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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광덕산 휴게소 → 윤나리휴게소 → 윤나리고개 → 무학봉(전망봉) → 2교 → 1교 앞 → 전망바위 → 잠바위 → 구름다리바위 → 삼각문바위 → 암반봉 → 번암산 → 전망바위 1, 2 → 번암휴계소'의 8km 구간을 5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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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암산[番岩山]
높이: 832m
위치: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범암산은 일반적으로 번암산으로 더 알려져 있으며 백운산 동쪽에 있는 무학봉의 같은 줄기에 있으며 온산이 울창한 수림지대로 이루어진 산으로 급경사 지대가 거의 없다.
봄이면 철쭉, 여름이면 하얀 산목련이 핀다. 정상의 바위에 오르면 화악산, 석룡산, 명지산, 국망봉, 도마치봉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부근에는 억새가 허리까지 닿는 억새 숲이다.
산행은 백운산 오르는 길과 비슷하다. 포천 일동, 이동을 지나 광덕고개를 오른다. 광덕고개에서 사창리 쪽으로 약 5km 개천을 따라 내려가면 범암분교(번암휴게소) 500m 못 미쳐 도마치골로 연결된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100m 전방 좌측 능선으로 오른다. 이 지점을 산행 기점으로 하여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간다. 하산 후 일동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 한국의 산하
한북정맥 백운산과 능선으로 이어진 화천 번암산! 이 산에 관해서는 2023년 11월경 여느 때처럼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산행 일정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산이다. 초면의 산이라면 오지일 확률이 높으나, 집에서 가깝다는 거 외에는 딱히 내세울 만한 게 없는 산이라, 무시하려다가 그래도 혹시나 해서 당시는 살아 있던 '한국의 산하'에서 찾아보니, 주변 조망이 좋다는 거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게 없다, 그런데, 출처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산악회 게시판의 산 소개에 의하면, '아치형의 구름다리바위, 삼각문바위, 잠바위 등 곳곳에 각종 기암괴석과 암릉이 있으며….'라는 문구에 끌렸다. 암릉을 좋아하는 인간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런데, 오지 산행 특성상 가까운 시일 내 다시 공지될 확률은 0에 수렴한다는 걸 알면서도, 당시는 그보다 중요한 천고지 산행이 이미 잡혀 있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대신 집과 가깝다는 장점을 살려, 대중교통을 이용해 번암산 옆의 한북정맥 백운산에 오른 것[산행기]과 같은 방식으로 오르기로 했다.
와중에 작년 말부터인가, 올 초부터인가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서 1+1 산행이 아니라, 두 개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 산행을 내놓아, 과거라면 성원을 채우기 힘들었던 산행이 출발하는 일이 많아졌다. 과거 실패했던 산행을 주변 산과 묶어 내놓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드디어 7월 12일, '8월 11일 번암산에 가고 싶다!'라고 한 산꾼이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가고 싶은 산행지 추천하기'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여기에 화답해 바로 그날 카페 주인장이 가까운 백운산과 선택 산행으로 계획을 올렸다. 그리고 나는 하루가 지난 7월 13일 그 산행 계획을 발견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신청했다. 물론 대중교통으로 가면 되나, 버스 정류장이 들머리나 날머리와는 거리가 있어, 정류장부터 걸어가거나, 가까운 사창리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가야 해, 산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물론 당일 다른 중요한 산행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산행 일 일주일 전 간신히 성원을 넘기는 걸 보고, 플랜 B로 신청했던 8월 10일 토요일 산행을 취소했다. 그런데, 그건 나만이 아니라, 다른 등산객도 성원 미달로 취소되는 산행이 많다 보니, 토·일 연달아 신청해 산행 며칠 전 둘 다 성원을 채우면 그 중 마음에 들거나, 그렇지 못하면 성원을 채울 수 있는 산행에 집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해서 토요일 출발하는 산행과 겹치는 신청자를 찾아봤다. 셋이다! 이 셋이 다 취소하면 성원 미달이라, 초조하게 지켜봤다. 다행히 셋 중 둘과 예상치 못한 등산객이 취소했으나, 성원을 채우지 못한 다른 산행에서 넘어온 신청자, 대여섯 덕분에 인솔 대장 포함 18명으로 간신히 성원을 채워 정상 출발이다. 신청자 명단에 둥근 원은, 최소 한 달에 서너 산행을 신청하나, 성원을 채워지지 못해 취소하는 산행이 많아, 실제 다녀온 산행이 많지 않아, 안면 있는 산꾼이 드물어, 그나마 친숙한 등산객을 표시한 거다. 그게 기본 20명이 넘는 대기업 목요방과의 차이라면 차이다.
