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노병철
둘이 먹다 셋이 죽는 맛을 느낀 적이 있다. 사량도에 갔을 때이다. 포구 근처 식당에 들어가 매운탕을 먹는데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있는지 밥 두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먹었다. 매운탕의 비결이 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마치 식당 하는 사람이 극비 소스 빼가는 것처럼 보일까 봐서 더듬거렸다. 그러자 주인아줌마는 나의 그런 소심함을 탓하는 듯 큰소리로 웃으면서 말해준다. 싱싱한 자연산 물고기는 다른 양념이 필요 없단다. 재료가 좋은데 뭔 양념을 따로 하냐는 것이다. 자기도 그 이유를 모르겠는데 양식어종으로 매운탕을 끓이면 이상하게 비린내가 난단다. 그래서 양념을 넣을 수밖에 없단다.
먹는데 일가견이 있는 한 친구는 육고기를 매우 즐긴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좀 있어 비싼 소고기를 자주 먹는지라 가급적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이 친구는 고기를 먹을 때 특이한 습성이 있다. 꼭 소금만 살짝 찍어 먹는다. 한번은 왜 소금만 찍어 먹느냐고 물었더니 이 좋은 고기를 깻잎에 싸서 마늘까지 넣고 된장 바르면 고기의 진 맛은 어디에서 찾느냐는 거다. 자기는 양념 돼지불고기나 냄새나는 싸구려 뒷고기 먹을 때나 쌈을 싸서 먹는단다. 고기에 자신 없는 식당은 항상 기름장을 낸단다. 그래서 이 친구는 기름장 내는 고깃집은 잘 가지 않는다. 삼겹살 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 또한 쌈을 싸서 먹는다든지 재래기에 말아 먹지 않고 소금만 살짝 찍어 먹는다. 이유는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그런다. 원재료의 맛을 즐긴다는 부르주아적 식성과는 전혀 다르다.
또 한 친구는 회를 즐기는데 어떤 친구가 회에다 새콤한 레몬을 뿌리는 걸 보고 엄청 성을 낸다. 왜 회에다 그딴 것을 뿌려서 회의 진 맛을 맛보지 못하게 하느냐는 거다. 연어는 연어 맛이 있고 참치는 참치육질을 즐기면서 먹는단다. 이렇게 강하게 어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오늘 계산은 당연히 성질내는 놈이 할 때이다. 레몬 뿌린 놈이 내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소리다. 난 도다리나 아나고도 구분 못 한다. 주는 대로 먹는 편이고 레몬을 뿌리든 생강을 처바르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단 초장보다는 와사비 간장만 추구하는 편이다. 암튼 이 친구도 원재료가 좋으면 맛이 제대로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갓 잡은 싱싱한 회만 즐긴다. 일본 애들은 숙성된 회를 좋아하는데.
‘6시 내 고향’이든 ‘싱싱 정보통’이든 방송에서도 음식점 주인이 말하는 맛집 비결은 원재료가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을 한다. 단골로 가는 동태탕 아줌마도 동태가 좋으면 맛이 제대로 나는데 동태가 시원찮으면 그 어떤 조미료를 갖다 부어도 맛을 살리지 못한단다. 괜찮은 동태는 비싼 생태탕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면서 주위에 알려 달라고 명함을 슬쩍 손에 쥐여 준다. 딸기 갈아 마시는 것을 즐기는데 이 또한 원재료가 좋으면 맛이 전혀 달라진다. 설탕이나 연유를 섞지 않아도 맛이나 향을 제대로 맛본다. 그래서 딸기의 씁쓰레한 맛이 싫은 나는 항상 고령 ‘쌍림 딸기’를 찾는다. 정말 맛이 다르다. 먹어본 사람은 안다. 단, 좀 비싸서 그게 흠이다. 품종이 좋은지 아니면 여기 쌍림지역의 토질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맛의 차이는 분명 있다.
“꼭 제 아비 닮아서....”
씨는 괜찮은데 밭이 안 좋은 경우 물건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첫댓글 원재료가 좋으면 음식이 당연히 좋겠지요.
선생님의 글은 항상 재미가 있어요.
우리 사람도 해당되겠지요?
하지만 알고 태어날 수 없으니
복불복이지요..
딸기는 왜?
갈아 드시나요?
그냥 먹어도 후딱인데요.
늘 작품이 에너지가
넘치는 필력으로
재미있고 시원합니다.^^
유당선생은 이 카페에 글 올린지 따져보면 시일이 얼마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많은 단골? 고객이 생긴듯 하오이다.
그만큼 글이 다양하고 유머스러우며 재미도있고...
그렇다는게지요. 수필의
형식은 여러가지가 있으니
어떤게 옳다 말하기는 어려
우나 일단 재미가 있어 잘
읽힌다면 중요한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보아도 아
무 하자가 없을 터.
국장님 축하드립니다.
부끄럽습니다.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