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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시산맥 신춘문예 당선 작품 시부문 당선자 박새난슬 당선작 이 전시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외 4편 평론부문 당선작 없음 본심 박형준 권혁웅(시부문) 이병국 최연수(평론부문) 예심 서이교 최보슬 이 언 김시홍 강비아 수상작 이 전시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외 4편 탁자에서 컵이 떨어지고 물이 원가족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행주로 훔치면 금세 뭉친다 조금 전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컵과 물은 나란히 있을 때 동등할까? 퍼포먼스를 본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가족과 친구를 떠올리다 함께 온 사람의 손을 잡는다 * 같은 곳에서 불이 앞에 있다 사방에 떨어진 컵으로도 불을 끌 수 없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진동이 일어난다는데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살아 있는 것과 진동을 구분할 수 없다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귀를 막아보았다 원하는 대로 살려면 많은 시간이나 사건이나 다시 태어나야 하고 의지로는 안 되는 일도 있다 어느 날에는 손에 긴 라이터가 있다 의지와 상관없는 일도 있다 작게 피운 불로 수프를 만든다 입에 넣으면 쨍그랑 소리가 난다 거리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 때마다 안과 밖의 경계가 지워진다 그러면 물을 마신다 물이 내려가는 동안은 몸이 살아있다 여기는 도슨트가 출근하지 않아서 캡션에 쓴다 눈으로만 보지 마세요 이 도시에 유령이 산다는 소문이 돈다 발 없고 산뜻한 유령 그들 중 일부와 인터뷰를 한 적 있다 사람들이 아직 모르는 사실은 유령에게 신발이 유행이라는 것 그들의 신발은 밟히거나 짓눌려도 변형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번 사면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다고 인터뷰어 유령이 말하자 나는 웃지도 못하고 하 하 하는데 유령의 자랑이 이어진다 신발과 모자는 유령이 가진 가장 튼튼한 물건이고 공산품보다 직접 꿰거나 뚫어 만든 물건을 나누어 쓴다고 한다 그들은 돈에 눈멀지 않았다 눈이 없기도 하고 유령끼리만 할 수 있는 농담 100선에는 더 풍성한 이야기들이 있다 또 유령에게는 생전이라는 말도 없다 너는 아직 유령이 아닌 것 같은데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이 온다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왔다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인터뷰를 정리하는 동안 유령들 사이에서 투명한 소문이 태어난다 큰 도시일수록 소문이 점점 무성해진다 * 음 유령이 노래를 부른다 그 모든 노래를 유령들은 알고 있다 퍼레이드 핫팩이 식는 동안 세계에 진단을 내린다 여기는 너무 춥군요 물뿌리개처럼 정직한 이름은 몇 없고 꾹 눌러쓴 이름의 한자는 자주 잊힙니다 아기의 이름을 신중히 골똘하게 짓는 부모의 마음에는 아직 비가 내리지 않고요 수만 번 불려도 내가 아닌 것 같으면 내리는 빗방울 중 나를 찾는 게 더 쉬울지도 모릅니다 구름에서 떨궈진 비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직 어떤 문장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일단 몸부터 데웁시다 난로를 틀다가 손을 델 때 앗 뜨거 소리 나면 우리가 같은 인간인 것 같네요 여기에서 연애 이야기는 안 해도 됩니다 일단 따뜻해지는 게 먼저니까요 대뜸 물어보면 뭐든 없다고 할게요 몰랐겠지만 내 이름은 표지판과 전단지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스티커로 만들어 얼굴에 붙여 봤습니다 물론 스티커 없어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요 그때 우리는 잠깐 서로의 빨간 실입니다 광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 줄은 아주 길고 빨간 실이 나풀거립니다 보이지 않아서 잘리지 않습니다 지하철 안은 잠깐 따뜻합니다 문이 열리면 다 같이 조금씩 추워지지만 괜찮습니다 퍼레이드 일정을 체크하는 동안 진작 해를 먼저 맞은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부채를 나누어 씁니다 부채는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르면 됩니다 디지털 동산 눈만 감으면 꿈을 꿀 수 있다니 얼마나 편리한 몸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이차원의 세계에 많이 있는 법이다 색 많은 천막 아래에서는 수학 시간에도 배운 적 없는 도형과 낯선 이름들의 결합과 배치가 어색하지 않고 부드러운 질감의 언덕은 천천히 녹아내려 아무도 굶지 않을 과자 동네를 만든다 바삭거리는 소리나 폭죽 소리 눈의 앞과 뒤로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와르르 우리의 몸이 겹쳐서 쓰러져도 무겁지 않아 샌드위치를 떠올리면 바로 먹을 수 있을 만큼 푸르게 지어 보았다 주소를 물으면 눈을 감으라는 말밖에는 ( ) 어디에나 있어? 