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방 산행[산행기] 중 배낭 분실 사고 후 회사는 책임질 일이 없다는 답변을 듣고 멘봉에 빠져 그 뒤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일요일 번암산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산을 버리는 건 용납이 되지 않아, 하루 전인 토요일 늦게 창고를 뒤져, 특별한 산행이 아니면 사용할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던 배낭을 꺼냈다. 안내산악회 산행에 메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운 부피와 무게의 배낭이다. 그나마 다행은 산행 전 분실이라, 산행에 메고 간 슬링백과 물가방은 그대로라, 배낭만 바뀌었지. 시스템은 그대로다. 다만, 비상 상황에서 사용하기 위한 장비를 배낭과 함께 통째로 분실해 당장 그걸 채우지 못한다는 거다. 다행이라면 안내산악회 산행이라, 그 비상용 장비를 바로 쓸 일은 없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하고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일요일 광덕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에 기온은 영상 27℃~32℃, 바람은 2m/s, 당연히 폭염 특보 발령이다. 말인즉 지옥의 산행 예고다. 체력 유지를 위한 김밥은 신사역 출발 산악회라 연서시장표 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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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10분 알람에 놀라 기상 후 아지트로 나와 밤새 변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산악회의 산행 계획이나, 신청자에는 변함이 없다. 당일 번암산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모두 '좋음'이라, 날씨만 받쳐준다면 조망은 좋을 듯하니, 그 날씨가 불볕더위임에도 종일 흐리다. 와중에 불볕더위를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는 소나기는 산행 종료 다음인 3시 이후에 내린다는 예보라,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 같지만, 워낙 기상청 애들이 하는 말은 믿을 게 못 되니, 어떻게 될지 당해야 봐야 알 수 있다. 기본적인 걸 확인한 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부피만 크지 텅 빈 배낭을 둘러메고, 6시경 집을 나서, 김밥을 사기 위해 버스로 연신내 도착해 연서시장으로 걸어가며 산악회 전세 버스로 생각되는 차가 있어, 가까이 다가가 확인했다. '소울산악회'다. 그리고 신호 대기에 걸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건너편 약간 위로 역신 산악회 버스로 보이는 차가 정차 중이라, 신호가 바뀌자마자 그쪽으로 가 확인했다. 내가 인생 처음으로 안내산악회 산행에 동참했던 '햇빛산악회'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두 버스를 기록으로 남긴 후 연서시장에서 김밥 한 줄을 사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열차로, 신사역으로 향하며, 인터넷으로 소울산악회를 찾아봤다. 역시 예상대로 은평구를 근거지로 한 산악회다. 다만, 전세 버스를 이용하는 정기 산행은 한 달에 한 번이고, 나머지는 주로 북한산 주변을 돌아다니는 근교 산행이다. 와중에 한 달에 한 번인 정기 산행도 초보자 수준의 산행이라, 동참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햇빛은 그 차가 왜 연신내에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당장 '햇빛산악회' 카페에서 보면 오늘 산행이 없다! 그렇게 대기업 안내산악회 대안을 찾는 동안 신사역에 도착했다. 그 시각이 6시 50분경이다. 그리고 바로 4번 출구로 나가, 벌써 와서 대기 중인 일행을 훑어본 후 버스 정류장으로 가 의자에 앉아 책을 보며, 산악회 전세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시청에서 출발한 버스는 평소보다 조금 늦은 6시 8분경 도착했고, 정차지 근처에 있던 일행이 다 탄 후 옆자리가 비어 배낭을 그대로 짊어지고 버스에 탔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인사할 일도 없고, 와중에 자리도 두 번째라, 타자마자 바로 통로 쪽 자리에 배낭을 벗어 두고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배낭에서 크로스로 메고 갈 슬링백과 물가방을 꺼내, 의자 손잡이에 걸어 뒀다. 이후 슬링백에서 슬리퍼가 든 비닐봉지를 꺼낸 후 바람막이 주머니에 있던 김밥을 봉지째 슬링백에 넣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잠실역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자, 인솔 대장이 지도가 그려진 산행 안내문을 나눠준다. 한 면은 번암산, 다른 면은 백운산행이다. 백운산은 해당 사항이 없어, 번암산 면만 봤다. 그런데, 산행 공지에는 없던 B 코스가 있다. 감자바위 유원지를 들머리로, 번암산만 환 종주하는 산행으로 된 더위에, 체력에 문제를 느끼는 등산객에게는 괜찮은 선택지로 보인다. 대충 훑어보고 다시 책을 보고 있으려니,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간 다음, 인솔 대장이 20분간 휴식하겠다고 공지한다. 그렇지 않아도 앞뒤 의자 간 간격이 좁아 다리가 아파 스트레칭이 필요했던 시점이라, 버스에서 내려 다리를 풀며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별내 휴게소다. 왔었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나눠준 안내문을 들고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하기 전, 먼저 백운산행이 목적인 등산객을 확인했다. 둘이다! 고로 나머지는 번암산행이다. 해서 먼저 번암산행의 A, B 코스에 관해 설명한 후 A 코스가 목적인 등산객을 확인했다. 대여섯 되는 듯했다. 물론 나머지는 B 코스다. 이후 대장이 백운산행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미처 모르고 있었는데, 까만 소 한북정맥 인증 대상은 도마봉이란다. 백운산이 광덕고개에서 잠깐이면 올라가고, 도마치봉 또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도마치재에서 금방이라, 도마봉을 선택한 듯하다. 애초 도마봉은 도마치봉의 다른 이름고, 지금의 도마봉은 봉우리 취급을 하지 않았는데, 까만 소가 한북정맥 인증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인증꾼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봉우리가 됐다.
도마봉은 날머리인 백운계곡으로 가려면 도마치봉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인솔 대장이 찾아보니, 도마봉에서 번암산으로 가는 등로가 있고, 상태가 꽤 괜찮다는 의견이 있으니, 시험 삼아 원래 계획의 반대 방향인 번암산으로 내려오는 것도 고려해 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몇 가지 더 얘기했으나 영양가 있는 건 없어 기억이 안 난다. 이후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 못 인도하는 바람에, 화천이 아니라 철원 방향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촌극까지 벌인 끝에 9시 18분경 백운계곡 유원지를 지날 수 있었다. 그때 창밖으로 주변을 보니, 주차장은 만원이고, 도로도 불법 주차로 정신이 없다. 와중에 오가는 차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급회전, 급경사의 광덕고개를 한번에 오르지 못해 중간에 멈추는 위험한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간신히 광덕고개에 도착해 백운산행이 목표인 두 승객을 내려주는 것도 불법 정차와 주차 중인 차량 때문에 쉽지 않아, 간신히 내려주고, 번암산 A 코스인 윤나리 유원지에 예정보다, 38분이 늦은 9시 38분경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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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날머리인 '윤나리유원지'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를 신은 후 끈을 조이고, 손잡이에 매달아 뒀던 슬링백과 물가방을 내려, 크로스로 메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치고 버스가 정차하기를 기다렸다. 버스가 들머리에 도착하기 직전 인솔 대장이 길이 막히고, 철원을 갔다는 오는 바람에, 예상보다 10여 분이 늦었으니, 번암산 기준 마감을 4시에서 4시 30분으로 변경하겠다고 공지했다. 번암산 A 코스 기준 8km~9km에 불과한데, 6시간의 소요 시간을 책정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대단히 힘든 산행이라는 의미다. 물론 대장도 초행이라고 했으니, 이 코스에 관해 아는 바가 거의 없고, 서울과 가까워 남는 게 시간이라, 그렇게 책정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버스가 들머리에 도착해 정차하자마자 바로 차에서 내려, 등산 앱의 '기록 시작'을 누르고, GPS가 동기화되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으나, 번암산 A 코스에 내린 승객이 열 명 정도 되는 듯하다. 그리고 GPS 동기화가 끝난 후,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514m~538m, 번암산의 높이가 832m니, 고도차는 294m~318m에 불과해, 전형적인 동네 뒷산이다.
