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621.6m)은 전남 장성군과 전북 고창군의 경계를 이룬 봉우리다. 이곳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조망이 좋거나 산행지로서 입지가 뛰어나서가 아니다. 이곳의 핵심 매력은 바로 성공적으로 조림된 뛰어난 숲이다.
축령산 일대에는 40~5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상록수림이 울창하게 조성돼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장성군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곳의 조림지 총 면적은 1,148ha에 이를 정도로 광대하다. 전국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조림지로 독일의 흑림(黑林)에 비유될 정도로 숲이 짙고 아름답다.
이곳에 나무를 심어 가꾼 이는 독림가였던 춘원 임종국 선생이다. 그는 1956년부터 6.25 동란으로 황폐화된 축령산 일대에 사제를 털어 나무를 심고 가꾸며 평생을 조림에 몸 받쳤다. 그것도 자신의 땅도 아닌 국유지에다 정성을 쏟았다. 그의 나무 사랑은 198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임종 당시 축령산의 나무는 그의 소유가 아니었다. 자신의 전 재산을 조림에 바친 그는 일을 그만둘 수 없어 다 자란 나무를 담보로 빚을 얻어 계속 나무를 심었다. 결국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해 나무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던 것이다.
▲ 50년 이상 된 편백나무가 숲을 이룬 장성 축령산 조림지.
다행스럽게도 임종국 선생의 노력은 후대에 빛을 봤다. 산림청은 2002년 축령산 조림지를 사들이고 ‘고(故) 임종국 조림지’로 명명해 그의 공로를 기렸다. 또한 2001년에는 그의 이름이 ‘숲의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임 선생은 자신이 평생 동안 가꾼 숲에 수목장(樹木葬)돼 스스로 숲이 되었다.
축령산의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은 삼림욕에 최적의 장소다.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강력한 살균작용은 물론 아토피성 피부염 개선에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국내외 단체 관광객들이 축령산을 즐겨 찾고 있다.
▲ 축령산 정상의 이정표.
축령산은 임도가 잘 발달돼 있고 진입로가 여러 곳이다. 장성군 서삼면 추암리 농촌체험마을에 민박촌과 관광농원이 조성됐고, 산 동쪽 모암마을에는 통나무집이 있어 체류하며 숲을 즐길 수 있다. 휴양림을 관통하는 임도 북쪽에는 영화 ‘태백산맥’과 ‘내 마음의 풍금’ 등을 촬영한 금곡영화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축령산 휴양림 탐방은 이들 마을을 기점으로 한다.
축령산 정상에 오를 생각인 등산객은 모암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무난하다. 조림지의 핵심을 돌아보며 임도보다 등산로 위주의 답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시로 만든 것이긴 하지만 축령산에서 가장 큰 주차장이 이곳에 조성돼 있다. 향후 금곡영화마을에도 주차장이 추가로 조성될 예정이다.
모암마을 상류의 모암제 오른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휴양림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호수를 따라 끝까지 가면 임도 진입로 직전 왼쪽에 넓은 주차장이 보인다. 차량은 이곳에 세우고 산행을 준비한다.
▲ 장성 축령산 조림지 한편에는 자연 그대로의 활엽수림도 있다.
주차장에서 계류를 따라 잠시 오르면 임도가 나타나고 삼거리에서 계곡을 따라 오른다. 길 양쪽으로 가득한 삼나무를 보며 20분쯤 걸어가면 계곡의 다리를 건너고 잠시 뒤 왼쪽에 커다란 사방댐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100m 가량 올라가면 다시 계곡이 두 가닥으로 갈리며 임도는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왼쪽 계곡으로는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축령산 정상으로 가려면 이 임도상의 삼거리(N 35 22 17.2 E 126 44 15.0)에서 왼쪽 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특별한 이정표는 없지만 산길 곳곳에 붉은색 리본이 달려 있어 길을 헷갈릴 염려는 적다. 나무가 울창한 계곡을 따라 30분 정도 오르면 추암마을과 금곡영화마을을 잇는 임도에 오른다. 임도를 만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200m 거리의 언덕 위 공터에 임종국 기념비가 서 있다.
▲ 보암 주차장에서 우물터로 가는 임도. 울창한 삼나무 숲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산길은 임종국 기념비 서쪽 사면의 무덤 왼쪽으로 나 있다. 축령산 정상까지 곧바로 이어진 이 산길은 대단히 가파르고 미끄러워 등산화가 뒤로 밀릴 정도다. 특이한 것은 산길 주변이 온통 둥굴레 군락지라는 점. 이만큼 넓고 큰 둥굴레 군락은 드물다.
너른 헬기장이 있는 축령산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와 커다란 철탑이 세워져 있다. 북동쪽 멀리 내장산의 우람한 산세가 조망되는 곳이다.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많아 조망은 그다지 시원치 못하다.
정상에서 주능선을 타고 북쪽으로 진행한다. 조림지가 내려다보이지만 주능선 주변은 온통 활엽수림이다. 능선을 타고 30분 가량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나타난다. 계속 주능선을 타고 직진하면 금곡영화마을 부근의 고갯마루인 들독재로 이어진다. 산림욕과 거목 구경을 위해서는 이 삼거리에서 능선길을 버리고 동쪽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삼거리에서 20분이면 다시 추암~금곡 간 임도 위로 내려선다. 이 내리막 산길 막바지의 편백나무 숲은 정말 우람하면서도 빽빽하다. 과연 거목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는 커다란 나무들이다. 임도를 따라 금곡 방면으로 조금 가면 오른쪽 우물터로 내려서는 길이 갈려 나간다. 보암마을 주차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 코스를 이용한다.
우물에서 손을 씻은 다음(음용으로 부적합하다) 임도를 타고 하산한다. 천천히 내려가도 20분 정도면 사방댐 위의 삼거리에 닿는다. 이후 올라왔던 길을 되밟아 내려가면 주차장으로 하산할 수 있다. 이 코스는 축령산 산행과 산림욕을 겸하는 원점회귀 스타일의 산행길로 안성맞춤이다.
교통·숙식 호남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장성JC나 고창JC에서 고창-담양 간 고속도로를 탄다. 서장성(물류)IC에서 빠져나와 첫 번째 출구에서 우회전한다. 서삼면소재지에 도착하면 좌회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경유해 모암마을까지 간다. 마을 입구에서 좌회전해서 모암제를 옆길로 오르면 커다란 임시주차장(N 35 22 15.5 E 126 44 54.5)이 나온다. 주소는 서삼면 모암리 산 98번지 일대.
축령산 조림지는 자연생태를 보호하고 방문객이 맑은 공기와 쾌적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2009년 9월 17일부터 도로와 임도의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축령산 휴양림은 주차비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장성에서 출발(08:10, 11:00, 12:25, 16:00) 모암까지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탄다. 약 25분 소요. 장성에서 출발한 차량은 모암에서 곧바로 회차한다.
숙박은 모암마을의 모암민박(061-393-9490), 모암통나무집(061-393-9605), 추암마을의 산정민박(061-394-7558), 하늘아래첫집(061-393-6471), 홍길동 숲마을체험장(061-393-7001) 등을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