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 시달려 보신 경험이 있습니까?
많진 않지만 두어번 당해 봤습니다. 꿈에서 깨어나 휴우... 했던 느낌은 짧은 순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느낌마저도 주었었지요.
꿈 속에서 초조, 불안, 슬픔 등의 판도라의 유산과 덧없이 씨름하다가 눈을 떠 낯익은 천정을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만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현실이라고 뭐 다릅니까? 그런 달갑지 않은 감정과 상황들은 어디에나 산재해 있는 걸요.
역사(이건 개인적인 역사를 당연히 포함합니다)에는 if 라는 가정이 부질없다지만, 그래도... 그래도...
영화, 나비 효과를 보셨는지요? 영화의 완성도니 뭐니 이런건 따지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 스토리만이 흥미의 대상일 뿐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 내면의 존재한 욕망의 한 부분을 보여줍니다. 그렇지 않다면 프루스트의 그 '가지않은 길'이라는 시가 그토록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릴 수 있었겠습니까?
"만약에, 그 때,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이라는 바램.
주인공은 그 때, 그 상황으로, 그 갈림길로 되돌아갑니다. 다른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현실이 바뀝니다.
그러나... 주위는 그가 원한 대로 변한 듯이 보이지만 항상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고요.
주인공은 다시 다른 갈림길의 현장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렇게 반복하고 반복합니다.
그리고 결과는...
영화 나비 효과입니다.
나비효과: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낸 이 원리는 훗날 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의 토대가 되었다. 변화무쌍한 날씨의 예측이 힘든 이유를,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처음에 이 현상을 설명할 때는 나비가 아닌 갈매기가 사용되었지만, 이후에는 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갈매기를 나비로 바꾸었다. 이 가상의 현상은 기존의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른바 '초기 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 곧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네이버 백과 사전 발췌]
또다른 나비효과를 보았습니다. 만화에서요.
만화, 펫숍 오브 호러즈 제 7권 제 1화 Doom 편입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만화는 D백작이란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 속에 D로 시작하는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주인공의 친구(?)이자 또다른 주인공 레옹은 직업이 형사입니다. 수상쩍은 펫숍에서 시간 날 때마다 백작을 감시한답시고 빈대를 붙는(?) 단순하고 다혈질이지만 선량한 인물입니다.
형사 레옹은 작전 중의 돌발 상황에 대해서 자책합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한바탕 넋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D 백작은 위로의 선/물/을 건넵니다.
형사 레옹의 자책은 집에 돌아가서도, 그 선물을 앞에 놓고도 계속됩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과거는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급기야는 형사와 은행털이, 정반대의 상황으로 소꼽친구와 대치,
그 친구가 선택했던 길을 그도 선택합니다...
D백작의 선물, 나비와 더불어 떠돌던 형사의 상념을...
D백작은 그러나 어리석은 환상이라고 정의합니다.
나비와 더불어 '꿈'을 꾸던 형사는 어느덧 눈을 뜨고 현실을 봅니다.
영화 나비효과는 펫숍 오브 호러즈의 이 에피소드와 겹쳐지더군요.
[만약에... 그 때...] 라는 공통적 탄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비교를 한다면, 저는 만화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장주의 꿈, 호접지몽이 연상되거든요.
꿈 속에 나비가 되었다, 나는 장주인가, 나비인가...
이 세계는 현실인가 꿈인가, 나비가 장주가 된 것인가, 장주가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라는 대상, 우연이라기엔 참 의미심장합니다. 백과사전이 알려주는 '나비 효과'란 말의 유래에 의하면 처음엔 갈매기 효과였다지 않습니까. 백과사전이 말한대로 단순히 시적 표현을 위해서 바뀐 걸까요?
나비...
웰컴투 동막골이란 영화를 기억하십니까?
전쟁에 지친 군인들 앞에 나타나 꿈결같이 팔랑대는 나비. 군인들은 나비를 따라갑니다.
전쟁의 와중에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이상향 동막골로, 마치 오래 전 한 사람이 복숭아 꽃잎을 따라 무릉도원으로 갔듯이 말입니다.
저에게는 수류탄에 팝콘이 터지는 것보다 더 인상깊게 다가온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강풀의 인터넷 연재 만화 '타이밍'
여기서도 영화 나비효과와 비슷한 흔적을 발견합니다.(여기엔 나비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타임 리셋'이요.
영화 나비효과의 주인공은 결국...
애초의 만남 자체를 리셋해 버립니다.
보진 않았지만 감독판에서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리셋한다고 하더군요(확인은 못했습니다).
강풀의 타이밍에선 꿈에서 깨어남으로 시간을 리셋!
시간을 리셋. 그리고 다른 세계, 다른 상황이 펼쳐집니다. 나비와 더불어, 꿈과 더불어 말입니다.
그러나 과연 정말 그럴지는... 모르겠습니다.
不知 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
예전에 나는 나비가 된 꿈을 꾼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기꺼이 날아다니는 나비였다.
아주 즐거울 뿐이었다.
그리고 자기가 장주(莊周)임을 조금도 지각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갑자기 꿈에서 깬 순간 분명히 나는 장주가 되었다.
대체, 장주가 나비 된 꿈을 꾸었던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장주와 나비는 별개의 것이건만 그 구별이 애매함은 무엇 때문일까.
All that we see is but a dream within a dream.
-- Edgar Allan Poe --
요즘은 몽롱하고도 지끈거리는 것이 아주 몹쓸 꿈 속을 헤매는 느낌입니다.
얼른 깨어나야 할텐데 말이죠. ㅡ.ㅡ
첫댓글 매트릭스가 멋진 이유는 이러한 꿈시리즈를 에스에프판으로 완결했다는 거겠죠 ㅋ 세계를 다시 창조하고......멸망시키고 다시~~~ 이런 이야기를 적다보니 문득 아슬란님이 몽롱하고 지끈 거리는 것은 평행우주의 다른 아슬란이 지금 격동을 겪고있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꿈으로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