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시도 모도/ 예술과 낭만의 삼형제 섬
일 시: 2016년4월3일 일요일 오전8:30부터 오후19:00까지
장 소: 신도 시도 모도
참석자: 이시관 이형재 유재윤 송기봉 이혜연 오덕진 이종률 박상호 8명
경 로: 운서역 – 삼목항 – 신도선착장 – 구봉산 – 성지약수터– 수기해변 – 모도다리 – 배미꾸미 조각공원 – 신도선착장 – 삼목항 - 운서역, 약 15km, 8시간 소요
0840 삼목항
운서역에 8시반에 모여 택시 2대로 삼목항으로 이동했다. 신분증 때문에 유사장님께서 오시는 길을 돌려 신분증을 가지고 삼목항으로 직접 오시기로 하셨다. 여유 있게 왕복표를 구매하고 유사장님을 기다렸다. 삼목항은 여전히 갈매기가 나르고, 갯냄새가 나고 여행객들의 분주한 걸음과 부산함으로 채워져 있다.
출발 10분전에 도착하신 유사장님을 대신해 급하게 표를 끊고 서둘러 세종호에 승선을 완료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오신 유사장님을 포함한 일행이 8명이다.
0910 신도행
신도·시도·모도는 각각 다른 섬이지만 연도교로 인해 한 섬처럼 오갈 수 있어 ‘삼형제섬’으로 불린다고 한다. 오늘은 신도 구봉산(178.4m)에 오르고 이후에는 시도 모도의 해변 풍광을 트레킹하는 여정이다. 신도는 면적 6.92㎢, 해안선길이 16.1㎞로 신·시·모도 삼형제 섬 중 가장 큰 맏형 섬이다. 신도라는 이름은 이곳에 사는 주민이 성실하고 순박하다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또한 신도는 드라마 ‘슬픈연가’와 ‘풀하우스’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날씨가 흐리니 트레킹에는 적절하다. 흐린 날씨에 약간의 쌀쌀함을 느낀다. 새우깡을 향해 달려드는 갈매기를 보며 사진을 찍는다. 흐린 구름을 배경으로 회색 갈매기가 수도 없이 날아 다닌다. 출발한지도 모르게 벌써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신도 선착장은 앙증맞게 하트모양으로 선창의 입구를 장식해 놓았다.
0945 구봉산 입구
구봉산으로 가기 위해 선착장에서 마을 길로 접어든다. 편의점을 발견하고 고문님의 명을 받아 소주 세 병과 이자문님의 요청으로 복분자주 1병과 어묵 2개를 베낭에 넣어 챙긴다. 수기해변과 구봉산 입구로 갈라지는 길에서 구봉산 입구 방향으로 언덕을 오른다.
1003 구봉산 진달래
이부회장님께서 선두에 나서시고 고문님께서 후위를 책임지신다. 산중턱의 진달래는 절정은 아니지만 봄향기를 피워 올리고 있다.
오랜만에 와서 이부회장님의 산행 속도를 따르다 보니 숨이 절로 가쁘다. 진달래 붉은 꽃이 노랗게 떠 보인다. 이질적이게도 먼 바다에는 푸른 섬들이 점점이 보석처럼 수평선에 박혀 있다.
1028 구봉산 안내인과 작업남
구봉산 중턱 쉼터에서 혼자 등반하는 여성분을 만났다. 입담 좋으신 유사장님의 저력이 발휘되셨다. 무슨 얘기를 나누시는지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시다. 나는 멀리 산 아래의 알록달록한 방강로를 내려다 보며 가쁜 숨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행들이 휴식을 멈추고 이동을 시작했다. 혼자 온 여성분과 유사장님께서 빠른 속도로 산을 따라 오르시는 모습을 보며 작업이 시작 되었음을 알았다. ㅋㅋ
1042 구봉산 만찬과 칼칼한 술맛
나름 암릉도 있고 경사가 있어서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다 보니 일행과 멀어졌다. 숨을 가다듬고 정상에 도착하니 나무를 짚고 서 계신 유사장님의 표정이 오묘하시다. 혼자 온 여성 분이 사라졌다. 내적 갈등 외적 표출이시다. ㅠㅠ
이른 아침에 약속시간을 맞추느라 조반을 걸렀으니 배가 출출할 시간이다. 산아래 소나무 숲속에 공터가 호젓하다. 자문님께서 챙겨오신 와인과 복분자주와 소주를 급히 잔에 채운다. 고문님께서 멋진 칼로 삶은 계란을 자르신다. 송회장님께서 애절한 눈빛으로 칼을 쳐다보며 가격을 물어 보셨다.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결국 칼은 송회장님의 손에 쥐어졌다. 누군가 술 맛이 칼칼하다고 얘기했다.