올려야 높이를 확인한 후 이미 다리를 건너 숲으로 들어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앞서 고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거지만, 두 등산 앱의 지도에는 등산로가 없다. 사실 산행 전 산행 계획을 검토하기 위해 산경표로 등산로를 확인했을 때, 산악회 계획의 기준 등산로는 없었다. 하지만, 네이버 지도에도 등산로가 없을 거라곤 생각을 못 했다. 지도가 아니라, 실제 길이 없다면, 지도의 봉우리와 등고선을 참고해 산행해야 한다는 걸 각오하고 출발했는데, 중간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나, 들머리부터 아주 훌륭한 등산로가 반겨준다. 그것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주변을 관찰하며 가다가 깨달은 게, 나무꾼의 오솔길이 아니라,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임도다. 그런데, 구 임도로 200여 미터를 오르자, 갈림길이다. 선두는 직진하는데, 우회전한 임도 중간의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 별 필요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핸드폰을 꺼내, 앱을 확인했다. 당연히 등산로는 없다. 하지만, 산세로 보건대, 오른쪽은 한북정맥 백운산으로 올라가는 듯하니, 왼쪽의 무학봉에 올라야 하는 우리는 직진이 답이다.
다시 선두의 뒤를 따라, 울창한 숲을 통과하면 가다가, 이정표도 하다못해 산악회 리본도 안 보이는 등산로라,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지도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임도는 어느 지점 사라지니, 지도 확인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앱의 지도를 확대했다가, 네이버 지도에는 점선으로 길을 표시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게 50m 축척이다. 그 점선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길이라는 건 확실하다. 이후 그 점선이 사라질 때까지 그걸 주시하며 갔다. 와중에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백운산과 무학봉 사이의 계곡이 아니라, 도로에서 무학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에 등산로가 있다고 나온다. 무언가 이상하면 지도의 축척을 바꿔주면서 확인해야 한다. 어쨌든 이번 산행은 산길샘의 네이버 지도를 따라가면, 실제 등산로와는 무관한 게 길을 잃을 염려는 없어졌다. 그걸 확인한 이상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올라가자, 계곡의 규모에 비해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소에 도착했다.
비록 약간 좁아 보이기는 하나, 혼자라면 알탕도 가능할 듯하다. 해서 만약에 다시 여기 올 일이 있을 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현 위치를 지도로 캡처했다. 그리고 동영상도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앞의 사각지대에서 요란한 물소리가 들린다. 소리로 보건대, 폭포다! 그런데, 선두는 거기서 왼쪽 능선으로, 무학봉으로 올라가고 있다. 뒤에서 따라가며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한 10여 미터 올라가다가 '여기가 아닌가 봐'하며 다시 내려와, 계속 전진한다. 그 모든 걸 지켜본 후, 사각지대라 안 보이는 폭포를 확인하기 위해 계곡으로 내려갔다. 상상도 못 한 폭포는 맞는데, 계속되는 산사태로 무너지고 있다. 즉, 폭포가 고개 정상 방향으로 후퇴하는 중이다. 당연히 그걸 동영상으로 남긴 후, 다시 길로 가기보다는 폭포를 기어오르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영상을 촬영하며 기어올랐다. 그리고 폭포 정상에서 폭포를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하려는데, 앞서갔던 선두가 지도를 확인하며 돌아 내려온다. 그럼, 이 부근에 무학봉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는 얘기라, 산길샘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조금 위에 무학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지도가 가리키는 갈림길에 도착해 아래를 유심히 살펴보니, 왼쪽으로 올라가는 희미한 인적이 있다. 그런데, 거꾸로 내려온 선두는 계곡을 건너, 백운산 방향으로 올라간다. 독도 실패다! 그걸 지켜보다가, 다시 지도를 확인하고 희미한 인적을 따라, 위로 갔다. 당연히 같이 가자고 일행을 불러야 하나, 과거 몇 번 확실하지 않은 길로 데려갔다가 먹은 게 욕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이 있어, 이후 누가 봐도 확실한 등산로가 아니면, 절대 같이 가자고 권하지 않는다. 최근에도 선의가 욕을 먹는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후라 더욱 부를 생각이 없었다[산행기]. 어쨌든 실제는 없는 등로에서 벗어나지 않게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며 위로 오르다가, 가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깐 멈춰 쉬는 동안 뒤로 돌아 아래 일행의 모습을 지켜봤다. 백운산 방향으로 오르는 사람, 우왕좌왕하는 사람 등 아직 혼란 중이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하며 지도를 확인하니, 실제는 없는 등로에서 벗어나 있어, 등로를 향해 우상으로 등로를 향해 가는데, 오른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네발짐승이라 생각하며,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보니, 일행 중 한 명이 가까운 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그도 역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아니면 성격 탓인지 혼자다! 결과적인 얘기나, 그도 이미 나를 확인하고 서로 인사는 안 했으나, 좌우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무학봉까지 올랐다. 그건 그렇고, 다시 지도로 제대로 가고 있는 걸 확인한 후 계속 위로 가다가, 가쁜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 중간에서 잠깐 서서 쉬었다. 원래 가만히 서서 쉬는 걸 못 하는 인간이라, 그동안 뭐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이 멀지 않아 보여, 다시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높이로는 30m 내외, 거리로는 100여 미터 남았다.
