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쯤 소양강댐 입구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4천원)하고 정상까지 가는 버스를 탄다.(왕복 1천4백원)
하얀 벚꽃줄기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가끔 꽃가루를 품어낸다.
2. 소양강댐.
거대한 사력댐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철근도 없고, 시멘트도 없을 때 정주영은 자갈과 모래로만 댐을 만들겠다고 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정주영 특유의 불도저 정신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돌로 덮여 있어 투박해 보인다.
한 켠에 기념탑이 보이고, 저편엔 때가 잔뜩 묻은 88 올림픽상징인 호돌이가 보인다.
육영수 여사가 꽃씨를 뿌린 곳이라고 해서 기념탑이 있다..
왜 이곳 화장실은 박정희가 사용한 곳이라고 표시하지 않았지....
5분여를 걸어가면 선착장이 보인다. 오봉산의 청평사로 가는 배도 있지만 양구. 인제로 가는 배도 있다. 무려 43킬로나 간다고 한다. 2천5백만평이 수몰되고 4천6백세대가 조상대대로 물려받는 농토와 집을 빼았기고 뿔뿔히 흩어져 이주했으니 '소양강처녀' 탄생하지 않을 수 없겠지..
30분마다 배 한 척(왕복 3천원)이 떠나는데 60여명정도가 탔을까?. 꽤 많다. 드넓은 호수
15분이 지났을까 선착장이 보인다. 선착장은 별도장소에 고정된 곳이 아니라 물이 빠지면 내려가고 홍수가 나면 윗쪽으로 올라가게 만들어진 것이다. 매표소도 언제든지 옮길 수 있도록 만든것이 특이하다.
이곳에서 청평사까지는 30여분이 소요된다. 뱀처럼 휘어진 자갈길이 우릴 안내한다. 걷는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 저 멀리 오봉산 자락이 보인다. 날씨도 청명하다. 청명과 청평은 일맥상통한 것일까? 매표소가 나온다. 입장료 2천원, 청평사를 안보면 1천원.. 왜 이렇게 나눴는지 이해 할수 없다. 이곳에 와서 청평사를 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데... 이것이 위락시설만 보고 돌아가게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생각보다 사람도 많고, 음식점이 많아 행락지의 느낌이 더 강하다. 절입구까지 식당으로 가득 찼으니 서글픔마저 든다.
오르다가 사람도 많고 친절해 보이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남매집을 점찍어 두었다.
맑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초록색 물빛의 구성폭포가 나온다. 제법 물줄기가 굵다.
3. 고려영지
조금 지나니까 왼편에 진락공 부도가 있다. 고려시대 과거 급제후 관직을 버리고 이곳 청평산에 들어와 선을 즐기며 은둔했다는 진락공 이자현의 부도인 것이다.
몇 발자국 더 가면 별것 아닌 연못이 나온다. 그러나 이 곳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려정원인 것이다. 이자현은 청평사 주변을 방대한 규모의 정원으로 가꾸 웠는데 특히 이곳에 석축을 쌓고 계곡물을 끌여 들였으며, 그 안에 3개의 바윗돌을 놓고 그 사이에 갈대를 심었고 연못에 오봉산이 비치도록 했다. 3개의 바윗돌을 놓은 것은 3개의 봉우리를 의미한 것이다. 이곳에서 고려청자파편과 조선백자가 발견됐다고 한다.
4. 삼층석탑
일명 '공주탑'이라 불리운다. 청평사 초입 오른쪽 능선에 서있는데 표지판이 없어 찾기가 쉽지않다. 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능선 고려영지에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바라보라. 그 곳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데 전망이 일품이다. 탑은 천년의 세월을 지켜서인지 많이 부서지고 낡았다.
당나라 평양공주를 사랑한 청년이 죽어서 뱀이 되어 공주의 몸이 붙었다. 나날이 공주의 몸은 허약해졌다. 중국의 여러 절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그러나 이 먼 곳까지 와서 불공을 들였더니 뱀이 떨어져 나가고 건강을 되찾는다.. 공주는 이곳에 3층탑을 세우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고 해서 '공주탑'이라 불린다.
5. 청평사
커다란 절터가 나온다. 약수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절터를 본다.
'맑게 평정한 곳" 淸平寺..
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입구의 소나무 두 그루다. 하늘높이 곱게 자라 천연의 일주문 노릇을 한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때 창건되었고 이자현이 중건하고 보현원, 문수원으로 불렸다. 명종때 보우대사가 중건하여 청평사로 개명된 천년고찰이다. 그러나 한국전쟁때 거의 소실된 것을 70년대 전각을 다시 짓고 회전문을 보수하고 법종각과 요사채를 앉혔다. 남아있는 것은 회전문 일부다.
대웅전을 보고, 전각도 돌아본다.
6. 회전문
회전문은 보우대사의 사찰 중건시 경내 전면에 세운 문으로써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의 익공계 양식의 건물이다. 상사뱀이 공주를 찾아 절 안으로 들어가다 뇌성벽력을 맞고 쏟아지는 소나기에 밀려 이 문을 통해 돌아 나갔다고 하여 회전문이라 불린다.
회전문이라 얼핏 빙극빙글 돌아가는 문을 연상하겠지만,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기 위한 '마음의 문'인 것이다. 특히 절에서는 거의 보기 드문 홍살을 천장에 가로로 배열한 문이어서 주목된다. 보물 164호...
다시 계곡을 따라 하산한다.
7. 맛집소개-남매집
맛집의 공통점은 음식에 정성을 쏟는다. 여기다 듬뿍한 인심까지 더한다. 그런 집을 발견하게 되어 정말 기뻤다.
청평교와 부용교 사이에 허름한 비닐집이 있다. '남매집"인데 강원도 할머니답게 너무나 순박하고 친절하다. 음식에도 정성을 쏟는다. 흥얼거리며 전을 부치는 할머니 모습이 맛을 더 느끼게 한다고 할까? 커다란 감자빈대떡 3점에 5천원, 칼국수 3천원, 막국수 3천원이다. 강원도 감자를 걸쭉하게 갈아서 지져주는데 지금도 군침이 돌 정도다. 막국수도 특유의 장을 사용하여 춘천 막국수 맛을 느끼게한다. "정말 맛있네요." 그 한마디에 흐뭇한 미소로 답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더구나 값까지 싸서 버스비, 배삯, 입장료에 주머니가 얇아진 여행객의 잡친 기분을 상쇄시켜준다.
단지 막걸리(6천원)가 좀 비싸다. 할머니 말이 "그래야 술을 많이 안 먹고 조용히 가지.. 술 먹고 배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데...." 풋풋한 정일까?
나중에 인터넷에 맛집 소개한다고 했더니 문밖까지 배웅한다. "할머니 많이 파세요."
8. 가는길
선착장까지의 길은 환상적이다. 저녁노을이 대지와 호수를 적신다. 입을 벌려 바람을 삼켰다. 폐부까지 상쾌함을 느낀다. 한 폭의 그림이다.
저 멀리엔 연인이 무슨 할 말이 많은지... 나도 저런 적이 있던가?
배엔 사람이 가득하다. 일요일엔 더 많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