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5 - 16
어쨌든 출발은 한다.
뭐든 기회가 올때 최선을 다해 잡아야 하는거 아니던가!
주변의 모든걸 잊고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기로 맘먹는다.
무거운 마음 한편으론 외국산행의 기대감 또한 균형을 맞추는 저울질을 해댄다.
기왕 가는거 .... 즐겁게!
4시간 걸려 동해시에 도착
유명 맛집인 해천탕 맛보고
추암해수욕장 들러 둘레길 걸으며 멋진 동해바다를 감상하며 여행기분을 돋운다. 에피타이저라 하나?
사람없는 겨울 바닷가는 상상 이상의 큰 기쁨을 줬다.
오우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오후 5시.
출국수속을 밟고 드디어 "DBS크루즈"에 오른다.
아.... 실감난다.
크루즈는 크긴 큰데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
아니나다를까 나중에 알아보니 여객용 배가 아니라 화물운송용 크루즈라 한다.
동해, 블라디보스토크, 사카이미나토 세군데만 오가는 배라 'DBS'라는 이름을 붙였다한다.
출발은 했고 이제는 즐거울 일만 남았는데 초반부터 잘 안풀린다.
어떻게 마음졸이며 벼룬 여행인데 이래선 안되자나~!
일행이 네명인데 나만 늦게 합류해서 혼자 일행과 뚝 떨어져 12인실 방에 혼자 버려지듯 자게되고
설상가상으로 이놈의 날씨 또한 너무 좋지 않다.
비가 그칠 생각도 없이 계속 내리는데 설상가상으로 바람도 엄청 불어댄다.
첫날의 술한잔이 최고 기억 남는다던데...
배가 흔들려 모든 것을 상실시켜놨다. ㅠㅠ
특히 새벽에 홀로 깨서 씻으러 가는데 진짜 많이 흔들렸다.
왼쪽으로 올랐다, 오른쪽으로 올랐다. 바닥이 시소게임을 하는 통에...
표는 안냈지만....
메쓰꺼운거 억누른다고 애 많이 먹었다.
다행히 다들 자고 있어 모르고 지나갈 것이다. 이러다 세월호 꼴 나는건 아닌지 걱정할 정도였으니...
배가 큰 배가 아니기에 더 심하게 울렁댔는지도 모른다.
오만가지 이유가 스스로를 힘겹게 한다. 차라리 생각을 말자~젠장
힘든다. 힘들다. 힘 빠진다...
이 정도의 흔들림을 보면 식구들과 배로 가기엔 힘든 코스라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다이센이 뭔지, 배멀미를 꾹 참아낸다.
그 산에 오른다는 기대감, 목적의식, 목표가 있어 버틸만 했다.
이런거보면 인간은 확실히 뭔가의 목표가 있어야한다!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아침은 찾아오듯 그렇게도 기대했던 다음날이 밝았다.
비는 계속 내리고...
일본 첫날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오늘은 산에 못가니 오늘내일 순서를 바꾸어서 관광을 먼저하고
내일 날이 개이면 그때 산에 가자고 여행사측에서 제의하고 우리는 전문가 의견을 따르자며 의견일치를 본다.
그러며 한편으로는 여행 본연의 목적이 자연증발되듯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을까
내심초사하며 걱정이 되었지만 굳이 표는 내지 않으려 덤덤이 애써야했다.
비 내리는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_-';;
관광은 원래 계획표의 역순으로 진행되었다.
원래가 산행위주의 여행이기에 관광은 실제 몇 안되거든...ㅎㅎㅎ
유명 만화가가 촌동네를 살리려고 자기 자본으로 세운 만화마을.
모래언덕 사구... 16km나 되는 긴 사구.
슈퍼마켓에 들러 숙소에서 먹을 술, 안주를 구입하면서 하루는 그렇게 끝이났다.
뭐 관광에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까
내 목표는 오직 다이센이다.
내일은 비가 멈춰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숙박지인 호텔에 도착한다.
눈덮인 언덕에 이쁜 그림처럼 내려앉은 호텔은 한마디로 이뻤다.