당연히 기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으로 향해, 10시 26분경 무학봉 정상에 도착했다. 내가 정상 명패를 매달은 바위에 도착할 즈음에 먼저 도착한 일행은 그 바위에서 내려오고 있다. 그와 교행해 명패가 매달린 바위에 오르자, 앞에 평평한 바위가 있다. 진정한 정상이자, 인솔 대장이 얘기한 전망대다. 그 전망대에서, 날이 흐려 잘 보지는 않으나, 주변의 산세를 다양한 형태로 기록으로 남겼다. 첫 파노라마가 한북정맥 광덕산에서 뻗어 내려온 능선이고, 두 번째 파노라마는 한북정맥 복주산과 언젠가는 올라야 할 두류산 등이다. 기록을 마치고, 뒤로 돌아, 정상에서 내려와 먼저 정상 명패를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돌을 주워다가 핸드폰을 고정한 후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해서 사진 상태가 좋지 않으나, 여기 있었다는 게 중요하지, 품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시하고 내려갔다. 그런데, 정상뿐만 아니라,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나 정상에서 내려온 왼쪽으로 전망대가 있어, 그곳으로 가 보이는 걸 사진에 담았다. 한북정맥 어느 봉우리에서 분기해, 무학봉을 거쳐 앞에 보이는 능선을 따라 광덕고개에서 끝나는, 소위 단맥이라 부르는 능선이다! 그럼, 무학단맥?!
이후 나와 또 한 명의 산꾼이 올라온 인적조차 없으나, 네이버 지도에 점선으로 표시된 등로와는 달리, 정상부터 이어지는 명확한 등산로가 궁금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그 길을 따라가는데, 역시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와 같이 다니는 산꾼답게 아래에서 우왕좌왕하던 일행이 등산로를 찾아 막 올라오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정상을 다녀오는 길이냐고 묻는다. 물론 그렇다고 대답해 주며 갔다. 그런데, 완만한 능선이 끝나고 일행이 올라오고 있는 급경사 능선 직전에서 갈림길을 발견했다. 물론 이정표나, 산악회 리본 따위는 없으나, 분명 왼쪽으로 길이 있다. 정황상 조금 전 전망대에서 본 무학봉과 연결된 봉우리로 향하는 단맥 위의 길이라, 일행이 올라온 사실상 왕복이나 다름없는 길을 버리고 좌회전했다. 이후 50여 미터를 간 다음 지도로 위치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두 등산 앱의 등로 위다! 다만, 산경표는 어느 정도 능선을 따라가다가 우회전하나, 산길샘은 능선을 타고 광덕계곡까지 간다. 즉 산길샘은 단맥종주다. 어쨌든 이제부터는 두 지도에 명확하게 표시되는 등산로에서 벗어나지 않게 조심하며 가면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앞이 급경사 낭떠러지라 지도를 확인하니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다. 원래 무시하고 내려가는 인간이나, 초행에 혼자라, 뒤로 돌아 급경사를 다시 올라, 등로로 돌아갔다.
10시 42분 등로에 다시 들어선 걸 지도로 확인하고, 10시 43분 무명봉의 정상에 도착해 왼쪽을 보니, 무학봉이다. 무학봉 사진을 확대해 보면, 일행 중 한 명이 정상에서 인증을 찍고 있는지,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하고 있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이번에도 낭떠러지로, 무턱대고 내려갈 수준의 암벽이 아니다. 진정한 대간꾼이라면 못 참는 단맥이고, 희미하나마 인적이 있는 걸 보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우회로가 있어야 정상이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뒤로 돌아 내려온 길을 보며 왼쪽과 오른쪽 중 우회하기 좋은 쪽이 어딘지 확인했다. 오른쪽이 그나마 잡고 내려갈 수 있는 나무가 많다. 해서 오른쪽 위로 올라갔다가, 판단의 탁월함에 감탄했다. 나무에 묶어 아래도 떨어트린 밧줄이다! 여기서 이걸 볼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 단맥이라, 찾는 대간꾼이 소수나마 있다는 방증이다. 어쨌든 이것도 기록이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밧줄을 잡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래에서 위를 보니, 밧줄이 아니라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암벽이다.
일단 주요 봉우리는 다 넘었고, 단맥 산행이 목적이 아니니, 이제는 번암산으로 향하는 우회전 길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당연히 어떠한 표지도 없으니,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런데, 10시 48분 명확하지는 않으나, 갈림길로 보이는 곳에 도착해 앱을 확인하자, 산경표는 앞의 봉우리로 직진, 산길샘은 그걸 우회해 좌회전이다. 당연히 직진해, 5분가량 가니, 암봉 아래로, 여기서 산경표는 계곡으로 내려가고, 산길샘은 능선을 따라가고 있다. 산경표에 의지해 등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인적은 찾아볼 수 없고, 경사가 심한 곳이 많아, 수시로 등로에서 벗어났다. 고로 더 자주 지도를 확인해 등로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가, 11시 13분 작은 계곡에 내려섰다. 분위기로 봐서 끝이 멀지 않았다. 그리고 4분 후 울창한 잡목 사이로 임도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저 잡목 군락을 뚫고 내려가면 무학봉 산행은 끝이다. 그런데, 영상을 촬영하며, 잡목을 뚫고 가자, 철책이 앞을 가로막는다. 응? 여기에 철책이 왜 있지? 이유야 모르겠지만, 철책 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많지는 않지만, 그걸 넘은 인적 있다. 해서 앞선 산꾼이 설치한 나무를 이용해 철책을 넘었다.
