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난감은 정말 스마트하다. 아이의 발달에 맞춰 치밀하게 계산되었다는 발육 장난감, 칩을 꽂으면 거침없이 말을 하는 인형, 일반 노트북 못지않은 장난감 컴퓨터…. 오만가지 기능으로 무장한 똑똑한 장난감들을 보고 있노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엄마들은 이처럼 화려한 기능이 탑재된 고가의 장난감을 아이에게 안겨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작 유아의 세계에는 유행도 트렌드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조금 부족한 것 같고 단순해 보이는 장난감에 아이들은 흠뻑 빠져든다. 단순한 장난감이야말로 아이로 하여금 생각할 틈을 주고, 상상력을 발휘해 여러 방법으로 갖고 놀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
|
01 쉽고 단순해서 아이에게 익숙한 장난감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17년간 놀이학(Play Studies)을 연구한 브라이언 서튼 스미스(B. Sutton-Smith) 교수는 그의 저서 <문화로서의 놀잇감(Toys as Culture)>에서 ‘숙달된 장난감이야말로 좋은 장난감’이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장난감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일종의 도구 역할을 하는데, 이때 새로운 장난감으로 조심스럽게 노는 것보다 익숙한 장난감을 가지고 반복적인 놀이를 할 때 창의력이 더욱 자란다는 것. 그런 점에서 아이 손에 익숙한 단순한 장난감이야말로 상상력을 자극해 지적 능력을 키우는 훌륭한 장난감이다. |
|
03 정형화되지 않은 변화무쌍한 장난감
누가 정해준 방법이 아닌 아이 스스로 하고 싶은 방식으로, 마음대로 노는 것이 진짜 놀이다. 장난감도 마찬가지.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아이 마음대로 변화시킬 여지가 많은 장난감이 훨씬 재미있다. 블록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크리에이티브한 장난감으로 꼽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형화되지 않은 낱개의 블록은 별 의미가 없지만 서로 합쳐지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하나의 창조물이 된다. 이처럼 아이의 자그마한 손으로 만들고 없애기를 반복할 수 있는 정해진 틀이 없는 장난감이야말로 좋은 장난감이라 할 수 있다. | |
|
02 완성도 높은 것보다는 어설픈 장난감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 캐릭터 장난감에 빠지는 시기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속 주인공과 동일시되고 싶은 마음에 주인공과 똑같은 총, 칼, 액세서리, 옷까지 모든 것을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처럼 정형화된 장난감은 역할놀이를 하며 스토리를 확장해나가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장난감 자체만 놓고 볼 때는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고가의 팽이장난감도 비슷한 경우. TV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팽이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총에 탑재된 팽이를 ‘탕’ 하고 쏘면 화려한 회전을 자랑하며 근사하게 핑그르르 돌지만 창의성에서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차라리 옛날 문구점표 팽이가 훨씬 창의적이다. 줄을 야무지게 감고선 손목의 적당한 스핀을 이용해 안정감 있게 던져야 제대로 굴러가던 옛날 팽이는 아이로 하여금 팽이를 잘 굴리는 방법을 생각하게 만들고 연구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놀이는 계속 개발된다. 기능이 뛰어난 장난감일수록 당장 갖고 놀기는 쉽지만 좋은 장난감이라고 할 수는 없다. | |
|
4.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빌리보 스위스의 젊은 디자이너 알렉스가 단순한 놀잇감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습성을 관찰해 만들었다는 ‘빌리보’. 건전지도 필요 없고 정해진 놀이 방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거북의 등껍데기가 되기도 하고, 오목한 홈에 엉덩이를 넣으면 빙글빙글 도는 의자가 된다. 또 뒤집어쓰면 가면이 되며, 장난감을 담는 수납바구니도 되고, 엎어놓으면 미니카가 통과하는 동굴로도 변신한다. 아기 인형을 재우는 요람으로도 손색없다. ‘이렇게 놀아야 된다’라는 설명도, 정해진 룰도 없는 창의적인 장난감.
3만8000원, 소빈스베이비 |
5. 표정도 옷도 없는 단순함의 미학
코맘 나무 인형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 나사, 못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인형의 몸체 연결 부위에 홈을 낸 후 탄력 있는 고무줄을 엮어 만들어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게 특징. 흔한 채색도 하지 않았고, 바비 인형처럼 예쁜 옷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간단하게 옷을 재단해 입힐 수도 있다.
4만원대, SELIM |
6. 상상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다
졸로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1986년에 개발한 창의력 완구. 올록볼록, 동글동글, 꼬불꼬불, 길쭉홀쭉, 동그라미와 네모, 점박이와 민무늬 등 추상적인 형태와 다양한 색상·패턴의 각양각색 블록이 들어 있다. 상상하는 대로 창의적으로 조립하며 자유로운 연상을 할 수 있다. 영유아뿐만 아니라 디자인 대학의 교재로도 활용될 정도로 사용 연령대가 유연하다. 졸로토피아는 67피스, 졸로아고고는 48피스로 구성.
7만~10만원대, 큐이디 |
7. 블록의 기능을 가미하다
손가락 크레파스 정확한 제품분류는 크레파스. 하지만 일반 크레파스처럼 정형화된 디자인이 아니다. 동글동글하면서도 켜켜이 쌓을 수 있는 블록 기능을 더한 다재다능 장난감.
1만4000원, 소빈스베이비 |
|
1. 페달 없는데 어떻게 달리지?
라이크어바이크 자전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페달을 과감히 없앴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페달 없는 자전거가 과연 의미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페달이 없다는 ‘결핍’ 속에서 아이들이 먼저 이 자전거의 신나는 놀이법을 간파했다. 씽씽이를 탈 때처럼 두 발로 가속을 낸 후 다리를 들어올려 균형을 잡으며 타는 방식. 내리막길에서 탈 때는 더욱 재밌다. 2003년 독일 장난감박람회에 출품, 디자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40만~50만원대, 라이크어바이크 |
2. 무지 종이 위에 그려내는 상상력
페이퍼 하우스 누런 무지 종이가 투박하기 짝이 없는 이글루 모양의 집. 동일한 모양의 종이 패널을 홈에 끼우면 꼬마집이 완성된다. 종이로 된 집이라 자유롭게 구멍을 뚫어 창을 낼 수도 있고, 원하는 대로 집에 벽화를 그려 넣을 수도 있다.
4만6000원, 퍼니페이퍼 |
3. 의자일까? 동물 장난감일까?
그린차일드 애니멀 체어 골판지 프레임을 조립하면 견고한 의자가 완성되는 동시에 페이퍼 동물 인형이 탄생한다. 완성된 아이템에 색칠을 하고 눈·코·입을 다는 등 무궁무진하게 꾸밀 수 있다. 인테리어 소품이면서 장난감이자 미술 재료가 된다.
1만5000원, 그린차일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