따뜻한 춘삼월 봄날씨가 펼쳐져야할 날에 이렇게 눈이 쌓인 도시라니 가까운 일본인데 실제 이렇게 다르니 묘했다.
休暇村
일어는 모르지만 한자는 조금 아는데 그 호텔이름이 '휴가촌'이었다.
산속에 동화같이 세워놓은 건물도 마음에 들었고 멋진 뷔폐로 너무 즐거워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선명하다.
모래언덕 사구에서 먹은 점심은
겹겹이 쌓아올린 멋진 벽돌같은 모습에 휘황찬란하게 멋은 났지만 내용물은 쥐꼬리만한 양이어서
이거 먹고 어떻게 버티나 생각했었거든...
실제 너무 배가 고팠다. ㅠㅠ
근데 이 호텔에서는 멋진 뷔폐가 제공되어 너무도 행복했었다.
맛도 대단했다.
요리사가 한국인을 위해 특별히 신경써 만들어 준 것같이 맛이 뛰어났다.
카레도 맛나고, 여러 채소들도 너무 싱싱하게 맛있고, 생선 튀겨서 소금을 찍어먹게 해 준 음식도 맛났다.
특히나 전복을 비롯한 멍개, 해삼 등의 각종 해산물을 조그만 접시(인터불고 호텔 뷔폐에 가면 나오는 조그만 접시)에 담아
얹어놓은 음식은 대박이었다.
그 조그만 접시들은 종류도 많았지만 뷔폐 그릇에 다른 내용물과 섞어서 담기에는 조금 힘들어 조그만 절제력이 필요했다.
즉, 다른 반찬은 탐내지 않고 그 앙증맞은 조그만 접시들만 담아야 각각 종류별로 담을 수가 있었다.
그 맛나는 음식은 조심스레 나에 의해 두접시씩 맛을 확인해봐주는 과정을 거쳤으니 내 배가 어떻게 되었겠는가~
얏호~ ㅎㅎ
행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온천도 12시까지 오픈된다 해서 마음대로 씻을수 있어 더더욱 좋았다.
못씻다 죽은 조상이 있나 싶어할 정도로 유타카 입고 이래저래 왔다갔다 돌아다니니 그저 편하고 신났는데
다만 옥의 티라면 휴대폰을 마음껏 볼 수 없다는게 아쉬웠다.
우리가 얼마나 휴대폰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중증환자인가를 알려면
와이파이가 전혀 안 터지는 외국에 보내면 대번에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삶속에 파고든 휴대폰의 위력을....
터지지도 않는 와이파이 지역에서 폰을 자꾸자꾸 들여다보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쓴웃음을 짓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냥 자꾸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습관이 되어서.....
아무튼 그렇게 둘째 날도 흘러갔다.
너무도 달콤한 잠을 자서 .... 뭐 그걸로도 행복이다. ㅎㅎ
2018. 3. 17 -18
호텔 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눈 그림은 언제까지 그렇게 평화롭게 펼쳐져있을까 생각해보며 아침을 맞는다.
어제 너무 피곤했는지 아니면 다다미가 아주 편안했는지
놓치기 싫을 정도의 달콤한 잠을 잤다.
잠이 너무 달다보니 근사한 온천이 있다는 사실이 없었다면 분명 늦잠을 잤을 것이다. ㅎㅎ
뜨뜻한 온천에 내 몸을 담그며 명상에 잠긴다.
매일매일 이렇게 산다면 재미있겠나?
매일 이렇게 여행을 다닌다면 이렇게 즐거울까?
우리는 어떨때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고 그 즐거움은 계속 같은 형태를 유지하며 얻어낼수는 없는 것들인가?
별 쓰잘데 없는 생각 다한다 -_-';;
결국은
쓴 맛 속에서 단맛을 찾는 것이고, 어두움이 있어야 빛이 제 값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즉, 열심히 일상을 살고 가끔 떠나야 제대로의 여행이라는 것이다.
오늘은 그저 즐겁게 즐기기만 되는 것이다.
그게 오늘의 목표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인 다이센 산행을 오늘 해야 한다.