임도로 나와 아래와 위를 살펴봤다. 번암산으로 가려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앞에 다리다! 산악회 코스 계획에 1교, 2교가 있는데, 그중 하나다. 다리 이름을 자체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 앱의 지도를 봤으나, 역시 확인 불가다. 어쨌든 들머리에서 고개를 넘어 내려오는 임도라는 건 확실해, 다리를 건너 위로 갔다. 그런데, 굽은 임도를 돌아서자, 왼쪽으로 안내문이 서 있는 게 보여 서둘러 가까이 다가가니, '번암산 등산로 안내'도다. 그리고 그 왼쪽 옆에 등산로, 그 옆에 경고문이다. 이렇게 가까울 거라곤 생각을 못 해 약간 당황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 때, 임도를 따라 2교를 지난 후 1교 직전에 번암산 등산로가 있다고 한 게 떠 올랐다. 고로 막 건넌 다리는 1교다! 와중에 위에서 가장 먼저 무학봉에 올랐던 일행이 내려오다가 나를 보고 놀랐듯 했다. 분명 자기 뒤에서 따라내려 와야 할 인간이 앞에서 무언가를 유심히 본 후, 그걸 사진으로 찍고 있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내가 능선을 따라, 오지 산행을 즐기는 동안, 다른 일행은 먼저 임도로 내려가 번암산으로 올라가고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따라간 능선이 빠른 길이었던 듯하다. 어쨌든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먼저 등산로를 따라 숲으로 들어섰다. 숲 밖에서 잘 보이지 않으나, 숲 안으로 들어서자, 등산로는 시작부터 급경사라 쉽지 않다. 그러다 들머리의 고도를 확인하지 않은 걸 깨닫고, 걸음을 멈추고 앱의 지도로 확인했다. 491m~516m로 이번 산행 A 코스 들머리인 윤나리유원지보다 낮다! 고로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그걸 확인하는 사이 체력이 좋은 일행이 나를 추월해 올라갔다. 그런데, 웃기는 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오르는 중 호흡을 고르기 위해 잠깐 쉬는 동안 확인한 고도가 아래에서 확인한 거보다 낮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만약 후자가 정확하다면, 들머리는 지도가 알려주는 것보다 한참 낮다는 뜻이다. 어쨌든 다시 급경사를 올라, 11시 36분 능선에 올라섰다. 번암산은 무학봉과는 달리, 등산로 상태도 좋고 곳곳에 이정표라, 고도 확인이 아니면 지도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정표가 있는 곳이 갈림길로 보이는데, 직진 방향에는 정보가 없다. 정상까지는 1,300m!
능선으로 올라서느라, 체력 소모가 많아, 물 한 모금 하며, 호흡을 고르고 있으려니, 시끌벅적하더니, 위에서 한 무리의 등산객이 내려온다. 나와 인솔 대장만 몰랐지, 번암산이 꽤 유명한 산인 듯한 게 정상까지 가는 동안, 교행한 등산객만, 백이 넘는다. 물론 하산 때 추월한 등산객도 꽤 되고. 결과적이 얘기나 동호회 산악회, 대장들이 동호회 성격에 맞게 여름 계곡 산행인, 가벼운 산행 후 계곡에서 즐기는 산으로 번암산과 광덕계곡을 애용하는 듯했다. 사실 달리는 버스에서 확인한 은평구 '소울산악회'도 흥룡봉에 오른 후 도마치계곡에서 즐기는 산행으로 얼마 전 목요방 산행[산행기]과 똑같았다. 어쨌든 능선에 올랐으니, 역시 고도 확인차, 앱의 지도를 봤다. 고도가 더 낮아졌다! 고도를 올릴수록 GPS 고도는 낮아지고 있다! 핸드폰(?), 앱(?), 군사용 재밍(?) 어느 게 문제일까? 정상까지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산행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니라, 그러거나 말거나, 수시로 무리 지어 위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이 지나갈 수 있게 길을 피해주며 정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고맙다고 인사한 등산객은 서넛에 불과했다.
무학봉과는 달리 번암산은 등산로 상태도 괜찮고, 거의 100m 단위로 이정표가 있는 듯했다. 그런데, 경사가 급한 건 무학봉과 다르지 않아, 체력 소모가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힘만으로 올라가야 하는 무학봉과 달리, 디귿의 철봉을 바위에 박아 만든 계단과 철봉을 박고 거기에 밧줄을 연결해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한 건 큰 차이다. 급경사라 힘든 것도 있지만, 이미 무학봉에서 체력 소모가 많았고, 시간이 갈수록 올라가는 기온은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게 아니라, 이마에서 폭우가 쏟아진다. 이미 상하 모든 옷은 땀에 절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계곡에서 막 나온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다. 해서 무리하지 않게 평소보다, 많이 쉬면서 위로 올랐다. 와중에 배낭을 분실한 후유증으로 수건을 챙기지 않아, 따가운 눈은 윗도리로 닦으며 가는 불쌍한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그렇게 오르다가, 11시 46분경 왼쪽 울창한 숲 사이로 봉우리가 보여 유심히 살펴보니, 무학봉이라,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건 위로 갈수록 전망이 좋아지는 게 인솔 대장이 무학봉에 오르는 이유가 번암산은 조망이 꽝이라, 조망 때문에 오른다는 설명에 커다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와중에 역시 디귿형의 철봉 계단과 밧줄을 잡고 내려오는 한 무리의 등산객에게 길을 양보하고 있다가, 언제 올라갈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혀, 그 길을 버리고, 옆의 바위를 네발로 기어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번암산에서 가장 유명한 게 ‘구름다리바위’인데, 이정표 어디에도 정보가 없고, 물론 지도에도 없다. 인솔 대장의 숲이 우거져, 잘못 보고 지나칠 수 있으니,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고 한 말도 걸렸다. 해서 앞과 좌우를 유심히 살피며 가다가, '번암산 800m' 이정표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바위를 발견했다. 무언가 기묘하기는 하나, 딱히 이름을 붙일 만한 바위는 아니나, 혹시 코스에 있는 ‘잠바위(?)’.. 다만, 그동안 보이지 않던 독립된 바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 이후 더욱 자세히 관찰하며 위로 가다가,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고도도 많이 높아졌을 거라는 생강에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의 GPS 기록이 맞다면, 수직으로 300m를 더 올려야 한다. 그것도 700m를 가는 동안! 두 숫자를 가지고 경사도를 계산하며 가는데, 갈림길이다.