1130 운수대통 성지약수터
구봉산을 내려서니 두 갈래 길이다. 이부회장님께서 각각의 길을 설명하신다. 나는 얼른 짧아 보이는 코스를 선택해 빨리 일행을 스쳐 지나갔다. 멀리 고문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다. 나중에야 그 의미를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성지 약수터에 도착하니 물은 말랐고 해변으로 가는 길이 없다. 아뿔싸! 조금 걸으려고 요령을 부리다 더 먼 길을 택했다. 건강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으니 오늘은 운수대통이다.
1140 시도 가는 길의 갯벌
시도로 가는 연도교 옆 갯벌은 흐린 봄 날씨와 함께 한 폭의 그림이다. 다리를 건너다 보니 멀리 조그만 섬들이 보인다. 섬은 거북 같기도 하고 고래 같기도 하다. 갯벌과 이정표가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정표는 갯길과 찻길중 어느 곳을 가리킬까? 연도교를 지나 갯벌을 끼고 수기 해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둑길의 왼쪽은 염전이고 오른쪽은 갯벌이다. 둑가에 해당화는 아직 피지 않았고 나는 섬마을 선생님을 흥얼거린다.
직선으로 길게 뻗은 방조제 길과 구불구불한 갯길이 대조적이다. 푸른바람님은 어느새 멀리 저수지에서 사진을 찍고 계신다. 몸에서 푸른 바람이 일 것 같다.
1220 수기해변 가는 길
둑길을 지나 수기해변으로 가려면 포장도로를 걸어야 한다. 한참을 걸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400m만 걸으면 된다는 표지가 보인다. 갯벌과는 대조적인 희고 고운 모래가 매력적인 수기해변은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해변을 감싸고 있다.
해변에 들어서자 먼저 이부회장님께서 해변으로 달려 가신다. 해변과 소나무 그리고 기암괴석이 영화의 한 장면이다. 찰칵! 푸른바람님도 바다 끝 바위에 올라 두 팔을 벌려본다. 또 찰칵!
1250 수기해변의 만찬
원래는 모도의 소나무 아래 해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었다. 시간이 벌써 1시가 되어가고 풍광도 좋으니 이곳에서 점심을 들기로 한다. 각자 준비물을 꺼내고 라면을 끓인다. 종률씨가 깜짝 놀란 표정이길래 눈빛의 방향을 따라가 보니 송회장님께서 배낭에서 소형 웤을 꺼내고 계신다. 능숙한 솜씨로 올리브유를 넣고 다진 마늘과 칼집 낸 소시지도 함께 어우러진다. 후추와 파스리가 곁들어지니 냄새가 향기롭다. 종률씨의 눈이 점점 커진다.
자문님의 떡뽁이 와 이부회장님의 김치, 고문님의 최첨단 주방도구로 맛난 점심을 들었다. 유사장님의 오렌지로 후식을 곁들이고 커피 한 잔으로 성대한 만찬을 마무리 했다. 점심을 마치고 나자 도착할 때 걸어서 올라갔던 바위가 물속에 잠겨 있다. 밀물 때인가 보다.
1440 모도 가는 길에서 만난 비
이제는 여정의 마지막인 모도로 가는 길이다. 모도는 전체 면적이 810㎡ 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다. 예로부터 당도 높은 포도와 자연산 굴로 유명하다고 한다. 길 중간에 몇 분이 화장실로 가시고, 기다리고 하다 보니 송회장님과 나는 먼저 모도 가는 고개를 넘는다. 흐린 하늘이 결국 비를 내린다. 모자를 쓰고 바람을 막는다. 호젓한 섬길 산책에 비바람을 맞으며 함께 걷는 길동무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든든하다.