어디에나 있어 손을 내밀어도 따갑지 않은 장미와 손잡고 마실을 나간다 정원은 무한정 넓어지고 해가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는 지평선에도 금방 다녀올 수 있다 동네의 지붕은 내가 아는 얼굴이 되었다가 빨리 사랑했다가 빨리 헤어지며 가지를 친다 지붕이 점점 늘어난다 비 내린 흔적만 남았으면 하고 벗겨진 페인트를 다시 칠했다 안대를 벗어도 그대로면 좋겠다고 선을 이어 붙이지만 달랑거린다 쏜살같이 새의 날갯죽지가 지나간다 깃털이 떨어진다 이 장면은 중개되지 않는다 우리 손이 떨어지는 마찰이 낯설지 않다 속눈썹은 간지럽지 않고 버튼은 아무 데도 없다 눌린 자국을 닦으려고 손을 씻었다 엄마 찾아 삼만리 창문을 그린다 여기에는 벽이 없다 허무에서는 뭐든 할 수 있지만 아래를 볼 때마다 튀어나온 발등뼈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모션이 작동된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주머니를 건드리면 모험이 시작되고 새천년의 장난감 소리가 울려 퍼진다 창밖은 지나가는 엑스트라 한 명 없고 조개처럼 보이지만 조개가 아닌 사물이 비처럼 내린다 이름은 계속 모를 것 같다, 아무튼 영상 안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기면 여기는 영상 속이구나 깨닫게 되고 머리 위로 말풍선이 띄워진다 다음 기억을 꺼내보세요 목소리는 지루함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텔레비전을 만들고 전원 버튼을 누른다 상자 속의 상자에는 열 때마다 기대와 실망이 함께하니까 나무와 해를 준비했다가 모두 치운다 끝이 없다 바다를 천천히 깔면 역시 산보다 바다가 상상하기 쉽다 그럴싸한 CG를 위해 조개를 구하러 바다에 간다 주머니를 뒤지면 작살이 나오고 예상 못 한 물건을 건지면 좋겠다면서 계속 작살을 던진다 무언가가 잘 걸렸다 주머니에 가득 넣고 육지를 만든다 이제 나는 엄마 신발이 아주 많다 이때 이 순간 퍼져나가는 소리 음영이 든 얼굴 조명이 꺼지지 않는다 …그런 낌새가 보이면 도망가고 싶다 이제 갈 거야 집으로 쌓인 눈에 음각된 말이다 한 사람이 썼다 주머니에서는 신발이 자꾸 넘친다 말이 지워지는 동안 아스팔트가 깔리면서 도처에 표지판이 자라난다 연출가가 구석을 만들고 있었다 당선소감 우리는 모두 풍경에 마스킹테이프로 대강 붙어있습니다. 그러니 붙어 있든 떨어져 있든 괜찮은 것 같아요. * 끝나면 시작하고 싶고, 시작하면 끝내고 싶은 마음은 손의 양면 같아서 자주 그러모읍니다. 살아있다 보면 끝도 시작도 없이 중간 지점에서 머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실은 쭉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계속 그럴 수는 없어서, 끝과 시작을 생각하는 내내 시를 쓰기로 했습니다. 돌아가 맘 누일 곳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시를 생각하면 자꾸 떠오르는 문장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시를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시는 어디든 가니까 몸을 맡기기 좋습니다. 더 많은 곳에 갈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구석을 자꾸자꾸 만드는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추신. 제 이름 새난슬은 새롭게 태어난 슬기로운 아이라는 뜻입니다. 지금도 이 이름이 마음에 듭니다. * 끝이 없어 좋은 것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이 지면에서는 무한한 감사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충분함의 지평을 넓혀준 친구들 고마워. 계속 같이 쓰자. 한국 문학을 짓고 쌓아 올린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상자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전공 교수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끝없는 호명이 시작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나의 처음이자 끝. 사랑하는 엄마 순남에게도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이 소식이 잘 닿았기를 바랍니다. 바다에서 만나요. 박새난슬 1998년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전공 졸업. 2026년 문학뉴스 & 시산맥 신춘문예 시 당선. saenanseule@gmail.com 심사경위 및 심사평 2026년 시산맥 신춘문예에 600여 명(시 580명, 평론 20명)이 응모하였다. 작년보다 150명이 늘었다. 1차 예심을 통과한 시와 평론 91편을 예심위원 앞으로 보냈다. 예심위원들은 좋은 작품들을 매의 눈으로 낚아 올렸다. 총 6명의 시 응모작과 2명의 평론 응모작을 최종심에 올렸다. 그 작품은 아래와 같다. <시 부문> 1번 김서현「틴트」외 4편 2번 박새난슬「이 전시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외 4편 3번 우상지「후산」외 9편 4번 지수연「누적된 굴절과 뼈의 기록」외 4편 5번 임남혁「회전이 멈추지 않는 무덤」외 4편 6번 이상돈「피노키오 데이빗」외 5편 <평론 부문> 1번 안은수「대중매체 속 퀴어, 다양화된 콘텐츠에서 바라본 몸의 감정들」 2번 박바로가「슬픔의 윤리학」 위의 응모작품을 본심 심사위원 앞으로 무기명으로 보냈다. 심사위 원은 시 부문은 동국대 교수 박형준 시인, 한양여대 교수 권혁웅 시인이, 평론 부문은 시산맥 편집위원 이병국, 최연수 시인 겸 평론가가 맡았다. 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무기명 응모작품을 읽고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작품성이 있는 수준작을 뽑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 결과 두 심사 위원은 만장일치로 2번 박새난슬의 응모작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심사위원의 심사평은 아래와 같다. 시 부문 심사평 박형준 심사위원은, 박새난슬의「이 전시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외 4편은 사물과 언어 간의 장력으로 현실을 예리하게 부각한다.