정규 등산로는 직진이고, 약간 위의 능선 위로 길이 있다. 분위기로 봐서는 두 길은 앞에서 다시 만난다. 무언가 감이 싸해, 갈 상태가 과히 좋지 않은 능선 길을 택했다. 그리고 10여 미터를 가자, 앞에 거대한 바위가 버티고 있다. 모양으로 봐서는 구름다리는 아니고, 선바위(?) 그런데, 거기서 길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해, 그 우회로를 따라 오른쪽 옆으로 갔다. 그런데 옆에서 보니, 대단히 넓적한 바위다. 그리고 그 바위 끝에 네모난 구멍으로, 위는 구름다리다! 듣던 거보다 다리의 길이가 짧아 약간 실망하고 그걸 사진으로 남기고 계속 갔다. 그리고 바위 끝에서 유턴해 영상을 촬영하며 다리로 올라갔다.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보면 대단히 위험한 거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글쎄다! 하긴 고소 공포가 심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을 거 같기는 하지만, 역시 글쎄다! 어쨌든 다리를 건너자, 전망대로, 광덕산 능선과 그 앞 무학봉의 모습 그리고 그 뒤의 한북정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당연히 그걸 파노라마로 남겼다.
모든 기록을 마치고, 돌다리를 건너 돌아 나오는데, 울창한 숲 위로 봉우리 끝이 보인다. 번암산 정상이다. 봉우리로 보면 올려야 할 높이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고로 지도의 GPS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 어쨌든 다시 영상을 촬영하며 다리를 건넌 후, 반대쪽에서 보는 다리의 모습이 궁금해 등산로 반대쪽으로 조금 내려가 구름다리를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등산로로 돌아와, 12시 13분 '번암산 정상, 440m' 이정표를 지나, 100여 미터를 가자. 이번에는 등산로 오른쪽에 이름이 있을 듯한 바위라, 기록으로 남기고 산행 후 찾아보니, '삼각문바위'다! 물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을 향해 가는데, 나를 추월했던 일행이 정상을 찍고 내려오다가 나를 보더니, 이제 오는 게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간다. 나와 산행한 산꾼들의 공통된 반응이라 놀랍지도 않다. 그건 그렇고, 그는 왜 반대편으로 넘어가지 않고, 다시 이리로 내려오는 걸까? 이후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지도를 확인했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고도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588m~614m다! 그런데, 이정표의 숫자보다, 지도의 거리가 더 익숙한 걸 보면 역시 난 아날로그 세대의 꼰대가 맞다!
다시 길을 재촉해 가는데, 앞에 있는 경사만 올라가면 아무래도 정상인 듯하다. 이정표나, 지도나, 아직 200m 이상 남았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갔다. 정상은 아니나, 정상이나 다름없다. 정상은 저 앞에 약간 올라간 언덕으로 여기보다 약간 더 높을 뿐이다. 다 왔다. 이제야 제대로 된 정상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겠구나!' 했는데, 납작 엎드린 정상을 기록으로 남겨봐야 본 모습을 봤다고 할 수 없을 거 같아, 대충 찍고 숲을 관통하는 완만한 능선으로, 정상으로 향했다. 와중에 등산로를 차지하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동호회 산악회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이정표 찍는 것도 포기했다. 힐끗 본 이정표에는 좌회전하는 정상 방향 지시 아래, 직진으로 '도마치 출발점'이라는 걸 본 듯했다. 해서, 당시 촬영한 영상에서 그 이미지를 캡처했지만, 영상이 뭉개져 애매하기는 하나 정확히 본 듯하다. 그럼, 인솔 대장이 얘기한 도마봉에서 번암산으로 오는 정규 등산로가 있다는 게 맞다.
어쨌든 다양한 인생 군락을 감상하며 정상으로 향해, 12시 31분경 도착했다. 처음 도착하면 정상석이 보이지 않아, 당황하게 되나, 정상에 버티고 있는 바위를 돌아가면, 바위에 기대고 있는 위가 깨진 대리석판이 정상석으로, '번암산, 832m'라 음각되어 있다. 먼저 정상석을 찍은 후 역시 도와줄 사람이 없어, 주위의 돌을 주워 핸드폰을 거치하고 인증을 남겨, 역시 사진 상태가 좋지 않으나, 인증이란 게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거라 개의치 않았다. 이후 지도로 정상을 확인(두 앱의 GPS 고도는 640m~665m로 200m 가까이 낮다!) 후, 거기를 떠나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빨리 계곡으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 간절했다. 점심시간이라 슬링백에서 연서시장표 김밥을 꺼내며, 평지 수준의 완만한 경사의 능선 위로 난 길을 따라가, 12시 37분 '번암산휴게소, 1,970m' 이정표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러자, 그늘에서 식사를 끝내고 일어나던 노년의 산꾼 두 명 중 한 명이 아는 체를 하며, 옆의 산꾼에게 A 코스 선두라고 알려준다. 그러자, 옆의 산꾼이 ‘날아왔냐?’며 감탄한다. 버스 통로 건너편에 앉은 일행으로 버스에서 나를 보자마자 '엠티도 다니냐?’고 물었던 산꾼이다.