(날씨가 우리를 도와서) 과연 오늘은 다이센 정상을 밟을수 있을까?
다이센(大山)
일본 3대 영산
후지산, 백산, 다이센
영적으로 일본에서 세번째로 꼽는 산이 다이센이다.
'불신의 산'이라고도 하며 화산으로 세워진 산인데 정상부분은 자꾸 깎이며 흘러내린다고 한다.
다이센의 바람도 눈처럼 유명한 존재라고 한다.
눈바람이 불면 체감온도 30-40도는 쉽게 내려간다는 그 무서운 산이 다이센인것이다.
다이센 산행 대부분의 외국사람은 대개가 눈바람 때문에 70프로 정도는 정상을 못밟고 6합목에서 내려온다고 들었다.
그만큼 바람이 세고 눈이 많이 쌓인 산이 다이센인 것이다.
그런 산을 오늘 올라가는거다.
오늘 날씨는 과연 어떨까?
준비를 철저히 하고 등산배낭을 챙긴다.
오늘은 버벅대지 말고 차분히 잘 오를수 있도록 부처님께 기도도 드리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들머리 도착하기전
저 멀리 우뚝 솟은 멋진 다이센의 흰 봉우리 모습이 천천히 내 시야를 황홀케 만들더니 급기야
내 가슴을 오르가즘에 담겨진 흥분의 도가니에 빠주어 마구 방망이질 해댄다.
와우~ 와아~~
이건 일본이 아니라 뭐야 그 영화~
그래 히말라야다. 히말라야~!
흥분한 마음 애써 누르며 차분히 들머리에 도착해서 눈길을 오른다.
밑에는 아직 봉우리같이 멋진 모습은 아니고 그저 커다란 눈덮인 숲길일 뿐.
크게 뻗은 삼나무 숲이 멋진 그림을 연출시키며 나를 유혹한다.
정상에 가야 아까 차에서 본 마치 네팔의 히말라야 외형을 볼 수 있겠지?
지금은 무조건 오르는 일만 생각해야 한다. 화이팅 하자.
오른다.
차분히 힘을 저장하면서 천천히 오른다.
땀이 채이면서 모여 자꾸 뭉치더니만 이마에서 첫번째 세력을 규합
눈 옆을 통해 볼을 타고 턱으로 떨어지던가 아니면
바로 눈썹 위에 모여 바로 눈으로 들어오거나, 그것을 피하려고 눈을 감을때 눈 밑으로 떨어져
논스톱으로 코밑으로 흘러 내리기도 한다.
-_-';;
날이 춥다했는데 완전히 봄날씨이다.
내 몸은 완전 여름이고 ...
저질체력
외국까지 원정와서 한국에서 느끼는 감정을 다시 또 느껴야 했다. 결코 느끼고 싶지 않지만!
일행이랑 같이 가야하는데 나만 뒤처지고 다들 슈퍼맨처럼 슝쓩 날라가 올라가버린다.
ㅆㅂ.....
욕이 안나올래야 안나올수가 없다. 그만큼 오랫동안 산은 타놓고
지금까지 뭐했는가~!
왜그리 저질체력을 그대로 방치해 뒀지? 이게 뭐 아끼는 건가~개선도 전혀 않고!
진짜 여행 제대로 하려면 술 줄이고 운동을 해야한다.
시급하다...
우째우째 5합목까지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오른다.
나도 오기가 있지
이만큼 힘들게 왔는데 내 체력때문에 못 올라갔다고 하면 혀를 깨물고 죽어야겠지?
이를 악물고 꾹 참으며 올라간다.
스스로를 얼마나 씹고 또 씹었겠는가!
하늘이 도와주는지 6합목에 까지 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기온이 찹지 않다.
이제부터는 본격적 오르막 구간이 펼쳐진다.
그림이 장난이 아니다.
보기에도 땐땐하게 보이는 큰 설산.
그 이쁜 설산 중턱 위에 내가 있고, 곧 정상에도 반드시 갈 것이다.
이 얼마나 설레고 상쾌하고 희열을 느끼겠는가~!!
와우~
나는 진짜 멋진 삶을 살고 있으며 나는 행복하고 멋진 사람이다~!!
