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생활 중심잡기
임병식 rbs1144@daum.net
간병생활의 어려움은 환자가 다른 새로운 부위에 문제가 생겨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이다. 기존에 앓고 있는 병증은 어느 정도 알고 꾸준히 대처를 해와 놀라지 않지만 새로운 부위의 통증은 그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당황하게 된다.
만성적인 뇌졸중으로 집에서 장기요양을 하는 아내가 자고 일어나더니 갑자기 귀가 아프다고 호소를 했다. 그 말을 듣고서 살펴보니 한쪽 귀 부위가 벌겋게 발열이 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서 나는 대번에 눈치를 챘다.
아내는 일주일 간격으로 목욕을 하는데 목욕을 시키는 일은 요양보호사가 해준다. 발열상태로 보아 귀에 물이 들어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목욕을 한지는 4일전. 귀가 아프다기에 명봉을 넣어보았더니 농이 묻어나왔다.
놀란 나머지 평소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약을 타오는 병원을 찾아갔다. 따로 이빈후과가 개설되어 있는 곳은 아니지만 환자 상태를 잘 아는 주치의가 있는지라 상태를 진단받기 위해서였다.
의사선생님은 귓속을 기구을 넣어 비춰보더니 귓속이 많이 부었다 면서 항생제를 처방해 주었다. 그런데 그것을 먹었는데도 여전히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전문 이빈후과를 찾아갔다.
그런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나더러 모니터 상에 떠있는 화상을 보이면서 자기가 손을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내가 자초지종을 말해주며 나중의 후유증에 대해서는 보호자가 책임을 지겠다고 해도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환자가 고령이고 기력이 극도로 쇠약해 있어 마취도 어렵다는 것이다. 젊기라도 하면 뜯어내버리면 될 것 같기는 한데, 나중에 피가 많이 흐를지도 모르고 다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큰 병원을 가보라고 추천을 한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표정이 이르러진다. 겁먹은 얼굴이 되어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의사가 그렇게 말하자 그냥 집으로 돌아올 마음이 굴뚝같았다. 목욕할 때 귀속에 물이 들어간 것이 확실하고, 그리하여 염증이 생겨 귓속이 부풀어 올랐는데, 무슨 종양을 의심하다니.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악성종양을 의심하지 않는 건 처음 1차 진료를 받을 때 귓속 상태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발열상태로 귓속이 부은 상태로만 보였다. 그런데 그것이 며칠사이 더욱 부어서 암 종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악성종양으로 의심하지 않는 건 내가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살면서 귓속에 암이 생겼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추천한 큰 병원으로 즉시 갔다. 그런데 그곳의 의사는 한술 더 떴다.지초지종을 말해주는 데도 의심을 한다. 다른 의원을 들었느냐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가 손을 쓰지 못한다고 판단해서 그런 것 같다며 자기도 바로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CT를 찍어봐야 한다. 해서 절차가 그렇다면 그래 해달라고 하니 당뇨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그것을 이틀정도 끊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 말에 나는 염증치료제만 처방해 달라고 하고서 돌아섰다.
그것을 겪으며 느낌 소감이다. 병원에서는 너무나 관행적인 것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융통성 없이 막연히 매뉴얼에 따라 그대로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일련의 행동들이 마뜩치 않았다. 이런 일들은 내가 중환자를 집에서 간병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겪는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내를 집에서 간병하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집에서 간병을 하고 있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엊그제는 이웃 고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요양원에서 큰 불상사가 발생했는데 치매 노인환자를 요양보호사가 함부로 하다가 그만 다리가 부러뜨렸다. 그 일을 당하며 당사자는 얼마나 아팠을까. 그리고 가족들은 또 얼마나 마음이 상했을까.
그런 불상사를 접할 때마다 나는 백번 천 번 집에서 간병을 하고 있는 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이다. 아내는 나의 뜻을 헤아려 잘 협조를 하고 있다. 절대로 암 같은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전적으로 수긍을 하며 믿는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편지 못하다. 공연히 여기저기 다니면서 환자를 고생만 시키고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는 앞으로는 관행적으로 행하는 진료에 휘둘리지 않을 생각이다. 몸에 칼을 대지 못할 정도로 위험하다면 더 해볼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지만 나는 그 발병 원인이 귀에 물이 들어가 생겼고 그렇다면 그 염증을 제거시키면 되지 않을까 믿고 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최우선적으로 환자를 안심시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되도록 마음을 편하게 먹도록 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2023)
첫댓글 사모님 병수발에 자나깨나 수고하시며 노심초사하시는 선생님께 경의와 함께 뜨거운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제 생각에도 귓속에 물이 들어가 생긴 염증이지 싶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염증일지라도 사모님깨서는 아무래도 면역력이 약한 상태일 터이니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게 하는게 급선무인것 같아서 걱정을 없애는데
힘을쓰고 있습니다.
염증만 잡히면 나아질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단하신 선생님,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배가 아파서 병원을 갔는데
암이 의심 된다면서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하더라구요 가족들은 밤새 울고 불고
혹시 하고 다른병원에 가서 진료를 했더니
부어서 그렇게 보이는거라고 수술하면 괜챃다고 이후로 아무렇지않게 잘지내고 있답니다.
병원이 안심하고 가는 곳이 아니라 두렵고 무서운 곳이 되어버렸네요.
걱정이 많으셨겠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가급적 병원은 가지 않는 것이 좋을때가 있습니다.
공연히 겁주고 오진을 하여 실망을 시키는 일이 있거든요.
집사람은 내가 권하는 걸 무시하고 돌보아 지금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