고로 목요방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런데, 내가 알아보지 못한 건 두 안내산악회에서 별명을 다르게 사용해서다. 그 노년의 산꾼에 의하면, 목요방 인솔 대장에서 번암산도 추천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그 둘이 떠나며 무언가를 슬링백에서 꺼내기 위해 애를 쓰는 걸 보고, 그늘을 가리키며 저기서 쉬면서 뭐 좀 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그들이 떠난 후, 얽힌 멜빵을 풀고 간신히 김밥을 꺼냈다. 물론 그늘에 앉아서 김밥을 먹을 인간이 아니라, 김밥을 먹으며 길을 재촉해, 고개를 내려가, 암봉에 올라서자, 반대편 번암산 정상이 보이나, 정확히는 정상이 아니라, 두 산꾼을 만났던 봉우리다. 말인즉 번암산이 쌍봉이고, 그 사이는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떨어져서 보면 마치 평평한 대처럼 보이나, 오른쪽이 조금 더 높은 정상이다. 그리고 왼쪽 봉우리 앞에는 역시 같은 높이로 보이는 봉우리가 버티고 있는 산세를 잘 모르는 등산객은 어느 게 정상인지 아는 게 쉽지 않다. 그건 그렇고 더위를 너무 많이 먹었는지 김밥이 넘어가지 않지만, 살아야 한다고 외치며,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와중에 단무지는 도저히 넘어가지 않아, 밀어 넣는 걸 포기했다.
안내산악회 인솔 대장의 코스 소개와는 달리, 번암산 하산길이 암릉이라, 당연히 곳곳이 전망대다. 그리고 전망대 중 하나에서 다시 노년의 목요방 선수를 만나, 주변을 감상하며, 서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봉우리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분명 한북정맥에서 분기하는 화악지맥의 화악산은 남쪽에 있고, 북쪽은 광덕산에서 뻗어가는 한북정맥인데, 광덕산이 있어야 할 위치에 하얀 돔이 보여, 화악산이 아닌지 잠깐 헷갈렸다. 그러다가, 광덕고개에서 본 '조경철 천문대' 이정표가 기억났다. 즉 광덕산에 있는 천문대와 기상레이더의 돔이다. 이후 바위에 박힌 디귿형의 철봉 계단의 도움을 받으며 급경사 암릉에서 내려가자, 완만한 흙길의 능선이다. 그런데, 그 능선 오른쪽 낭떠러지 방향에 벽이 서 있어, 등산객이 낭떠러지로 가지 못하게 하는 방벽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계속 길을 가며, 저기에 어떻게 방벽을 설치했을지 궁금했는데, 앞에 하나 더 있어, 이번에는 그 앞으로 돌아가 보니, 흰 페인트의 '10'이 커다랗게 쓰여 있다. 그리고 콘크리트 방벽이 아니라, 벽돌을 쌓은 거다. 말인즉 등산객을 위한 게 아니라, 군용으로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지만, 혹시 과녁?!
우회 정규 등산로를 버리고, 돌길을 넘어가기도 하며, 하산 중 날머리까지 남은 거리가 궁금해 지도를 확인했다. 아날로그 세대의 꼰대라, 거의 100m 단위로 이정표가 있으나, 지나온 거리와 남은 거리는 지도로 봐야 감이 잡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두 앱 모두 등산로가 없어, 등고선의 능선으로 감을 잡을 수 있을 뿐이다. 와중에 GPS의 고도는 715m~738m로 정상보다 높다! 둘 중 진실에 가까운 건 지금 보고 있는 후자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게 길을 재촉해 급경사 아래 고개에서 쉬고 있던 B 코스 선두를 추월하기도 하고, 1시 18분 '번암산휴게소, 810m' 이정표를 지났다. 그리고 1시 28분 저 아래로 도로가 보이고, 오가는 차량의 소음이 들리는 곳에 도착해, 아래를 잠깐 내려다본 후, 급경사 흙길을 내려가, 1시 37분 한여름 불볕더위를 그나마 하루 시원한 계곡에서 보내며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운 노랫소리와 목소리가 들리는 지점에 도착했다. 사실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는 진작에 들렸으나, 그 출처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명확하다.
계곡에서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별것이 아닐 수도 있으나, 땡볕에 땀으로 목욕하다시피 한 산행의 끝이 보인다는 즐거움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기쁨이다. 당연히 그 기쁨에 싸여 영상을 촬영하며, 계곡을 향해 내려가, 1시 40분 사실상 날머리나 다름없는 광덕계곡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은 끝났다. 공식 마감인 3시 30분까지는 1시간 50분이 남아, 목표보다, 10분 늦었으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이 상태로 하산주는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 광덕계곡으로 가, 광덕계곡을 만든 산에서 흘린 땀을 씻을 수 있는 적당한 소를 찾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피서객이 많아, 애당초 고립된 소는 없어, 피서객 틈에서 씻는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간이 다리를 건너 하산주를 마실 식당을 찾기 전에 타고 가야 할 버스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계곡 건너에서 본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2시 7분 우리가 타고 온 산악회 전세 버스의 위치를 확인하는 거로 진정한 산행을 마감했다.
