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머리 모양의 명당
금마에서 여산으로 가자면 쑥고개가 있는데 그 밑에 진천송씨(鎭川宋氏) 제각이 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가면 누에 모양으로 생긴 곳이 있는데 이곳이 명당자리라 한다. 이 명당은 평지라서 또한 평지산소라고도 한다. 이 산소에 얽힌 이야기를 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에 여산에 정동(鄭童)이라는 유명한 풍수가가 살고 있었다. 이 사람은 서인(庶人)이지만 재주가 비상하였다. 그러나 늙도록 장가를 안가고 머리를 따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얻어먹고 지냈다. 그래서 집도 없고 지내기가 퍽 구차했다. 그런데 늙어지니까 집칸이나 꾸리고 남의 밥을 그만 얻어먹을 생각이 나서 선영의 명당자리를 보려고 다니다가 이 누에 모양으로 된 자리를 보고 거기다 자기 선영을 이장하고 평장(平葬)을 해 놓았다.
한번은 송씨가에서 보니까 정동이 새벽에 그 자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수상히 여겨 지켜보았더니 그 자리에다 자기 묘를 쓰고 평장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송씨는 정동을 불러다가 어찌하여 땅 주인에게 사전 양해도 없이 그런 좋은 자리에다 묘를 썼냐고 나무랐다. 정동은 잘못 했다고 사과하고는 그대로 자기 묘를 묵인해 주면 그 대신 딴 곳에 좋은 자리를 잡아 주겠다고 간청해 보았다.
그러나 송씨는 유명한 지사가 잡은 자리니까, 무척 좋은 명당인 줄 알았기 때문에, 「그럴 것 없이 이 산 가운데 다른 좋은 자리를 하나 줄 테니까 거기다 쓰고 묘 썼던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정동은 하는 수 없이 그 자리를 내 놓고 다른 곳으로 묘를 옮겼다. 송씨는 정동이 썼던 자리에다 묘를 쓰게 되었는데 묘를 쓸 적에 정동에게 일을 맡겨 감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정동은 다른 지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곽을 파는 것을 보지 않았다. 일꾼들이 곽을 한참 파니까 누런 흙이 나오더니 김이 푹 솟아올랐다. 그제야 정동은 돌아다보며 「아이구 너무 파면 안 돼. 거기는 얕게 파야 하는데...」 하고 소리쳤다.
이 명당은 얕게 파서 산소를 써야 명당바람이 나는 곳인데 정동은 제가 쓸 자리를 빼앗기게 되어 그것이 마음에 꽁하여 일부러 일을 안보고 있다가 깊이 파서 김이 다 나간 다음에야 그만 파라고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큰 명당을 명당 기운이 덜 나게 했다는 것이다.
[출처] 누에머리 모양의 명당
[출처] 누에머리 모양의 명당|