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기술이 다차원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시민의 편에서 경계심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페이스북 직원이 시민과 관련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노출한 것은 여러 면에서 공권력이나 기업의 잠재 고객에 대한 정보 수집에 견줄 만한 일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놀라운 성공은 ‘사생활 보호’라는 논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2009년 3월 <가디언 위클리>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1) 영국 국민 4분의 1이 일종의 강박증으로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이런 질병이 증가한 이유는 도시화, 세계화, 이민 문제, 미디어와 부의 불균형 같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 한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역시 복잡한 형태의 감시 체제로 인해 우리 사회에 강박증의 고통을 그만큼 더 많이 주고 있다. 다른 연구에서 밝혀낸 바와 같이, 우리는 이런 유형의 감시 체제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습관이 돼가는 엿보기
`감시’라는 개념은 고전적 의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폐쇄회로 텔레비전, 즉 CCTV를 연상시킨다. 영국에는 주민 14명당 1개, 중국의 선전에는 무려 20만 개의 CCTV가 있다. 이 ‘고전적’ 형태의 감시 수단 외에 P2P에 의한 통제 시스템에 기반을 둔 엿보기 취향의 새로운 감시 수단이 있다. 테러리즘의 위험을 빌미로, 안전을 이유로 친구나 이웃, 동료들을 엿보는 것이 점차 일상화되어 하나의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생방송 사이트인 ‘애덤스 블록’(Adam’s Block)의 예를 들어보자. 애덤은 샌프란시스코의 엘리스가와 테일러가의 교차로에 단순히 오락용으로 비디오를 설치하고, 이를 생방송하는 사이트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기발한 착상을 좋아하지 않았다. 카메라와 사이트의 주인은 신분이 밝혀지고 나서 위협에 시달렸다. 애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서비스를 중지했다. 동지 의식에서 이웃 주민이 자신의 카메라를 설치해 ‘아우어블록’(OurBlock)이라는 이름으로 네트워크에 연결해 애덤스블록닷컴(Adamsblock.com)에 생방송으로 송출했다. 이렇게 시민들의 버텀업(Bottom-up) 감시를 시작했다. 시민들의 범죄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등장한 이 사이트는 그 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과 가정이 자발적으로 웹 카메라를 통해 지구적인 네트워크에 접속하게 됐다. 물론 이것이 유일한 예는 아니다. 2007년 발족해서 구글어스에 통합된 구글의 스트리트뷰는 많은 논란 속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뉴질랜드로부터 오는 이미지를 제공한다. 구글은 이를 사생활 침해로 생각하는 사람은 관련 이미지를 흐릿하게 처리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느 누가 자신의 집, 혹은 자동차 이미지가 송출되고 있는지 알겠는가?
인터넷상에서, 특히 네트워크에 연결된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감시가 주로 상업적 양태를 띤다. 페이스북보다 규모가 작은 마이스페이스나 트위터에 드나드는 사람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마냥 기쁘다. 그들은 손쉽게 그들이 필요한 것들을 얻고 있다. 온라인상의 상업적 사이트들은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새로운 경향이 등장하자마자 유튜브 같은 사이트에 개인 프로필 같은 소셜 네트워크의 몇몇 특성을 추가로 통합해 이 경향에 즉각 편승하면 된다. ‘빅브러더’가 1980년대 정보사회의 상징이었다고 하면, 지금의 ‘하이퍼’ 소셜 네트워크는 우애가 가득한 호의적 시선이라는 잠재적인 욕망인가, 아니면 ‘친절한 엿보기’라는 무구하기 짝이 없는 행위인가? 여기에서 우리는 상업적 기업들이 부추기는 다단계 판매망처럼, ‘유비쿼터스 게이즈’(Ubiquitous Gaze)라고 일컫는 ‘공모(共謀)의 감시망’(2)을 고려해야 한다.
SNS는 ‘친절한’ 엿보기?
약 1억7500만 명의 사용자, 약 150억 달러의 가치, 네트워크 접속자들을 항구적으로 엿보는 수많은 협찬자들을 가진 페이스북이 인터넷 사용자라는 공동체를 감시하고 있기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은 용도에서 상당히 진지한, 예컨대 2008년 버락 오바마의 선거운동에서부터 점심 식사 메뉴를 보여주는, 아무런 해가 없는 단순한 포스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기업은 콘텐츠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는 반면, 개인은 실용적 이유로 이 콘텐츠에 접근한다. 디지털 카메라를 다룰 줄 아는 부모를 둔 세대들에게는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보에 접근한 사람이 누구이고 얼마나 많은 수가 접근했느냐 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사적 성격의 데이터는 페이스북 관계자 차원을 넘어서도 존속된다. 페이스북 약관이 정한 관리 방침에 따르면, 이 사이트를 탈퇴해도 “복사본을 삭제한 뒤에도 콘텐츠는 사용자들의 문서보관 페이지나 캐시 페이지에 남아 있으며, 다른 사용자가 당신의 콘텐트를 복사했거나 저장했을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3)
정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관행에 대해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2월 전자개인정보센터(EPIC)는 가장 최근 페이스북에 내준 허가에 대해 미국 연방무역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보센터의 이런 반응은 4만 명 이상의 사용자에게서 지지를 받았으며, 이들은 페이스북 쪽이 비밀스럽게 진행한 사용 조건 변경에 항의하기 위해 소비자 권리 보호단체나 블로거에 연결했다. 논쟁의 여지가 가장 많아 보이는 점은 페이스북 쪽이 사용자가 계정을 폐지한 후에도 정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 대목이다. 정보센터의 고발은 일련의 소비자 단체와 사생활 보호 단체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고발이 접수되기 직전 페이스북은 애초의 사용 조건으로 복귀하겠다고 물러섰다. 현재 사용 조건에는 “삭제된 정보의 흔적은 적당한 기간 보관될 것이나 페이스북의 어떤 관계자도 이를 참조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이트는 광고를 클릭하는 사용자에게는 아직 불완전한 인상을 주지만 사용자들의 행동을 추적하는 데에는 섬세하기 짝이 없어 가장 방문을 많이 한 열성팬들이나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 머무른 시간 따위를 자세하게 알려준다. 고도로 미디어화한 사회환경 속에서 사적이라든지 공적이라는 개념은 그 정의가 불가능하고 논란도 많다.
