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또한 세포 자기소멸(apoptosis)의 강력한 신호전달물질인 세라마이드(ceramide)를 잊으면 안됩니다. 성인의 경우 뇌에서만도 신경섬유나 혈관의 세포가 하루에 10만개 정도가 죽으면서 새 것으로 갱신된다고 합니다. 그 사멸의 명령을 세라마이드가 전달합니다. 해당 세포들은 그에 따라 자기 몸을 낱낱이 분해하여 이웃 세포조직들에게 영양 단위로 제공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말끔히 비웁니다. 여기에 새로운 젊은 세포가 들어서면서 우리가 맑은 피부에 힘있는 정신을 유지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들이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면 사람 몸은 쓰레기통을 방불하게 될 것이며, 그것들이 중추신경계 밖에서 독자적인 체계를 이룬 것을 우리가 또한 암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옥타코사놀(octacosano), 그것의 철자는 서양 것이지만 서양에 맞서 동양의 문화적 특질을 구분해내는 요소이자 우리 겨레를 ‘은근과 끈기’의 족속으로 불리게 한 당사자였을 것입니다. 수만 리를 날아가는 철새의 날개에 많다 하여 ‘철새의 힘’으로도 불리는 이것은 근육 내의 글리코겐 저장능력을 30% 이상 향상시켜줌으로써 지구력과 순발력의 모태가 되고, 심폐능력을 증장시키고 신체활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십 종이 수십만 원을 호가하며 권력의 야욕에 불타는 강남의 총아가 되기도 한 옥타코사놀은 쌀눈등 쌀의 부산물을 기간소재로 하여 산업화되어 있습니다
옥타코사놀에 가바와 피틴산 등의 위의 열거는 고등유기체를 몇이라도 거느리고도 남을 쌀의 위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들 모두가 쌀의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펩타이드나 75%가 불포화지방산인 지질(脂質), 셀룰로스와 헤미셀룰로스, 리그닌에서 추출되어 치료제나 건강보조제로 시판되고 있는것들 일부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쌀의 돌연변이 억지력은 밀의 1.5배에 이르고 최악의 다이옥신에 대한 대응력에 있어서도 가용식품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니, 그것의 염도鹽度로 하여 다대한 부식 찬류를 수반하는 면모와 쌀의 소화효소들이 우리 생애의 첫 장면부터 등장하여 목숨의 마지막 현장까지 지키는 것이어서 암죽과 미음으로 일생의 시종始終을 붙잡아 주는 것 등을 상기한다면, 비타민C(쌀의 염도 참조)와 D(햇볕을 받아 인체 자체 합성)를 제외한 방대한 비타민그룹과 빠짐없이 갖춰진 미량요소 또한 가벼이 넘어갈 수 없는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이들을 일별하여 동서양 의서醫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헌정된 ‘동의보감’은 ‘사람의 정精과 기氣는 모두 쌀에서 나온다. 그래 그 글자에 쌀 미米자가 들어가 있다’라 단언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자애의 눈으로 정의의 포부로 세우는 정기가 모두 쌀에서 나온다했으니, 그것은 또한 쌀의 물리 화학적 조력을 받지 못하는 어떤 것도 정기의 자양에 이르지 못함을 주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탄수화물로써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하고 위대한 가바가 우리의 혼을 키울 때, 용맹한 피틴산과 아라비노자일란으로 외적을 방비하고, 세라마이드와 감마오리자놀이 내부를 튼튼히 하노라면, 옥타코사놀의 힘이 우리의 의지를 북돋우니, 사람의 정기가 모두 쌀에서 나온다한 ‘동의보감’의 단언이 그다지 틀리다고 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쌀을 먹으면 죽을병에 걸릴 것같이 내몰리고 있으니, 이것은 또한 무슨 괴이한 일입니까? 몇 해 전에는, 국방부가 보리 5%가 섞이는 혼식을 100% 쌀밥으로 바꾸자 전직 교육부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같은 이까지 나서 조국의 간성이 다 죽는다고 노발대발 이를 반대 항의하는 일마저 있었습니다. 쌀에 대한 이러한 삿대질은 그야말로 죽을병에 걸린 우리 시대의 암흑을 대변해 줍니다.
노인은 밥심으로 산다던 것이 쌀밥을 먹으면 성인병 당뇨병으로 다 죽는 것으로 바꾸기까지에는 오랜 기간에 걸친 지루한 음모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특히 박정희 시기, 오늘날의 재벌이 되는 기업들에게 외화를 대주기 위해 보릿고개가 기승하던 시절임에도 제 나라 국민들도 못먹는 쌀을 외국(일본)에 팔아치우면서, 쌀 소비를 억압하느라 매국노의 누명까지 씌워가며 도시락 검사를 해댄 것이 십수 년간이었으며, ‘키도 크고 머리도 좋아지며 얼굴도 예뻐진다’며 밀가루를 강요하면서 쌀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고 병까지 걸린다고 과학적 사실마저 왜곡하며 윽박지른 것이 그 시절의 일입니다.