외치고 또 외쳤다.
물론 마음속으로 ~ ㅎㅎ
가파른 오르막 뒤에 펼쳐진 그림이 이뻐서, 위험하지만 사진을 위해 미끄러운 절벽으로 붙어본다.
좋은 사진 한장 건진다는게 그런 마음이다.
마음속에 산에 갔다온 이 기억이 내 재산인데 거기에 또 뭐하려고 멋진 사진까지 탐내고 위험한 짓을 하는가~
그 사진은 과연 누구를 위한 사진인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사진인가,
아니면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과시용 목적의 사진인가,
그 모두가 다 답이기도 한
사진에 대한 나의 집착력, 사랑은 과연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아무튼 난 사진찍히기를 너무도 좋아한다.
8합목을 넘어서니 평지같은 분지가 나타난다. 오히려 따뜻해진다.
챙겨간 발열점심을 먹으며 또 즐거움에 잠겨 본다.
과학의 원리로 밥 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ㅎㅎ 이제는 능선같은 길만 남았다.
다이센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왔다!
10합목 정상에 도착!!
행복감이 물밀듯 밀려온다.
아....
그렇게 간절히 바랬던 다이센 정상을 내가 밟는다.
이게 행복인가~
정상석에 올라 이리저리 포옴을 잡고 인증샷을 찍고, 그 옆에 가지말라는 주의팻말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비탐방 전문 어디 가겠는가~! ㅎㅎ
벽우님께 잘 찍어달라고 말하고 저멀리 경치 좋은 곳으로 마구 뛰어간다.
위험하다.
잘못하다 구르면 다시 못볼수도 있지만 그래도 위험할수록 사진은 멋지지 않던가! ㅎㅎ
멋진 포즈로 각종 자세를 다 만들어 보이며
이 좋은 곳에서 인생사진 한장이라도 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눈은 주문한 것처럼 적당히 쌓여있고
웅장한 다이센의 전체 모습은 면접시험 보듯 환하게 드러내줬는데 뭐가 문제인가?
하늘이 도와도 그냥 도운게 아니라 철저히 완전하고 완벽하게 도와줘서 바람도 불지 않고 기온도 춥지 않다.
봄날의 눈속 산행
꼭 그렇게 말해야 할 것같다.
정상에서 행복은 이렇게 해피엔딩 했으나
같이 간 일행분 한 분이 그 꼭대기까지 오면서 아이젠을 안가져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 높은 설산에 어떻게 아이젠없이 오를수 있었나~!
대단한 능력자가 아닐수 없다.
가파른 그길을 어떻게 내려갈것인가~
이제는 진짜 큰 문제가 되었다.
아침부터 아이젠 미리 낑궈본다고 낑낑대며 땀 흘리고 해샀더니 결국 그것을 버스위에 고스란히 놔두고 내렸다고 한다.
즉, 초반에 아이젠을 차고 올랐으면 금방 알았을텐데
워낙 등산실력이 출중해서 급격히 가팔라지는 7합목에서 꺼내보려니까 그제서야 아이젠을 안가져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래저래 마음아프다.
내 스틱을 빌려드리고 하산을 한다. 스틱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니
날씨가 따뜻해서 아침의 딴딴했던 눈이 벌써 많이 녹아있다.
눈이 녹는다는 것은 길이 미끄럽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젠은 딴딴한 얼음에 제격인데 질퍽질퍽해신 눈에는 아이젠이 큰 소용이 없다.
어떻게 보면 아이젠 없는 분에게는 큰 다행스러운 일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리가 뻣뻣해질때까지 힘줘가며 하산을 서두른다.
시간이 모자라기에 하산을 2시간 이내로 해야만 한다.
배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아까 그렇게 버스에서 가이드가 떠들어댔는데 약속은 지켜야 한다.
마구 속도를 높여서 내려간다.
엄청 미끄럽지만 견뎌내어야한다.
또 땀이 비오듯 흐른다. 뚝뚝 떨어지는데 정신이 없다.
스틱을 빌려주니 중심잡기가 하늘에 별잡기같이 힘들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