그러나 그 구분선이 다소 쉽게 그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페이스북이 관용의 한계와 감시의 경계를 시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실험실이 될 수도 있다. 2007년, 친구들의 활동(온라인 쇼핑까지 포함한)을 그대로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인 페이스북 비컨(Beacon)이 선보였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이 애플리케이션이 경계선을 넘었다고 판단했고, 무브온(MoveOn.org)은 페이스북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에게 사과하고 비컨을 참여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페이스북의 상업적 엿보기
그렇다 해도 상업적 엿보기의 실제 수준에는 문제가 있다. 비밀을 준수한다는 원칙에 걸맞게 페이스북은 “회원에게 좀더 유용한 정보와 개인화된 페이스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회원의 정보를 신문이나 메신저, 블로그 같은 다른 원천으로부터 수집해오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 사이트에 등록할 때, 사용자는 개인적 정보들이 “미국으로 흘러가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사용자는 그 정보들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
2008년, 사생활 보호 단체인 ‘캐나다 인터넷 정치 및 공익 클리닉’은 페이스북이 캐나다 사생활법을 위반했다고 22번이나 고발장을 접수했다.(4) 또 이 단체는 캐나다의 사용자 대부분이 14~25살이라는 점을 들어 이 사이트의 보안이 허약하다고 문제제기했다. 물론 대부분의 사용자는 데이터 저장과 사생활 보호라는 조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려하지 않은 채 사이트의 ‘결점’을 받아들인다. 페이스북 쪽은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사용자의 정보 공유는 사용자와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해결을 거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비록 사용자가 비밀을 유지하는 많은 변수들을 사용하더라도 그 친구들이 그의 프로필보다 비밀 유지 변수 채택 정도가 낮으면 정보가 광범위하게 유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고용주의 22%가 미래의 피고용인이 될 사람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검토한다. 이 수치는 실제로 고백하지 않은 고용주까지 고려하면 더 높아질 것이다.
페이스북의 유명도와 개인 정보에의 접근 가능성은 법정에까지 번졌다. 2008년 12월,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 지역의 한 변호사가 재판부의 판결을 페이스북을 통해 피고에게 전달할 권한을 얻어냈다. 미국에서는 몇몇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콘텐츠를 통제하려고 한다. 이는 때로 퇴학 처분으로도 이어지는데, 온라인에서 사회성이 형성되는 시대에 표현의 자유라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매력적 유희, 그 끝은 아직 모른다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구축을 포기하는 것은 가능한 선택인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세상에서 지방에 머물고 있는 친구들과 연결되거나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서 이웃과 몇 마디를 교환하는 것은 확실히 매력 있는 일이다. 스웨덴에서 진행된 연구가 보여주듯이 먼 곳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접촉하기를 원하는 대부분의 이민 2세대, 3세대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제 여론을 환기하는 책무는 시민사회나 시민단체에 돌아가고, 우리가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과 온라인상에 올린 콘텐츠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통제권 유지에 관한 토론을 계속하는 책무는 인터넷에 조예가 깊은 사용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신용카드부터 웹사이트의 쿠키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의 다양한 층위에서 감시가 이루어지는 맥락 속에서, 교묘하게 추적되는 것은 우리가 남긴 흔적들이다. 매우 복잡한 하나의 유희인 셈이다. 휴대전화를 비롯해 추적 확산 리스트(Diffusion List), 온라인 포럼, 소셜 네트워크 인터넷 사이트 등 기술의 한복판에 숨어 있는 은밀한 감시자와 개인 차원의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사이에서 다차원적·상호적으로 복잡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다. 가장 최신의 미디어 기술과 감시 기술이 담긴 복잡한 기술은 그 자체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교류를 놀라운 속도로 재구조화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그 장기적 파문이 다다를 목적지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글•미야세 크리스텐센 Miyase Christensen
스웨덴 칼스타트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번역•이진홍 memosia@ilemonde.com
<각주>
(1) <The Guardien Weekly>, London, 2009년 3월 20~26일.
(2) <The Ubiquitous Gaze: Complicit surveillance and communication space in transnational contexts>, 2009년 8월 13~15일 노르웨이에서 열린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학회에서 발표한 내용.
(3) 페이스북의 비밀 관리 정책.
(4) Maggie Shiels, ‘Facebook violates privacy laws’, <BBC> News, 2008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