이러한 해괴한 날조를 기반으로 하여 우루과이라운드와 WTO체제가 시작되던 무렵에 그 조작은 더욱 신랄하게 이루어집니다. 어느 해에는, 그 전년에 ‘밥 김치 중심 한국밥상이 성인병 낮춘다’는 기사를 내보냈던 한 중앙지가 불과 몇 달 후 1000만 당뇨병시대를 막자는 논리 하에 ‘쌀밥 식사 벗어나야 당뇨 예방할 수 있다’는 기사를 필두로 4개월에 걸친 대담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쌀 소비가 줄어 걱정이라던 농림당국의 반응은 산하의 작은연구소를 통해 ‘쌀밥이 당뇨병의 주범은 오해입니다’라는 짧은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이 고작이었고, 그 소동의 몇 달이 지나 주변 지역의 주부 몇 명을 모아놓고 ‘쌀에 대한 오해풀기 강좌’라는 것을 몇 차례 열었을 뿐이었으며, 뒤늦게 언론에 유포시켰던 ‘아침밥을 먹어야 머리가 좋아진다’는 캠페인은 아침밥을 먹을 수 없는 가련한 우리 자녀들과 어설픈 부모 간에 실랑이만 불러일으킴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한 끼 밥도 편히 먹을 수 없는 이 사회의 어린 세대들 앞에서 그들 스스로 쌀을 매장시켜버리는 일종의 배임행위까지 저지릅니다.
농민단체라 하여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이름있는 활동가에게조차 당뇨병은 쌀을 압도하고 있었고, 당국이 WTO 농업협정문을 날조 주장하며, 이른바의 전면개방을 강행할 때조차 ‘밥쌀’용 쌀은 수입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저버렸다며 쌀값 하락만을 따집니다. 이런 판이니, 이른바 그 ‘개방’의 앞잡이였던 자들이 근자의 한미FTA 재협상 국면에 대하여 겨레의 스승인 양 훈수꾼이 되어 다시 날뛰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전야에서 한가로이 텃밭이나 들락거리면서 일생 일대 가장 잘한 일이 쌀 개방 그것이었다, 회상이라는 걸 퍼트리며 민족의 혼을 조롱하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세계 최고最古의 충북 청원 소로리 볍씨가 예시하듯, 쌀은 누천년 우리 역사와 함께 흘러온 부동의 동반자입니다. 우리나라는 불과 30년 전까만 하더라도 스스로를 백의민족, 배달의 겨레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장대한 대륙과 빛나는 바다를 마주하며, 사시장철 변하는 햇빛 아래 변화와 전진의 영감을 키워온 곳,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에도 열두 번을 더 나아가서 단련되고 정화되던 지상의 빛나는 땅. 동으로 동으로 광명을 찾아 대륙을 가로질러 마침내 닿았다는 이 땅의 역사가 줄잡아도 반 만년의 장구한 터전이라 했습니다. 이러한 땅에서 이미 삼국시대 이전에 1년의 길이가 365.2422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망원경도 없던 시절에 태양을 중심으로 10개의 행성(제9행성 명왕성에 대한 논란을 포함하여 제10행성에 대해서도 이견이 여전하다)이 도는 것을 보았으며, 그를 바탕으로 하늘의 움직임을 절기 풍속에 새겨놓고서 하루 매시의 생활 전반이 우주와의 조화를 꿈꾸는 세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논으로써 국토의 공간 구석구석에 다 이르고, 벼로써 전진하는 사계의 갖은 시간에 닿았으며, 쌀로 하여 ‘정기精氣’의 자양을 쌓는 곳, 그곳에서 우주의 시공을 좇는 이목이 열리고 이를 모아 홍익인간 재세이화, 영장의 도덕을 스스로 짊어졌으니, 그것은 사람됨의 감성과 이지로써 자아를 넓혀 가며(홍익인간), 미물조차 형제로 마주하여(재세이화), 인간을 기리고 산천을 사랑한 ‘미풍양속’이라는 유례없는 규범을 쌓았고, 희생과 헌신의 정의情誼로써 도덕과 권위를 부단히 갱신해 왔으며, 빈궁한 가운데에서도 자식을 애써 가르치고 미천한 생활조차 정갈히 다듬으며 예지의 문화를 단련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최종적으로 박정희 시절 미신 타파 등의 미명 아래 명절까지 없애버리는 수모를 당하면서 태반이 파괴되고 맙니다. 그리고 그것들의 위력한 물증이었던 쌀 또한 시장바닥의 잡물로 내동치쳐지면서 수 천년 민족사의 빛나는 힘은 영영 우리 곁을 떠난 것처럼도 보입니다.
그럼에도 쌀은 더도 덜도 할 것없이 쌀 그대로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특히 내일 수능에 임하시는 이들이시여. 겨레의 혼이 서려 있는 쌀밥을 든든히 먹고,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고 아름다운 철학이 넘치는 여러분 학교의 교가처럼,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세우고 나와 또 다른벗들을 통해 넓은 세계를 담는 성스러운 출발을 내일로써 더욱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2017년 11월 15일 김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