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헤아리면서 군소리 없이 핵심을 건드릴 줄 알고 세계와 나 사이의 기미를 눈치챈다. “지하철 안은 잠깐 따뜻합니다/ 문이 열리면 다 같이 조금씩 추워지지만 괜찮습니다”「( 퍼레이드」)에서 보듯,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 안에 따뜻함이 감춰져 있어 시인이 포착한 세계를 통해 격려받는 느낌마저 든다. 당선자는 개성 있는 언어의 운용과 배려감을 동시에 갖추었다고 평하였다. 다음은 권혁웅 심사위원의 평이다. 시가 되기 전의 언어체를 달걀이라고 하자. 그것이 시로 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밖에서 톡톡 두드려서 나오게 해야 할까? 아니면 온도와 습도를 맞춰 안에서 시가 깨고 나올 때를 기다려야 할까? 당연히 후자가 정답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전자의 방법을 쓴다. 조바심 때문일 수도 있고 지나친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시에서는 의도가 결과를 가리고, 주장이 풍경을 지우며, 단정이 묘사를 덮는다. 당선작으로 뽑은 응모자의 시들은 시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시작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시들이다. 생각이 영글 때를 기다려 터져 나오는 언어를 채집한다. 시의 착상과 제목과 첫 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발화(發話)가 곧장 발화(發火)다. 떨어진 컵에서 흩어진 물을 “원가족” 이라고 칭할 때(「이 전시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독자는 그 상상의 슬로모션에 단박에 사로잡힌다. 가장 빠른 장면은 언제나 그렇게 느린 화면인 법이다. “유령에게 신발이 유행”(「이 도시에 유령이 산다는」)이라고 일러주는 목소리는 어떤가? 발 없는 존재가 유령이라는 우리의 통념을 유쾌하게 전복하고 있지 않은가? “물뿌리개처럼 정직한 이름”(「퍼레이드」)은 또 무엇일까? 독자는 여러 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데, 이때 세계도 함께 기울어지고, 아 하는 순간 세계에 균형이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도 나직하게 말하는 습관 때문에 고공비행할 것 같은 상상력이 눈에 보이는 곳에 있다. 매력적인 시인의 탄생을 축하드린다. 평론 부문 심사평 시산맥 신춘문예에 응모된 평론 작품을 읽었다. 그중「대중매체 속 퀴어, 다양화된 콘텐츠에서 바라본 몸의 감정들」의 경우, 퀴어를 사유 하면서 동시대적 의미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인상 깊었다. 그러나 미술, 영화, 시, 소설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짧게 곁들이는 수준이라 깊이 있는 해석적 미학이 부재했다. 덧붙여, 결론 에서 제시하는 ‘몸’에 기재된 “욕망과 조합된 미학적인 진정성”의 실체가 무엇인지 본문에서 찾아볼 길이 요원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슬픔의 윤리학」의 경우, 정호승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으로 ‘슬픔’을 들면서 두 편의 시「슬픔은 택배로 왔다」와「슬픔이 기쁨에게」 를 읽고 있다. 각 편의 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슬픔에서 비롯된 연대 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슬픔 이후’를 모색했지만, 개별 시가 지닌 의미에 지나치게 천착하다 보니 반복이 잦고 유기적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또한 두 편의 시가 발표된 시기의 간극을 메워줄 만한 논의의 부재와 정호승의 시 세계가 지닌 통시적, 공시적 의미의 불명료성은 평론이 갖추어야 할 지향을 제시하는 데 미비한 점이 있었다. 그로 인해 안타깝게도 이번 시산맥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서 당선자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응모작품 중에는 실제로 아직 시와 평론으로 영글어지지 않은 작품들이 많았으며 단단한 내공을 갖추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시 쓰기를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모두 입을 맞추어 말하 였다. 서정시는 마음이 흘러가면서 대상을 통과하는 지점을 참신하게 자기만의 시어로 적어내는 것이다. 그만큼 수련이 필요하다. 이미 익 숙한 표현이나 상투적인 내용 그리고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성에 머문다면 좀 더 퇴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더 깊이 그리고 꾸준하게 공부하는 치열성을 가지기를 바란다. 당선된 신인은 첫 발자국을 잘 내디디며 시산맥 기 등단자들과의 조화로운 참여는 물론 시단에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신만의 시 색깔을 갖기를 바란다. 본심 박형준 권혁웅(시부문) 이병국 최연수(평론부문) 예심 서이교 최보슬 이 언 김시홍 강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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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박바로가 선생님께서 평론 부문 최종심에 올랐네요. 축하드리면서 곧 평론의 무대에 오를 거라고 확신합니다. 심사평을 읽으면서 저도 조금 느꼈던 유기적 연결과 중복 또는 반복의 표현을 조금만 손 보시면 앞으로 평론 문단의 주목 받는 대상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