3
다음 하산주를 마실 식당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녔다. 와중에 이 부근에 주차한 산악회 버스가 눈에 띄는 것만 여섯 대가 넘는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주차해 있는 승용차야 셀 수도 없다. 승용차를 타고 온 사람의 대부분은 계곡 피서가 목적이나, 버스를 타고 온 산악회원은 최소 번암산 정상은 찍고 내려왔을 테니, 번암산이 줄 서서 올라가는 북한산 백운대와 다를 바 없이 붐볐던 거다. 그거야 어쨌든, 시끌벅적하게 노래방 기계를 동원 놀고 있는 곳으로 가, 식당 주인을 찾았으나, 애당초 식당이란 건 없었다. 다만, 자릿세를 받는 주인만 있을 뿐이고, 노래방 기계부터 음식과 주류 그 모든 건 산악회가 가져온 거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말인즉 동호회 산악회에 꼽사리 끼지 않는 한 여기서 하산주 마시는 건 틀렸다는 거다.
포기도 빠른 인간이라, 하산주는 빠르게 포기했으나, 가져온 두 병의 물을 다 마신 지 꽤 된 후라, 갈증은 어떻게 할 수 없어, 매점 아니면 물을 마실 수 있는 약수나 수도를 찾아 헤맸으나, 역시 없다! 해서 더위나 피하자는 심정으로 에어컨 빵빵하게 가동 중인 버스로 갔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마실 물이 있는지 기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런 말 하면 안 되죠!'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생수 하나를 꺼내 던져주며, '내가 마시려고 가져온 겁니다!'라고 한다. 해서 '물을 살 수 있는 가게도 없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고, 바로 뚜껑을 따, 정신없이 마셨다. 이렇게 갈증은 해소했으나, 허기가 문제나 그건 마감 시각에 맞춰 버스가 출발하기를 비는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할 일도 없어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며, 속속 도착하는 일행의 숫자 세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런데, 마감인 3시 30분까지 거의 다 도착했는데, 정작 인솔 대장이 마감 5분 후 도착했다. 그러고도 미안한 표정 없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옷을 갈아입겠다고, 배낭을 들고 내린다. 솔직히 '뭐 저런 대장이 다 있냐?'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
3시 43분경 옷을 갈아입고 돌아왔으나, 아직 두 명의 일행이 안 왔다. 주변에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도착은 했으나, 계곡에서 씻는 중이라고 했다. 그중 한 명은 지난 목요일 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방 두위지맥 예미산, 질운산행 때 귀가를 늦춘 등산객 중 하나다[산행기]! 폭발 직전까지 갔으나, 꾹 참고 있으려니, 3시 49분 그 둘이 도착하자, 인솔 대장 농담조를 싫은 소리 한마디 하고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올 때와는 달리 광덕고개를 가볍게 넘은 후, 백운산행을 한 등산객과 번암산행 B 코스를 달렸으나, 택시를 불러 타고 식당을 찾아 백운계곡 유원지로 간 등산객을 태우기 위해 계곡을 건너 만차인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아니, 그 사람들을 차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대기하라고 하면 쉽게 끝날 걸 굳이 승용차로 만원인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건 뭔가? 와중에 타야 할 승객이 기다리고 있지도 않아, 대장이 승객을 찾아 주차장을 헤매기까지 했다. 그리고 차를 돌릴 공간이 없어,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 차량이 일대 혼란을 겪은 후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이 모든 걸 겪으며, 아무리 아쉬워도 계속 이 안내산악회를 이용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대기업 안내산악회는 승객 알기를 뭐 같이 알고, 중소 안내산악회는 버스를 끌고 승객을 따라다닐 뿐만 아니라, 애당초 정해진 귀가 시간도 없다! 이 둘이 적당히 합쳐지면 꽤 좋은 산악회가 될 수 있을 텐데, 현재는 그런 산악회는 없어, 즐거운 산행 후 쌓이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승객을 뭐 같이 알아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대기업 안내산악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없으니, 다를 그 산악회로 몰리는 듯하다. 어쨌든 백운계곡을 주차장을 떠난 버스에서 허기 때문에 더 쌓인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창밖을 보다가, 익숙한 산이 보여. 급하게 사진을 찍었다. 가리산과 한북정맥 국망봉이다. 그리고 그대로 서울로 갔으면 좋겠지만, 급한 승객 때문에 의정부 휴게소에서 15분간 휴식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한 버스가 6시경 도착한 잠실역에서 내려 집으로 향했다. 신사역까지는 가는 것보다 잠실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게 더 빠른 듯하다.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번암산 A 코스 계획과는 달리 '나리교 → 윤나리휴게소 → 무명폭포 → 폭포 위 능선 → 무학봉(전망봉) → 무학봉 능선 위 무명봉 → 광덕계곡 갈림길 → 철책 → 1교 → 번암산 들머리 → 전망바위 → 잠바위 → 구름다리바위 → 삼각문바위 → 암반봉 → 번암산 → 전망바위 1, 2 → 번암산휴계소'의 9.14km(산길샘) 코스를 4시간 27분 동안 달렸다. 이동 3시간 36분, 휴식 51분!
안내산악회의 산행 계획과 e-산경표의 지도를 혼합한 산행으로 오지 중 오지인 무학봉과 오지라 생각했으나, 거의 줄을 서서 올라가야 하는 동네 뒷산 수준의 번암산이 어울린 아주 만족한 산행이다. 덤으로 광덕계곡까지!
대기업 안내산악회 산행 중 배낭 분실의 후유증으로 제대로 된 산행 준비를 하지 못해, 폭염 특보 발효 중에 허기와 갈증으로 꽤 힘든 산행이기도 하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산행이란 걸 확인했으니, 갈만한 산이 없을 때 몇 번 더 찾아갈 듯한 산이다. 물론 그때는 이번과는 달리 한북정맥과 연계해 달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