빗줄기가 굵어서 모도로 가는 연도교 휴게소에서 잠시 쉬다 보니 일행 모두가 도착했다. 다만 자문님께서 다리가 좀 불편하신지 늦으신다. 고문님께서 일행을 재촉해 보내시고 오랜 친구를 기다리신다.
1450 모도 가는 길
시도와 모도를 연결하는 연도교에서 본 모도는 귀여운 아기 같은 모습이다. 얼마를 걸었는지 다리가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모도의 자랑이자 최고의 볼거리인 배미꾸미 조각공원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배미꾸미는 배에 난 밑구멍이란 뜻의 사투리이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모도에 물이 들어가고 나오는 점도 배미꾸미란 지명에 적합해 보인다.
1500 배미꾸미 조각공원
배미꾸미 조각공원은 조각가 이일호씨가 개인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던 앞마당 잔디밭에 작품을 하나 둘 두었던 것이 점점 늘어나서 지금의 조각공원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작품들은 성을 주제로 사랑과 고통 그리고 윤회의 사념들을 표현한 초현실주의 작품들이다. 예술인지 외설인지 논란 거리 이지만 46년 동안이나 고민한 작가의 흔적이라니 집념만큼은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2006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이란 작품의 배경이었다고 한다.
공원의 곳곳을 둘러본다. 멀리 섬들과 조각품과 영종도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한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비행기의 소음 조차도 조각의 배경인 듯 하다. 가히 예술과 낭만의 섬이라 할 만하다.
1340 신도선착장에서
자문님께서 몸이 불편하신지 고문님과 함께 조각공원 아래 입구에 계신다. 하지만 다시 뵌 순간 기우임을 알았다. 쉼 없는 열정으로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고 계신다.
버스를 타고 다시 신도 선착장으로 간다. 선착장에는 4시 5분에 도착 했는데 25분의 기다림을 자문님께서는 캔맥주로 달래고 계시다. 선착장 매표소의 연탄 난로 옆에는 송회장님께서 쌀쌀한 날씨를 달래고 계신다.
1630 다시 삼목항으로
4시30분 배를 타고 삼목항으로 향한다. 이미 장봉도를 들러 오는 배편이라 사람들이 많다. 아쉽게도 삼형제 섬을 이별하고 삼목항으로 향한다. 삼목항에 도착해서 예약한 택시를 타고 운서역으로 향했다. 고향 막회집에 들러 즐거운 뒷풀이를 하고 다시 운서역으로 갔다. 송회장님께서는 인천공항방면으로 혼자 가시고 나머지 일행은 서울행 전철에 올랐다.
1915 공항철도 히로인 유사장님
전철에 오르니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 서로 마주보고 일행들은 자리를 잡았다. 몇 정거장이 지나고 건너편자리에 앉아계신 아주머니께서 일어나셨다. 유사장님은 그 자리로 급하게 옮겨가려고 했는데 그만 아주머니께서 다시 전철역명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으셨다. 우물쭈물 서 계시다가 제자리로 돌아가신 유사장님 때문에 다들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맘씨 좋은 아주머니께서 자리를 바꾸어 주시며 그 자리에서 역명이 잘 보일 테니 내릴 때를 알려 달라고 하신다. 오늘 여정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신 한뫼들 히로인 유사장님이시다. 신도 시도 모도를 삼형제 섬이라 한다면 한뫼들 삼형제는 언제나 맏형님 같으신 고문님과 화려한 입담으로 재치를 지니신 자문님 그리고 오늘의 히로인 유사장님이 아닐까?
첫댓글 핸드폰에서 올릴려고 하니 편집이 잘 안되네요 내일 회사 컴퓨터로 편집할께요
어휴 자세히 쓰느라 고생하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타자 걱정되네요.
다음 타자를 겨냥한 산행기입니다 ㅋㅋ
오랫만에 정겨운 산행기를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작성한 산행기? 트레킹기?? 잘 읽었습니다~~ㅎㅎ
정말 시간까지 자세히 쓰셨네요.
고생하셨습니다. ^^
사진 찍은 시간이 근거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