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저씨와 일곱 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 안에서 주무시던 아저씨께서
“일곱시입니다~ 일어나요.” 하셔서 시계를 보니 다섯 시 반이다.
“아저씨 얼른 준비해서 나가고 싶으세요?”
“응. 조금 일찍 나가지.”
아저씨 덕분에 일찍 일어나서 창문 밖으로 새벽에도 분주한 바다를 보았다.
이리저리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배.
다들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바닷가에 오니 시골 바다에서 일을 하고 있을 부모님 생각이 더욱 많이 났다.
우리 아빠와 나이가 같으신 백춘덕 아저씨.
그동안 말을 하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 오셨던 아저씨를 보니,
우리 아빠의 마음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쌓여있을까 싶었다.
아저씨가 하시는 말 한 마디에는 무게가 있다.
삶의 무게가 담겨 있어서 그런 걸까.
지금 여기서 백춘덕 아저씨께서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말들을
놓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듣고 싶고,
아저씨의 표정을 살피면서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시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갖는 것처럼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서도 아빠의 이야기를 잘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가 말씀하시면 ‘우와, 우리에게 말씀해주시네.’ 하며 행복했으면서
가장 가까운 우리 가족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반성도 되었다.
역시 여행을 떠나면 일상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아저씨에게도 그런 여행이 되었을까.
내가 아저씨가 될 수 없기에 아저씨의 마음은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나에게 이번 여행은 그러했기에 아저씨도 이번 여행이 그러했길 바란다.
아침 식사로 컵라면을 먹었다.
어제 먹고 남은 고기를 냉장고에서 꺼내 데워먹었다.
작은 컵라면에 햇반을 말아먹으니 배가 든든했다.
아침 식사에도 역시나 사모님께서 챙겨주신 복숭아를 먹었다.
매 끼니마다 복숭아를 먹으니 사모님에게 계속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펜션을 나와 외도와 해금강에 갈 여객선 터미널로 갔다.
출발하기 전 여객선 터미널이 하나가 아니라는 걸 알았고,
사장님에게 여쭤보니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이 다른 곳의 여객선 터미널이었다.
역시 잘 모를 땐 우선 여쭈어야 한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서도 또 한 번 배울 수 있었다.
원래 가려 했던 곳으로 갔다면 다른 곳으로 갈 뻔 했고,
예정 시간에 가려 했다면 또 마음이 조급하게 갈 뻔 했다.
아저씨께서 일찍 깨워주신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해서 먼저 약국을 찾아 멀미약을 샀다.
멀미를 하는 아저씨와 상희, 나 이렇게 세 명이 멀미약을 마셨다.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가 여행 사진을 남기는 것이었는데
표를 끊고 배 시간을 기다리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기다리는 동안에 사진 찍는 것도 여행을 더욱 여행답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역시 남는 건 사진이라며.
영상을 찍으니 “우리 배 타러 가요~” 하시던 아저씨.
외도 보타니아에 가는 길에 해금강을 관람했다.
일어나서 밖에 나와 풍경을 보았다.
아저씨께서도 배 뒷부분으로 나와 구경을 하고 있으셨다.
여행 내내 눈이 마주치면 하회탈 같은 미소로 보여주시던 아저씨,
멀미를 해서인지 눈을 마주치면 쓰윽 다른 곳을 보셨다.
외도에 도착해서 여러 장의 사진을 남겼다.
“아저씨, 여기 참 나무들이 잘 되어있죠?”
“응, 좋네.”
더워서 얼굴에 땀이 맺히고, 태양 빛에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면 브이를 하거나 손을 올려 다양한 자세를 취하시는 아저씨를 보며
우리도 덩달아 신나 아저씨의 자세를 따라하곤 했다.
외도에서는 아저씨께서 여행하면서 먹고 싶다고 하셨던 팥빙수를 먹었다.
여행이야기를 할 때면 늘 꽃 이야기를 하시며
봄에 가야 꽃이 많다 하셨던 아저씨께서는 여름에 한 여행이라도 꽃들을 보았다.
집 안 벽에 사진을 꾸밀 때도 꽃모양의 집게를 고르시던 모습을 보며
꽃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두 시간 반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구경을 하고 육지로 돌아왔다.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 되어 주변의 식당을 찾아보니 대부분이 해산물 메뉴였다.
해산물을 잘 드시지 않는 아저씨이지만 간장게장 한정식 집으로 가보자고 하셨다.
반찬으로 나온 불고기와 된장찌개만 드셨다.
평소에 해산물을 잘 드시지 않긴 했지만 회덮밥은 나름 잘 드셨다고 생각했기에
이번에도 한 점은 드셔보시겠지 했는데 게장은 맛도 보지 않으셨다.
틀니를 한 아저씨께서 단단한 게장을 먹기엔 어려웠을 거라 생각하니
미처 배려하지 못한 부분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거제도에서 다시 통영으로 돌아가 통영의 명물인 꿀빵을 샀다.
여행을 다녀온 기념으로 평소에 고마웠던 덕원농장 사장님과 사모님, 아드님을 위해서 선물로 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마실 것도 샀다.
차 안에서 백춘덕 아저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주무셨다.
어제 먹다 남은 간식들을 하나 둘 꺼내 먹으며 거창으로 돌아왔다.
아저씨 댁에 도착해서 2층 사장님과 사모님 댁에 가니 아무도 없었다.
사장님께서도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라 다 같이 인사드리려 했는데 계시지 않아
연락을 드리니 마리 농장에 방금 일을 하러 나왔다고 하셨다.
통화로만 잘 다녀왔다고 안부인사하고
아저씨께서는 선물로 사온 꿀빵을 사장님 댁 문 안에 넣어놓았다.
아저씨와 작별인사를 했다.
“아저씨, 즐거웠어요. 푹 쉬세요.”
“응, 잘가~”
아저씨께서는 담배를 입에 물고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셨다.
2015.08.08, 서지연 일지
첫댓글 거창 떠날 때
지연이 많이 울겠네...
바다를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나는구나.
꽃을 좋아하시는구나.
상희 지연이 김민지 선생님 애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