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
나를 전율케 하는 단어 남극!
400일의 파견 기간, 380일의 남극 생활은 나의 삶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고 생각의 틀과 깊이, 넓이의 변화를 가져오는 기간이었다. 처음 체험하는 추위, 강력한 바람, 눈 폭풍은 견뎌내기에 큰 고통이 따르는 생활이었지만 남극! 세종기지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의 뇌와 심장은 금세 펄떡거린다.
정말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가 너무 좋네,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일터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아침과 점심 사이 잠깐에 시간 동안 열어둔 창문으로는 눈이 엄청 들어와 방안 한구석에 쌓인 눈에 기겁을 하게 만든 게 몇 번인지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속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네, 창문을 조금 열어서 환기 좀 시켜야지 하지만 역시나 방안 한쪽에 수북한 눈) 모르게 변덕스러운 남극의 기상 상태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일과 시작 전 아침 조회 때 첫 순서가 기상대원의 오늘의 기상 예측 브리핑이건만).
자연의 위대함 속에 빠져버리는 강력한 블리자드(눈 폭풍)는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함으로 자연의 힘을 보여주곤 했다.
하룻밤 새 1~2미터씩 쌓이는 눈, 늘 다니던 길인데도 2미터 앞을 내다볼 수 없어서 외부 출입을 금지하는 혹독한 기상은 가히 위협적인 경험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과학의 발전으로 통신이 연결되고 자산의 위치를 알 수 있고, 많은 장비를 이용하여 안전함을 믿을 수 있는 지금의 남극 생활과 탐험과 여행은 이제는 즐길 만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 남극 탐험 인듀어런스
1914년 영국의 극지탐험가 섀클턴은 그의 대원 27명과 함께 남극대륙 횡단에 도전했다. 하지만 바다가 얼어붙는 바람에 배가 난파되었기 때문에 남극대륙에는 채 한발도 디뎌보지도 못하고 결국 배를 버리고 남극해를 떠다니는 부빙에 몸을 옮겨 싣게 되고 이들은 그때부터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역경 속에서 처참한 자연환경에 빠져들게 되지만 절대 굴하지 않고, 온 대원이 똘똘 뭉쳐 불굴의 의지와 투혼을 발휘한다. 펭귄을 잡아 허기를 달래고[펭귄 고기는 온통 기름 덩어리에 정말 먹을 게 못 된다], 참혹한 추위에 발이 썩어 들어가면서도 전진하고 또 전진하여, 결국 구조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인간의 생존 드라마 중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난을 극복한 탐험을 하게 된다.
섀클턴과 27명의 대원이 사투를 건 18개월간의 험난했던 여정은 한 시간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된 고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탐험 속에서 찍은 사진으로 인하여 섀클턴에 관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 평가받을 수 있게 하는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존 드라마인 섀클턴의 탐험은 당시 대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한 유려한 필치의 글과 헐리의 사진을 조화시켜 우리의 상상력을 더욱 키워준다.
사진이 주는 감동- 헐리
탐험대원 이자 사진작가로 아름다운 남극의 모습, 끔찍하게 파괴된 배, 섀클턴과 대원들의 영웅적인 사투를 생생하게 구현해 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죽음과의 사투 내내 사진기를 놓치 않고 대원들의 면면을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사 프랭크 헐리의 사진 덕분으로 거의 텍스트 한 페이지에 사진 한 컷 정도로 편집되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사진들은, 예술의 경지를 넘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경외감으로 다가오는데 이러한 헐리의 사진은 대원들만큼이나 처절한 사투 속에서 기적적으로 보존되어 이 책을 통하여 우리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든 사진의 원판은 철저하게 밀봉되어 얼음과 바다, 엘리펀트 섬의 눈 등을 견뎌내었고, 헐리는 물론, 많은 대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옮겨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00년 동안의 최고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1999년 11월. 영국의 BBC 방송은 온라인 여론조사를 통해 '지난 1000년 동안의 최고 탐험가 10인'을 선정되었으며, 선정된 이들은 마르코 폴로, 페르디난드 마젤란, 로알 아문센 같은 사람들인데 그중 마젤란보다도 아문센보다도 더 훌륭한 탐험가였다고 지지를 받은 이가 바로 남극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 경이다.
섀클턴의 탁월한 리더십
처음에 세운 목표의 달성만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면 섀클턴은 분명 성공한 지도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남극대륙 횡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자 과감히 목표를 수정한다. 그의 목표는 오직 하나. 전 대원의 무사 생환이다. 1913년 스테팬슨이 이끌던 캐나다의 북극탐험대 '칼럭' 호 승무원들이 조난당한 지 수 개월 만에 이기적인 집단으로 변해 [소수의 인원이 제한된 공간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기적인 상황으로 분위기는 살벌해지고 너무 조심스러워지는 경험을 이미 나는 세종기지 13개월 생활 중 겪은바 있다.]11명이 비참한 죽음을 맞은 것과는 달리, 인듀어런스호의 대원들은 믿기 어려운 팀워크로 모두 살아남았고, 그것은 살아있는 한 결코 절망하지 않았던 섀클턴의 탁월한 리더십 덕분이었다. 그의 대원 중 한 사람은 구조되면서 최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더라도 섀클턴이 리더라면 두렵지 않다고 했다.
드디어 구조
그 중 압권은 천신만고 끝에 대원들을 망망대해의 한 무인도에 안착시킨 탐험대장 섀클턴이 다섯 명의 대원을 데리고 구조를 요청하러 떠나는 장면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들에게 주어진 건 길이가 6m에 불과한 구명용 보트 한 척. 그것으로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거칠고 험하다는 1280km의 드레이크 해협을 통과하고, 도끼 한 자루와 로프에 몸을 맡긴 채 해발 3000m에 달하는 전인미답의 얼음산을 넘어 그들이 애초 출발했던 사우스 조지아 섬의 기지에 도착하고 마침내 조난당한 지 634일째 되는 날, 칠레 정부가 급파한 군함으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전 대원을 구조하는 데 성공한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최고의 리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역경에 빠져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섀클턴의 리더십을 달라고 기도하라"고 말했다. 어느 시대에나 위기의 순간은 있게 마련이고, 그 위기의 순간에는 말과 행동이 같아 믿음을 주고, 궂은일에 솔선수범하며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리더가 절실히 필요하게 된다. 섀클턴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대원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어냈다. '실패한 탐험가의 성공한 리더십'이 담긴 이 책은 충성심이란 '리더가 부하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 스스로 보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실패가 '위대한 실패'로 일컬어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남극!
첫댓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