중온일반세균,녹농균등이 검출되고 있다.
크롬이 검출된 크리스탈이나 이동장수샘물,지리산청학동,삼정,화인바이오,샘소슬의 총대장균군은 과거에는 검출되지 않았던 항목들이다. 포천그린,이동장수샘물,샘소슬,우리샘물, 동원에프엔비 연천공장에서 검출된 저중온일반세균은 과거에도 적발되기도 했지만 이는 오존이나 자외선 살균등 운영관리가 허술한 경향이 크다.
녹농균은 국내 샘물회사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수입한 ‘하와인안스프링스 천연암반수’에서 검출되었다.
크롬은 자연상에서 검출되는 3가크롬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과거에는 전혀 나오지 않았던 항목이며 브론산염의 검출도 적정한 채수보다는 과도한 채수로 지하 암반등에 있던 크롬이 용출되거나 해수가 유입되어 발생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사 1브랜드는 생산자가 책임있게 관리하고 관리감독기관이나 소비자들도 쉽게 간파할 수 있지만 다브랜드 시장에서는 문제 발생시 감시가 어렵다는 점이다.
(주)씨엠이 유통중인 브랜드는 크리스탈,스마일,탐라수,OEM으로는 롯데아이시스,일화광천수등 총 19종이나 된다.
대장균이 검출된 이동장수,지리산청학동,삼정,화인바이오,샘소슬등은 스파클,아이시스8.0,퓨리스,지리산청정수,굿모닝,설악산수등 29종으로 시장에 번져있다.
이렇게 1개 취수공에서 수십개의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는 배경에는 1사 다브랜드를 허용한 환경부에 있다.(당시 중소기업의 다수는 1사 1브랜드를 고수했으나 풀무원,진로석수등 대기업군은 다브랜드를 강력히 요구했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먹는샘물의 총 취수량은 4만5천톤으로 사람이 1일 마셔야 하는 2리터로 가정하면 2,250만명이 마실 수 있는 물이다.
적발된 샘물회사도 연기군 전의면,포천이동면,가평군 조정면과 설악면,하면,청원군 가덕면등에 밀집되어 있으며 1개공의 취수량도 매우 적은 량으로 지하암반수의 취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샘물의 평균 1개 취수공의 취수량은 237톤이며 52개 공장 192개의 취수공에서 취수하고 있다.홍천군 남면에 위치한 샘물은 1개 취수공이 16.6톤으로 3개 취수공을 합쳐도 고작 50톤 정도이지만 허가를 받은바 있다.( 2020년 기준 61곳중 9개 업체 휴업) 1개 취수공에서 평균 200톤 이상 취수되는 곳은 내설악음료 460톤,포천그린 400톤,포천음료 340톤,옥천군 청성면의 워터코리아 322톤,제주 삼다수 289톤등 14개 샘물뿐이다.
하지만 허가업체는 경제적 가치나 환경보호, 생산품과 세척용수로도 사용하기에 부족한 100톤 미만의 취수공은 31곳,150톤 미만은 46개이다.
그야말로 난개발을 촉진시켰고 점차 주변환경으로부터 지하수 오염 방지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벽도 상실시켰다.(지하수는 여러 수맥으로 연결되어 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발생을 최소화 한다는 구실로 제조원, 수질분석표를 기입한 라벨조차 부착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차피 하향 평준화된 샘물 회사들로서는 또 다른 기회를 맞은 샘이다.
품질보다는 오로지 가격경쟁과 영업력을 앞세우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다수나 진로석수와 같은 국가브랜드 제품도 일본과 중국에서 망신만 당했다.(중국은 동일제품이 2회 이상 적발되면 수입은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샘물사업 50년을 되돌아보며 물산업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지 냉수마찰이라도 하면서 심사숙고해야 할 시기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김동환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