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부 안용복이 걸어간 길이다
노꾼으로 동래부 몇 발자국 근처 왜관에서
왯말을 배운 마흔두 살 수군 어부다
난 덕을 베푸는 어진 임금 아래 백성이어서 망극하다
몇백 년 풍상을 견뎌 불혹의 깊은 물길 가늠치 못해도
민간외교관 어부와 난 하나다
나는 고매한 벼슬아치들 국정은 모른다
인질이 되어서도 울릉도는 일본의 영토가 아니다는
서계書契를 받았지만 한낱 미천한 백성이 국경을 넘은 죄로
나라님과 조정을 능멸하였다고 곤장만 맞았다
파고가 높은 풍랑이 밀려와 첫 어선이 난파되었다
그 이후로는 밀물과 썰물을 만나지 않았다
두 번 다시 한양으로 노를 젓지 않으리라
내 뱃머리는 뜨거운 애국과 용기로 펄럭인다
에도 막부가 어업 금지할 때
병자년에 또다시 울산포에서 왜국으로 건너가는 결행을 스스로 한다
비장하고 담대하게 무반 당상관 공복을 입고
충정 어린 돛대 아래 어민을 불러모아 울릉도로 갔다
나는 알고 있다
배는 해풍에 저절로 나아간다는 걸
푸른 철릭을 입고 조선 팔도 지도를 지니고
왜국 어민 백육십 명을 잡을 때도
조정은 수수방관이고 대신들 공론은 분분이다
더러 노론은 처형을 주청한다
나와 같은 애국 민초는 팔도 방방곡곡에 있다
여러 차례 가혹한 처벌을 받았지만
그건 백성을 죽이는 사약과 같은 거라 탈출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유배도 갔지만
다음 생은 동해가 다 내 발아래 오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건 독도에서 시작이다
마침내 오늘에 와서 다시 돛을 단다
나라를 사랑하는 백성은 언제라도 와서 돛을 내걸어라
해풍이 몹시나 사납게 분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독도를 덮칠 만큼 파도가 높이 들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